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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총, 균, 쇠는 생물학과 인류학의 권위자이며 ‘한글’ 예찬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명저이며 1998년 퓰리처상을 받은 걸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민속학자인 제임스 조지 프레이어의 걸작 ‘온 누리에 깔린 다산과 풍요, 귀신달래기의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황금가지”와 맞닿아 있고, 번역자인 김진준은 칼세이건의 “코스모스”와 비견할 만하다고 옮긴이의 글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면 “문화적 차이는 환경적 차이의 산물이다”입니다
사회가 인간의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환경의 차이 때문에 각 대륙마다 다르게 발전했고, 더하여 진보된 기술, 중앙집권적 정치조직, 그 밖의 복잡한 사회의 다른 특징들은 오직 잉여생산의 축적이 가능한 인구밀도가 높은 정주사회에서만 나타났고, 농업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물화가축화가 가능한 야생식물과 동물 종은, 대륙에 따라 매우 불균형하게 분포했고 작물화 및 가축화가 가장 용이한 야생종은 지구상에서 아홉 군데 협소한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곳은 식량생산을 최초로 시작한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살던 최초의 거주자들은 총기와 병원균과 금속을 발전시켜 주도적인 위치를 선점했고 그들의 언어와 유전자가 가축, 농작물, 기술, 문자 체계와 더불어 고대에서 현재까지 세계를 주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간 사회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소들도 첫째 가축화 작물화의 재료인 야생 동식물의 대륙 간의 차이와 잉여식량을 축적하는데, 아무런 기술적 정치적 이점이 없어도 순전히 그 숫자만으로도 군사적 이점을 갖는 대규모 인구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이기 때문이고, 둘째 대륙간 확산과 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동서 방향으로 생태적 지리적 장애물이 비교적 적은 유라시아가 가장 빠르고, 아프리카, 남북 아메리카 순으로 느리며 셋째 각 대륙 ‘사이’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어떤 대륙은 다른 대륙에 비해 더 많이 고립되어 있고 대륙간 확산 난이도 역시 각각에 따라 다르며, 넷째 각 대륙의 면적 및 전체 인구 규모의 차이로 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다는 것은 곧 잠재적인 발명가의 수도 많고, 서로 경쟁하는 사회의 수도 많고, 도입할 수 있는 혁신의 수도 많다는 뜻입니다.
지금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선진국인 중국을 추월한 이유로 중국은 일찍 통합되었고 대부분의 기간 동안 통합을 유지한 반면, 유럽대륙은 대부분의 기간 동안 분열되었고, 분열된 유럽을 박해받는 개혁가에게 피난처와 그 외의 지원책을 제공하고 각 나라 사이의 경쟁을 촉진함으로서 기술, 과학, 자본주의의 진보를 육성하였지만, 통합된 중국은 주철, 나침반, 화약, 종이, 인쇄술 등 그나마 앞서갔던 기술마저 퇴보하고 말았으며, 파벌 혹은 지도자의 판단에 의거한 잘못된 결정(예 : 문화혁명)들은 이를 가속화하였고 통합으로 인한 경쟁의 부재가 혁신을 주춤하게 만들었습니다. 통합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레드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 그 후의 이야기에서 총, 균, 쇠의 주제는 고대세계를 이끈 원동력 뿐 만아니라 현대세계 연구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던 사건은 모리오리족과 마오리족의 잔혹한 충돌이었습니다. 뉴질랜드 동쪽 채턱제도에서 수세기에 걸쳐 살아오던 모리오리족은 마오리족과의 분쟁을 전통에 따라 평화롭게 해결하고 물자까지 나눠주기로 결의하였으나, 무장한 마오리족 500명에게 몰살당하고 말았습니다. 모리오리족은 소수의 수렵 채집민으로 간단한 기술과 무기 밖에 없었고 전쟁경험이 전무 했으며 지도층이나 지도력이 부족했으나, 마오리족 침략자들은 격렬한 전쟁이 만성적으로 되풀이 되는 조밀한 농경민사회에 속해 있었고 더 발전된 기술과 무기를 갖추고 강력한 지도층의 지휘에 따라 움직였으며 ‘습관대로 섬을 점력하고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으나 이 두 집단 모두 1000년경 뉴질랜드로 이주했던 폴리네시아 농경민의 후손이라는 점입니다. 피사로가 아타우알파를 정복한 이유는 ‘하느님과 그의 성스러운 카톨릭 신앙을 만민에게 알리기 위함’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같은 농경민의 후손을 몰살시킨 마오리족의 행동은 선 듯 이해하기가 어려웠으나 두 집단간 환경적 차이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