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인문학 - 삶의 예술로서의 인문학
도정일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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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 질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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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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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에서, 먹고사니즘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이 가닿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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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이자 인문학자 도정일 선생은 저 질문 안에서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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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24

우리가, 또 많은 경우에 우리 사회가, 종종 잊고 있는 것은 이런 근원적 질문이며 그 중요성이다. 돈 벌어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잘산다는 것의 의미는 ‘행복’을 떠나 존재하지 않고, 행복은 “무엇이 행복인가?”라는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 속에서만 의미를 부여받는다. 우리에게 행복은 무엇인가? 인간은 어느 때 가장 행복한가? 잘 먹고 잘살면서도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면 그 이유는?

-<만인의 인문학> '근원적 질문 던지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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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인문학>은 도정일 선생이 각종 매채애 기고했던 글 들을 모아 2월에 출간한 책이다. 인문학자이므로 그의 글이 인문학적이겠지만, 이 책은 특히 ‘삶의 예술로서의 인문학’의 부제에 적합한 글들을 모아 묶었다. 위 인용한 내용(질문)은 1995년 글이다. 25년도 더 전에 했던 저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시간을 초월해 언제든 화두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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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과 2021년, 사람들의 삶의 양식과 태도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가장 큰 변화는 인터넷일 것이다. 그 때는 각 가정에서 PC를 가지고 있지도 않을 때였고, 지금은 누구나 내 손안에 컴퓨터를 들고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컴퓨터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원하는 정보를 취하고 하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사고 싶은 것을 산다. 정보의 평등이 이루어졌다고 여기지만 과연 그러한가? 한편, 그 때나 지금이나, 아니 몇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 삶의 양식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류탄생부터 지금껏 변치 않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잘 먹고 잘 살고 그리하여 행복하길 원한다. 이것은 하나의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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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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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행복은 무엇인가?"

"인간은 어느 때 가장 행복한가?"

"잘 먹고 잘살면서도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면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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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히 명제라고 했던 문장은 위 세 질문의 그물에 모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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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행복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인데 가장 행복한 때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잘 먹고 잘 살아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 이유 역시 제각각이며 몹시도 개인적인 이유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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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지인의 모임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는 거의 도박판이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주식과 코인투자에 달려들고 있다. 어제 들은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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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은 한 달 전부터 코인 투자(투자인지 도박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를 시작했다. 주식이고 코인이고 평생 해본 적 없었는데 다니고 있는 회사(케이블제조납품업체)의 직원들이 대부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동료의 권유로 시작했다. 20년 넘게 그 회사에 몸 바쳐 다닌 창립멤버라 할 수 있는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끼고 있으며 이런 투자라도 해서 급여 외에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 가내공업으로 출발했던 회사는 이제 어엿한 중소기업이 되어 매출이 수직상승하고 있음에도 직원들의 복리후생은 초창기보다 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며 사장은 어떻게든 급여를 적게 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회사를 그만둘 순 없으니 남들 다 한다는 주식투자를 하고 싶지만 그건 어려우니 코인투자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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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이야기를 자세히 한 이유는 지인을 포함한 그들이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만나온 그 사람이 그렇게 들떠서 무슨 종교 전도하듯이 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동료들이 수익을 얻은 사례까지 자랑스레 말했다. 회사를 이전보다 즐겁게 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지인의 생기 넘치는 목소리와 표정을 보며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먹고 사는 게 어려운 정도는 아니지만 남들이 투자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니 나도 하고 싶다! 그렇게 발을 들인다! 재미있고 돈도 벌고 얼마나 좋냐! 고 했다.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그 투자의 끝에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악담이 아니고 지인의 사례로 일반화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제 젊은이들이 영끌해서 주식투자한다는 뉴스는 새롭지도 않다. 나는 그런 뉴스를 보며 남의 일인줄, 20~30대들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내 주위의 사람들까지 투자 바람에 빠져들 줄은 몰랐다. 나이가 많건 적건 대한민국에서 안정적인 미래를 기대하기란 어려우므로 각자도생의 한 방편이 투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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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마지막 질문, 잘 먹고 잘 살아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유를 물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기본적인 의식주의 충족을 너머 자신이 하고 싶은 뭔가를 하며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돈을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면서 행복하다면, 역시 그것으로 되었다. 시한부라도 상관없다. 그러나 도정일 선생의 질문 속 행복과는 거리감이 있다. 그가 말한 부자는 이러하다. 위 글의 마지막 문단을 인용한다.

