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IB 이렇게 시작합니다 - 사교육 없이 진짜 실력을 키우는 초등 IB 가이드
김한옥.이현민 지음 / 경향BP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아이가 있는 학부모라면 교육 정보에 귀를 쫑긋하게 된다. 누구네는 무슨 무슨 학원을 보낸다더라, 이제 AI시대다, 이런 말들을 듣고 있으면 대체 뭐부터 해야할지 막막한 때다. IB교육, 이건 또 처음 듣는 건데? 또 무슨 새로운 게 나왔나, 나만 모르는 거 아닌가 싶어서 찾아볼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초등 IB 이렇게 시작합니다>를 추천한다. 부제 사교육 없이 진짜 실력을 키우는 초등 IB 가이드만 봐도 조금 안심이 될 것이다.


이 책은 30년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김한옥 선생님과 IB교육 기반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며 저학년 교실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현민 선생님의 공동 저서다. 이들은 머리말에서, IB교육이 특별한 아이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모든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깨우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꼭 학교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이 책에 나온 모든 활동은 일반 학급과 가정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 거창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고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질문하는 방법을 조금만 바꾸어보자 .


책에서 말하는 IB는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re)라는 뜻으로 질문하고, 대화하고, 함께 이해를 만들어가는 배움의 태도이다. 1장에서는 왜 1학년에서부터 IB교육인지에 대해 말하고, 2장은 1학년 아이들과 1년 동안 교육한 실제 사례별로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4단계로 나누어 보여준다. 3장에서는 아이들의 변화를 위해 교사와 양육자의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먼저 IB가 어떤 교육인지부터 살펴보자. IB교육은 우리 나라 교육과정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 학습자상(Lerner Profile)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는 10가지 자질이 우리 교육과정의 핵심 역량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단순히 학습 목표에 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꼭 갖춰야 할 핵심 역량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 지식습득을 넘어, 스스로 배우고 생각하며 변화할 수 있는 진짜 주인공으로 거듭난다





1장은 왜 1학년에서 IB교육을 시작해야 하는지, 공교육에서 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1학년 교실은 세상의 축소판이다. 아이들은 작은 탐구 속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작은 관계 속에서 서로를 배워가며 IB가 말하는 탐구하는 평생학습자의 기초를 완성한다. IB를 몰라도 가정에서 시작할 수 있는 활동이 가정 활용 TIP”에 나와 있다. 예컨대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IB식 질문은 이렇다



2장은 IB학급의 1학년 1년간의 교육 활동을 볼 수 있어서 교사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내용이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학부모들도 이번 장에서 해소하기에 충분하다. 가정에서 실천해볼 수 있는 한글교육 팁이 나와 있어 실천해보기 좋고, 초등학교 적응 단계인 1학년들이 학교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할 수 있도록 학부모가 활용할 팁도 있다


글자색을 달리한 부분이 두 개가 있는데 그 중 교사 성찰은 교단일기 같았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오히려 배워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독자도 느낄 수 있었다. IB활용팁 외에도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를 다른 글자색으로 두었다. 학부모들에게 수업한 내용을 알려주는 알림장 같으면서도 교사의 진심어린 노력이 보였다.


교육이기 때문에 교사가 주도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IB는 자기주도가 기본이며 결과보다 과정에 중심을 둔다. 학교에 적응하고 탐구하는 단계를 넘어서면 3단계부터는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을 키운다. 학부모가 학교에서 배운 것에 대해 질문할 때, 무엇을 배웠는지 묻기보다는 오늘 배운 것 중에서 우리 생활에서도 써 볼 수 있는 게 있을까?”라고 물어보면 좋다. 부모와 교사는 아이가 오늘 배운 작은 지식이 내일 더 넓은 세상에서 쓰일 수 있도록 따뜻하게 격려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응원이 아이가 스스로 이해하고 앞서 나갈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


3장 내용은 짧은데 대부분 부모의 태도에 대한 것이다. 아이의 성장에 발맞춰 부모도 성장할 수 있으며 마음가짐의 변화도 필요함을 말한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다그쳐서 결과에 목맬게 아니라 믿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의 싱어송라이터
이미경 지음 / 북극곰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이라는 단어는 오래 되었다, 어렵다는 어감이 있다. 여기에 시가라는 낱말까지 붙으면 진짜 어렵겠다, 국어시간에 배운 것 같긴 한데 기억이 안 난다 같은 생각이 든다. 다가가기 어렵기만 한 이 고전시가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 출간되었다. 38년간 파격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의 고전시가 멀미증을 치유해온 이미경씨의 <조선의 싱어송라이터>이다.


