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을 넘은 새 특서 어린이문학 14
손현주 지음, 함주해 그림 / 특서주니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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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을 넘은 새>는 생태환경동화입니다. 유리새 어미가 홀로 새끼 셋을 키워내는 이야기에요. 둥지 주변은 공사 소음으로 조용할 날이 없는데다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물어 나르느라 동분서주합니다. 언제 천적이 들이닥칠지 몰라 불안불안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유리새는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의 새이지만 일반적인 새의 생태를 알 수 있고, 어미 유리새의 모성애와 인간의 개발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도 배울 수 있어요.


까마귀가 새끼 유리새를 사냥하려고 할 때 어미 유리새가 지혜를 발휘하는 모습, 고양이의 위협을 물리치는 장면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엄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아이와 같이 읽으면서 엄마가 경험을 들려주면 좋을 것입니다. 물론 본능으로 내재된 동물의 행동이 인간의 모성과 똑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새끼들의 비행을 독려하는 부분에서는 자녀가 했던 첫 시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봅니다. 이렇게 책의 내용과 유사한 독자의 경험을 이야기 나누다보면 대화의 폭이 넓어지고 관계도 좋아지게 됩니다.


마지막은 좀 슬픕니다. 새끼들을 모두 보내고 혼자가 된 어미새가 통유리창에 부딪혀 추락합니다. 인간이 만든 건물 때문에 많은 새들이 죽게 되는 현실을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는 어린이 독자도 있을 것입니다.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어른들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아이들과 함께 방안을 검색해보면 됩니다. 창문 바깥에 외부 그물망을 설치하거나 유리에 반사 기능이 있는 코팅 처리를 하거나 커튼을 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이 책은 초등 저학년은 부모가 읽어주면 되고, 중학년 정도라면 충분히 혼자 읽을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 혼자 읽고 끝내는 것보다는 부모와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누면 좋습니다. 새에 관심이 있는 아이라면 책을 읽은 후 새를 관찰하는 활동을 해보거나 탐조 관련 서적으로 확장 독서를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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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 인권의 길, 박래군의 45년
박래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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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책 제목이 너무 따뜻하다. 내용은 읽어내기 쉽지 않다. 나는 힘들었다. 저자가 투쟁해 온 것들 중 이루어진 것도 있지만 여전한 것도, 뒷걸음 치는 것처럼 보이는 사안들도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위정자들은 돈과 권력을 차지해 휘두르고, 목숨 내놓고 일하는 노동자들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아직 있다.


이 책은 저자 박래군의 자서전이자 한국 인권사이다. 그의 삶이 곧 역사인 셈이다. 문학청년을 꿈꾸던 그가 1981년에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시대가 부른 것일까. 아니, 아버지의 작명이 삶의 방향을 정해주었는지도 모른다. (올 래) (무리 군) 데모만 하고 살거냐는 아버지께 그는, 무리와 어울려 데모하면서 살라는 이름 뜻대로 살고 있다고 답했다. 이래저래 인권의 길은 그의 운명이었다. 인권운동가로 산 그의 45년은 한국 민주화운동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막혔던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제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권을 외쳤던 사람들은 권력자에 의해 인권을 박탈당했고 목숨까지 뺐겼다. 너무 화가 나고 답답했다. 아무렇지 않게 벌어졌던 인권 유린 현장을 글로만 읽어도 이러한데 저자는 대체 45년이나 활동가로 어떻게 살았다는 걸까? 감히 가늠할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책을 읽는 것 밖엔... 그의 활동을 따라가다보니, 우리가 지금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이 그렇게 된지 불과 몇 십년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미안하고 고맙다.(... 요새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 이런 심정이다!) 맨날 지는 일만 하고 있다는 그의 활동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누리는 권리도 없었을 것이므로.


인권을 말할 때 앞에 천부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천부인권은 태어나면서부터 저절로 가지는 권리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현실에 그 단어가 있지만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인권! 인권!을 외쳐야 한다.


