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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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아포칼립스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올해 혼불문학상 수상작이 최초의 SF물이라고 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오수완 작가의 <에케 호모>를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 읽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해서 작가를 검색해봤더니 한의사이면서 소설까지 쓰는 사람이다. 그의 인터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을 인용한다.


"늘 다른 사람은 쓸 수 없는 것, 나만 쓸 수 있는 걸 쓰려고 한다. 누군가 쓸 수 있다면 굳이 나까지 쓸 필요는 없으니까. 그건 서로의 삶을 낭비하는 일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걸 써야겠다고도 생각한다. 재미없는 이야기를 억지로 쓰는 것 역시 시간 낭비다. 쓰는 동안 재미없는 이야기라면 읽는 데도 재미없을 텐데 그런 이야기를 독자에게 읽으라고 권할 수는 없다."



시쳇말로 개나 소나 소설 쓰는 시대라고 한다. 나도 시도해봤지만 역량 부족만 절감했던 적이 있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서로의 삶을 낭비하는 짓’이었구나 싶다.

<에케 호모>는 문명이 파괴된 근미래에 중년 남성 ‘노먼’과 여자아이 ‘서브’가 길을 떠나는 이야기다. 뭐든 수리할 수 있는 노먼은 말을 하지 못하는 서브를 돌보면서 여행을 한다. 서브에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는 노먼은 보호자, 어쩌면 선지자처럼 보인다. 둘의 여행에서 만나는 인간 군상들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있는 이들이다. 그들과의 만남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갈등보다 내가 이 소설에서 주목한 것은 책이다.


소설의 처음에서 책을 14,725권이나 소유하고 있는 여성에게 도서관에서 나왔다고 하는 남자가 찾아온다. 책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을 수 있게 허락해 달라고 말한다. 그 책들이 인류에게 꼭 필요하다며. 30년 만에 엑스포가 다시 시작된다는 라디오 광고를 들은 뒤 여성은 책을 그대로 둔 채 집을 떠난다. 노먼을 찾기 위해, 그의 노트와 그림책 한권을 들고. 그 후의 줄거리는 노먼과 서브의 여행기이며 에필로그까지 읽고 나면 이야기가 프롤로그로 다시 돌아와 연결되는 구조이다.


둘의 여행을 통해 작가가 말하는 것은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과연 고도로 발달한 과학 문명, 물질 문명인가?이다. 노먼이 파괴되고 고장 난 물건을 고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만 봐도 의미심장하다. 노먼은 서브에게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을 알려주고 지켜준다. 처음엔 과도한 보호에 의문을 품었지만 마지막에 노먼이 누구인지 드러나면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생존을 위협받던 아이가 살아남았다. 활자를 사랑했던 아이는 책을 모으고 책과 함께하는 어른이 되었다. 자신을 지켜주었던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책에 대해 소개하는 대목이 소설의 마지막 문단에 나온다. 서두에 소개한 작가의 인터뷰 내용과 연결되는 듯하다.


p.188

당신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싶어. 왜 이 책이냐고 하면, 이 책이 어떤 의미냐고 하면, 아무 이유도 의미도 없어. 당신이나 나와 상관있는 이야기인 것도 아냐. 그런데도 이 책을 읽어주고 싶은 건 내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여기 나오는 소년이 당신과 이름이 같은데다가 어딘가 닮아서일까. 어쩌면 당신이 내게 이 책을 읽어줬으면 하고 바라서인지도 몰라. 그때, 우리가 함께 여행했을 때 말이야.

이제 이 이야기를 듣고 잠시 웃고 편히 쉬길.



