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고양이 - 최승호 시인의 고양이 시 그림책
최승호 지음, 이갑규 그림 / 초록귤(우리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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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앉아 있던

의자

텅 비어 있네

......


고요

고요 한 마리가

오늘은 의자에 앉아 있네



최승호 시인의 고양이 시 그림책 <나는 그냥 고양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시는 고양이와의 이별이었다. 고양이가 앉던 텅 빈 의자에 고요 한 마리가 앉아 있다니! ‘고요라는 청각적 감각으로 공허를 말하고, 그 뒤에 한 마리를 붙여 의자라는 공간이 비어있지 않다는 반어법으로 표현했다. 감정적 어휘 하나 없이 공간과 사물, ‘앉아 있다는 움직임의 언어로 이별의 심상이 드러난다


내 첫고양이 루키와의 이별이 여전히 아파서 이렇게 서두를 시작했는데, 이 책 <나는 그냥 고양이>를 슬픈 책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말놀이 동시집>을 쓴 최승호 시인의 시집이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시 51편에 이갑규 화가의 그림이 어우러져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각각의 시에 똑떨어지는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냥 동시집이 아니라 고양이 시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시를 들려주고 그림을 그려보게 한 뒤 책 속 그림과 비교해 보는 놀이를 해보면 좋겠다.


아이, 어른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귀여움이 기본 옵션인 고양이는 문학 작품에 단골로 등장한다. 나처럼 고양이를 사랑하는 어른이라면 자신의 상황과 경험을 떠올려가며 읽을 것이고, 어린이 독자들은 최승호 시인의 특장점인 말놀이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 시 외발 자전거를 타는 고양이부터 그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표제시 나는 그냥 고양이에서는 고양이 소리를 야옹이라 하지 않고 제목에 쓰인 그냥을 살려 냥냥이라고 했다.



햇살 그냥 좋아 냥냥

바람 그냥 좋아 냥냥

들꽃 그냥 좋아 냥냥


'그냥'과 '냥냥'이 리듬감을 주고,


나는 그냥 고양이

그냥 살지요


를 두 번 반복하여 강조하니 고양이의 낙천적인 면이 잘 드러난다.


이 책은 아이들이 소리 내어 읽도록 하면 좋다. 시는 묵독과 음독의 차이가 분명하다. 운율을 가진 글은 소리 내 읽을 때 그 맛이 산다. 느낌을 살려 낭송하면 시가 그림으로, 영상으로 펼쳐지고, 자신의 경험이 되살아날 것이다. 떠올린 장면을 그려보게 하거나 직접 시를 써보는 독후활동을 할 수 있는데 저학년은 그림 위주로 하면 된다. 시 쓰기를 힘들다면 그대로 베껴 쓰기도 괜찮다. 필사하며 시의 감각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와의 이별을 낭송한 후 하늘나라 간 강아지 코코가 생각난다고 한 1학년 친구. 저 의자처럼 코코의 물건 중에 떠오르는 게 있냐고 했더니 목줄을 그렸다.


 

일기를 낭송한 후 고양이가 일기를 쓴다면 이렇게 쓸 것 같다고 직접 쓴 시(2학년)



**위 리뷰는 2025문학나눔 서평단 지원도서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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