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은 알지요 일공일삼 27
김향이 글, 권문희 그림 / 비룡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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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서정적인 동화이다. 내 어릴 적 풍경이 떠오르는 동화. 우리 세대들에겐 익숙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요즘 아이들에겐 어쩌면 해리포터보다 더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송화는 무당 할머니와 사는 12살 짜리 여자아이다. 그 또래의 시골아이에게 어울리게 감성적이고 때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친구와 싸우기도 한다. 그러다 비슷한 아픔을 가진 영분이란 아이와 절친이 되기도 하고. 제목만으로 알 수 있듯이 송화에게는 아픔이 있다. 자기를 낳다 죽은 엄마, 얼굴도 본 적 없는 아빠, 무당 할머니를 둔 아이... 

  자신을 끔찍하게 아끼는 할머니가 있음에도 늘 정이 그립고 누군가, 특히 아버지가 그리운 아이. 달님은 알지요. 아버지가 어디에 있는지, 그 아버지가 자신처럼 딸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왜 예전 우리들의 아버지는 곁에 없거나, 술에 취해 가족을 학대하거나, 가족을 돌보지 못하거나 그런 사람으로 그려지는지 모르겠다. 어릴적을 돌이켜 보면 그런 아버지들이 간혹 있었다. 술 먹고 온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거나, 학교간 딸 아이 책가방을 아궁이에 집어 넣어버리거나 하는. 동화든 소설이든 삶을 반영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볼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 어쩔 수 없다. 

  영분의 아버지는 끝내 가족들에게 평생의 아픔과 원망만 남긴 채 죽어 버렸고(우리 삶의 모습 그대로를 반영하듯), 송화의 아버지는 동화처럼 멋지게 돌아온다. 가족을 위해 집을 마련하고, 예쁜 장난감을 가지고 자랑스런 아버지로 돌아온다. 12년간의 아픔은 아버지가 돌아오는 그 순간, 아버지의 자리로 돌아오는 그 순간 모두 사라져 버린다. 12년 동안의 부재는 송화와 할머니를 더 잘 모시기 위한 아버지의 고된 노력과 기다림의 기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은 할머니다. 할머니의 삶은 우리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정신대를 피해 12살의 나이에 결혼을 하고, 6.25전쟁 중 남편을 찾아 월남해서 그 이후로 영영 홀로 살게 된 할머니... 전쟁 중에 잃어버린 아들을 겨우 찾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무당 노릇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싫어 집을 떠나간 아들... 할머니의 삶은 우리 민족의 삶인양 굽이굽이 힘든 길이었다. 할머니는 평생을 기다려온 아들과 함께 북녘 땅을 바라보며 마지막 굿판을 벌이며 할머니의 모든 한을 풀어낸다.  

  달님은 알지요.  북녘 땅 어디에 남편이,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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