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
정보라.최의택 지음 / 요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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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

제목이 비장하지 않은가!

나는 본 글을 읽는 사람에게 어떤 선입견도 주고 싶지 않다.

그런 리뷰를 쓰고 싶다!!

이미 다른 리뷰를 읽었을 수도 있고, 책 소개에는 스토리를 예측 가능한 정보들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처음 먹은 마음대로 쓰려고 한다.


책 소개를 읽는 순간 내 눈 앞에서 여러 장면이 휙휙 지나갔다.

나를 사기 쳐 먹은 사기꾼의 얼굴과 계약서 같지도 않은 계약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떠들어대던 윤가의 얼굴, 그리고 정보라 작가.


나는 이성적인 인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 순간의 판단 미스 아니, 한 순간이 아니라 귀신에 씐 듯 아무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은 상태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돈을 보내고... 그렇게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고통 속에 살고 있다.


p.94


포항 사진을 찍으니까, 포항에 사는 줄 알았다고요. 그래요, 참 단순해요. 그래서 사기도 당한 거겠죠. 바보처럼.”

사기 당한다고 바보 아니에요!”

느닷없는 역정에 의택은 깜짝 놀랐다.

바보라고 사기당하는 것도 아니고, 사기는 그냥 사기예요. 사고 같은 거라고요!”



나는 저 대화를 읽다 순간, 세차게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나도 바보 아니다. 그런데 위로까지 되진 않았다. 사기를 당한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고개 끄덕이며 읽을 만하고, 책에 나오는 각종 사기 수법을 보며 저런 것들이 내게 또 닥치면 이번엔 눈 밝게 피해가리라, 다신 사기 당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될 것이다. 나는 순삭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그렇게 속이 시원하진 않았다. 미리 밝히는 것이다. 사기 당한 사람의 입장으로서.

 

사기 당한 적 없는 독자라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것이라 장담한다. 일단 보라와 의택의 케미(케미라는 말이 웃기긴 하지만)가 헛웃음 터지게 한다. 석유시추공 분양 사기 피해자인 두 사람이 만나 사기꾼들 잡으러 포항으로 가는 길은 로드무비처럼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고속도로 위, 경차 레이 안에서 벌어지는 둘의 대화는 블랙 코미디 같고 각자의 사연이 나올 때는 애잔하기까지 하다. 그 와중에 펼쳐지는 포항 풍경은 멋들어지고 동해안 명소와 과매기 설명까지 읽다보면 이거슨! 포항 홍보 소설인가? 포항시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해야겠는데...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포항이 정보라 작가의 시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작가의 글'을 읽어보니 기어코 경북 관광 홍보를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결말 부분에선 남편의 권유(아닌 경미한 압박)도 있었던 모양이다. , 작가의 글도 소설 못지않게 재밌다. 이 소설은 마치 한 사람이 쓴 것 같지만 두 작가가 어떻게 의기투합해서 릴레이 형식으로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정보라 작가의 책은 여러 권 읽었지만 최의택 작가는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는 정보라 작가의 영향을 받아 SF를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슈뢰딩거의 아이들>로 제 1회 문윤성 SF문학상을 수상했다. 나는 에세이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을 먼저 찾아 읽었다. 작가는 근위축증 때문에 중학교 때 척추 교정 수술을 받았고 더 이상 학교를 다니기 힘들었다. 휠체어를 타고도. 그리고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에세이를 읽어보니 작가의 모습이 의택의 캐릭터에서 엿볼 수 있어 작가를 한층 더 알게 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소설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포항에 가면 뭐? 덤앤더머 같은 둘이 사기꾼을 잡는다고? 잡히길 바라긴 했으나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99%라고 생각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궁금한가? 책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나는 날린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 0이고 아직 해결된 게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의 감옥 속에 갇혀있다.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동안은 그 감옥 속에서 잠시 나올 수 있다. 이 리뷰가 별로라면 내가 사기를 당한 사람이라 그렇지 책은 정말 재미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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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
바바라 몰리나르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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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의 작가 바바라 몰리나르는 평생 글을 쓰는 족족 파기했다는 책 소개를 읽고 흥미가 일었다. 왜 그랬을까? 그녀는 왜 자신의 글을 남기기 싫었을까? 궁금해 서평단에 신청했다. 서문을 읽어보니 작가는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의 글을 없애왔는데 뒤라스의 끈질긴 권유로 1969<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가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작가는 1986년 세상을 떠났다.