p. 125

구석기 인류는 왜 동굴벽에다 그림을 그려야 했던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해당 분야의 학자가 되고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 근원적 질문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궁금증과 호기심을 촉발한다. 바로 이 상상력, 궁금증, 호기심이 인간의 힘이고, 그의 상표가 아니던가? 그것 없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근원적 질문 던지기의 능력은 어쩌면 당신의 상상력을 키워 큰 부자가 되게 해줄지도 모른다. 더더욱 좋은 일 아닌가.

예술로서의 인문학을 말하면서 선생은 동굴벽화를 자주 인용했다. 먹고 사는 것과 상관없어 보이는 그 활동, 벽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석기 시대 사람들은 왜 한 걸까? 저자는, 그 질문을 던지고 답을 생각해보는 것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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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 생계 유지가 되지 않을지언정 인문학적 질문이, 인문학적 사고가,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 <만인의 인문학>에 실린 글들은 발표된 지 20년이 넘은 지금도 유효하다. 선생은, 자신의 모습을 타인을 세상을, 똑바로 보라고 주문한다. 몇몇 철학자는 ‘행복’을 일시적인 감정이라고 했다. 며칠 혹은 몇 시간 지속되지 않을지라도, 내가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인가? 그 감정이 드는 순간을 자주 만들어 보려 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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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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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존재하는 한 비리와 부패는 늘 우리 주위에 독버섯처럼 자라왔다. 이 지구촌에 비리와 부패가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부패 공직자를 응징하고 처단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아마 우리나라만큼 그들에게 국민 화합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준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제 깨어있는 시민들이 나서야 할 차례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사법기관에 더 이상 맡길 수는 없다. 대안이 없다고 고민하기 전에, 철저한 감시자가 되고 집행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직무다.

 

“감시자로서의 국민의 역할”이라는 책 속 칼럼 내용이다. 국민이 집행자가 되어야 한단다! 직접 나서라고? 대한민국 국민은 세상이 요지경 속이어도 각자도생하기 벅차다. 친일파 후손들이 독립운동가 후손보다 호의호식하며 떵떵거리고, 정경유착으로 재벌이 대를 이어 경제 권력을 틀어쥐고 있으며. 감시견제 해야 할 언론은 정치권력으로 변신한 검찰과 쿵짝을 맞추고 있다. 언론이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포털싸이트에 편집권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뉴스 기사를 AI가 띄우기 때문에 회사의 개입이란 있을 수 없다고 했으나 MBC의 취재에 의하면 아니었다.

 

이러한 대한민국에서, 먹고 살기 바쁜 시민들이 권력을 감시하고 나쁜 놈들 벌주는 집행자가 되라고? 어불성설이다. 소설 속에서라도 대신 집행해주길 바란다. 조완선 작가의 <집행관들>에서 그들이 행동한다. 소설 초반에 사망한 4명은 악질 고문형사이자 민족 반역자, 부패정치인과 공직자, 악덕 기업가이다. 우리 사회 기득권이면서 적폐세력이다. 그런 이들을 하나하나 처단해나가는 작업이 작가에게는 카타르시스였을 것 같고, 독자에게는 대리만족감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일었다. 실제로는 저런 인간들 처리 못하고 책으로 만족해야 하다니...

 

요즘 드러나는 서울과 부산 시장 후보 둘의 행태를 보면 놀랍지도 않다. 저들이 하는 짓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이 드러나도 거짓말로 일관하며, 무엇보다 국민들 앞에 너무나 당당한 저 태도에 치가 떨린다.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거리낌 없이! 너희들도 할 수 있으면 해봐! 못할 거면 닥치고 있든가!” 이러는 것 같다. 침묵하는 언론,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 알아도 정치인들 저러는 게 하루 이틀 일이냐며 체념하는 사람들... 그렇게 기득권은 공고해지고 시장 후보들보다 더 심각한 이들도 잘 먹고 잘 산다.

