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 탄자니아 여행그림책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태주 시인의 시는 쉽다. 편하다. 각 잡고 의미를 해석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좋다<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에서 시인은 시도 쓰고 그림도 그렸다.(오옷! 그림 실력 대단하심~) 탄자니아까지 갔다 왔단다. 그래서 여행 그림책이다. ~암 마음에 드는 컨셉트다.


시 여행기라니~~

열흘 남짓한 탄자니아 여행기를 55편의 시로 완성했다.

시를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아니, 나태주 시인이니까 가능한 거다!

극건기인 탄자니아의 메마른 풍경이 시로, 그림으로 따스하게 다시 태어난다.


시인의 마음을 알아채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함축된 언어를 파헤쳐봐도 다가가기 어렵게, 부러 그렇게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는 그럴 필요가 없다. 시인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같이 경험하면 된다.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는 비둘기콩(pigeon pea)에게 고마워 나도 절하고 싶어지고(. 절하고 싶어진다), 언젠가 그곳에 가게 되면 양손 가득 물을 챙겨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고(. 어리석은 후회), 시인과 그곳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햇빛 속에 서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와야 할 것(. 정이나 궁금하시면)만 같다. 시인이 6년 동안 후원해 온 소녀를 만난 사연을 보니 중단했던 월드비전 후원을 다시 시작해야하나...


1부는 탄자니아 여행기이고, 2부는 시인이 함께한 사람들과 세상에 감사를, 3부는 시인의 몸과 마음이 머물렀던 장소와 순간을 보여준다.


손하트라는 시는 딱 내 맘 같았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아무한테나 막 하는 게 싫었다.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언제부턴가는 손하트가 유행이라 너도나도 해대는 게 내 비위엔 영 맞질 않았는데 시인도 그러했다니 어찌 반갑던지~~

왜들 자꾸 그러는가...


묻는다1’을 읽다 뜨끔했다.

화장지를 마음껏 쓸 수 있는 나라 사람이 되었으니 우리도 좋은 사람이 되었는가?

화장지를 맘껏 마구마구 써대는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좋은 사람이 되려면 화장지를 좀 적게 써야하나?


내 인생의 질문에서 당신은 왜 풀꽃문학관에 오셨나요?

라고 물으니 꼭 풀꽃문학관에 가보아야 할 것 같다. 20여 년 전 공주 무령왕릉에 한 번 가보곤 다시 못 갔다. 한반도 남동쪽 끄트머리에 평생 살다보니 연고가 없는 충청도는 발걸음하기 몹시 힘든 곳이다. 이 책 읽은 기념으로 공주 풀꽃문학관에 꼭 가보아야겠다.

... 자꾸 숙제가 만들어지는 이상한 책이다.


달출판사에서 여행그림책을 시리즈로 내고 있다기에 첫 번째 책 이병률 시인의 <좋아서 그래>를 도서관에 가서 냉큼 빌렸다. 너무 좋자냐~~ 책을 열어보면 딱 안다. , 내가 처음으로 이 책 펼친 거다! 종이 두께 무엇? 나 이런 묵직한 펼침감 좋아한다! 그림톤도 내 취저다! 이 책은 빌려서 될 일이 아니다. 사야겠다!(... 이제 책 그만 사려고 밀리의 서재 구독했는데ㅠㅠ)



이병률 시인의 산문은 동화 같아서 입꼬리를 연신 샐룩거리게 했다. ‘토끼들과의 작별 인사마지막 토끼굴 장면에선 눈이 땡그래졌고, ‘기다리니 좋았다에서 책을 들고 공원에 서있었을 시인을 떠올리자니 아, 나도 파리 어느 공원에서 책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올 여행그림책들, 기대된다. 정세랑 작가의 방콕여행기가 제일 궁금하다. 아무래도 다 사들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로 시작했는데 여행그림책 시리즈 홍보 분위기다.ㅎㅎ 무튼 이 시리즈 적극 추천한다. 글과 그림과 여행, 삼단 콤보에 풍덩 빠지고 싶은 분들은 무조건 구매하시라!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서관에서 생긴 일
파트리시아 코크 무뇨스 지음, 카리나 코크 무뇨스 그림, 문주선 옮김 / 다그림책(키다리)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에서 생긴 일>은 칠레 출신의 자매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으며 또 다른 자매 ‘알레한드리아’에게 바치는 그림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사서 이름도 알레한드리아인데 역자가 영어식 표기인 알렉산드리아로 옮겼다. 도서관이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떠올리게 하는 의도라고 밝혔다.



