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블러드 텍스트T 20
탁경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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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경은 작가의 신작 <카페 블러드>는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한다. 학생은 공부 잘하고 싶고, (이 책에서는 중년 이후)어른은 주름을 없애고 싶고 통증에서 벗어나고 싶다. 욕망이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취하려는 의도와 방식이 잘못되었을 때가 문제다. 공부를 잘 하고 싶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욕망은, 결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원인을 알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에는 돈이 들 수도 있고 개인의 집중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교과서적인 방식으로 욕망이 실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개는 들인 노력보다 과한 결과를 원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는데 또 많은 이들은 그것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그러니 로또 같은 한방을 원하는 것이다.

 

<카페 블러드>는 청소년 소설인데 학생의 욕망과 어른의 욕망을 모두 다룬다. 그렇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청소년이고 하랑과 나결 둘의 시점으로 각각 교차편집 되어있다. 중학생 하랑은 엄마가 자기 방에 와서 자꾸 뭔가를 뒤지는 것 같아서 수상하다. 엄마보다는 이모가 자신을 더 이해해주는 것 같고 대화가 잘 된다. 절친 소진과는 대부분의 일상을 공유한다. 고등학생 나결은 우등생인데 성적 유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 카페 블러드에 알바를 하면서 먹게 된 시그니처 음료 블러드허니의 비밀을 알게 되고 서서히 중독되어 간다.

 

당신을 젊고 똑똑하게 만들어 줄 블러드허니

  

카페 블러드 메뉴판 소개대로 나결은 블러드허니를 마시자 공부가 더 잘 된다. 그런데 점점 하루에 한 잔으로는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더 마시고 싶지만 카페 사장님은 하루에 한 잔으로 제한하고 있다. 나결은 이 음료의 성분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나결은 아주머니 손님들이 사장님에게 항의하는 것을 목격하는데 분명 자신처럼 더 많이 마시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 거라 짐작했다. 어느 날 손님들끼리 하는 말을 엿듣게 되면서 블러드허니와 사장님의 비밀에 서서히 다가간다.

 

하랑은 엄마가 수상해서 엄마 방을 뒤졌는데 하랑의 칫솔과 머리카락, 손톱을 지퍼백에 모아 둔 것을 발견한다. 하랑은 강력계 형사인 이모에게 알리고 소진과 엄마의 비밀스런 행동을 추적하면서 나결처럼 블러드허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소설은 블러드허니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주인공들을 따라가면서 독자에게도 추리의 맛을 느끼게 한다.

 

또 블러드허니가 중독성이 있다는 걸 알지만 계속 마실 것인가? 카페 사장의 비밀을 폭로할 것인가? 같은 딜레마 상황에 놓이게 한다. 이 부분은 청소년 독자들이 읽고 토론하기 좋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청소년에게 도움이 될 문장들이 많다는 것이다. 정체성, 가족, 관계 같은 그 나이대의 고민거리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그들의 사고와 대화에서 독자가 궁금해 하던 것에 대한 답을 하나쯤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105

성적표를 받고 기뻐하는 부모님의 얼굴보다 "역시 주나결은 한결 같아." "너 참 똑똑하구나." 라는 친척 어른들의 칭찬보다 더 중 요하고 갈급했던 것은 자기 자신의 인정이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어떻게 인정하고 칭찬해야 하는지 몰랐기에 나결은 늘 숫자에 목을 맸다. 성적과 결과에 맹목적으로 집착했다. 남들의 시선과 칭찬에 휘청거리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다. 주변에 그런 사람만 가득했으니까. 언제나 그게 훨씬 더 쉽고 빨랐으니까.

 

p.124

"그동안 솔직히 사랑에 빠져서 시간 낭비하는 애들 보면서 한심하게 생각했어. 그럴 시간에 공부나 하지. 그런데 막상 좋아하 는 사람이 생기니까 생각보다 황홀하고 멋져.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태라 좌절스러운데 또 흥미로워. 심장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아 허전한데 또 충만해. 내 말 이해 안 되지."

 

p.140

하랑이 착각하는 점이 하나 있다. 모두가 자기와 같지 않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이 무조건 솔직하고 공정하고 이타적이 라는 생각도 오만하게 보이는데 하랑의 캐릭터가 그렇다 치고. 스스로가 꽤나 윤리적이라고 다른 사람들 또한 그래야 한다는 생각 은 위험하다. 또 다른 강요나 폭력이 될 수 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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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밀. 우리 그림책 54
명하나 지음 / 국민서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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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명하나 작가의 신간 <나의 비밀>은 표지부터 마구마구 귀엽다. 나 개구쟁이에요!!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아이가 히익 웃으며 독자를 끌어당긴다.