고전시가는 원래 악보가 있는 노래였는데 일제강점기에 시()는 문학으로, ()는 음악으로 강제로 분리되었다. 노래에서 멜로디를 빼앗긴 탓에 악보를 잃은 반쪽짜리 옛 노래를 만나고 있다.”(머리말에서 발췌)는 건 몰랐다. 고전시가를 고전문학으로만 배워 어렵고 재미없게 느낀 게 아닐까 싶었다. 작가는 안타까운 마음에 고전시가와 현대가요를 연결해 사람들이 고전시가를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 마음 아주 잘 느껴졌다. 덕분에 몇 백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작가는 16개의 챕터에서 고전시가와 가요를 각각 한 곡씩 묶어 총 32개의 노래를 소개하고 있다. 유사한 감정과 정서를 공유하는 두 곡을 기가 막히게 연결했고, 시대적 배경과 역사는 물론 인물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알 수 있게 했다. 대표곡을 뽑아 챕터의 부제에 넣긴 했으나 각 예술가의 생애가 서술되기에 여러 곡이 등장하고 비슷한 심상을 노래한 다른 작품도 곁들여 더욱 풍성하다. 학창시절에 이렇게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선생님이 있었다면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고전문학 시간이 마냥 지루한 고등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물론 성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나는 역사책 읽기를 좋아해서 이 책이 흥미로웠고 작가의 서술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1부에서 눈에 들어온 챕터는 추사 김정희의 <도망시>. 얼마 전 어떤 드라마에서 언급된 적이 있어서 처음 알게 된 시다. 언뜻 어디론가 도망친다는 뜻인가 싶었는데 한자로 도망(悼亡)은 죽은 아내를 생각하며 슬퍼한다는 뜻이다. 김정희 하면, 추사체를 만들었다는 것과 제주도에 유배 가서 그린 세한도정도밖에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알게 되었다. 유배 생활을 하며 아내에게 보낸 편지들은 애정 표현과 투정이 난무한다. 허허, 조선시대에 양반이 이런 표현을? 싶었고 절절함이 훅 다가왔다.


오늘 집에서 보낸 서신과 선물을 받았소. 당신이 봄밤 내내 바느질했을 시원한 여름옷은 겨울에야 도착했고 나는 당신의 마음을 걸치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머리맡에 병풍처럼 둘러놓았소. 당신이 먹지 않고 어렵게 구했을 귀한 반찬들은 곰팡이가 슬어 당신의 고운 이마를 떠올리게 하였소. 내 마음은 썩지 않는 당신 정성으로 가득 채워졌지만 그래도 못내 아쉬워 집 앞 붉은 동백 아래 거름되라고 묻어주었소. 동백이 붉게 타오르는 이유는 당신 눈자위처럼 많이 울어서일 것이오.


귀양살이를 뒷바라지하던 아내의 지병이 위중해졌다는 소식을 들은 김정희는 걱정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아내는 그것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편지를 보내고 한 달쯤 뒤에야 아내의 부고를 받은 김정희는 거처에 위패를 만들어 모시고 추모글을 올렸다. 그리고 그는 아내를 간병하지도 못하고 직접 배웅하지도 못한 비통함을 담아 도망시를 썼다.


뉘라서 월하노인께 명부의 일을 아뢰어

다음 생에는 금슬의 연분 서로 바꾸리오.

천 리 먼 곳에 나 먼저 가고 그대 홀로 남아

비로소 이 애끊는 심사를 그대 알련만.


김정희는 아내 사후 6년 뒤 제주도 귀양살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절망의 시간을 담금질하여 완성한 것이 추사체이다.


도망시의 가요 버전은 임재범의 내가 견뎌온 날들이다. 임재범의 아내는 갑상선암으로 투병하다가 마흔다섯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모든 대외 활동을 멈추고 아내를 애도했다. 상실의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것은 역시 노래와 무대였다. 7년의 공백 끝에 낸 정규 7집 앨범 <SEVEN,>의 수록곡 <내가 견뎌온 날들>에서 임재범은 아내가 슬퍼하지 않게 잘 견디겠다고 약속한다.