p.11


이 책에 실린 글은 지어낸 것도 꿈을 꾼 것도 아니다. 이 글은 살아낸 것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살아낸 것에는 글쓰기도 포함되어 있다. 글쓰기는 경험이다. 그것은 고통이라는 여정 속에서 내딛는 한 걸음이다. 글쓰기가 없으면 부동의 고통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 (……) 세상에 만연한 혼란 속에도 놀랍도록 일관된 게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고통이다. 그 끔찍한 얼굴과 텅 빈 얼굴 사이에서 둘을 이어주는 것은 바바라의 고통이다.


이 책에 실린 14편의 소설들은 모두 낯설다. 위 인용한 뒤라스의 서문에서처럼 바바라 몰리나르의 고통이 문장 사이사이에서 넘쳐흐른다. 각 소설 주인공들의 불안과 공포가 읽는 이에게 전염되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게 한다. 기존에 읽어온 소설들과 느낌도 결도 다르다. 몰리나르의 소설은 불친절하다. 주인공이 등장하고 사건도 일어나지만 왜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는지 명확하지 않다. 개연성을 따질 겨를도 없이 어떤 소설은 얼른 끝났으면 싶었고, 어떤 소설에선 살짝 기대를 품게 했다가 여지없이 뜨악했다.


소설을 읽으며 주제를, 의미를, 어떤 은유가 있는지 따지기보다 나는 작가가 궁금했다. 어떤 삶을 살았을까? 사진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남편의 스튜디오에서 15년간 일했다는데 몹시 힘들었을까? 얼마나 예민하고 섬세하기에 이런 글들을 썼을까? 허구 같지만 실재하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너무나 초현실적이라 SF적이기도 했다. 주인공들은 불안하고 고통 안에 있고 무언가를 갈구하지만 닿지 못한다.


머리 없는 남자의 주인공 여자는 사랑하는 머리 없는 남자에게 머리가 생기자 도망친다. 죽은 그녀를 발견한 남편은 사랑했다고 속삭인다. 그녀의 이름은 나탈리였다. “만날 약속의 주인공 X는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 채 이름 모를 어딘가에서 헤매는데, 매일 바위를 들어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형벌 같은 행위를 해야만 한다. 왜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고 벌거벗은 채로. 읽다가 가슴이 답답해졌다. X는 그 사람을 만날 수나 있는 걸까? 마지막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은 짐승 우리. 중반까지 나는 희망적이었다. 여자 주인공에게 행운은 일요일에 쉬는 것이었으나 즐기는 방법을 몰라 막막했다. 그녀는 동물원 철창 안의 동물들이 슬프고 외롭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고 그래서 수치심을 느꼈다. 사랑이야기를 읽으며 고독을 생생하게 깨닫고 밤새 울었다. 외로웠던 그녀 베르트가 피에르와 첫눈에 사랑에 빠져 결혼을 했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불안불안하더라니 둘이 동물원에서 봤던 보아뱀을 발단으로 서서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결국 피에르가 사고로 죽고 베르트는 미쳐갔다. 마지막에 그녀에게 떠오른 생각 하나로 행복해졌다고 하기에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마지막 두 문장에 반전이 있었다.