주인공 아이가 보기에 사서 선생님은 몹시 지루해 보인다. 매일 같은 일을 하고 책처럼 재미없는 것과 하루 종일 있어야 하니 말이다. 축구공을 끼고 다니는 아이는 사서 선생님에게 꽤 관심이 있다. 선생님이 안경을 바꾸어 낀다는 것도, 이전에는 학교 선생님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도서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도 안다. 도서관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이라고 표현했다. 사서 선생님이 그림자 극장을 열면 아이는 몰래 훔쳐보면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도서관에 무슨 일이 생겼다. 아이의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 도서관은 문을 닫았으며 사서 선생님을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려고 했는데, 이젠 혼자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 선생님은 이제 없어도 선생님이 남겨 준 작고 소중한 것은 계속 자기 안에 있을 거라고 하는 아이의 말 속엔 슬픔과 희망이 같이 들어 있다.


이 책은 글밥이 많지 않고 그림이 귀여워서 6~7세라면 주양육자가 읽어줘도 된다. 하지만 책과 생각의 자유를 억압하는 내용을 인지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서 선생님에게 어떤 안좋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간 뒤 주인공 아이처럼 도서관에서 경험한 재미있었던 일, 특히 사서선생님과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면 된다. 도서관에 가서 사서 선생님을 관찰해보는 것도 좋다.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사서선생님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도록 한다.(일종의 인터뷰)


초등 저학년과 중학년도 독후활동으로 사서 선생님과 인터뷰 하기를 해보면 좋다. 사서가 하는 일을 먼저 조사하고 궁금한 사항을 질문지로 만들어서 인터뷰 연습을 한 후에 직접 해보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에 적극 참여한 후 나만의 ‘도서관에서 생긴 일’을 이야기로 만들어 보자. 사서 선생님이 남겨준 작고 소중한 것은 무엇일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보는 것도 좋다.


지난 1월 23일에는 “독서 국가 선포식”이 있었다. AI시대에 읽고 생각하는 힘을 국가 핵심전략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다. 아이들이 지금보다 도서관을 더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책보다 더 유혹적인 매체가 판을 치는 시대에 독서 국가라고 거창하게 선포까지 했으니 책과 글에 빠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도서관에서 즐거운 일이 생기면 참 좋겠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인환 전 시집 -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탄생 100주년 · 서거 70주년 기념 시집
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위 문장을 읽으며 자연스레 흥얼흥얼 불렀다면! 당신은 연식이 좀 된 사람~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1연이다.

 

나는 감수성 넘치던 십대 때 이 시를 처음 접했다. 사랑도 이별도 해본 적 없는데도 어찌나 가슴에 콕콕 와닿던지, 노래는 한 번 듣고 대번에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시도 노래도 점점 멀어지니 일상은 스산할 뿐이었다. 박인환! 하면, ‘세월이 가면과 목마와 숙녀라는 시를 쓴 시인이지...’ 외엔 기억나는 게 없어서 <박인환 전 시집> 서평단에 신청했다.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은 박인환 시인이 생전에 신문과 잡지에 발표했으나 기존 시집들에 수록되지 못했던 작품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발굴·정리해 함께 묶은 기념판 전집 성격의 시집이다. 이번 기회에 시인의 시와 에세이를 접할 수 있어 반가웠고 한편 놀랐다. 그동안 문단에서 그를 어떤 식으로 평가해왔는지를 알게 되었고, 시인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나 같은 문외한에게 짧디 짧았던 시인의 삶을 톺아볼 기회를 주었고, 그의 시와 글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 길라잡이가 되어주었다. 박인환 시인과 만나려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얼굴이라는 시를 읽다가 아, 중학교 때 이 시를 읽으며 내가 꽂혔던 구절에서 한참 눈길이 머물렀다.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누군가를 좋아해서 기다리다 지쳐 울었던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끌렸는지... 떠올려봐도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나이 들어 다시 읽으니, 사람들과의 거리가 너무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졌다.

 

흔히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커서 다시 읽으면 느낌이 영 다르다고들 하는데 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럼에도 세월이 가면은 그때나 지금이나 어떤 시구 하나 빠짐없이 다 좋았다. 아는 맛에 기반한 친밀감인가~~ㅎㅎ

 

에세이 회상/우리의 약혼 시절-환경에의 유혹을 읽어보니 시인은 참말로 로맨티시스트였구나 싶다. 하기야 친구 이상 시인을 추모하는 모임 후 사흘간 술을 마시다 죽었으니 말 다했지... 이 글에서는 책을 읽고 아내와 이야기 나누고 시를 읽어주고, 그렇게 서로에게 스며드는 약혼의 시간을 가졌다는 내용인데 70여 년 전에 살았던 남자에게 반할 뻔했다. “마리서사라는 요즘으로 치자면 북살롱을 운영한 것도, 이름을 그렇게 지은 이유도, 모두 내겐 반할 요소였다.