이 두 곡을 나란히 놓고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p.122


김정희는 9년의 유배 끝에 돌아왔다. 집으로, 하지만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임재범은 7년의 침묵 끝에 돌아왔다. 노래로,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들의 애절한 도망시는 남았다. 견딜 수 없었던 날들을 견디며 쓴 기록. 우리는 그 기록을 읽고 들으며, 슬퍼하고 위로받는다. 시대는 달라도, 사랑이 예술을 만든다는 진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예술은 결국, 남겨진 자의 언어다. 누군가는 시로, 누군가는 노래로, 사랑의 잔향을 기록한다. 김정희의 붓끝이 남긴 한시와 임재범의 목소리가 남긴 울음은 모두 한 인간의 간절한 사랑의 형상이다. 그들의 작품은, 결국 잃음의 자리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울림을 준다. 그래서 두 남자의 작품은 사랑하고, 잃고, 견뎌낸 모든 이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예술은 오늘도 계속된다.


이렇게 각 챕터마다 대구를 이루는 두 곡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이야기 솜씨에 감탄했다. 이 책을 선택했다면 고전시가를 잘 몰라도 좋아하는 곡이나 가수가 보이면 그 챕터부터 먼저 읽어보자. 자연스레 고전시가의 음률 속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2부에서 유난히 눈길을 끈 챕터는 허난설헌과 김광석이다. 그들의 접점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허난설헌의 문학적 재능은 빼어났다. 허난설헌 사후에야 조선의 선비와 문인들은 그녀를 칭송했으면서도 그 천재적 능력을 폄하했다. 동생 허균이 극히 일부 작품만 옮겨놓았다는 <난설헌집>에는 한시 210여 수와 산문 등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시대는 그녀를 시기하고 질투했으며 기어이 살해하고 말았다.


허난설헌의 오언고시 곡자에는 어린 남매를 잃은 어미의 처절한 슬픔으로 가득하다. 남매를 잃은 후 시댁의 구박이 심해졌고 뱃속 아이마저 잃고 만다. 작가는 곡자에서 또 다른 슬픔을 감지했다. ‘곡자가 아이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이자 세상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유언장으로 읽었다.


지난해에 애오라지 딸아이를 잃더니

올해에는 사무치는 아들마저 잃었네.

아아, 서럽도다 광릉의 푸른 언덕이여.

나란한 두 봉분이 쓸쓸히 마주 섰구나.

사시나무 가지에는 스산한 바람 울고

소나무 가래나무엔 인혼 불빛 어른거리네.

지전을 사르며 너희 넋을 부르고

너희 무덤에 검은 술 올리어 제하노라.

응당 알리라, 너희 오누이 혼백이

밤이면 밤마다 서로 의지해 노니는 것을.

설령 태중에 아이 깃들었다 한들

어찌 온전히 자라기를 바라리오.

부질없이 황대의 비가를 읊조리니

피눈물로 통곡하며 그 소리마저 삼키네.


작가는 허난설헌의 곡자와 김광석의 일어나를 나란히 놓은 챕터의 제목을 내 작품의 제단에 나를 바치다라고 이름 붙였다. 다른 시대, 다른 성별의 두 아티스트는 모두 자신이 낳은 작품에 희생 제의로 바쳐졌다고 했다. 그들의 슬픔은 개인의 울분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이었고, 다음 세대에 공감의 씨앗을 뿌린 행위였다고 썼다.


이 챕터에서는 두 아티스트의 여러 작품을 언급하며 그들의 생애를 망라하여 설명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김광석의 일어나는 삶의 허무함과 답답함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러기에 더더욱 봄의 새싹들처럼얼음장을 뚫고 일어서자는 활기차고 힘찬 노래라고 했다. 작가는 그들의 접점을 같은 방향성에서 찾았다.