그들에게 보아뱀은 무엇이었을까? 다른 독자들은 보아뱀을 어떻게 생각할까? 보아뱀은 부부사이에 균열을 일으키는 트리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부부마다 트리거는 다르겠지만 크게 보면 어슷비슷할 것이다. 나는 소설의 마지막 줄을 읽으며 결국 그녀는 고독했던 모습으로 되돌아 간 거라고 생각했다. 혼자였던 그녀가 남자를 만나 행복했다가 결국 혼자가 되어 행복해졌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어찌보면 그녀는 자아를 되찾은 게 아닌가 싶다그렇다면 짐승 우리는 결혼 제도인가?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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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을 넘은 새 특서 어린이문학 14
손현주 지음, 함주해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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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을 넘은 새>는 생태환경동화입니다. 유리새 어미가 홀로 새끼 셋을 키워내는 이야기에요. 둥지 주변은 공사 소음으로 조용할 날이 없는데다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물어 나르느라 동분서주합니다. 언제 천적이 들이닥칠지 몰라 불안불안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유리새는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의 새이지만 일반적인 새의 생태를 알 수 있고, 어미 유리새의 모성애와 인간의 개발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도 배울 수 있어요.


까마귀가 새끼 유리새를 사냥하려고 할 때 어미 유리새가 지혜를 발휘하는 모습, 고양이의 위협을 물리치는 장면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엄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아이와 같이 읽으면서 엄마가 경험을 들려주면 좋을 것입니다. 물론 본능으로 내재된 동물의 행동이 인간의 모성과 똑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새끼들의 비행을 독려하는 부분에서는 자녀가 했던 첫 시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봅니다. 이렇게 책의 내용과 유사한 독자의 경험을 이야기 나누다보면 대화의 폭이 넓어지고 관계도 좋아지게 됩니다.


마지막은 좀 슬픕니다. 새끼들을 모두 보내고 혼자가 된 어미새가 통유리창에 부딪혀 추락합니다. 인간이 만든 건물 때문에 많은 새들이 죽게 되는 현실을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는 어린이 독자도 있을 것입니다.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어른들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아이들과 함께 방안을 검색해보면 됩니다. 창문 바깥에 외부 그물망을 설치하거나 유리에 반사 기능이 있는 코팅 처리를 하거나 커튼을 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이 책은 초등 저학년은 부모가 읽어주면 되고, 중학년 정도라면 충분히 혼자 읽을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 혼자 읽고 끝내는 것보다는 부모와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누면 좋습니다. 새에 관심이 있는 아이라면 책을 읽은 후 새를 관찰하는 활동을 해보거나 탐조 관련 서적으로 확장 독서를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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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 인권의 길, 박래군의 45년
박래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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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책 제목이 너무 따뜻하다. 내용은 읽어내기 쉽지 않다. 나는 힘들었다. 저자가 투쟁해 온 것들 중 이루어진 것도 있지만 여전한 것도, 뒷걸음 치는 것처럼 보이는 사안들도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위정자들은 돈과 권력을 차지해 휘두르고, 목숨 내놓고 일하는 노동자들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아직 있다.


이 책은 저자 박래군의 자서전이자 한국 인권사이다. 그의 삶이 곧 역사인 셈이다. 문학청년을 꿈꾸던 그가 1981년에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시대가 부른 것일까. 아니, 아버지의 작명이 삶의 방향을 정해주었는지도 모른다. (올 래) (무리 군) 데모만 하고 살거냐는 아버지께 그는, 무리와 어울려 데모하면서 살라는 이름 뜻대로 살고 있다고 답했다. 이래저래 인권의 길은 그의 운명이었다. 인권운동가로 산 그의 45년은 한국 민주화운동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막혔던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제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권을 외쳤던 사람들은 권력자에 의해 인권을 박탈당했고 목숨까지 뺐겼다. 너무 화가 나고 답답했다. 아무렇지 않게 벌어졌던 인권 유린 현장을 글로만 읽어도 이러한데 저자는 대체 45년이나 활동가로 어떻게 살았다는 걸까? 감히 가늠할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책을 읽는 것 밖엔... 그의 활동을 따라가다보니, 우리가 지금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이 그렇게 된지 불과 몇 십년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미안하고 고맙다.(... 요새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 이런 심정이다!) 맨날 지는 일만 하고 있다는 그의 활동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누리는 권리도 없었을 것이므로.


인권을 말할 때 앞에 천부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천부인권은 태어나면서부터 저절로 가지는 권리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현실에 그 단어가 있지만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인권! 인권!을 외쳐야 한다.


