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의 나날들을 곱씹는, 현장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정리하여 쓴 것 같은 묘사가 생생한 소설입니다.

 

본문 중 '억울한 주검의 독백'

 

중략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그들의 얼굴을 보고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에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의 악몽에서 피 흐르는 내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나를 쐈지 왜나를 죽였지.

 

책 속의 독백이 아니라 진짜 현실로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그들을 응징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공수특전단의 시민을 향한 총질은 '애국가'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음식을 나눠 먹을  때, 의미 있다고, 중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순간 마다, 하물며 가족들은 피붙이의 '싸늘한 주검' 앞에서도 애국가를 불렀습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뭐이 중헌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시간적 흐름대로 사실에 입각하여 기록 하였다면, '소년이 온다'는 감정의 흐름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기억의 공포감' 세월이 지나도 쉅게 잊혀지지 못하는 '생의 공포감'은 피해자가 아닌 쏘라고 명령한 이들의 자손만대로 이어져야할 '무서운 공포'여야만 하겠습니다.

 

아무리 무서운 도덕이나 어마어마한 법으로 응징하기에는 너무도 작기 때문입니다. 너무도 너무도 정말 너무도 공허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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