 

박인환 시인에 대해 잘 몰랐거나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 여겨 볼만한 내용(부록에 실린 글 마지막 부분)을 인용한다.

 

박인환시인이 죽은 지 60년이 지났는데도, 오랜 세월동안 우리는 오로지 [목마와 숙녀][세월이 가면]만으로 그를 기억한다. 그 작품은 노래를 위해 지은 가사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이제부터 박인환의 시가 제 평가를 받을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는 결코 [목마와 숙녀]의 시인이라거나 명동의 샹송 [세월이 가면]의 작사가 정도로 폄훼해도 좋을 시인이 아니다. 기교가 서툴고 목소리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분명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하려고 했고 시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시인이다. 김기림에게서 시작한 모더니즘을 승계하고 이를 확대하려고 하다가 미처 성공하지 못하고 남긴 많은 숙제는 후배들이 풀어야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정기의 리듬운동 통증해방 - 국내 최고 스포츠의학 권위자의 회복운동 결정판
홍정기 지음 / 깸(여성경제신문)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네이버 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홍정기 원장의 신간 <홍정기의 리듬 운동 통증 해방>은 쉽다. 그동안 스트레칭이나 운동 관련 책을 읽었지만 책 내용을 그대로 따라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리듬 운동은 하나도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목 운동 1단계는 사진처럼 그저 목을 상하, 좌우로 돌리기만 하면 된다. 이름하여 끄덕끄덕 도리도리운동이다. 2단계라 해서 수준이 대단히 올라가는 건 아니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면 된다. 3단계 목 리듬운동은 목과 어깨, 흉곽을 연결시킨다. 세 부위의 협응이 좋아질수록 목과 어깨의 통증이 줄어든다.





우리는 하루종일 목을 움직이는 이런 쉬운 행동도 하지 않고 산다. 거창하게 이름 붙이지 않아도 생각날 때마다 고개만 상하좌우로 돌려도 운동이고, 목과 어깨, 견갑골의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운동 책을 사놓고 따라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렵기 때문인데, <홍정기의 리듬 운동 통증 해방>은 설명도 운동도 쉬워서 바로 실행하면 된다. 요즘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책보다는 영상으로 정보를 취한다. 음악이나 미술 감상 책은 물론 운동도 영상으로 보고 싶어한다. 이 책에도 각 단계마다 QR 코드가 있어서 영상을 보며 따라할 수 있다. 그런데 책 펼치고 휴대폰으로 QR찍고 들어가는 것조차 귀찮고 시간이 걸린다는 핑계를 대며 시도하지 않는다. 사실 다 변명이긴 하다. 사람마다 활용법은 다르겠지만 나는 각 부위별로 며칠간 순서를 익힌 다음 책은 펼치지 않고 운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3부에서 각 부위별 운동법을 소개하고 앞부분에서는 운동 전에 통증의 원인 바로 보기와 뇌의 착각을 풀고 안심하도록 하는 법을 먼저 제시한다. 홍정기 원장은 만성통증을 뇌의 착각이라고 했다.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계속 통증이 있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무릎을 탁 칠 것이다


근막불균형에서 시작된 통증이 움직임을 망가 뜨리고, 뇌는 그 왜곡된 움직임을 위험으로 오인하여 감작상태에 빠진다. 여기에 과거의 통증 기억과 감정적 불안이 더해지면 트라우마가 된다.

근막 불균형 움직임의 고장 뇌의 오해(감작) 트라우마(기억과 불안)


위 네가지 요인이 서로 밀고 당기며 '만성 통증'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므로 근막을 풀고, 움직임을 되살리며,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뇌가 '이제는 괜찮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또 잘못된 운동, 하지마라고 한다. 검색하고 이것저것 시도하다보면 몸은 더 아프고 마음은 불안해진다고. 우리는 통증을 없애려고 했고, 물리쳐야할 적으로 생각해왔다. 저자는 아니라고 한다. 통증은 단순 고장이 아니라 몸이 신호를보내는 거라고.


p.58


근골격계 통증은 단순히 근육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습관과 감정, 과부하가 고스란히 쌓인 결과다. 쉬지 못했던 시간, 자신보다 남을 먼저 돌봤던 순간, 계속 버티며 살아온 일상에서 쌓여온 몸의 기록이다. 통증은 당신이 뭘 잘못해서 생긴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열심히 살아온 흔적이 남긴 신호다. 그러니 이제는 싸우는 게 아니라 해석하고, 돌보고, 조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회복은 그렇게 시작되어야 한다.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야 한다.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오히려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