1장 문학청년에서 운동가로 에서는 전두환 독재 정권에서 투쟁하다 처음 투옥된 경험이 그의 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p.60

다시는 교도소 안에서 소란을 떨지 않고, 규율을 잘 지키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포승줄로 묶였던 팔과 다리는 물집이 터져서 쓰라렸고, 잘린 혀는 통증이 심해졌다. 하지만 퉁퉁 부어오른 상처보다 더 끔찍한 건 내 마음이었다. 폭력에 굴복했다는 무력감, 노동 해방을 위해 싸우는 전사가 이깟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자괴감에 너무 괴로웠다.


2장 유가족이 되어 는 동생 박래전의 분신 이후 유가족이 된 저자가 많은 억울한 죽음들을 알게 되었고 유가협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1993년 빈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에 참여하면서 넓은 시야를 확보하게 된다. 전태일의 모친 이소선 여사를 스승으로 삼는다.


p.144

그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었던 일은 민주유공자법 제정이었다. 투쟁 중에 자결하거나 국가 폭력으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날 때면 목숨마저 버리고 민주화하려고 했던 사람을 나라가 기억해 줘야 하지 않냐는 이소선의 바람은 아직 미완이다. 하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될 일은 언제건 되더라고.”

이소선 어머니의 이 말을 낙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평등주의자, 이소선은 나의 영원한 스승이다.


3장 가장 약한 존재들의 곁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를 다룬다. 민주화가 이루어졌어도 인권 유린의 현장은 곳곳에 있었고 어김없이 그가 출동했다. 인권사랑방 활동을 하면서 했던 일들은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젊은이들은 설마?라며 어리둥절할 것이다. 시위 현장에 여경이 배치되고, 시련 속에서도 인권 영화제를 개최했고, 불심검문 거부운동, 크레파스에 살색이 사라졌다. 양지마을과 에바다 학교 사건까지. 그리고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이 책을 읽고도 그런 주장을 할까 싶다. , 그런 사람들은 이 책을 안 읽겠지...


p.268

내게 지금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국가보안법 펴지라고 답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단지 법률 하나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인권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1948121일 법이 제정된 이후 이 법으로 간첩의 누명을 쓰고, ‘빨갱이사냥의 희생양이 되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옥에 잡혀가고, 고문을 당하고, 죽어가기까지 했는가. 이 법의 조항마다 수많은 사람의 피가 짙게 배어 있다. 허울만 국가안보였지 실상은 독재자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법, 공포와 폭력으로 권력을 유지하게 한 법이다. 나는 국가보안법이 없는 세상을 상상한다.


4장 질 줄 알면서도 싸운다 는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과 용산 참사, 쌍용차 파업 등, 2000년대 이후 더욱 확산된 신자유주의와 개발 논리에 맞서 싸운 치열한 투쟁이다. 여전히 재개발 지역에서는 전쟁이 계속된다. 철거민은 쫓겨나고 그 자리에 고층빌딩이 들어선다. 2011년에 이소선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2013년에 인권센터를 개관했다.


대추리 상황 당시 막냇동생이 전경으로 복무할 때 그곳에 파견되었는데 시위자들이 과격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무섭다고 했다. 나는 내용도 잘 모른 채 동생의 안위만 걱정했고 동생이 제대하면서 그곳을 잊었다. 저자가 투쟁했던 현장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나라가 우리 땅을 내주고 우리 국민을 내쫓아 미국의 군사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야...


p.290

국방부는 2008년까지 미군 기지 확장 공사를 마무리 짓고 미군에 기지를 넘겨주어야 한다며 주민들을 다급하게 쫓아냈지만, 실제로 기지가 완성되어 미군에 넘겨준 것은 2016년이었다. 2017710, 미군은 신청사 개관식을 열었고 그 뒤로 미8군을 비롯한 전국의 미군들이 이곳으로 옮겨왔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군 기지는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논과 마을을 빼앗고 그곳에 들어섰다. 이후 제주 강정 해군기자,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까지 갖추어지면서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미군의 군사 전략 거점이 완성되었다. 미국과 중국 간에 전쟁이 난다면 중국에서 제일 먼저 타격할 미군 기지는 당연히 평택 미군 기지이고, 제주 강정 해군 기지, 성주 사드 기지가 다음 목표물이 될 것이다.