 

집행관들은 공통점이 있었는데 모두 가족을 잃었거나 억울하게 당한 경험이 한이 되었다. 감독의 역할을 하고 있는 허동식은 아내가 철거현장을 촬영하다가 깔려 죽었고, 아주일보 정기자는 남동생이 군대에서 의문사했다. 역사학 명예교수 송기백과 최주호 교수, 정보요원등 집행관들도 각계 각층에서 제 목소리를 내거나 음지에서 활약하는 이들이다.

 

집행관들이 위정자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장면에서는 통쾌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검찰에게 꼬리가 밟혀서 한발한발 뒤를 옥죄어 올 때는 침이 꼴깍 넘어갔다. 이렇게 빨리 잡히고 마는 건가? 그럼 너무 싱겁잖아? 싶었다.

 

우리나라 검찰이 비리의 온상임이 계속 드러나면서 신뢰를 잃은 조직이 되었지만 이 책에서는 그래도 집행관들의 꼬리를 잡는다. 팔 다리까지 뜯겨져 나갔으나 몸통은 잡지 못했다. 마지막에 집행관 조직이 와해되면서 허무하게 끝나는가 싶었는데 몸통이 살아있는 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님을 암시했다. 집행관들의 일은 멈추지 않을 것임을!

 

400여쪽이 넘는 분량이었으나 대사 장면이 많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어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마치 영화 한편 본 기분이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이기에 뒷맛은 씁쓸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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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 - 아이언맨과 아리스토텔레스를 함께 만나는 필름 속 인문학
라이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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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의 서평단에 신청했다. 유튜브 채널 ‘라이너의 컬처쇼크’를 즐겨보고 있기 때문에 영화와 철학을 버무리는 시도를 했다니 궁금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소리도 없이>를 보고나서 검색하다가 라이너가 해석한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영화를 보고 좋다는 건 알겠는데, 아니 배우들의 연기 훌륭하고 연출도 좋다는 건 알겠는데 나는 뭔가 찜찜했다. 뭐랄까? 모순된 감정이 든다고 해야 할까... 분명 유아인(태인)과 유재명(창복)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맞는데 나는 그들이 별로 잘못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자꾸만 두둔하려는 맘이 피어올랐는데 그것은 마지막 씬에서 정점을 찍었다. 유괴당했던 문승아(초희)가 학교로 돌아가 선생님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한 행동은 태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것이었다. 초희의 당연한 행동을 보며 배신감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뭐지? 싶었던 거다. 내 맘을 나도 몰라 숙제의 답을 찾듯 돌아다니다가 보게 된 라이너의 <소리도 없이> 해설을 보고 이마를 탁 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소리도 없이>에서 잡아낸 단어는 ‘위장’이었다. 영화 후반부 화목한 가족의 한때처럼 보이는 장면 속에 그들은 모두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위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시민가장의 가면을 쓴 창복, 순박한 장남의 가면을 쓴 태인, 착한아이 가면을 쓴 초희까지 그들은 유사가족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을 찍으며 하하호호 웃고 있는 그들이 하는 그 행동은 사실 협박을 하기 위해서다. 유괴범이 돈을 뜯기 위해 유괴당한 아이에게 직접 편지를 쓰게 하고 웃으며 사진을 찍는 장면이었다. 나는 그 장면에 속아넘어간 것이다. 가면을 쓴 모습과 유사가족으로 위장한 그들을 진짜라고 착각한 것이다. 그러니 마지막에 당연한 초희의 행동에 놀란 것이다. 라이너는 이렇게 내가 눈치 채지 못해서 어리둥절하는 지점을 딱 집어 설명해 주었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그만큼 라이너에 대한 신뢰감이 있어서 책이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는 뜻이다. <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는 한 권으로 영화와 철학을 같이 만날 수 있다. 11편의 영화에 11명의 철학자를 접목시켰고 최신영화부터 고전까지 망라했다. 철학이 들어가서 어렵다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책은 철학서가 아니므로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라이너의 컬처쇼크’를 구독하는 사람이나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영화를 해설하고 라이너의 스타일로 해석해내는 것에 철학이 조금 추가되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독자들이 부담없이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썼다.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철학이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말이 늘 안타깝습니다. 글을 쓰면서 가장 크게 고민한 것은, 내가 지닌 재산을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정확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전달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철학자 11명의 사유를 말하려면 책 11권이 더 있어도 부족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힘을 빼고 그저 영화를 읽는 하나의 시각을 제시하고, 어렵게만 받아들이는 철학을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대로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철학자들의 사상에 ‘영화’라는 돋보기를 갖다 댄 것이지요. 영화와 철학이 동시에 다루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사유가 가능함을 말하고 싶었으나 때로 깊이가 얕은 부분은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명한 영화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을 선택한 독자라면 영화와 철학에 관심이 있어서 선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목차를 살펴보고 자신이 본 영화부터 읽기 시작해도 되고, 아직 안 본 영화라도 관심 가지고 있었다면 그 꼭지부터 읽어도 될 것이다. 이런 책은 그냥 읽고 싶은 것부터 읽어도 된다!

