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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터 북 by 안소현 ㅣ 아트 포스터 시리즈
안소현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평점 :
7월의 더 포스터북 신간은 안소현 작가님의 그림들로 채워졌다.
비어 있는 공간들을 보고 있으니 일상 속에서 해야 할 일들과 관계들로 꽉 차 있던 마음이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비어있음과 여유로 사르르 풀어지는 것 같다.
그림들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푸른 색감이 아직 끝나지 못한 장마의 꿉꿉함을 잊도록 도와준다.
그림 속 빈 공간을 보고 있으면 요즘의 나에게 필요했던 것이 ‘비움’ 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생각도 비워지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은 [바람의 방문]이었다. 몇달 전에 인스타에서 우연히 작가님의 이 그림을 보게 된
후 이상하게 자꾸 머릿속에 이 그림이 떠올랐다. 사진 전체에서 느껴지는 초록 빛이 기분 좋게 느껴져서
였을까. 그런데 이번에 더포스터북에서 안소현 작가님을 주제로 신간이 발간되어 너무나 반가웠다! (‘어머, 이건 내거야!’라는
마음의 울림도 있었다. ㅎㅎ) 인스타에서 보니 작가님의 그림들
중에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가 꽤 있던데 그 장소가 캔버스로 그대로 옮겨져 그림으로 전시되는 모습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문은 열려있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는 주스 가게의 모습. 나는 이 작품이
아침시간의 모습일 것이라 생각했다. 햇빛이 가게를 따스하고 밝게 비춰주고, 가게 주인은 막 오픈을 하여 하루를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의 모습 일거라고 상상했다. 그 사이에 첫 손님으로 오게 된 바람이 가게의 커텐을 들춰보고 있다고. 내
몸은 여기에 물리적으로 묶여 있지만, 생각은 먼 나라의 주스 가게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창공의 새]란 작품은
작가가 인도 여행에서 마주했던 하늘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사실 그림만 보았을 때는 그냥
우리의 일상 어디든 쉽게 볼 수 있는 건물 위의 하늘이라고 생각했다. 크게 특별하지 않은 풍경일 수
있는 모습을 특별함이 느껴지게 표현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쨍하게 파란 하늘 위를 날아가는 새와 그
곳에 항상 서 있는 건물이 노을빛에 핑크빛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짙은 파랑과 핑크빛의
대조가 마음을 시원하게도 해주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우리의 두 의자]는 작가가
예전 옥탑방에 살 때 남편과 나란히 앉았던 의자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림을 보기만 해도 색감도 따뜻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는데, 작가의 사랑이 묻어난 시간을 그림으로 옮겨서 그랬던 건지, 10편의 작품 중에 가장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그림이었다. 빈
공간에 의자 두 개만 놓여진 그림으로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구나. 마음이 전해지는 그림들을 보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안온] 이라는 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의 공간을 넓혀주기에 가장 적당한 그림이라 느꼈다. 이 작품 역시 대부분이 비어 있다는
느낌이 나는 그림으로, 커다란 창이 난 공간에 의자와 선인장 그리고 아주 조그만 물체(나는 커피라고 생각함)가 놓여진 그림이다. 나는 이 그림에 가장 시선을 오래 두고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머리
속의 복잡한 생각들을,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또 지금이
언제 인지 그런 모든 것들을 생각하지 않은 채 텅 빈 마음으로 있을 수 있었다.
사실 비어 있는 공간이라고 인식하기는 하지만, 그림 자체는 정말로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색깔들로 가득 채워진 것인데, 그 색깔과 형태의 조합을 보면서 어떠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새삼스레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졌다.
마음 속에 시끄러운 잡음들을 잊고 조용한 시간을 보냈더니, 진정한
휴식이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집과 일터를 벗어나 경치가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공간을 이동하여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결국 마음을 쉬게 해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공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 있건 생각을 멈추고 마음을 쉬게 한다면
어디에서나 진정한 휴식을 맛볼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공간을 비춰주는 햇빛에 대한 작가의 말에 공감이 갔다. 요즘같은
장마철에는 정말 햇빛의 고마움을 특히 많이 느낀다. 일주일 내내 흐리고 비가 오다가 갑자기 햇살이 눈부신
맑은 날을 만나게 되면, 어제와 같은 공간의 풍경 인데도 이상하게 5배는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눈이 부신 햇빛과 그 아래에서 살아나는 선명한 세상의 빛깔들.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햇빛의 느낌이 잘 표현된 작품들을 만나서 그랬던 걸까. 안소현
작가님의 작품들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흑맥주인데 사진은 콜라같다...;
술을 마시면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어디에 있을까? 그러나 <더 포스터북>이 열어주는 집콕 전시회라면 언제든 가능하다. 가장 편한 자세로, 원하는 때에 얼마든지 말이다.
예전의 나는 미술관을 가는 걸 참 좋아 했었는데, 코로나19바이러스로 팬데믹 시대가 오면서는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런 나의
마음을 위로하듯 매달 두 권씩 [더 포스터 북]에서 좋은
그림들을 주제로 책을 내어주니 너무나 고맙다. 우리 집의 벽면 한켠을 미술관으로 바꾸고,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우리의 일상에서
예술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더포스터 북]. 앞으로도
계속 계속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