세상에는 수많은 책이 있지만 계속해서 책이 출간되고 있다. 작가는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고 독자도 그런 책을 원한다. 그 책에 꼭 거창한 의미와 가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한 부분이라도 독자의 취향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면, 그 독자에게는 좋은 책이다.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책을 좋아하길 바라겠지만 소수의 누군가에게 가닿으면 의미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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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따위 멸망해도 ㅣ 사계절 1318 문고 155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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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원고 일부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남유하 작가의 소설집 세상따위 멸망해도 조각 서평단에 키워드를 선택할 수 있었다. LOVE와 DEATH 중에 나는 DEATH를 신청했는데 세 편의 단편 소설 원고를 받았다. <숨은 머리 찾기> <세상 따위 멸망해도> <비오는 날>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회의론자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일단 의심하고 보는 편이다. 그래서 DEATH룰 선택했는데 <세상 따위 멸망해도>는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 싶었다. 세상 따위 멸망해도 둘만 남고 싶어한 소년 소녀의 몽글몽글한 사랑 이야기로 읽혔다. 단, 주인공 재이가 하루만 함께 있고 싶다고 소원한 게 좀 뜨악했지만 뭐 어떤가~ 내일이 오든 말든, 지금 이 순간 달콤함이라면 세상 따위 멸망해도 무슨 상관이랴! 그 딸기향 달콤함에 퐁당 빠져 읽느라 세상 마지막 날이나 죽음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이 읽었다.


<숨은 머리 찾기>는 설정이 좀 으스스하다. 죽은 뒤 머리 없는 시체(혹은 유령같은 존재)가 나타나고, 그 시체를 만난 (살아있는)사람은 머리를 찾아야 한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머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사람이 찾아내야 한다. 그러니까 그 죽은 이를 잘 알아야 머리가 어디에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셈이다. 소재와 설정이 좀 무섭긴 해도 죽은 자가 완전이 이 세계를 떠나기 전 자신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게 아닌가 싶다. 수수께끼 푸는 것 같은 머리 찾기를 하면서 자신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세상 따위 멸망해도>가 죽어도 좋으니,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 소설은 작가가 죽은 자들이 완전히 떠나기 전 마지막 소망을 이렇게 구현한 것 같다. 대단한 상상력!!


마지막 소설 <비오는 날>은 신산한 분위기다. 비오는 날마다 엄마가 전을 부친다. 그 냄새에 구역질이 날 것 같다고 한다. 뜨헉... 시작부터 상식을 뒤엎는 설정이다. 보통 사람들은 비오는 날엔 부침개를 부쳐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맑은 날보다 기름 냄새가 더 고소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집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비오는 날>이 DEATH에 가장 부합하는 소설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엄마의 피부병, 실직한 뒤 시작된 아빠의 폭력은 심해지고 있다. 이 가정의 위태로움 수위가 점점 높아갈수록 읽는 사람도 조마조마해진다. 엄마의 환부가 점차 번지며 심해지듯 이 가정의 불행도 심각해져간다. 중학생 아이의 입장에서 원인을 정확히 알기 어렵고 해결할 수도 없다. 악취 나는 공간에서 재료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전 냄새와 엄마가 맞는 소리를 그저 견뎌야만 한다. 그러나 배가 고프면 전 냄새에 위장이 반응하는 것을 참기 어려워 먹어야만 하면 자괴감에 몸서리친다. 요사이 읽은 가난한 폭력 가정 소재 소설 중 가장 음울했다.


장마는 길고 견뎌야 할 시간 역시 길어진다. 잠시 비가 그친 후 다시 추척추척 비가 내리는 날, 드디어 클라이막스이자 결말로 이어진다. 예측 가능 혹은 바라던 결말이었으나 씁씁한 뒷맛은 어쩔 수 없었다. 간지러움을 못 견뎌 손등을 그러쥐는 아들의 마지막 모습 때문이었다. 이 가정의 가난과 불행에 끝은 없을 거라고, 아들에게로 옮아가는 건 자연스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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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 : 사계절 꽃편 - 시니어를 위한 컬러링북 ㅣ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
건강 100세 연구원 지음 / 비타민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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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사계절꽃편>은 80세 친정엄마를 위해 서평단에 신청해서 받았습니다. 엄마는 3년전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욕중인데 다행이 악화되지는 않고 있어요. 특별한 취미는 없었고 노래교실 다니고 가벼운 산책 정도만 했어요. 그런데 이번 여름 너무 더워 아예 외출을 못하다보니 휴대폰게임만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컬러링북과 색연필을 사드렸어요.

색칠을 하니 재미있고 시간이 잘 간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보기에도 디테일한 부분 색칠할 때 손가락을 세밀하게 움직여야 해서 집중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소근육 활동이 두뇌를 활발하게 한다고 하니 경도인지장애에서 더 나빠지지 않겠지요?
이번에 서평단 자격으로 받은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사계절꽃편>을 가져갔더니 넘나 좋아하셨어요. 얼른 해보고 싶다며...

