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스캔들 - 은밀하고 달콤 살벌한 집의 역사
루시 워슬리 지음, 박수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첫인상, 아이고 빽빽하다! 글자들이 너무 많이 포진해 있다. 쉬엄쉬엄 한 챕터씩 읽어야지. 아무리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고 할지라도 숨막혀서 뒤쫓아가기 힘들 것 같다.

 

느리지만 한 장씩 책을 읽어가다보면  유럽인 특히 영국인들의 사생활을 엿보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집에 관한 이야기라서 그렇겠지만. 그동안 유럽의 왕조를 배경으로하는 영화를 보면서 왕가의 침실에 왜 저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지 궁금했었다. 서양은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아닌가. 그런데 옛 왕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을 보면 왕비의 침실에 무슨무슨 백작부인, 공작부인 등이 우르르 모여있는 장면이 좀 기이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렸다. 내 의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군주들에게 침실 정치는 단지 성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 17세기 후반까지 왕의 침실은 손님과 구경꾼을 맞이하거나 의식을 치르는 용도로 쓰였다. -104-

 

왕비의 침실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왕의 침실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고 머물 수 있는 사람이 권력의 가까이 갈 수 있었고 귀족들은 왕의 침실에서 왕을 알현하는 것을 자신들의 권리라고 여겼단다. 그래서 어떤 왕들은 개인 침실을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튜더 왕조 시대에는 임산부들이 출산하기 전에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도록 했다고 한다. 그만큼 출산과정에서 임산부의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튜더왕조하면 헨리 8세를 떠올리면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튜더 왕조, 스튜어트 왕조 등 영국의 왕가가 자주 등장하는데 왕조의 순서와 시대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내용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울 것 같다. 영국인들에게는 익숙한 것이겠지만 우리는 순서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영국의 역사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니까.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영국에서는 개인의 생애 어느 시기에 남의 집에서 고용살이를 하는 인구가 절반 가까이 되었다고 한다. 또 고용살이하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기지고 않았고 고용살이가 영국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특히 최상류층의 가정의 부엌은 주로 남자들이 담당했다. 최상류층 가정의 부엌이 남성 위주로 운영되던 경향은 17세기에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했는데 야망을 품은 젊은 남자들이 가사를 돕는 하인 대신에 의사나 법률가가 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용살이를 하는 하인의 지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중세를 벗어나기 시작한 시기부터 해가 지지 않았던 빅토리아 여왕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인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시기 유럽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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