 

나는 목차를 보고 ‘그래비티 x 쇼펜하우어’를 가장 먼저 읽었다. 영화 <그래비티>를 감명 깊게 봤기 때문이었는데 라이너가 이 꼭지의 제목도 잘 뽑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이 꼭지를 소개할텐데 다른 꼭지도 유사하게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그래비티>는 쇼펜하우어의 철학 세계를 그대로 그려낸 것 같다고 시작한다. 쇼펜하우어의 말에 따르면 생은 곧 고통이고, 이 세상은 모두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데, 영화의 주인공 라이언 스톤의 생도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라이언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선택은 고립되는 것, 고요함 속에 침전되는 것인데 이것은 마치 쇼펜하우어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시한 체념과 맥이 닿아 있다는 설명 다음으로 서양 철학사 속으로 조금 더 들어간다.

 

 

그리고 쇼펜하우어의 ‘개별화의 원리’ ‘범신론’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철학과 영화 사이를 오가다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p.160

쇼펜하우어의 말마따나 세상은 약한 의지를 지녔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언제나 삶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가 말한 체념과 금욕의 덕은 결코 삶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돌아와야 하는 곳은 적막과 체념의 세계가 아니라, 지겨울 정도의 소음이 존재하고 중력이 지배하는 지구입니다. 집착은 버리거나 잊는 것이 아니라 ‘놓아주는 것’이고, ‘놓아주는 것’에는 우리의 주체적인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삶을 향한 의지는 그 무엇보다 아름답습니다.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라이언의 뒷모습처럼.

 

 

각 꼭지의 마지막에는 ‘Inside the Moivie’와 ‘Inside the Philosopher’라는 페이지를 두어 영화와 철학자를 한 번 더 정리해주는데 앞 내용과 겹치지는 않는다.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철학에 관심이 있다면 영화와 철학을 접목시킨 이 책도 흥미로울 것이다. ‘라이너의 컬처쇼크’구독자라면 눈으로 읽는 텍스트가 라이너만의 독특한 억양으로 읽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진심 놀랐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너가 읽어주더라~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단점이 있라이너만의 영화 해석에 더 비중을 두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면 철학시사회라는 제목에 안 맞았겠다. 그러면 철학은 빼고 영화만 얘기하는 건 어땠을까? 각 꼭지가 짧더라도 영화의 숫자를 늘려서 라이너만의 독특한 시각과 해석을 하는 거다. 이 글의 서두에 쓴 <소리도 없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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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 코리아 세트 (완전 복원판 + 원서 복원판) - 전2권
엘리자베스 키스.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스콧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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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코리아>는 1900년대 초반, 서양인의 눈으로 본 조선의 모습이다. 한국사람이라 하더라도 당시를 살았던 사람은 이제 없다. 그 때의 모습을 목소리로 들려줄 이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림이나 희귀한 사진으로나마 100여 년 전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림이나 사진이 당시의 모습을 100퍼센트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다. 필터링을 거친 작품으로 만나기 때문이다. 그림을 예로 들자면 붓을 든 사람의 심리가 그림 속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린 사람이 생존하지 않는다면 그림에 대한 해설을 그린 이가 직접 한 게 있다면 훨씬 이해가 용이할 것이다. 이런 조건에 더해 100여 년 전의 그림들이 온존히 보존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여기 그 조건에 부합하는 작품들이 있다. 바로 ‘엘리자베스 키스’라는 영국화가가 그린 그림을 송영달이라는 한국인이 수집하여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책으로 낸 것이다. 이번에 완전복원판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코리아>는 2006년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1920~1940)>으로 처음 나왔던 책과 2012년 <키스, 동양의 창을 열다>라는 책에 이은 최종본이라 하겠다. 수집가 송영달 선생은 30여년간 엘리자베스 키스를 끊임없이 추적하여 모은 그림 일체와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기념비적인 책이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는 화가들의 소망이 담긴, 어쩌면 미화된 것이었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를 만났다. 송영달 선생은 다양한 방식의 고증을 통해 장군의 원래 모습에 가장 가깝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작품 연도를 추정한 결과 현존하는 초상화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했다.

