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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평점 :

국가가 존재하는 한 비리와 부패는 늘 우리 주위에 독버섯처럼 자라왔다. 이 지구촌에 비리와 부패가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부패 공직자를 응징하고 처단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아마 우리나라만큼 그들에게 국민 화합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준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제 깨어있는 시민들이 나서야 할 차례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사법기관에 더 이상 맡길 수는 없다. 대안이 없다고 고민하기 전에, 철저한 감시자가 되고 집행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직무다.
“감시자로서의 국민의 역할”이라는 책 속 칼럼 내용이다. 국민이 집행자가 되어야 한단다! 직접 나서라고? 대한민국 국민은 세상이 요지경 속이어도 각자도생하기 벅차다. 친일파 후손들이 독립운동가 후손보다 호의호식하며 떵떵거리고, 정경유착으로 재벌이 대를 이어 경제 권력을 틀어쥐고 있으며. 감시견제 해야 할 언론은 정치권력으로 변신한 검찰과 쿵짝을 맞추고 있다. 언론이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포털싸이트에 편집권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뉴스 기사를 AI가 띄우기 때문에 회사의 개입이란 있을 수 없다고 했으나 MBC의 취재에 의하면 아니었다.
이러한 대한민국에서, 먹고 살기 바쁜 시민들이 권력을 감시하고 나쁜 놈들 벌주는 집행자가 되라고? 어불성설이다. 소설 속에서라도 대신 집행해주길 바란다. 조완선 작가의 <집행관들>에서 그들이 행동한다. 소설 초반에 사망한 4명은 악질 고문형사이자 민족 반역자, 부패정치인과 공직자, 악덕 기업가이다. 우리 사회 기득권이면서 적폐세력이다. 그런 이들을 하나하나 처단해나가는 작업이 작가에게는 카타르시스였을 것 같고, 독자에게는 대리만족감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일었다. 실제로는 저런 인간들 처리 못하고 책으로 만족해야 하다니...
요즘 드러나는 서울과 부산 시장 후보 둘의 행태를 보면 놀랍지도 않다. 저들이 하는 짓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이 드러나도 거짓말로 일관하며, 무엇보다 국민들 앞에 너무나 당당한 저 태도에 치가 떨린다.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거리낌 없이! 너희들도 할 수 있으면 해봐! 못할 거면 닥치고 있든가!” 이러는 것 같다. 침묵하는 언론,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 알아도 정치인들 저러는 게 하루 이틀 일이냐며 체념하는 사람들... 그렇게 기득권은 공고해지고 시장 후보들보다 더 심각한 이들도 잘 먹고 잘 산다.
집행관들은 공통점이 있었는데 모두 가족을 잃었거나 억울하게 당한 경험이 한이 되었다. 감독의 역할을 하고 있는 허동식은 아내가 철거현장을 촬영하다가 깔려 죽었고, 아주일보 정기자는 남동생이 군대에서 의문사했다. 역사학 명예교수 송기백과 최주호 교수, 정보요원등 집행관들도 각계 각층에서 제 목소리를 내거나 음지에서 활약하는 이들이다.
집행관들이 위정자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장면에서는 통쾌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검찰에게 꼬리가 밟혀서 한발한발 뒤를 옥죄어 올 때는 침이 꼴깍 넘어갔다. 이렇게 빨리 잡히고 마는 건가? 그럼 너무 싱겁잖아? 싶었다.
우리나라 검찰이 비리의 온상임이 계속 드러나면서 신뢰를 잃은 조직이 되었지만 이 책에서는 그래도 집행관들의 꼬리를 잡는다. 팔 다리까지 뜯겨져 나갔으나 몸통은 잡지 못했다. 마지막에 집행관 조직이 와해되면서 허무하게 끝나는가 싶었는데 몸통이 살아있는 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님을 암시했다. 집행관들의 일은 멈추지 않을 것임을!
400여쪽이 넘는 분량이었으나 대사 장면이 많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어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마치 영화 한편 본 기분이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이기에 뒷맛은 씁쓸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