1장 문학청년에서 운동가로 에서는 전두환 독재 정권에서 투쟁하다 처음 투옥된 경험이 그의 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p.60

다시는 교도소 안에서 소란을 떨지 않고, 규율을 잘 지키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포승줄로 묶였던 팔과 다리는 물집이 터져서 쓰라렸고, 잘린 혀는 통증이 심해졌다. 하지만 퉁퉁 부어오른 상처보다 더 끔찍한 건 내 마음이었다. 폭력에 굴복했다는 무력감, 노동 해방을 위해 싸우는 전사가 이깟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자괴감에 너무 괴로웠다.


2장 유가족이 되어 는 동생 박래전의 분신 이후 유가족이 된 저자가 많은 억울한 죽음들을 알게 되었고 유가협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1993년 빈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에 참여하면서 넓은 시야를 확보하게 된다. 전태일의 모친 이소선 여사를 스승으로 삼는다.


p.144

그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었던 일은 민주유공자법 제정이었다. 투쟁 중에 자결하거나 국가 폭력으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날 때면 목숨마저 버리고 민주화하려고 했던 사람을 나라가 기억해 줘야 하지 않냐는 이소선의 바람은 아직 미완이다. 하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될 일은 언제건 되더라고.”

이소선 어머니의 이 말을 낙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평등주의자, 이소선은 나의 영원한 스승이다.


3장 가장 약한 존재들의 곁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를 다룬다. 민주화가 이루어졌어도 인권 유린의 현장은 곳곳에 있었고 어김없이 그가 출동했다. 인권사랑방 활동을 하면서 했던 일들은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젊은이들은 설마?라며 어리둥절할 것이다. 시위 현장에 여경이 배치되고, 시련 속에서도 인권 영화제를 개최했고, 불심검문 거부운동, 크레파스에 살색이 사라졌다. 양지마을과 에바다 학교 사건까지. 그리고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이 책을 읽고도 그런 주장을 할까 싶다. , 그런 사람들은 이 책을 안 읽겠지...


p.268

내게 지금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국가보안법 펴지라고 답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단지 법률 하나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인권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1948121일 법이 제정된 이후 이 법으로 간첩의 누명을 쓰고, ‘빨갱이사냥의 희생양이 되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옥에 잡혀가고, 고문을 당하고, 죽어가기까지 했는가. 이 법의 조항마다 수많은 사람의 피가 짙게 배어 있다. 허울만 국가안보였지 실상은 독재자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법, 공포와 폭력으로 권력을 유지하게 한 법이다. 나는 국가보안법이 없는 세상을 상상한다.


4장 질 줄 알면서도 싸운다 는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과 용산 참사, 쌍용차 파업 등, 2000년대 이후 더욱 확산된 신자유주의와 개발 논리에 맞서 싸운 치열한 투쟁이다. 여전히 재개발 지역에서는 전쟁이 계속된다. 철거민은 쫓겨나고 그 자리에 고층빌딩이 들어선다. 2011년에 이소선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2013년에 인권센터를 개관했다.


대추리 상황 당시 막냇동생이 전경으로 복무할 때 그곳에 파견되었는데 시위자들이 과격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무섭다고 했다. 나는 내용도 잘 모른 채 동생의 안위만 걱정했고 동생이 제대하면서 그곳을 잊었다. 저자가 투쟁했던 현장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나라가 우리 땅을 내주고 우리 국민을 내쫓아 미국의 군사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야...


p.290

국방부는 2008년까지 미군 기지 확장 공사를 마무리 짓고 미군에 기지를 넘겨주어야 한다며 주민들을 다급하게 쫓아냈지만, 실제로 기지가 완성되어 미군에 넘겨준 것은 2016년이었다. 2017710, 미군은 신청사 개관식을 열었고 그 뒤로 미8군을 비롯한 전국의 미군들이 이곳으로 옮겨왔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군 기지는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논과 마을을 빼앗고 그곳에 들어섰다. 이후 제주 강정 해군기자,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까지 갖추어지면서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미군의 군사 전략 거점이 완성되었다. 미국과 중국 간에 전쟁이 난다면 중국에서 제일 먼저 타격할 미군 기지는 당연히 평택 미군 기지이고, 제주 강정 해군 기지, 성주 사드 기지가 다음 목표물이 될 것이다.