이 책은 일상에서 자주 보고 접했던 꽃 24종이 실려있습니다. 꽃술, 꽃잎, 줄기, 잎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보면서 색칠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왼쪽은 미리 색칠이 되어 있어 그걸 참고로 하여 오른쪽에 색칠하면 됩니다. 시니어를 위한 컬러링북이기 때문에 오른쪽 꽃에 검정색으로 밑그림 해둔 게 아니라 부위별 해당하는 컬러로 그려져 있어요. 어떤 색으로 칠할지 고민할 필요없이 색을 선택하면 됩니다. 이에 더해 오른쪽 꽃 아래에 색 견본이 있어서 색상 선택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어요.

또 하나의 장점은 사철제본이라는 점이에요. 그 전에 사드린 책과 확연히 비교죄는 지점이죠. 사철제본은 180도로 완전히 펼쳐지기 때문에 왼쪽을 손으로 잡거나 무거운 것을 올려놓지 않아도 오른쪽 색칠하기에 불편함이 없어요. 컬러링북은 이 책처럼 사철제본으로 해야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하게 색칠할 수 있겠어요.

엄마가 즐겁게 색칠하고 집중하시는 모습 보니 저도 기분이 좋더라구요. 다 하면 비타민북에서 나온 다른 시니어를 위한 컬러링북도 사드릴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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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절은 영원하지 ㅣ 꿈꾸는돌 47
하유지 지음 / 돌베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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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하유지 작가의 신간 <어떤 계절은 영원하지>는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에게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오한봄의 이야기는 따뜻하고 폭신폭신해서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났다. 열일곱이 되도록 할머니하고만 살았던 한봄의 인생에 갑자기 두 명이 들어왔다. 낳자마자 할머니에게 맡기고 연락 한번 없었던 엄마와 수학학원에서 만난, 알고 보니 택배를 자꾸 잘못 배달한 추동하가 그 둘이다. 잔잔했던 한봄의 일상은 그들로 인해 소란스러워진다.


이 소설은 그동안 동화나 청소년 소설에서 다뤘던 조손 가정 스테레오 타입을 깼다. 보통 조손가정을 소재로 하면 분위기가 어둡고 주인공의 결핍을 강조하기 위한 소재로 쓰인 경우가 많았다. 이 소설에서 할머니 강만춘 여사는 청소 일을 하면서 혼자 한봄을 키웠다. 한봄은 엄마, 아빠가 없어도 사랑에 목마르지 않았고 할머니를 늘 웃게 하는 손녀이다. 그런데 할머니가 심장 수술을 하게 되어 할머니가 엄마를 집으로 불렀다. 한봄은 엄마를 미워한 건 아니지만 섭섭한 건 사실이고, 뻔뻔하기 그지없는 엄마의 행동에 황당해하면서도 엄마의 변명을 듣고 싶다.


친한 친구라고는 규림 뿐이었는데 한봄의 계절에 뚜벅뚜벅 들어온 추동하와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보낸다. 난 어른인데도 얘들 둘의 알콩달콩 티키타카한 일상이 어찌나 예쁘고 부럽던지~~ 작가님 로맨스 소설도 잘 쓰실 것 같음요!!(그런데 작가님! 열일곱 남학생이 넘 고운 거 아녀요? 말도 행동도 다 이뿜! 현실엔 없을 캐릭터!ㅎㅎ)


한봄은 엄마와 길고양이 구조를 함께 하면서 17년 간 가지지 못했던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고양이를 구조하고 소설이 막바지로 접어들자 나는 궁금해졌다. 이제 엄마는 한봄이와 같이 살까? 큰 갈등이 없었던 동하와도 계속 잘 지내는 걸까? 그렇다고 이제와 엄마 껌딱지가 되긴 열없고, 아직 학생인데 이성교제를 심화시키는 것도 좀 그렇고...


작가는 열여덟이 된 한봄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주었다. 홀로 있어도 온전할 수 있으며 의존하지 않는 관계에서 믿음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이 소설은 청소년 독자가 또래 이야기의 맛에 폭 빠질 수 있게 한다. 또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어떻게 만들어 가면 될지도 보여준다. 어른이라 해서 모든 관계가 능수능란한 건 아니다. 뒤늦게 강만춘 여사 덕에 딸과 관계 회복하게 된 서윤혜씨의 서툰 모습에서 독자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지도 모르겠다.