p.219

사람이 슬픔을 견디는 방식, 상실을 기록하는 방식, 그리고 절망을 예술로 끌어올리는 마지막 몸부림까지.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여전 - 육체노동과 글쓰기로 바라본 삶과 세상
양성민 지음 / 돌베개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32회 전태일 문학상 르포 부문 수상자 양성민씨가 <인생여전>이라는 책을 냈다. ‘육체노동과 글쓰기로 바라본 삶과 세상이라는 부제대로 저자의 노동과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글 안에는 우리 사회가 있고 우리의 시선도 있다. 그의 글은 당연한 듯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우리 시선의 방향을 움직이게 한다. 저자가 경험한 조선, 건설, 제조 등 여러 형태의 노동 현장을 독자가 간접 체험해 보게 하면서도 노동이란 신성한 것이다!’라는 교훈적인 말은 하지 않는다.


p.103

실지로 우리 사회엔 낮은 평가를 받는 노동이 있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그 평가는 무척이나 부당한 논리를 근거로 한다. 차분히 따져보면 그렇게 무시당할 만한 노동 따윈 웬만해선 없다. 어느 이빨 하나라도 빠지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것이 촘촘한 현대사회의 시스템 아닌가. 핵심 노동과 주변부 노동이라는 이분법은 사장님들이 월급을 아끼기 위해 그냥 즐겨 쓰는 말일 뿐. 2등 노동자는 없다.


우리는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잘나서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내 하루가 무탈할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 할 일을 묵묵히 해 내는 수많은 들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이유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들의 손길과 함께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확인하게 될 것이다.


p.61

인간은 타인의 노동으로 생을 얻고, 타인의 노동으로 살아가다가, 타인의 노동으로 생을 마친다. 소중한 이를 소중하게 세상에 소개하는 순간부터 소중하게 떠나보내는 것까지 타인의 노동을 통해서다. 그렇지 않나? 타인의 노동을 그리고 나의 노동을 소중하고 가치 있게 여겨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을 소중하게 여길 때 사람의 인생 또한 소중하게 다루어지게 될 것이므로.


우리는 수능 시험을 위해 국영수는 열심히 배우지만 사회에 나가 꼭 필요한 노동 교육은 받지 못했다. 누구나 노동자가 될 터인데 노동자의 권리도 모르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법도 모른다. 3부 떼인 돈 받아내기 는 저자가 현장에서 겪었던 어이없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한 사례담이다. 법 조항에 근거하여 조근조근 할 말 다 한다. 관행대로, 높은 사람 힘을 빌려 처리하던(실을 별 해결되지도 않지만)것들을 양성민씨는 따박따박 클리어한다.


노동자의 권리에 의거해 집회 신고를 했고, 외국인 노동자의 과잉 근로의 폐해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산재사고 사망자의 숫자가 줄었어도 비계 사고의 숫자가 가장 많다는 것을 짚어낸다. 이 책이 품고 있는 온기는 저자가 사람과 세상을 보는 따뜻한 눈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승태의 <고기로 태어나서> 보다는 읽기 수월했다. 한승태씨의 책은 숨쉬기 힘들어 읽다가 멈춘 적이 여러 번이었다.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양계장 냄새와 열기가 종이를 뚫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오늘도 일과를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당신! 나 하나는 사회를 바꿀 힘이 없을지라도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지 궁리해보면 어떨까...

 

길고양이도 세상을 뜨고


간밤에 별똥별이 지더니

그건 흉성이었던가

이웃 조선소에서 화재가 났다

하청 회사에 다니던 여성 노동자가 사망했고

연기를 마신 일곱 명이 병원에 실려 갔다


사측의 보도자료를 읊어대는 언론은

불이 나자마자

불은 한 시간 만에 진화되었다며

놀란 군중의 불안을 진화시키는데 바빴고


사망한 노동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무엇을 하던 사람이고

어떻게 죽어갔는지

가족은 몇이고

얼마의 일당을 벌려고

위험한 조선소에서 이리 일하게 되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알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한 자루 초라도 들고

죽은 여성 노동자를 추모하러 나서야 할 텐데

언제나 그렇듯 생각뿐이고

몸은 따르지 않는다

아무도 행동하지 않으면 누군가 나서길 기다리고

누군가 나서면 굳이 나 따위가 필요하겠냐며


악마는 없고 합리화하는 인간이 있을 뿐이라고


간밤의 별똥별은 여러 개였나

오늘따라 퇴근길엔 길고양이마저 숨을 놓았고

땅에 묻어줄 용기도 의지도 없이

그저 혀만 끌끌 차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




그러고 보니 여긴 내 집도 아니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이랑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었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하다. 간만에 꽤 난처하다.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는 서평단 자격으로 받은 책이라서 패스는 안 된다. 대개 전문서가 리뷰 쓰기 힘들었다. 내용 이해가 잘 안 되면 내 입말로 풀어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에세이다. 제목에 훅 이끌려서 신청했고 에세이니까 쉽게 쓸 줄 알았다.