5장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 는 세월호 이후로 저자는 생명안전운동가로 거듭났고 지금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p.432

나는 말하고 싶다.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아무 두려움 없이 말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는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일을 당한 사람들의 증언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우리 사회가 피해자의 고통에 더 공감해야 하는 것은 그렇지 않으면 바로 나와 내 가족이 피해자가 되고, 유가족이 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투쟁해온 박래군 활동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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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고양이 - 최승호 시인의 고양이 시 그림책
최승호 지음, 이갑규 그림 / 초록귤(우리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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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앉아 있던

의자

텅 비어 있네

......


고요

고요 한 마리가

오늘은 의자에 앉아 있네



최승호 시인의 고양이 시 그림책 <나는 그냥 고양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시는 고양이와의 이별이었다. 고양이가 앉던 텅 빈 의자에 고요 한 마리가 앉아 있다니! ‘고요라는 청각적 감각으로 공허를 말하고, 그 뒤에 한 마리를 붙여 의자라는 공간이 비어있지 않다는 반어법으로 표현했다. 감정적 어휘 하나 없이 공간과 사물, ‘앉아 있다는 움직임의 언어로 이별의 심상이 드러난다


내 첫고양이 루키와의 이별이 여전히 아파서 이렇게 서두를 시작했는데, 이 책 <나는 그냥 고양이>를 슬픈 책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말놀이 동시집>을 쓴 최승호 시인의 시집이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시 51편에 이갑규 화가의 그림이 어우러져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각각의 시에 똑떨어지는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냥 동시집이 아니라 고양이 시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시를 들려주고 그림을 그려보게 한 뒤 책 속 그림과 비교해 보는 놀이를 해보면 좋겠다.


아이, 어른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귀여움이 기본 옵션인 고양이는 문학 작품에 단골로 등장한다. 나처럼 고양이를 사랑하는 어른이라면 자신의 상황과 경험을 떠올려가며 읽을 것이고, 어린이 독자들은 최승호 시인의 특장점인 말놀이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 시 외발 자전거를 타는 고양이부터 그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표제시 나는 그냥 고양이에서는 고양이 소리를 야옹이라 하지 않고 제목에 쓰인 그냥을 살려 냥냥이라고 했다.



햇살 그냥 좋아 냥냥

바람 그냥 좋아 냥냥

들꽃 그냥 좋아 냥냥


'그냥'과 '냥냥'이 리듬감을 주고,


나는 그냥 고양이

그냥 살지요


를 두 번 반복하여 강조하니 고양이의 낙천적인 면이 잘 드러난다.


이 책은 아이들이 소리 내어 읽도록 하면 좋다. 시는 묵독과 음독의 차이가 분명하다. 운율을 가진 글은 소리 내 읽을 때 그 맛이 산다. 느낌을 살려 낭송하면 시가 그림으로, 영상으로 펼쳐지고, 자신의 경험이 되살아날 것이다. 떠올린 장면을 그려보게 하거나 직접 시를 써보는 독후활동을 할 수 있는데 저학년은 그림 위주로 하면 된다. 시 쓰기를 힘들다면 그대로 베껴 쓰기도 괜찮다. 필사하며 시의 감각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와의 이별을 낭송한 후 하늘나라 간 강아지 코코가 생각난다고 한 1학년 친구. 저 의자처럼 코코의 물건 중에 떠오르는 게 있냐고 했더니 목줄을 그렸다.


 

일기를 낭송한 후 고양이가 일기를 쓴다면 이렇게 쓸 것 같다고 직접 쓴 시(2학년)



**위 리뷰는 2025문학나눔 서평단 지원도서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문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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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옷 추적기 -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박준용.손고운.조윤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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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두 가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많은 행동은 무엇일까?


1. 티셔츠 한 장을 사고 버리는 일

2. 직장인이 1년 동안 출근할 때마다(247일로 계산) 매일 테이크아웃일회용 종이컵 세트(종이컵과 홀더, 플라스틱 덮개 포함)를 사고 버리는 일


답은 1번이다. 티셔츠를 사고 버리면 재사용된다 해도 일회용 종이컵 306개를 쓰는 것과 같은 탄소(7.55kgCO2-eq/ea)가 배출된다. 이 옷이 수출된 뒤 국외에서 불법 폐기되는 경우 종이컵 337개를 쓰고 버리는 만큼의 탄소가 배출된다.(8.33kgCO2-eq/ea)