주인공의 이름은 도아.

책 제목이 나의 비밀인데 리뷰에 도아의 비밀을 밝혀야하나, 말아야 하나...

그렇다면 두개의 버전으로~~


ver1.

도아는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기다란 양말을 자랑해요. 무엇을 하든 양말을 신고 하지요. 친구들은 양말에 특별한 힘이 있어서 도아가 뭐든 잘 한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런데 사실은 도아에게 비밀이 있어요.

숨기고 싶은 거겠죠? 단점일까요?




이 그림책은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비밀 혹은 단점에 대한 이야기를 귀여운 그림체로 풀어내고 있어요. 우리는 신체적 콤플렉스나 자신이 단점이라 생각하는 것을 드러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두려워서 그러지 못합니다. 놀림을 당할까봐 무섭지요. 어린이들은 더 그럴걸요. 그런데 정작 해보지 않고 걱정만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이 책은,

단점? 한 번 까발려봐~ 별 거 아니야!”

라고 말합니다.


어린이날에 요런 깜찍한 그림책 한 권 선물해 보세요!


 

ver2.

<나의 비밀>의 주인공 도아에게는 소중한 긴 양말이 있답니다. 그 양말을 반바지 아래에 신고 축구도 하고, 공부도 합니다. 수영할 때도 벗지 않아요. 친구들은 긴 양말의 특별한 힘 때문에 도아가 뭐든 다 잘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도아는 다리에 있는 점을 가리려고 긴 양말을 신었어요. 까맣고 커다란 점을 없애려고 온갖 방법을 써봤지만 소용없었지요.



아무리 더워도 도아는 긴 양말을 신고 나갔답니다. 방방을 타는데 너무 미끄러운 거에요. 자기도 모르게 양말을 벗고 하늘 높이 뛰어올랐지요. 까만 점은 까맣게 잊은 채 말이에요. 그런데 친구들은 도아의 점에 아무도 관심이 없군요. 다들 마법의 양말을 찾느라 난리에요. 그 양말을 신으면 뭐든 잘 할 것 같거든요.



도아는 거리낌 없이 방방을 타며 더 높이 뛰어오릅니다. 도아는 이제 긴 양말을 신지 않을까요? 도아의 양말을 누가 찾아냈을까요? 궁금하다면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어른 입장에선 하찮아 보여도 아이들은 대단히 크게 느끼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습니다. 그것을 별 거 아닌 듯 말하거나 유난스럽다고 하면 아이들은 더 움츠러들겠지요. 어른들도 어렸을 땐 그랬을 거면서 말이에요. 작가는 그것을 아이 스스로, 아님 저도 모르게 휘익!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어린이 독자가 기분 좋게 책장을 덮을 수 있게요.


이 그림책은 배경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등장인물의 표정과 행동에 중점을 둡니다. 검은 선으로 테두리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채색도 단순합니다. 그래서 더욱 등장인물에 집중하게 됩니다.


독후활동으로 도아처럼 자신에게 비밀이 있다면 무엇인지, 왜 숨기고 싶은지, 단점이라면 어떻게 없앨 것인지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장면을 따라 그리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4컷 만화로 표현해 볼 수 있습니다. 도아의 긴 양말을 찾은 친구가 그 양말을 신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뒷이야기 상상하기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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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한국 엄마에게 - 조작과 오류로 덧칠된 초국가적 입양 산업의 민낯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 지음, 손화수 옮김 / 푸른숲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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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나는 1989MBC에서 방영한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을 보고 처음으로 해외 입양에 대해 알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 받은 충격은 강력했다. 서양 가정에 입양된 한국 아이가 겪는 정체성 혼란과 인종 차별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그것이 생모를 찾는다 해서 나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수잔이 생모를 찾는 과정을 응원했다. 더 놀랐던 건 한국 전쟁 때 시작된 해외 입양이 수십 년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후 해외 입양 관련 기사나 책이 나오면 찾아 읽었다. 그럴 때마다 분노가 일었다. 한국 이젠 선진국이라며? 그런데 여전히 수잔 같은 이가 있다고?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아이를 수출하는 나라라는 오명이 부끄러웠다. 내 삶과 실질적 연관이 없는 일이지만 나는 이 문제에 촉각이 곤두섰다. 일반인인 내가 뭘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이번에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된 <너의 한국 엄마에게> 책 소개를 보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그간 잊고 있던 해외 입양 문제를 오랜만에, 것도 전문가의 시각으로 만나겠구나 싶어 서평단에 신청했는데 당첨되었다. 먼저 출판사에 고맙고 송구스럽다. 관심 있는 분야라고 해놓고선 사지 않고 무료로 받다니... 그래서 집 근처 도서관 세 군데에 희망 도서 신청을 했다. 역자 손화수씨 덕분에 술술 읽을 수 있었다. 한국인이 쓴 책인가 싶을 정도였다. 번역서의 경우, 이 책처럼 분량이 400여 쪽에 달한다면 읽다가 덜컥덜컥 걸리는 부분이 꼭 있다. 그런데 문맥이 이해가 안 되어 여러 번 읽어야하는 문장이 전혀 없었다. 노르웨이의 기사나 자료, 통계가 있었음에도 가독성이 떨어지지 않았다. 찾아보니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도 손화수씨의 번역이었다. 이 소설도 인상 깊게 읽었는데 번역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재확인했다.