 

그림을 잘 몰라도 키스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그녀가 얼마나 한국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1900년대 초반 조선의 이미지는 어둡다. 가난하고 지저분하다. 한국사에서는 일제 강점기 조선의 암울한 모습을 만났고, 근대소설 속 조선인은 억울하고 괴롭고 힘들다. 그러니 암담한 느낌밖에 더 있겠나. 그런데 키스의 그림 속 조선과 조선인의 모습은 달랐다. 따스하고 정감이 넘쳤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색감 때문이겠지만 화가의 시선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에는 그림뿐 아니라 글도 있다. 그림 해설과 그림 그릴 당시의 상황을 쓴 내용인데 조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또한 100여 년 전 이 땅의 모습을 영어로 된 텍스트로 만나는 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In April the gardens of Seoul were glowing with canary-coloured forsythia grouped near giant bushes of azalea of the sad, pale, lilac hue we associate with the old-fashioned rhodo-dendron. Greedy, noisy magpies were the bandits of the city, but flocks of swallows defied their impudence.

→ 사월이 되면 서울의 정원들은 카나리아 새같이 노란 개나리와 처녀의 옷고름 같은 연분홍 진달래로 뒤덮인다. 욕심 많고 시끄러운 까치가 기승을 부리지만, 제비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번 완전복원판과 원서복원판의 구성과 특징은 아래와 같다.

 

1. 엘리자베스 키스의 한국 소재 그림 총망라

키스가 한국을 소재로 그린 수채화와 판화를 빠짐없이 실었다. <올드 코리아> 원서에는 40점이 실려 있었고, 한국어 초판에는 총 66점이 실렸다. 이번에는 키스가 한국을 소재로 그린 작품 85점을 모두 소개하게 되었다. 판화 35점, 수채화 46점, 드로잉 4점이다. 같은 소재를 수채화와 판화 등 서로 다른 기법으로 그린 그림들이 있는 경우는 그를 모두 실었다.

2. 원본에 가까운 색감과 화질

독자가 원본 작품을 직접 감상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송영달 선생은 소장한 모든 그림을 미국에서 전문 사진작가를 통해 초고화질로 디지털화했고, 미술관에 소장된 그림의 경우 미술관에 고비용을 지불하여 디지털화 작업을 청탁했다. 또한 작품 도록에 사용되는 종이를 사용해 키스 그림의 색감을 최대한 온전히 살렸다.

3. ‘작품 목록’ 수록과 알찬 해제

책의 뒷부분에 [엘리자베스 키스의 한국 소재 작품 목록]을 실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진 키스의 한국 그림 전체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다. 또한 송영달 선생의 수십 년에 걸친 키스 연구가 집대성된 해제는 독자의 작품 감상과 이해를 돕는다.

4. <올드 코리아> 원서에 가깝게 구성과 글을 복원

한국어 초판은 한국 독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구성 등을 바꾸는 조정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온전히 원서 그대로를 담아내고자 구성과 장의 제목 등을 원서 그대로 고쳤다.

5. <올드 코리아> 원서 복원판 제작

진정한 ‘완전 복원’을 위해 원서 자체를 별도의 책으로 복원했다.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 코리아 ― 완전 복원판』을 읽고 키스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그 글과 그림이 당시에 어떻게 출판되었는지 궁금한 독자는 이 ‘원서 복원판’을 열어보기 바란다(본책과 세트로만 판매).