인간이 하는 행동들은 대부분 지구에 해악을 끼친다. 끝없는 소비 활동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미세 플라스틱을 만들어 내는데 주로 옷이나 사용하는 물건들 때문이다. 1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의 문제점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워낙 미디어에서 자주 다루어서 그런지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유행이 지났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의류 수거함에 던져 넣은 옷들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막연하게 재활용 될 거라고 여긴다. 의류 수거함의 옷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인간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한겨레 출판사의 <헌 옷 추적기>는 우리가 버린 옷들의 최후를 추적한 르포 에세이다. 패스트 패션, 울트라 패스트 패션의 성장으로 우리는 옷을 싸게 사 입는다. 그 옷들이 싼 이유는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아동 노동 포함)이 저임금으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 환경도 열악하고 위험하다. 우리는 누군가의 노동 착취로 생산된 옷을 싸게 사 입고 의류 수거함에 맘 편하게 버린다. 버려진 옷들이 수거되면 이주노동자들이 분류한다. 그들은 먼지와 냄새가 심한 공장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 분류된 옷들은 인도를 비롯한 동남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로 수출되는데 그곳에서 재활용되기도 하지만 소각되거나 매립되어 지역을 오염시킨다.



헌 옷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최후를 맞았는지 박준용, 손고운 한겨레 신문 기자와 조윤상 다큐멘터리 감독이 추적했다. 헌 옷의 이동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위치 전송이 가능한 스마트 태그를 달았고 기부 받은 옷을 전국의 의류 수거함에 넣었다. 헌 옷들이 도착한 곳 중에 인도와 타이를 직접 찾아가 현장 취재한 내용을 이 책에 실었다.


나는 얼마 전 옷장 정리를 하면서 몇 년째 입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옷들을 많이 버렸다. <헌 옷 추적기>의 소개를 읽으며 내가 의류 수거함에 넣은 옷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했다. 책을 받고 보니 쓰레기 옷이 산처럼 쌓여 있는 사진을 보며 입이 떡 벌어졌다. 옷들을 소가 먹고 들개가 먹는다는 것에 또 놀랐다. 인도 파니파트 헌옷 재가공 공장 노동자들(미성년자 포함)이 맨 몸으로 독성 표백제에 노출되어 작업을 한다. 노동자의 자녀나 근처에 사는 아이들은 옷 쓰레기 산에서 표백 공장에서 논다. 공장에서 나온 독성 오염수는 그곳의 땅과 물을 오염시킨다.




내가 버린 옷들이 저 곳 어딘가에 있을 거라 생각하니 죄책감이 들었다. 기부도 재활용도 아닌 환경 오염에 한 몫 한 것일 뿐이다. 수출된 옷들 중 재판매되거나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 매립하는 비율은 20~30%. 한국은 패션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고 헌 옷 수출 4~5위를 차지한다. ‘패션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책임감도 필요하다. 기업의 윤리 경영과 법적 장치도 있어야 하겠지만 개인의 행동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는 옷이 너무 많다. 철마다 다른 옷을 입어야 하고 유행 따라 새 옷을 사다 보니 옷장이 그득그득 해진다. 가지고 있는 옷들로 충분하다. 내가 멋을 내는 동안 누군가는 고통스런 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쉽게 사고 죄책감 없이 버리던 행동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작은 변화가 무슨 소용인가 싶다면 주위에 이 책을 적극 알리고 같이 읽도록 하자. 작은 행동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고통 받는 이들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이 리뷰는 하니포터 11기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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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 계엄의 밤, 국회의사당에서 분투한 123인의 증언
KBS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제작팀.유종훈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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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일 자정이 되어갈 무렵, 서울에 사는 아들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비상계엄이라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당장 욕부터 튀어나왔다. 양산에 사는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폭풍 검색만 했다. 누군가 올린 글에서 이건 불법적인 것이며 계엄 해제가 가능하다고 하는 것을 읽고 조금 안심이 되었다. 아들은 헬기 소리가 들린다며 내일 출근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아들의 근무지는 여의도였다. 자고 일어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윤석열을 당장 탄핵시켜야 한다고 아들과 통화를 마쳤으나 국회로 가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내란 세력을 처벌하지 못한 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년 간 그 밤에 벌어졌던 일들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되긴 했으나 현장에 있지 않았던 나는 그저 영화 관객, 역사책을 읽는 독자가 된 기분이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직접 지켜내었다며 칭찬하는 외신들의 보도를 보면서도 남의 나라에서 벌어진 일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계엄의 밤, 국회의사당에서 분투한 123인의 증언을 담은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를 읽었다. 현장에 있었던 123명의 인터뷰를 읽으며 또다시 부끄러움이 몰려왔고 이원종 배우의 심정에 백번 천번 공감했다.