이 책을 쓴 이랑이라는 사람을 몰랐다. 읽어보니 거의 종합예술가다. 음반을 냈고 전시도 했으며 공연도 하고 영화, 드라마 연출도 한다. 책에는 그런 이력에 대한 것은 자세히 나오지 않았고 행간에서 드문드문 드러났다. 내용은 대부분 상실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읽기 쉽지 않았다. 언니를, 친했던 친구들을, 그리고 20년이나 함께 했던 고양이 준이치를 떠나보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작가가 겪은 상실의 고통 중에 가장 공감되었던 건 역시 고양이였다. 나는 가까운(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경험은 없지만, 재작년 겨울에 고양이 루키가 무지개 다리 건넜을 때 많이 힘들었다. 작가는 사랑하는 이들이 떠나는 고통을 여러 번 겪었다읽는 동안 괴로웠고, 이것이 리뷰를 쓰기 힘든 지점이었다. 내밀한 타인의 감정을 읽다보면 어떤 포인트에서 꼭 공감해 주어야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다. 작가가 겪은 아픔과 유사한 경험이 없을 때 그 거리감은 글에서 어색하게 드러나게 된다. 가식적이거나 과하거나.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작가의 고통보다는 몸부림을 보았다. 그것은 작가가 힘들다는 표현이라기보다 자신을 알아가는 몸짓이었다. 자신을 알고 타인도 알아가려고 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여러 활동을 하는 작가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집착적으로 일기를 써왔고, 자신의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길 좋아했고, 사람들이 그것을 보며 좋아하는 것을 즐겼다.


p.189


다른 사람들과 반복해서 몸 얘기를 나누다보면 사람들이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감정을 해소/분출하며 자신을 돌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땅에 발을 붙이고, 정신과 몸을 붙여내고야 만다. 반면에 나는 너무 오랫동안 머리만으로 산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몸을 놓고 살았다. 감정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는 방법이 대체 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겪는 공황은 머리의 파업일지도 모르겠다. 정신적으로 한계를 느끼니 몸 전체를 셧다운시켜서 몸도 머리도 멈추게 해버리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여러 번 만났던 작가는 몸에 이상(암과 공황 증상, 실명 위기)이 왔을 때 저 역시 죽음에 가까워지는 거라고 여기기도 했다. 결국 작가는 몸과 정신이 따로 일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떠난 이들의 기억이 자신의 몸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자각하고 나니 자신의 몸을 잘 돌보기로 했고 움직였다. 작가는 무엇에든 성실하다. 그리고 진심으로 행동한다.


p. 205

나는 자신의 약함을 아는 인간을 좋아한다. 약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하는 인간이 좋다. 살아나가는 두려움을 아는 인간이 좋다. 살아갈 방법을 무언가에 의탁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 생각하려는 인간이 좋다. 자신의 방법을 전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이 좋다. 더 탁월한 방법으로 말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이 좋다. 말과 글이 좋다. 말과 글을 좋아하는 인간이 좋다. 겪지 않은 이야기로 끝없이 상상하는 인간이 좋다.


나도 말과 글을 좋아하지만 요사이 인풋만 하고 아웃풋을 많이 하지 않으니 점점 표현하는 능력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 작가처럼 여러 장르로 표현하는 능력도 없으니 읽거나 보기만 한다. 책을 다 읽고 작가의 영상이 궁금해서 찾아봤다. 나처럼 글로 이랑을 처음 만나는 독자라면 책을 읽은 후 영상을 보길 추천한다. 글을 통해서 어슴푸레 그려지던 작가의 작품이 화면으로 재생되면 쨍한 빛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뮤직비디오 늑대가 나타났다와 메이킹 영상을 보는 내내 웃음이 나왔고 감탄했다. 준이치에 대한 사랑을 베이스로 인간 세상에 대한 풍자까지 깨알같이 다루었다.