나는 한봄 할머니처럼 시 필사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넉넉하고 예쁜 마음씨도 닮고 싶다.


p.181


가게도 예쁘고 봄날 세상은 더 예쁘구나. 지금 이 계절이 꼭 한 편의 시 같아. 이만큼 살아 보니까 시가 인생이고 인생이 시야. 시 한편에 인생이 들어 있고, 인생 고비와 갈피마다 시구절이 스며들어 있고, 모질고 험하다가도 결국엔 아름다운 게 인생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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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
이윤 리 지음, 정혜윤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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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애도’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깊이 다가와 오래 머문 것은 세월호부터다. 이윤 리 작가의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를 읽으며 그간 이 단어를 너무 자주, 함부로 써온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공감’ 역시 마찬가지다. 책의 앞부분에서 나는 예감했다. 감히 작가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말을 쓸 수 없으리라고... 이 책의 리뷰를 쓰면서 애도를 표해야 할 텐데 어떤 식으로 쓸지 막막함을 느끼며 책장을 넘겼다.


이윤 리는 2005년 첫 소설집 <천년의 기도>로 각종 상을 받으면서 신진작가로 부상했고, 현재는 프린스턴 대학교 문예창작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런 커리어는 어쩌면 평범해 보인다. 그런데 그녀의 아들 둘 다 십대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것은 보통의 상황이 아니다. 나는 책 소개를 보며 박완서 작가의 <한 말씀만 하소서>가 떠올랐다. 작가가 하나뿐인 아들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낸 후 통곡하며 쓴 글을 읽으며 같이 맘 아팠다.


그런데 이 책의 어조가 너무나 차분해 놀랐다. 작가는 왜 그런 선택을 했냐며 원망하지도 않았고, 땅을 치며 오열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읽어온 상실을 소재로 한 책 중에 이토록 담담한 책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대놓고 슬퍼하지 않아도 그녀가 얼마나 깊고 깊은 곳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보고 싶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리움 속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사용한 단어 중 ‘심연’과 ‘지금’ 때문이다.


“사실은 이렇다. 나는 심연 속에 있다는 것. 하지만 내가 심연 속으로 잘못 들어선 것은 아니다. 심연 속으로 빠진 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박해받아 심연 속에 내던져진 것도 아니다. 그저 영문도 모른 채 기막힌 심정으로 심연 속에 있다.”


“글쓰기는 일시적 피난처를 제공하고, 구원 비슷한 것이 돼줄 뿐 그 이상은 아니다. 심연을 마주한 우리 중 누가 가망이 있을까? 또한 내가 사랑한 작가 중 누가 정확히 내가 경험한 방식으로 심연을 불러냈던가? 심연은 공유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심연에 홀로 머문다.”


“우리는 그들의 부모였고, 지금도 그들의 부모이며, 언제까지나 그들의 부모일 것이다. 지금과 그때로 나뉘지도, 지금과 나중으로 나뉘지도 않는다. 오직 지금, 지금, 지금, 또 지금만이 있을 뿐이다.”


그녀는 아들을 잃은 후에도 피아노를 배우러 가고 수영을 하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책 속의 문장으로 아들을 해석해 보았다. 자신의 그것이 비록 추측일지라도 그녀는 여전히 책을 읽고 아들을 생각한다.

 

한때 세상이 멈춘 듯했다면, 지금은 더 적막하다. 엄마가 아이들을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고도 그들의 목숨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 이것은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은 사실이다.

자식들은 죽고 부모는 계속 살아간다. 이것 또한 어떤 수식어도 허락하지 않는 사실이다.

내가 내 삶이라 부르는 이 심연에서 사실은 그 논리와 의미와 무게와 더불어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붙잡고 있는 것이 썩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이 책의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걱정스러웠는데 역시 엉성한 글이 되고 말았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지 예상하며 마무리 한다.


자녀를 잃은 부모의 고통을 함부로 재단하여 공감한다고 말하지 말며, 애도라는 낱말 안에 가두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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