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기 3 : 통일천하 - 사마천의 사기열전 소설로 만나다, 개정판
김병총 지음 / 문예출판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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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秦) 시황제의 짧은 통일 이후 천하는 다시 혼란에 빠지고 전국의 영웅호걸들이 대륙의 땅을 놓고 다시 한 번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시작한다. 그들 중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가 유방과 항우였다. 2권의 전반부까지는 항우가 더 우세한 세력을 보이다가 유방이 관중 땅에 먼저 입성한 이후 유방의 세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사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유방이란 인물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작가의 편견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실제 유방이 그런 인물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천하의 황제로서의 품위랄까 혹은 항우 같은 기개도 느껴지지 않았다. 2권에서는 적에게 쫓기는 위급한 상황에서 유방이 마차에 탄 아들을 던져버리자 같이 타고 있던 신하가 유방의 아들을 다시 구해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유방의 인물됨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유방 스스로도 자신이 항우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인재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계략도 어딘지 대범해 보이지가 않고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같다는 인상이었다. 때로는 신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못해 팔랑귀 같다는 인상도 있고.

 

진정한 천하의 영웅은 항우이지 않을까. 물론 그는 이전에 자신에게 항복하지 않은 성을 함락한 이후에는 성 안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생매장하는 잔인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기도 했지만. 유방의 계략으로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군사들은 다 도망가고 사랑했던 우희마저 패배을 예감하고 자결을 한 후에 이미 승패가 결정지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싸움에서 항복하거나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 도망가는 길을 택하는 대신 마지막까지 칼을 휘두르다 자신의 목을 전쟁터에 바치는 모습이 더 영웅다워 보였다.

 

어느 나라의 역사나 비슷하지만 유방도 한나라를 세운 후 자신의 자리를 위태롭게 할지도 모르는 공신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간다. 유방의 천하통일을 이루게 한 세 신하 중의 하나였던 한신마저 죽이고 팽월도 제거한다. 그리고 소금에 절인 팽월의 머리를 경포에게 보낸다. 끔찍한 경고였다. 이 장면이 지나치게 끔찍해 보이긴 하지만 이런 식의 역사는 언제나 되풀이 되어왔다. 한 사람 혹은 몇몇 사람들의 권력놀음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총알받이가 되어야 했는지. 사실 백성들에게는 누구가 왕이든 무슨 상관일까 싶다. 더 넓은 땅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은 더 많은 군사를 보유할 수 있다는 뜻이고 백성들은 그들에게 전쟁 도구일 뿐이었다.

 

아마도 3권에서 가장 독보적인 장면은 이것이 아닐까 싶다. 여태후가 한고조 유방이 죽자 유방이 사랑했던 척후의 손발을 자르고, 눈을 빼내어 장님으로 만들고, 귀를 지저서 귀머거리로 만들고, 음약을 먹여 벙어리로 만든 뒤 뒷간에 넣은 다음 황제 효혜에게 보여주면서 저것이 인저(사람돼지)라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장면. 이 행동은 아들 효혜마저 어머니에게서 등을 돌리게 한다.

 

한고조의 죽음 이후 여태후를 중심으로 한 여씨일가와 공신들의 권력싸움으로 정국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공신들은 여태후와 여씨 일족과의 싸움 끝에 한고조 유방의 친자식으로 가장 연장자인 대나라의 왕으로 있던 유항이 효문제로 등극하게 된다. 이로써 3권이 마무리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역사에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은데다 눈뜨고 나면 권력관계가 바뀌는 상황을 놓치지 않으려면 소설인데도 역사서 못지 않게 집중력을 갖고 읽게 된다. 이런 책들을 읽고 있으면 인간이 이렇게 폭력적인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공자가 말했던, 사람이면 갖기 마련이라는 측은지심 같은 것들이 정말 있기는 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모습은 인간의 본성이 정말로 선한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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