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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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의 나날들을 곱씹는, 현장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정리하여 쓴 것 같은 묘사가 생생한 소설입니다.

 

본문 중 '억울한 주검의 독백'

 

중략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그들의 얼굴을 보고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에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의 악몽에서 피 흐르는 내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나를 쐈지 왜나를 죽였지.

 

책 속의 독백이 아니라 진짜 현실로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그들을 응징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공수특전단의 시민을 향한 총질은 '애국가'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음식을 나눠 먹을  때, 의미 있다고, 중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순간 마다, 하물며 가족들은 피붙이의 '싸늘한 주검' 앞에서도 애국가를 불렀습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뭐이 중헌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시간적 흐름대로 사실에 입각하여 기록 하였다면, '소년이 온다'는 감정의 흐름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기억의 공포감' 세월이 지나도 쉅게 잊혀지지 못하는 '생의 공포감'은 피해자가 아닌 쏘라고 명령한 이들의 자손만대로 이어져야할 '무서운 공포'여야만 하겠습니다.

 

아무리 무서운 도덕이나 어마어마한 법으로 응징하기에는 너무도 작기 때문입니다. 너무도 너무도 정말 너무도 공허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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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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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는 ˝밥˝ ˝돈˝ "몸" "길" "글" 등 5가지를 주제로 인생을 되돌아보는 약간은 주제가 무거운 산문입니다. 라면 한개에 이렇게 많은 인생사가 담겨 있을 줄 몰랐습니다. 거저 간단한 요깃거리 정도로 생각 했는데 참 새삼스러울 따름입니다.


특히 제2부 "돈"편에서 1999년 5월 서형진 소방사는 여수 중앙시장 화재현장에 출동하여 악전고투하며 화재와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보증금 1800만원짜리 전세아파트와 26세의 젊은 아내, 3개월된 젖먹이 아들, 그리고 노부모를 남기고......

아내의 손에 며칠전 받은 월급 만원짜리 여섯장도 남기고......

 

옛 선비들은 만번 옳은 일을 했지만 한번만 실수를 해도(一爲不善 衆善皆亡) 인생자체가 개(?)망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그 개념이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의혹은 의혹으로 끝나고......

 

모 대기업 출신의 대통령 이후 낮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厚顔無恥)는 한층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후안무치는 철면피(鐵面被)를 넘어 얼굴에다 오만 잡 것들을 덧대어 용접한 것 같은 형국입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지도자가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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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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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편지글 이라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이 편안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자 한자 의미를 느끼시며 읽으시면 무한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좋은 가르침 하나, 많이 배워 지식을 차곡차곡 쌓은 사람은 정제된 언어와 논리를 구사하지만 도가 넘치면 '도깨비'로 만족해도 될 일을 '노랑도깨비' '파랑도깨비'로 굳이 구분하려 하고, 많이 못 배운 이는 행동이 손으로 만지듯 시원시원하고 화끈하지만 코와 눈썹을 구분하지 못하고, 아이를 목욕시킨 목욕물을 버릴 때 아이도 같이 버리는 우(愚)를 범하기도 한다는 비유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넘침과 모자람의 상선(上善)은 무엇인지, 쓸데없이 도깨비의 색깔을 구분하고 있지나 않았는지, 목욕물을 아이와 같이 버린 일은 없었는지......

 

좋은 가르침 둘, 이 책에는 부모님을 공경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가족이라면 진정으로 그래야 하지만, 나는 과연 그랬는지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좋은 가르침 셋, 사람에 대한 믿음입니다. 필자가 겪은 "청구회의 추억"에서 보듯이 사람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 곳곳에 베여 있습니다. 나는 과연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했는지 뒤돌아보게 됩니다.

 

좋은 가르침 넷, 감옥에서 동료에게 호의를 베푼다고 치약이나 비누 한 장을 나누어 쓰려고 하면 끝까지 거부하는 동료들이 있다고 합니다. 너무 고지식 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런 호의 뒤에는 여러가지 댓가를 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도 오랜 미덕이지만 이 또한 동정이란 것으로 포장되어 객관적인 문제의 핵심을 흐리게 하는 인정주의의 한계를 가지며, 주관적으로 상대방의 문제 해결보다는 자기 양심의 가책을 감추려는 도피주의의 한계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주변 동료에게 동정이란 이름으로 손해를 보인 적이 없는지 뒤돌아 볼 일입니다. 

 

그 밖에도 서예 선생님 방문 이야기, 나팔수 이야기 등 여러가지 사연들에서 무한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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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 출간기념50주년 제4판 까치글방 170
토머스 S.쿤 지음, 김명자.홍성욱 옮김 / 까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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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쿤은 사람들이 잘 쓰지않던 단어인 패러다임 - 어떤 한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를 의식하는 개념 - 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어 상용화 시킨 과학자이자 철학자입니다. 어떤 집단을 주도할 수 있는 권력이나 지위이자, 어떤 한집단이 다른 집단을 대상으로 행사하는 정치, 경제, 사상 또는 문화적 영향력을 지칭하는 용어 헤게모니(패권)와는 구별됩니다. 

 

토마스 쿤이 주장한 과학혁명의 구조는 1)정상과학 2)퍼즐맞추기 - 사실들의 조각끼워 맞추기 - 3)패러다임 4)변칙현상 - 패러다임의 붕괴 조짐 -  5)위기 - 패러다임 붕괴 현실화 -  6)혁명 순으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과학 현상을 정반합의 변증법과 비슷한 양상으로 세분화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읽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과학사의 발전과정과 그 구조를 파악하는 의미있는 책입니다. 고딩에게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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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
김진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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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김동춘교수님은 우리나라 60대이상 대부분은 '구조맹'이라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물론 60대이상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20~30대도 '구조맹'은 존재합니다. '문맹' '컴맹'도 안타깝지만 전후관계를 따져보지 못하고 한가지에만 집착하여 구조를 보지 못하는 '구조맹'

 

"5분 - 세상을 맞이하는 시간"은 '구조맹'이 구조를 깨우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뉴스타파에서 발표한 내용에 전후관계에 대한 설명과 이에 곁들인 문장 또는 단어의 정의를 풀어서 설명하여, 어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돕고, 모든 사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감각을 향상시켜 줄 것입니다. 이땅의 '구조맹'들은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구조를 좀 더 이해하고 싶은 사람도 물론입니다.

 

아나운서 머드와 지학순주교님의 용기, 대자보 "안녕하십니까?"의 주인공 주현우의 다른 각도의 용기와 깨우침, 아들의 학원비 47,000원을 "노란봉투" 모금에 보낸 아주머니의 가슴 아픈 용기, 험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입니다. 

 

구조를 깨우치는데 도움이 된 단어 해설도 빛나 보입니다. 자신과 비슷하거나 나약한 사람에게 드러나는 "수평폭력"과 자신의 속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가 아닌 다른 계층을 대변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계급배반투표"도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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