5장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 는 세월호 이후로 저자는 생명안전운동가로 거듭났고 지금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p.432

나는 말하고 싶다.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아무 두려움 없이 말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는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일을 당한 사람들의 증언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우리 사회가 피해자의 고통에 더 공감해야 하는 것은 그렇지 않으면 바로 나와 내 가족이 피해자가 되고, 유가족이 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투쟁해온 박래군 활동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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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고양이 - 최승호 시인의 고양이 시 그림책, 2026 볼로냐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쉘프 선정 2026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최승호 지음, 이갑규 그림 / 초록귤(우리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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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앉아 있던

의자

텅 비어 있네

......


고요

고요 한 마리가

오늘은 의자에 앉아 있네



최승호 시인의 고양이 시 그림책 <나는 그냥 고양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시는 고양이와의 이별이었다. 고양이가 앉던 텅 빈 의자에 고요 한 마리가 앉아 있다니! ‘고요라는 청각적 감각으로 공허를 말하고, 그 뒤에 한 마리를 붙여 의자라는 공간이 비어있지 않다는 반어법으로 표현했다. 감정적 어휘 하나 없이 공간과 사물, ‘앉아 있다는 움직임의 언어로 이별의 심상이 드러난다


내 첫고양이 루키와의 이별이 여전히 아파서 이렇게 서두를 시작했는데, 이 책 <나는 그냥 고양이>를 슬픈 책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말놀이 동시집>을 쓴 최승호 시인의 시집이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시 51편에 이갑규 화가의 그림이 어우러져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각각의 시에 똑떨어지는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냥 동시집이 아니라 고양이 시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시를 들려주고 그림을 그려보게 한 뒤 책 속 그림과 비교해 보는 놀이를 해보면 좋겠다.


아이, 어른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귀여움이 기본 옵션인 고양이는 문학 작품에 단골로 등장한다. 나처럼 고양이를 사랑하는 어른이라면 자신의 상황과 경험을 떠올려가며 읽을 것이고, 어린이 독자들은 최승호 시인의 특장점인 말놀이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 시 외발 자전거를 타는 고양이부터 그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표제시 나는 그냥 고양이에서는 고양이 소리를 야옹이라 하지 않고 제목에 쓰인 그냥을 살려 냥냥이라고 했다.



햇살 그냥 좋아 냥냥

바람 그냥 좋아 냥냥

들꽃 그냥 좋아 냥냥


'그냥'과 '냥냥'이 리듬감을 주고,


나는 그냥 고양이

그냥 살지요


를 두 번 반복하여 강조하니 고양이의 낙천적인 면이 잘 드러난다.


이 책은 아이들이 소리 내어 읽도록 하면 좋다. 시는 묵독과 음독의 차이가 분명하다. 운율을 가진 글은 소리 내 읽을 때 그 맛이 산다. 느낌을 살려 낭송하면 시가 그림으로, 영상으로 펼쳐지고, 자신의 경험이 되살아날 것이다. 떠올린 장면을 그려보게 하거나 직접 시를 써보는 독후활동을 할 수 있는데 저학년은 그림 위주로 하면 된다. 시 쓰기를 힘들다면 그대로 베껴 쓰기도 괜찮다. 필사하며 시의 감각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와의 이별을 낭송한 후 하늘나라 간 강아지 코코가 생각난다고 한 1학년 친구. 저 의자처럼 코코의 물건 중에 떠오르는 게 있냐고 했더니 목줄을 그렸다.


 

일기를 낭송한 후 고양이가 일기를 쓴다면 이렇게 쓸 것 같다고 직접 쓴 시(2학년)



**위 리뷰는 2025문학나눔 서평단 지원도서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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