저자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은 사회학자의 저서인데 어렵지 않으며 자신의 경험이 일정 부분 들어 있지만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한 때 내가 꾸던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았다. 무슨 소리냐 싶고 뇌피셜이라 욕해도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반가웠고 책을 덮으면서는 뿌듯했다. 내가 사회학자가 되어 쓰고 싶은 글의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사회학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고 사회과학 서적을 읽으며 대리만족했으나 이렇게 마음에 드는 글을 만난 건 처음이다.


저자의 아들(한국 이름-박현욱)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장하다!”

이렇게 짧으면서 너른 품을 지닌 비슷한 낱말이 노르웨이어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심지 굳게 잘 자라준 것에 어울리는 한국어라 생각했다. 책 속에서 로 등장할 때마다 체념한 듯, 달관한 듯 보여 마음이 아팠다. 친모와 만나기 위해 한국에 왔을 때 그제야 편안해 보였다. 텍스트로도 충분히 느껴졌다. 그의 얼굴에 자연스럽고 편안한 미소가 피어올랐을 것이다.


저자는 노르웨이의 사회학자이자 입양모이다. 첫 딸을 낳고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입양을 준비했다. 힘든 시간을 거쳐 한국에서 남자 아이를 입양했다. 그 아이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2년 후 여자 아이를 또 한국에서 입양했다. 절차가 까다로웠지만 참고 기다려 남매를 두게 되었다. 노르웨이인 엄마는 한국인 남매에게 무한 사랑을 쏟고 싶었다. 양육하기 힘든 사연이 있었을 게 분명한 미혼모(서류상 미혼모라고 쓰인 친모)의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면 그 미혼모에게도 좋은 일이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 북유럽 가정에 입양된 동양인 아이가 성장하며 받게 될 차별과 배제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은 가족, 친척, 학교, 사회까지 전방위적으로 벌어졌다. 게다가 입양한 딸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그 아이를 케어하는데 온 신경을 쏟게 되었다. 먼저 입양한 아들에게 가는 손길과 마음의 빈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입양 가정이 아니어도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형제가 있을 때 그렇지 않은 아이는 조숙해진다.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하며 스스로 마음을 단속하는 법도 일찍 깨친다. 현욱을 이방인으로 대하는 백인의 눈빛을 견디면서 괜찮으냐고 자꾸 묻는 노르웨이 엄마에게 아무 일 없다고 말해야 했다. 자신이 바꿀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랬던 현욱은 20201, 의문을 품는다. 한국에서 노르웨이로 올 때(1998) 자신에게 딸려 온 몇 안 되는 정보를 보며 묻는다.


정말 이게 전부인가요, 엄마?”


저자는 아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한 여정에 함께 하기로 한다. 그리고 자문해보았다. 아들을 낳은 친엄마에 대해 왜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한국은 왜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냈을까? 노르웨이는 어째서 입양 가정이 겪을 어려움에 대해 아무런 준비나 대책도 없이 입양을 허가했나? 이런 의문을 해결하는데 저자의 전공이 큰 역할을 했다. 해외에서 노르웨이로 입양된 아동에 대해 조사하고, 한국의 해외 입양사 대해 알아본다. 문제점을 찾아냈고 신문에 그것을 알리는 기사를 냈다. 노르웨이를 포함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해외입양 사례를 찾아 인터뷰하며 자신이 무지하고 무신경했음을 깨닫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해외입양이 몇 십년간 두르고 있던 선의라는 옷을 벗겨냈다. 실체 없는 선의를 입고 있던 국가와 입양 알선 단체, 벌거벗은 줄 알면서 말하지 못한 채 눈 가렸던 우리는 모두 벌거벗은 임금님이었던 게 아닐까. 나는 이 책이,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말한 아이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해외입양이라는 사회구조적 문제와 어쩔 수없이 그에 속해버린 개인의 상황을 씨실과 날실로 촘촘하게 엮였다. 특히 당사자가 내는 목소리이기에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가 엄마이기에 친모가 겪었을 고통에 비중을 두었다.


