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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편지글 이라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이 편안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자 한자 의미를 느끼시며 읽으시면 무한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좋은 가르침 하나, 많이 배워 지식을 차곡차곡 쌓은 사람은 정제된 언어와 논리를 구사하지만 도가 넘치면 '도깨비'로 만족해도 될 일을 '노랑도깨비' '파랑도깨비'로 굳이 구분하려 하고, 많이 못 배운 이는 행동이 손으로 만지듯 시원시원하고 화끈하지만 코와 눈썹을 구분하지 못하고, 아이를 목욕시킨 목욕물을 버릴 때 아이도 같이 버리는 우(愚)를 범하기도 한다는 비유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넘침과 모자람의 상선(上善)은 무엇인지, 쓸데없이 도깨비의 색깔을 구분하고 있지나 않았는지, 목욕물을 아이와 같이 버린 일은 없었는지......
좋은 가르침 둘, 이 책에는 부모님을 공경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가족이라면 진정으로 그래야 하지만, 나는 과연 그랬는지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좋은 가르침 셋, 사람에 대한 믿음입니다. 필자가 겪은 "청구회의 추억"에서 보듯이 사람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 곳곳에 베여 있습니다. 나는 과연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했는지 뒤돌아보게 됩니다.
좋은 가르침 넷, 감옥에서 동료에게 호의를 베푼다고 치약이나 비누 한 장을 나누어 쓰려고 하면 끝까지 거부하는 동료들이 있다고 합니다. 너무 고지식 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런 호의 뒤에는 여러가지 댓가를 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도 오랜 미덕이지만 이 또한 동정이란 것으로 포장되어 객관적인 문제의 핵심을 흐리게 하는 인정주의의 한계를 가지며, 주관적으로 상대방의 문제 해결보다는 자기 양심의 가책을 감추려는 도피주의의 한계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주변 동료에게 동정이란 이름으로 손해를 보인 적이 없는지 뒤돌아 볼 일입니다.
그 밖에도 서예 선생님 방문 이야기, 나팔수 이야기 등 여러가지 사연들에서 무한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