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All Loving - 한국인은 이렇게 사랑했다. Once there was a love in Korea.
이광수 지음, 김정호 편역 / K-Classics Press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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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All Loving

춘원 이광수

K-Classics Press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고전 소설이라고 하면 교과서에 실리고 지루한 느낌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한글의 위대함을 알리고 한국 문학을 세계에 소개하겠다는 의지로 원작의 깊이는 살리되 현대인인 내가 읽기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잘 다듬어져 있었다.

나의 아빠, 이 외로운 딸은 아빠의 곁을 향하여 갑니다. 저의 손을 잡아 주세요.

본문 중에서

특히 이 책이 인상적인 것은 페이지 양쪽에 한글과 영어를 나란히 병렬시킨 구성이다. 단순히 번역을 실어놓은 것을 넘어 우리말이 가진 미묘하고도 깊은 감정선이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 직관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작품이 연재될 당시에는 엄청난 센세이션이 일었다고 한다. 단행본으로만 1만 부가 팔렸다니, 당시의 문맹률을 고려하면 글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다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증오도 이념도 없이 오직 사랑과 정이라는 본질에 집중한 이야기에 순수하게 몰입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세상의 본질을 알고 미련 없이 그런 세상을 버리고 싶을 때에도 오직 한 가지 고마운 것은 너 하나가, 이 세상에서 오직 너 하나가, 나를 끝까지 아껴주고 순수하게 사랑해 준다는 것이다.

본문중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영어 문해력을 키우고 싶은 한국인에게도 유익할 것 같다. 억지로 암기하는 영어가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맥락을 이해하게 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내가 쓰던 모국어의 깊이를 재발견하는 시간은 꽤나 지적이고 우하한 취미 생활이 될 것이다.

호수는 우주의 신비를 품고 하늘을, 새들을, 구름을, 그리고 내가 섰을 때는, 나를 비춥니다.

본문 중에서

100년 전의 소설 속 인물들이 겪었던 오해와 아픔, 그리고 사랑은 형태만 다를 뿐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관계의 고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팍팍한 현실에 지쳐 마음이 굳어있다면 사랑의 의미와 뜨거운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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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 경성에서 서울까지, 시간을 건너는 미술 여행
우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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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우진영

한겨레출판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1920년대의 콘크리트 건물은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의 활기찬 표상이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빌딩과 그 사이를 메우는 회색 콘크리느는 그저 현실의 배경일뿐이다. 이 책에서 여러 의미의 콘크리트를 만날 수 있었다.

동시대 작가 정영주는 화려한 마천루가 아닌 재개발로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산동네의 판잣집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한지 위에 따스하게 불을 밝힌 그 집들을 보며 이 도시가 단순히 차가운 구조물이 아님을 깨닫는다.

오늘의 도시는 '혼자'가 익숙한 곳이다.

본문 중에서

계절이 바뀌는 것도 잊은 채 바쁘게 살다가 문득 달력을 보고 놀랄 때가 있다. 벌써 12월이라니. 3부 계절을 통과하는 감각을 읽으며 잊고 있던 시간의 흐름과 그 속에 피어나는 생명력을 다시 만났다. 특히 한국전쟁이라는 가장 비극적인 시기에 오히려 가장 화려하고 명랑한 색채로 여름을 그린 백영수의 작품은 마음을 울렸다.

포화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해바라기를 보며 어쩌면 예술과 삶이란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뚫고 기어이 희망을 피우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내 작가가 수만 개의 점을 찍어 완성한 여름 밤하늘도 너무 생동감 있었다.

특유의 제주 문화는 어떤 날은 매우 따스하고 감동이었고, 어느 날은 무척이나 숨 막히고 부담스러웠다.

본문중에서

마치 수행하듯 점 하나하나를 찍어 내려갔을 그 인내의 시간은 매일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나의 일상과 겹쳐보였다. 혹독한 겨울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더라도, 그 끝에는 반드시 나만의 색채가 피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서 전해져 왔다.

조선의 계절은 정말 이토록 찬란했을까. 그 시절의 햇빛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본문 중에서

이 책에서는 각자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지만 예술이라는 끈을 통해 시댈들 건너, 공간을 넘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밤하늘에 뜬 별처럼 반짝이는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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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자리 사용 설명서 - 일러스트로 즐기는 점성술 호텔
규도 나기 지음, 김소영 옮김 / 잇담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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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자리 사용 설명서

규도 나기

잇담북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의 별자리 사용 설명서>의 표지를 넘기는 순간 펼쳐지는 규도 나기 작가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일러스트는 마치 잘 꾸며진 아트북을 감상하는 것 같았다. 점성술이라는 복잡하고 난해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예쁜 그림들 덕분인 것 같다.

세상에 이 시기엔 어떻게 흘러갈까를 고민하기보다 '이 시기의 나는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해야 더 즐겁게 노력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문 중에서

페이지마다 정성스럽게 그려진 별자리를 의인화한 이미지는 그 자체로 너무 예뻐서 책을 펼쳐두기만 해도 인테리어 소품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점성술을 공부한다는 느낌 보다는 동화책을 읽듯이 편안하게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내 천궁도를 해석할 수 있는 기초 지식이 차곡차곡 쌓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내 모습이 혼란스러울 떄가 있다. 회의 시간에는 누구보다 냉철하고 논리적인 척 하다가도 친한 동료 앞에서는 감정적이 되거나 주말에는 아무도 만나기 싫어 동굴로 숨어버리는 모순적인 모습들 말이다.