박현욱이 궁금해 했던 것들을 한국에 와서 찾게 되었는지, 한국 정부와 노르웨이 정부, 그리고 홀트 아동복지회는 무슨 잘못을 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면 <너의 한국 엄마에게>를 필독하시길!


나는 대한민국 해외입양 숫자 0!’이라는 통계를 빨리 보고 싶다.


사회과학 서적의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하면서도 개인의 경험이 잘 녹아든 이 책이 노르웨이와 한국을 넘어 다른 나라에도 많이 번역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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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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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슬픈 호랑이>를 읽으면서 막막했다. ‘이 책의 리뷰를 어떻게 쓰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아찔한 순간이 닥쳐 여러 번 책장을 덮어야 했다. 다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리뷰를 쓰기도 힘들었다. 이 책은 의붓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한 딸의 회고록 형식이다. 그러나 순차적이지 않으며 에세이와 소설, 비평을 넘나든다. 작가는 쓰기 싫은데도 책을 쓰는 이유를 내내 자문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도 아니고 나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라면, 이 책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


독자인 나는 작가에게 묻고 싶었다.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하나요?’


작가는 어릴 때 계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학대를 당했는데 성인이 되어서야 주위에 알렸고 그를 법정에 세웠다. 그러나 처벌은 가벼웠으며 형 집행 후 그의 삶은 놀라우리만치 평화롭고 생산적이었다. 작가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이 있는 작가나 유사한 소재로 다루어진 문학을 비교했고, 다큐나 실제 상담 뿐 아니라 프랑스 유명인 가족의 사례까지 소환한다. 이것은 아동 성학대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반해 묻혀 있는 경우가 많으며 처벌도 미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는 또 묻는다. 이러한 것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나 책의 방향성과 그것을 보거나 읽는 이의 초점에 대해. 작가는 자신이 쓰는 글이 그러한 소비에 부응하는 것인지, 아니면 의미가 있는 것인지, 구원받길 바라는 것인지, 계속 묻는 것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런 질문을 만나면 당황스럽다. 이 책을 선택한 자신은 무얼 기대한 거지? 책을 읽다가 스스로를 검열한다. 관음증이 있었던가? 죄의식도 생겨난다. 피해자의 고통에 얼마만큼 공감이 되는가...


나는 작가의 고통에 힘겨워 여러 번 책을 덮었다 폈다 했다. 한편으로는 그의 글이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을 깊이 생각하게 했다. 세상이 아름답고 평온해 보여도 악한 인간은 위장한 채 숨어 있고, 법은 여전히 소아성범죄에 관대하며,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기란 힘들다는 것을. 내가 이렇게 밖에 쓸 수 없어서 답답하다. 책에서 다룬 것들을 하나하나 인용할 수도 없고 격렬한 공감을 하기엔 과도해 보일 것 같다.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가족, 계부 이야기를 자세히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나 같은 독자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드러내야만 했던 더 큰 이유는 자신의 딸 때문이었다. 작가 뿐 아니라 여러 사례를 보면 소아성범죄 피해자는 주위에 알리지 못한다. 끝끝내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한 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삶이 어떨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피폐해진 정신과 육체로 성인이 되었을 때 암으로 발현되거나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과 닮은 모습으로 성장하는 딸을 보며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작가는 가해자에게 영향을 받은 자신이 그와 같은 인간종이라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 했다. 그럼에도 작가는 괴물과 자신을 구분하고자 이 책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한 질문 중에서 아래 문장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p.333


내가 과거의 처지를 잊고 나보다 작은 존재를 억누를 위험은 없을까? 나보다 강한 어떤 힘에 맞서 일어서면서도 다른 힘을 억압하는 쪽으로 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악을 초월하면서도 새로운 악을 향하지 않고 선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 선이 우리에게 중요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계속 남아 있게 될까?


소아성범죄는 섹스보다는 권력으로 휘두른 폭력에 더 무게를 둔다. 가해가 멈추거나 가해자가 사라진다 해도 한 인격이 당한 피해는 성인이 되어서도 육체와 정신을 황폐하게 한다. 작가는 자신에게 묻는 것이지만 모두에게 경고한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가해자와 피해자도 섞여있고 선과 악의 구분조차 모호하다고. 저도 모르게 악에 빠져들 수 있으므로 경계하자고. 경계에 서 있으면서 그 안으로 들어가지는 말자고 한다. 비틀거릴지언정 그 속에 떨어지지 말자고!