만성통증에서 벗어나려면 '통증 없는 범위'안에 오래 머무는 경험을 해야 한다. 통증을 일으키는 움직임을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 아프지 않은 지점에 조금 더 오래 머물러 뇌가 방어를 풀기 시작하면 뇌가 방어를 푼다. 이것이 진짜 회복의 시작이다. 힘을 빼지 못해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동안 통증을 유발하는 운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살랑살랑 말랑말랑 리듬 운동으로 만성통증에서 벗어나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자는 없어 꿈꾸는돌 45
김지현 지음 / 돌베개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량감을 주는 파도색과 샛노란 유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책이다. 제목 <유자는 없어>와 파도의 물방울에도 노랑을 썼다. 상큼한 표지의 느낌과는 다른 어감의 제목이다. 유자는 유자차 만드는 과일, 유자가 맞는데 주인공 유지안의 별명도 유자다. 김지현 작가의 신작 <유자는 없어>는 경남 거제를 배경으로 하는 청소년 소설이다. 지역이 배경이어도 주인공들은 늘 표준어를 사용하던데 이 책은 등장인물들이 사투리를 써서 현실감이 있다.


성이 유씨이고 유자빵집 딸이라 별명이 유자인 유지안은 고등학교 1학년이다. 전교 1등을 뺏기고부터 슬슬 조급해지기 시작하고 지방 소도시 거제라는 곳에서 답답함을 느끼지만 이모가 사는 부산으로 가서 공부하라는 권유에 불안하다.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반대로 이곳 저곳 전학 다니다 거제로 온 김해민은 별명이 전학생이고, 정주하는 삶의 안정감을 느끼고 싶어한다. 지안의 절친 고수영은 다시 태어나고 싶은데 개명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등학생 셋의 고민과 일상이 거제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한달살이 하러 지안의 동네에 온 성인 혜현 언니의 이야기까지 더해진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삶이란 대개 수능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라 비슷비슷한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누구나 성적 고민을 할 것 같아도 가족이나 친구 관계, 외모 등 저마다 제각각의 고민이 있는 게 당연하다. 거기에 살고 있는 곳이 수도권에서 아주 먼 곳이라면 지방 소외감도 한몫 한다. 왜 보고 싶은 공연은 서울에서만 하는지 좀 억울하고, 기를 쓰고 이곳을 떠나려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어른이 되면 서울로 가야만 할 것 같다. 지금 당장 답을 구할 수 없는 고민들은 뿌연 안개 속 같다.


그런 고민도 그저 한 때이고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치부해버리기엔. 그 시절을 지나온, 여전히 지방에서 살고 있는, 나 같은 어른이 할 짓이 아니다. 뭐라 조언을 하기엔 몹시 진부한 말잔치를 늘어놓을 것만 같아서 입을 열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가올 미래를 화려하게 포장된 커다란 선물 상자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지 말고, 당장 앞을 볼 수 없으니 아무 것도 아닐 거라 회의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는 말해주고 싶다. 더 이상의 흰소리보단 이 책 <유자는 없어>를 슬며시 건네주겠다. 누구보다 섬세한 감성을 지닌 지안의 일기장 같은 글을 읽다보면 청소년 독자는 자신과 비슷한 면을 발견하면 반갑고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등장인물에 놀라게 될 것이다.


p.112

특별할 것도 없는 바다를 보며 저렇게 감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더 이상의 궁금증이나 기대가 일어나지 않는 이 도시에서 의미 있고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는 그 눈이 부러웠다.


p.123

그래도 만약에 여길 떠날 수 있다면......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어요.”

어디에서도 꺼내 본 적 없는, 나도 알지 못하던 마음이었다. 떠나고 싶다는 말은 지금 여기가 싫다는 뜻이 된다. 타고난 배경이 불만족스럽고 부족하다는 뜻이 된다. 그 마음과 마주 보기가 싫었다. 인정하는 순간 지금의 내 모습이 초라해질 테니.


p.160

천천히 숨을 골랐다. 호흡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러다 터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뛰었던 심장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해 보면 늘 그랬다. 숨 쉬는 방법을 잊어버려 금방 쓰러질 것 같아도, 시험을 망쳐서 인생이 망한 것 같아도, 그 순간을 지나고 나면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나는 여전히 유지안이었다.


p.181

사랑하는 것들로부터 인사도 제대로 못 한 채 도망치듯 떠나는 것이 어른이 되는 한 과정인 걸까. 재희는 이런 얄궂은 헤어짐을 계속 겪어야 한다면 차라리 스물이 되는 일을 미뤄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겨울이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