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 코리아 세트 (완전 복원판 + 원서 복원판) - 전2권
엘리자베스 키스.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스콧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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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코리아>1900년대 초반, 서양인의 눈으로 본 조선의 모습이다. 한국사람이라 하더라도 당시를 살았던 사람은 이제 없다. 그 때의 모습을 목소리로 들려줄 이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림이나 희귀한 사진으로나마 100여 년 전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림이나 사진이 당시의 모습을 100퍼센트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다. 필터링을 거친 작품으로 만나기 때문이다. 그림을 예로 들자면 붓을 든 사람의 심리가 그림 속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린 사람이 생존하지 않는다면 그림에 대한 해설을 그린 이가 직접 한 게 있다면 훨씬 이해가 용이할 것이다. 이런 조건에 더해 100여 년 전의 그림들이 온존히 보존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여기 그 조건에 부합하는 작품들이 있다. 바로 엘리자베스 키스라는 영국화가가 그린 그림을 송영달이라는 한국인이 수집하여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책으로 낸 것이다. 이번에 완전복원판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코리아>2006<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1920~1940)>으로 처음 나왔던 책과 2012<키스, 동양의 창을 열다>라는 책에 이은 최종본이라 하겠다. 수집가 송영달 선생은 30여년간 엘리자베스 키스를 끊임없이 추적하여 모은 그림 일체와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기념비적인 책이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는 화가들의 소망이 담긴, 어쩌면 미화된 것이었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를 만났다. 송영달 선생은 다양한 방식의 고증을 통해 장군의 원래 모습에 가장 가깝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작품 연도를 추정한 결과 현존하는 초상화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했다.

 

그림을 잘 몰라도 키스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그녀가 얼마나 한국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1900년대 초반 조선의 이미지는 어둡다. 가난하고 지저분하다. 한국사에서는 일제 강점기 조선의 암울한 모습을 만났고, 근대소설 속 조선인은 억울하고 괴롭고 힘들다. 그러니 암담한 느낌밖에 더 있겠나. 그런데 키스의 그림 속 조선과 조선인의 모습은 달랐다. 따스하고 정감이 넘쳤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색감 때문이겠지만 화가의 시선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에는 그림뿐 아니라 글도 있다. 그림 해설과 그림 그릴 당시의 상황을 쓴 내용인데 조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또한 100여 년 전 이 땅의 모습을 영어로 된 텍스트로 만나는 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In April the gardens of Seoul were glowing with canary-coloured forsythia grouped near giant bushes of azalea of the sad, pale, lilac hue we associate with the old-fashioned rhodo-dendron. Greedy, noisy magpies were the bandits of the city, but flocks of swallows defied their impudence.

사월이 되면 서울의 정원들은 카나리아 새같이 노란 개나리와 처녀의 옷고름 같은 연분홍 진달래로 뒤덮인다. 욕심 많고 시끄러운 까치가 기승을 부리지만, 제비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번 완전복원판과 원서복원판의 구성과 특징은 아래와 같다.

 

1. 엘리자베스 키스의 한국 소재 그림 총망라

키스가 한국을 소재로 그린 수채화와 판화를 빠짐없이 실었다. <올드 코리아> 원서에는 40점이 실려 있었고, 한국어 초판에는 총 66점이 실렸다. 이번에는 키스가 한국을 소재로 그린 작품 85점을 모두 소개하게 되었다. 판화 35, 수채화 46, 드로잉 4점이다. 같은 소재를 수채화와 판화 등 서로 다른 기법으로 그린 그림들이 있는 경우는 그를 모두 실었다.

2. 원본에 가까운 색감과 화질

독자가 원본 작품을 직접 감상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송영달 선생은 소장한 모든 그림을 미국에서 전문 사진작가를 통해 초고화질로 디지털화했고, 미술관에 소장된 그림의 경우 미술관에 고비용을 지불하여 디지털화 작업을 청탁했다. 또한 작품 도록에 사용되는 종이를 사용해 키스 그림의 색감을 최대한 온전히 살렸다.

3. ‘작품 목록수록과 알찬 해제

책의 뒷부분에 [엘리자베스 키스의 한국 소재 작품 목록]을 실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진 키스의 한국 그림 전체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다. 또한 송영달 선생의 수십 년에 걸친 키스 연구가 집대성된 해제는 독자의 작품 감상과 이해를 돕는다.

4. <올드 코리아> 원서에 가깝게 구성과 글을 복원

한국어 초판은 한국 독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구성 등을 바꾸는 조정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온전히 원서 그대로를 담아내고자 구성과 장의 제목 등을 원서 그대로 고쳤다.

5. <올드 코리아> 원서 복원판 제작

진정한 완전 복원을 위해 원서 자체를 별도의 책으로 복원했다.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 코리아 완전 복원판을 읽고 키스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그 글과 그림이 당시에 어떻게 출판되었는지 궁금한 독자는 이 원서 복원판을 열어보기 바란다(본책과 세트로만 판매).

 

이 책은 1세기 전 조선의 아름다운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남긴 영국인과 30여 년 간 집념으로 그를 쫓은 한국인, 이 두 사람의 합작품이다. 그들의 노력으로 우리 손에 이런 작품집이 올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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