작가의 자유로운 예술성이 책안에서 뭉클뭉클 끓어넘친다. 내 깜냥으로 그것을 다 표현하지 못해 미안하고 책을 제공해준 출판사에도 그렇다. 그러니 책 칭찬을 더 하고 싶다. 이랑 작가의 글을 편집한 편집자님들 수고하셨고, 마케팅팀에게 감사하다.(, 이 무슨 시상식 인사 같은...) , 만듦새도 언급해야 한다. 양장본 좋아하고 만듦새에 신경 쓰는 독자들은 만족할 것이다. 겉표지와 속표지의 강렬한 사진에 놀란 후 책머리와 책배, 책밑 까지 고급진 은빛이 입힌 걸 보면 소장욕 불끈! 할 것이다. 책 제목이 왜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인지 궁금하다면 꼭 사서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빨간 돌을 찾아 줘 - 제2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 초승달문고 58
최지안 지음, 차야다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한석구와 오동오는 절친이다. 둘은 스마트폰이 없어도 신나게 같이 논다. 놀이터에서 괴물놀이를 하던 둘은 뜨거운 해를 따다 땅에 파묻겠단다. 시작부터 아주 재미있는 놈들이군! 싶다. 단풍나무 아래 땅을 파다가 둘이 발굴해낸 것은 빨간 돌! 길쭉한 세모모양의 빨간 돌이 보석이 아닐까? 석구는 빨간 돌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때부터 석구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괴상하게 생긴 털뭉치 셋이 석구네 집에 들이닥쳤다. 빨간 돌을 찾으러 왔다고 하더니 마치 자기 집인양 휘젓고 다닌다. 털뭉치들은 뿔괴물, 이빨괴물, 발톱괴물인데 셋이 하나같이 빨간 돌이 제 것이라고 주장한다. 석구는 몹시 당황스러웠지만 진짜 주인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친구랑 같이 찾은 것이니까 둘이 같이 해결하겠다고 말하고 괴물들을 돌려보냈다. 이제 추리가 시작된다. 과연 빨간 돌의 주인은 누굴까? 그리고 이 괴물들의 정체는?



어린이들은 또래가 주인공이라서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석구와 동오가 놀 때나 정보를 찾을 때, 자신들과는 달라서 새롭게 느낄 것이다. 책 속 아이들은 밖에서 몸을 움직이며 놀고, 모르는 것은 도서관에 가서 찾으려고 한다. 어른들이 보기엔, ‘그래, 우리 땐 저랬지.’싶겠지만. 어린이 독자는 석구와 동오가 빨간 돌의 주인을 찾기 위해 하는 행동과 문제 해결을 해나가는 과정을 읽어나가며 배우게 될 것이다.


석구와 동오는 최근에 만난 동화 등장인물들 중 가장 건강하고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거기에다 무궁무진한 상상력까지 장착하고 있다. 이런 어린이에게는 분명 괜찮은 어른이 있다. 석구의 든든한 추억 자산은 할머니다. 할머니와 함께 한 기억과 구수한 사투리 어록들이 그것이다. 석구가 하는 엉뚱한 행동과 놀이를 폄하하지 않는 엄마 역시 지지자다. 이 부분에서는 어른 독자가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어린이들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책이다.


2회 문학동네 초승달 문학상 대상작인 이 작품은 유쾌한 상상력으로 시작해 따뜻하게 끝맺는다. 삽화도 맞춤하게 어울린다. 저학년이 읽기에 딱 맞고 같이 읽는 어른도 아이의 눈높이만큼 내려앉아 아이와 마주보고 이야기 나눌 시간이 될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여자 친구와 같이 읽었는데 2학년이 읽기엔 길었다. 이빨 괴물이 말끝마다 사탕 얘기를 하는 걸 재미있어 했고, 발톱 괴물의 색깔에 깜짝 놀랐다. 석구와 동오가 빨간 돌의 진짜 주인을 찾기 위해 문제 해결하는 과정은 살짝 지루해 했다. 아직 2학년 된지 얼마 안돼서 긴 글 읽기가 어려운 것 같고 3학년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한줄평 

발톱 괴물의 발톱 색깔이 무지개색이었다니 정말 신기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