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 연쇄살인범의 심리와 행동에 큰 관심이 있는 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나 다양한 해외 범죄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면서 그들이 어떤 과거를 가졌고 어떤 방식으로 범죄에 이르게 되었는지 파헤치는 과정에 흥미를 느껴왔다. <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는 어떤 다큐멘터리 보다도 생생했다. 연쇄살인범의 딸이 직접 쓴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제3자의 시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드워드 웨인 에드워즈는 내가 상상해왔던 사이코패스와는 달랐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사교적이고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었으며 교회와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회개한 삶을 사는 듯 행동했다. 사람들은 그를 좋아했고 그의 과거를 믿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이중적 모습 뒤에는 5건의 살인, 4번의 방화, 두 번의 탈옥이 있었다.
이 책은 내가 궁금해하던 실제 연쇄살인범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질문에 너무나도 현실적인 답을 보여주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일상 속의 얼굴, 가족에게 보여주는 이중적인 태도, 그로 인해 망가진 가족의 삶.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울타리 속에 섬뜩한 진실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에이프릴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정의 딸이었다. 캠핑도 가고 가족끼리 반려동물도 돌보며 지냈다. 하지만 일상은 이중적이었다. "나는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처럼 보였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가족 모두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지옥 같은 일상을 버틴 아이의 고통이 느껴졌다.
에이프릴은 아버지를 단지 증오하지만은 않았다. 어릴 적 아빠 무릎에 앉아 위로받던 기억, 따뜻한 말 한마디는 여전히 그녀 안에 살아 있었다. 에이프릴은 아버지를 사랑했던 기억과 그가 저지른 끔직한 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이 책은 범죄 실화인 동시에 한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재정의해 나가는 내면의 여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통해 누군가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는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연쇄살인범의 딸로서 피해자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위로를 전하며 자신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 여성이다. 읽는 내내 내가 알던 '연쇄살인범'이라는 단어가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괴물같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평범한 얼굴로 살아간다. 그 점이 이 책을 더욱 섬뜩하고도 진실되게 만든다.
#기억은눈을감지않는다 #사이코패스실화 #에이프릴발라시오 #연쇄살인범의딸 #실화바탕책 #범죄논픽션 #가정폭력 #사이코패스심리 #회복의서사 #용기의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