아내의 만류가 있었지만 현장에 가서 어떤 행동을 한다면 자신의 배우 생활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고 말했다. 가족 몰래 국회의사당 근처에 갔지만 주위만 맴돌다가 다음 날 새벽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브레히트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읽으며 살아남아서 슬프고 창피하고 면목이 안서는 삶을 계속 살아가게 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탄핵 촉구 집회에 나가 공개적으로 발언을 했고 이재명 후보 지지 유세를 했다.


이번 인터뷰를 수락한 이유도 그 때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언젠가 적극 가담자로 잘못 알려지는 것은 막고 싶었다고 한다. 이원종 배우는 123명의 증인 중에 그날 현장 가까이 가지 못했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한 사람이었다.

 

국뽕 아니고 이젠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고 하면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은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국민이 일어선다고. 이번에는 반짝이는 응원봉을 들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정말이지 맞는 말이다. 내란을 일으키려했던 세력을 막아낸 스스로를 이젠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그런데 전국민이 똑같은 생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서부지법 폭동 사건도 그렇고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들(교묘하게 힘을 발휘하는 법관들 포함)을 보면 말이다. 일제 강점기 때 목숨과 재산을 바쳐 독립 운동을 했던 분들이 있었지만 그분들을 쫓고 잡아 가두고 고문하던 악랄한 조선인 순사들도 있었다. 물론 나라를 팔아먹은 이들도 있었다. 독립 운동한다고 나라를 되찾을 것 같냐고 자조하며 체념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은 홍원기(63)씨다. 그날 밤 그는 나이트 근무였다. 교대를 위해 회사에 출근하면서 계엄 소식을 들었다. 일단 근무복을 갈아입고 동료들에게 계엄이 떨어졌다고 했더니 그게 선배님과 무슨 상관이냐는 말을 들었다. 다른 동료에게 근무를 바꿔달라고 부탁하니 이유를 물어봤다. 계엄이 떨어져서 가봐야겠다고 답했다. 그 동료 역시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그는 나하고는 상관이 있다라고 대답한 뒤 회사를 나와 엄청난 속도로 차를 몰았다. 충남 당진에서 여의도까지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 국회의사당에 있었는데 3일 째 되는 날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월차 연차를 다 소진하겠다고 했고, 열흘 후 다시 전화가 와서 연차 소진되는 날까지 처리해주면 퇴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남태령에도 있었고 한강진에도 있었고 광화문에도 있었다. 1222일에야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청소년 단체를 40년간 운영하다가 뒤늦게 생산직 일을 시작해서 만족하며 회사를 다녔지만 계엄의 밤 이후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202541일부터 새 직장에 다니고 있다.

  

취재진은 그에게 질문했다.

다음에도 똑같이 행동할 건가요?”

 

. 그거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아마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나는 똑같은 행동을 하겠죠. 후회 같은 감정은, 뭐 잠시는 들긴 하죠. 춥고 화가 나고 힘들 때는 말이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죠. 한 번도 제 인생을 후회해본 적이 없습니다.”

 

한 개인의 행동이 무슨 변화를 일으킬 수 있냐고들 하지만 그날 국회의사당에 모인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계엄 해제는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는 유신이나 5.18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걸 지켜볼 수 없다고 생각한 개인들의 행동이 낳은 결과는 위대했다. 전쟁 때, 나라의 주권을 빼앗겼을 때 민초들이 일어났듯 위정자들의 잘못을 바로잡은 것은 일반 시민들이었다.

 

2024123일 밤,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고 고맙다. 나처럼 행동하지 않아 그들에게 빚졌다고 생각한다면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를 읽길 바란다. 그날의 생생한 기록을 만나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할 일이 생긴다면(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분연히 일어날 기백의 씨앗을 품게 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도록 알리는 것뿐이라 또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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