책의 주제와 조금 어긋나긴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사실적이고 진실된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작가는 글쓰기가 치료법이 된다는 생각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정석처럼 알고 있던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는 글을 쓰다보면 어느 정도 치유가 된다.’는 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말이다. 나는 항상 내 이야기를 쓰면서 호주머니 뒤집듯 다 꺼내놓지 못했다. 거짓을 쓰는 건 아닌데 늘 찜찜함이 있었다. 그럼 아예 소설을 쓰면 되겠다 싶었지만 그건 또 깜냥 부족이다. 진실과 진솔 사이를 헤매다 사실에라도 근접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글쓰기는 쓰면 쓸수록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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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안녕하기를 - 나의 깃든 이에게 저스트YA 15
남유하 지음 / 책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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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내 몸에 다른 영혼이 들어온다? 간혹 빙의라는 이름으로 그런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무속 신앙에서나 벌어질법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이처럼 드문 일이 반대로 일어난다면 어떨까? 거의 모두에게 다른 영혼(사람일 수도 있지만 식물, 동물일 수도 있음)이 깃들지만 일부는 그렇지 못하며 그런 이들은 소수이기에 차별받는다면? 이런 상상력으로 풀어낸 소설이 남유하 작가의 신작 <부디 안녕하기를>이다. 이 책을 가제본 서평단으로 받아 읽었다.


<부디 안녕하기를>의 배경은 먼 미래, 태양계가 아닌 다른 은하계의 어떤 행성이다. 주인공 소로는 열일곱이고 이제 곧 영혼이 깃들 예정이다. SF와 무속 신앙, 오컬트적 요소가 결합된 소설이라 난해할 것 같지만 등장인물들의 사고와 행동이 우리와 그리 다를 바 없이 묘사되어서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다. 독자마다 공감할 지점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는 이 소설의 설정에 대해 오래 생각하다 상상의 나래를 폈다.


내 평생 소울 메이트는 없다는 자조가 일 때면 참 가엾은 인생이구나 싶다가도, 어차피 인간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라는 자위로 이어지곤 했다. 이제는 거의 체념의 상태로 내 팔 내가 흔들면서 잘 살지 않냐며 자위하는데 이 쯤 되면 인간승리에 도달한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내게 만약 다른 영혼이 깃든다면? 지난 일 년 간 이어지고 있는 스트레스를 해결해주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하는 말을 다 들어주면 좋겠다. 내가 당한 일을 평가, 비난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이어질 일들에 대한 예상이나 조언도 하지 않고... 요즘 수시로 튀어나오는 욕 때문에 자꾸 주위를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누군가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다.


열일곱 살 소로에게 깃든 영혼은 70대 여성 조영인이다. 화성으로 가던 우주여객선이 소행성과 충돌하여 전복되었고, 조영인은 아주 오랜 시간 우주를 떠돌다 소로에게 깃들었다. 아직 20년도 살지 않은 소로와 할머니의 만남은 꽤 안정적이다. 소로는 조영인의 기억 속 지구와 태양계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다. 소로가 신성한 아이(스포라서 추가 설명 못함)라는 비밀이 밝혀지고 조영인이 무당의 딸이었다는 것도 드러나는데, 이것은 두 영혼의 만남이 필연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조영인의 어린 시절과 소로의 현 상황이 대비되면서도 묘하게 닮아 있다.


다른 듯 닮은 소로와 조영인의 영혼이 공존하며 서로를 지켜낸다. 다른 영혼이 있다면 스트레스를 풀 생각 먼저 한 자신이 좀 부끄럽긴 한데... 그만큼 극심한 고통 속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해본다. 내게 다른 영혼이 깃들 리는 없다. 내 안에 깃드는 것은 지나온 시간이 누적된 것들인데 최근 일 년 간(어떠한 이유로든) 나는 나쁜 것들을 깃들게 한 게 아닌가 싶다. 늘 그래왔듯 스스로를 책망했다 위로하며 살아가겠지만, 자신을 도닥여주고 싶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책 제목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어렴풋이 다가온다. 당신은 안녕한가? 안녕하기를 바란다고... 지난 일 년 간 분노와 책망만 쌓아왔다. 내 안에 부정적인 것들만 깃들게 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런 것을 내 영혼에게 쏟아 부은 것이다. 거울을 본다. 어두운 표정을 한 추레하고 늙은 여자가 있다. 입 꼬리를 추어올려본다. 밝고 맑은 영혼이 깃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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