 

이 책은 1세기 전 조선의 아름다운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남긴 영국인과 30여 년 간 집념으로 그를 쫓은 한국인, 이 두 사람의 합작품이다. 그들의 노력으로 우리 손에 이런 작품집이 올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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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식당 - 상처를 치유하는
이서원 지음 / 가디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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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널 뛴다고!

자주 화가 나서 미치겠다고!

나도 내 맘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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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식당>은 위와 같은 표현을 수시로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뭔가 불만이 부글부글하고, 어디에든 퍼붓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면 <감정식당>을 읽어보시길! 저자 이서원씨는 한국분노관리연구소 소장이며 치유상담모임 ‘붕대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감정식당> 진행자로, <힘들 땐 전화 해>의 고정 패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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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신의 감정인데도 그 감정이 무언지,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고, 그 감정을 어쩌지 못하겠는 사람들에게 요리 레시피처럼 차근차근 방법을 알려준다. 10가지의 감정 재료를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황금 레시피가 들어 있다.

이런 책, 당연히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요즘 이런 감정이 많이 든다~ 싶은 것부터 읽으면 된다.

아, 감정의 가계도 확인 먼저 하고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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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등장하는 불안부터 살펴보자. 작가는 불안을 “타이밍을 맞춰야 타지 않는 계란말이”처럼 요리하라고 한다. ‘불안 요리법’에서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풀어 설명하고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알려준다. 없애려 싸우지 말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고, 불안의 이득을 생각해 보고, 불안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애쓴다고 격려하라고. 즉 불안을 두려워 말고 언제든 내 마음에 찾아오게 허락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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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요리’는 각 감정마다 두 개씩 소개한다. 즉 사례 둘을 소개한 후 그 사례에 맞춤한 조언을 해준다. 실전요리 다음으로 ‘황금 레시피’는 각 감정(재료)을 사용하여 가장 맛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불안 맛집의 황금 레시피는 ‘작은 것부터’이다. 자세한 설명을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황금 레시피 : 작은 것부터” - p.30

불안을 가져오는 외부의 일은 ‘죽음’이란 거대한 일에서부터 ‘계란말이가 타면 어떡하나’와 같은 작은 일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 가운데 죽음이나 큰 사고 같은 일은 내 힘으로 아무리 없애려 해도 없앨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불안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내 손으로 할 수 잇는 아주 작은 것부터 성공 경험을 해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체크리스트를 두었다.

 

 

각 감정마다 몇 개 이상일 때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각 감정마다 순서대로 읽으면 그 감정에 대해 다 안다?고 하면 무리이고, 조금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만약 본인이 힘들어하는 감정이었다면 도움 받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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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할 것이 있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여기에 나오는 감정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몇 년전부터 발병하여 이젠 지병처럼 굳어졌는데 일명 ‘쏘쿨병’이다. 어떤 상황이든 뭘 보든 이런다.

‘아유, 뭐 어때!’ ‘다 그렇고 그런 거지!’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때?’ 대수롭지 않은 듯 넘긴다. 유별나게 굴지 말자, 그래봤자 별 소용도 없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는 감정들을 보며 ‘난 특별히 이런 감정들 때문에 힘든 적 없는데...’ 하면서 서평을 써야하니까 내용을 찬찬히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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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각 실전 요리 편을 읽는데, 막막 공감되고 흥분까지 되었다. 사례에 대한 피드백을 읽고 있노라니 남의 상담을 엿듣는 것 같기도 했다. 아하! 이것이 바로 저자가 노리는 게 아니었을까? 읽다보면 여기가 내 감정 상담실인가 어리둥절하게 되고, 조리불가할 것만 같은 재료(통제불능한 감정)로 멋진 음식을 만들어 주는 식당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라고~~ 나처럼 아무 감정 없는 척하는 쿨병환자들까지도! 그렇다면 성공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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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다룬 10가지 감정 중 ‘시기심’에서 가장 공감하며 읽었다. 나의 숨어있던 감정을 찾아낸 기분이었다. 아닌척하며 꽁꽁 묻어두고 덮어두었는데 이서원 요리사에 의해 발굴되었다. 오늘 내내 울적해하다가 유레카!를 외쳤다. 그렇다고 내가 맛나게 요리해보겠다는 뜻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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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이 뭔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상담이라도 받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나처럼 별 생각없이 들었다가 월척을 낚은 기분이 들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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