행성이 특정 영역에 몰려 있다면, 그 성향이 당신의 성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본문중에서

이 책에서는 자신에게는 하나의 별자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 달, 수성, 금성 등 여러 행성이 각기 다른 별자리에 위치하며 복합적인 자아를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다채로운 일러스트들은 내 안의 여러 자아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날짜를 걸쳐 운세를 점치면 특별히 좋은 날이나 나쁜 날은 의외로 적고, 대부분의 날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의 후반부에 담긴 '더블 차트'와 궁합 이야기는 꽉 막힌 관계에 숨통을 트여주는 유용한 팁을 제공한다. 관계의 문제를 심각한 갈등이 아닌 서로 다른 별들이 만나는 우주적 현상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타인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준다. 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혹은 소중한 사람을 아끼는 마음으로 선물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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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고 싶은 동네 - 늙고 혼자여도 괜찮은 돌봄의 관계망 만들기
유여원.추혜인 지음 / 반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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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고 싶은 동네

유여원, 추혜인

반비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일 뉴스에서는 국민연금 고갈을 경고하고 재테크 책들은 지금부터 아껴 쓰고 투자해서 수십 억은 모아야 비참하지 않게 늙을 수 있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일하고 돌아오는 길이면 과연 돈만 있으면 내 노후는 안녕한것인지 의문이 든다.

아플 때 누가 내 곁에 있어줄까, 혼자 늙어가는 것이 외롭지는 않을까 하는 근원적인 불안함은 통장 잔고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법이다. 이 책은 돈이 아닌 관계로, 각자도생이 아닌 함께 돌봄으로 나이 듦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미있는 건 '나를 돌봐줬으면 싶은 사람'과 '내가 돌보고 싶은 사람'이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본문 중에서

서울 은평구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에서 비혼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실제로 일궈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따뜻한 기록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독립하자마자 마주한 것이 '텅 빈 돌봄의 자리'라고 말한다. 아플 때 물 한 잔 떠다 줄 사람이 없는 현실이 비혼 여성들이 마주한 독립의 이면이었다.

저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혈연 가족이 아닌 새로운 돌봄의 관계를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살림이다. 사람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것은 나이 듦 그 자체가 아니라 나이 들어 약해졌을 때 고립되는 상황일 것이다.

돈도 좋지만, 근육 부자가 찐 부자야!

본문중에서

저자들은 두려움을 혼자가 아닌 함께 해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주고, 아플 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관계망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립이자 노후 준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살림의원은 기계가 아니라 관계로 건강해진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한글을 모르는 당뇨 환자에게 약 대신 한글 교실을 권하고 그로 인해 환자가 자신감을 얻고 건강을 회복하는 치유의 과정도 있었다. 약이 아닌 좋은 사람을 처방한다는 개념이 정말 근사해 보였다.

당신이 함께한다면,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고 돌봄이 필요할 땐 충분히 돌봄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어요.

본문 중에서

내가 쓸모없어지면 버려질지 모른다는 공포 대신 내가 약해져도 누군가 나를 기다려주고 맞춰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공동체, 치매에 걸려도, 거동이 불편해도 내가 살던 마을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내 집 마련보다 더 시급한 노후 대책이 아닐까. 나의 노후가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나이들고싶은동네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에세이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직장인독서 #노후준비 #비혼라이프 #공동체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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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필요한 순간 - <명의> 작가가 17년 동안 만난 기적의 순간들
양희 지음 / 몽스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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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필요한 순간

양희

몽스북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두려운 순간은 사랑하는 가족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순간이다. EBS 다큐멘터리 <명의>를 17년간 집필한 작가가 펴낸 <명의가 필요한 순간>은 두려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단단한 지침서다.

단순히 병을 잘 고치는 기술자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짜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막막한 병원 문턱 앞에서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던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은 언제나 기적 같은 일이다.

본문 중에서

흔히 명의라고 하면 신의 손을 가진 기적을 행하는 의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은 화려한 단어 뒤에 숨겨진 의료진의 땀과 눈물에 주목한다. 대장암 명의 김남규 교수는 '의사는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2007년과 2023년의 대장암 생존율 변화는 엄청났다.

단순히 의학 기술이 발전해서가 아니라 환자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린 의사들의 집요함이 만들어낸 희망의 숫자였기 때문이다. 이 책 속의 의사들은 화자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치환하며 그 고통 속으로 기꺼이 걸어 들어간다.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내가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것들도 멀리하겠노라.

본문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진정한 명의란 병을 없애는 사람이 아니라 병을 가진 사람을 온전한 인격체로 대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뇌혈관 수술과 같은 초고난도 수술 현장에서 의사들이 짊어지는 중압감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은 그 무게를 기꺼이 견디며 누군가의 생명을 잇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다.

투석을 제안 드릴 적에 갑자기 말씀드리면 환자분은 안 옵니다. 어디로 오는가 하면 나중에 응급실로 오십니다.

본문 중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기적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묵묵한 노력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임을 이 책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암을 치료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의미 있게 살려고 치료받는 것이라는 종양내과 이진수 박사의 조언도 인상 깊었다. 환자가 의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의사도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명의들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치료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지 미리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 책이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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