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허지웅 지음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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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의 글은 <살고 싶다는 농담>으로 처음 만났고, <최소한의 이웃>으로 두 번째다. 앞부분을 읽다 갸웃했다. 지난 책이 좋아서 이번에 김영사 서포터즈 지원도서라서 신청해서 받아 읽었는데 이전 같은 감흥이 일지 않았다. 절반 정도를 읽었는데 여전해서 내가 썼던 <최소한의 이웃> 리뷰를 꺼내 읽어보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그의 이미지와 차이점을 글에서 발견했고 그의 스타일을 꽤나 맘에 들어 한 기억이 났다.


그럼 이번 책은 왜 다를까? 물론 감동받았던 작가의 모든 작품이 그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아무래도 독자의 독서 컨디션이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한다. 독자가 그 책을 만났을 때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당시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화두가 무엇이었나에 따라 감상의 폭은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번 책의 주제는 작가의 말에 나와 있는 대로 이웃을 향한 분노와 불신을 거두고 나 또한 최소한의 이웃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 는 것이다. 공감 못하는 이유는 내가 이웃과 교류가 없어서일까? 꼭 옆집 사람만을 이웃이라 지칭한 것이 아님은 안다. 그럼 나는 주위 사람들에 너무 관심이 없는 걸까? 소설 속 인물들에는 관심이 많은데... 몸은 현실에 있지만 머릿속은 가상 세계를 헤매기 때문일까??


이리저리 머릴 굴려보다 책으로 다시 돌아갔다. 한 눈에 들어오는 문장은, 책의 중간 중간엔 사이즈를 줄이고 조금 두터운 질감의 내지에 메모하듯 프린트된 문장들이었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에는 한 바닥 혹은 두 바닥 정도로 짧은 글이 20편 이상 실려 있다. 각 글의 소재는 우리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 뉴스에 실린 각종 사건 사고들, 작가의 일상 속 일들이다. 이런 간단한 일화 소개 후 마지막에 작가의 단상을 다는 형식이다. 독자가 그와 유사한 경험이 있거나 접해 본 기사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고 작가의 생각에 동의할 것이다. 나는 그 단상에 살짝 거부반응이 들었다. 너무 교훈적으로 마무리 하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언뜻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이런 짧은 글을, 이렇게나 많이 모아서 책으로 내다니, 역시 작가라서 가능한 거구나 싶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썼던 전작 리뷰를 찾아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살고 싶다는 농담>에서 발췌해두었던 문장을 다시 옮긴다.


"함께 버티어 나가자라는 말을 좋아한다. 삶이란 버티어 내는 것 외에는 도무지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평정심과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밝은 눈을 갖게 되기를.“


다시 <최소한의 이웃>으로 돌아왔고 끝까지 읽고 보니 위 인용문의 해설서가 <최소한의 이웃>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p.128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이 거창한 게 아닐 겁니다. 꼭 친구가 되어야 할 필요도 없고 같은 편이나 가족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내가 이해받고 싶은 만큼 남을 이해하는 태도, 그게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의 전모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p.252

지금 이 순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매진하고 있는 모든 이를 떠올리며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아무도 몰라준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당신은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p.303

고통에 잠식되어 있을수록 눈앞의 일에 사로잡히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희망이 있는 삶을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고통이 있으면 거기 반드시 희망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평정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평정을 찾아 희망에 닿기 위해선 이미 벌어진 일에 속박되지 않고 감당할 줄 아는 담대함, 그리고 타인을 염려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입니다. 찾을 수 없어도 괜찮습니다. 사라진 게 아니라 다만 잠시 희미해졌을 뿐입니다. 나의 일을 감당하고 남의 일을 염려하다 보면 반드시 평정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이렇게 짧은 글 한편 정도야 나도 쓰겠다며 허장성세 부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이토록 밝은 눈으로 세상에 귀 열고 분주히 글을 써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허지웅 작가의 글을 후루룩 읽은 후 밥 뜸을 들이듯 잠시 포즈 상태를 유지해보자. 내 모습이 어떤지, 최소한의 이웃이 되려면 나는 어떠해야 할지 눈 감고 그려보자. 어떤 이웃이 될지 안 떠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글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은 담백함이었다. 두 번째 책으로 만나니 짱짱함을 느꼈다. 그런데 그는 오랫동안 휘둘리며 살았다고 고백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의와 상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자를 믿어선 안 됩니다. 당신은 달랐으면 합니다. 당신이 충분히 많이 읽고 많이 듣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상을 구분할 수 있는 맑은 눈과 밝은 귀를 갖는 데 행운을 누리길 바랍니다.”


그는 옛날 드라마를 보며, 함께 공감하고 응원하고 내가 가진 것들을 고맙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로 스스로를 평가하게 만드는 이야기들만이 남았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삶에서 사라져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했다.


어렸을 때는 새해가 오는 것을 매우 기뻐했지만, 점차 나이를 먹으면 모두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라는 과거시험 문제를 낸 왕을 불러온 후 어린이날이 오는 걸 손꼽아 기다렸던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누군가에게 별 의미 없는 휴일이지만 어린이와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돌아볼 여유와 평정을 찾는 하루가 될 수 있다면 꼭 어린이가 아니더라도 기다릴 수 있는 어린이날이 될 거란다.


그의 짧은 글은 이런 저런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가도록 만들었다. 이 책은 단번에 다 읽는 것보다는 한 두 꼭지의 글을 읽은 후 생각을 정리해보거나 글을 써보기를 추천한다. 날 지키는 파수꾼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전에 내가 이웃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자. 또 이웃의 범위를 길고양이, 집 근처 하천 등 사람을 너머 생태 전반으로 확장시켜야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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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아서
박산호 지음 / 더라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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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아서>는 러브스토리다.

선우는 갓난아이 연우를 데리고 앞집으로 이사 온 아랑을 사랑하게 되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상대를 순수하게 진심으로 궁금해 하는 마음이라는 것. 아랑은 바로 그 선물을 내게 준 사람이다. 처음이자 유일한 사람.”


제대로 사랑받고 자라지 못했던 선우는 자신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사랑에 5년 만에 절절한 고백을 했지만 거절당했고, 그녀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 때 선우가 스물이었고 아랑은 선우보다 열 살이 많은 나이였다.


그리고 현재, 서른 다섯 선우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비오는 날 아침 학교 캠퍼스에서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 준 여학생 지우가 아랑과 너무나 닮아 깜짝 놀란다. 지난 15년 간 사라진 아랑을 계속 찾았지만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는데 그녀와 닮은 지우를 만나며 선우는 속절없이 흔들린다. 제 평생 유일한 사랑인 아랑과 닮았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스며들게 되는 자신이 당황스럽지만 이 설레는 감정이 싫지만은 않다


선우 이야기는 선우의 사랑이야기다. 아랑은 선우에게 첫사랑이자 끝사랑이었고 말없이 떠나버린 그녀를 15년 동안 찾아 헤매고 있다. 나이가 열 살이나 많다는 건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선우 이야기는 사랑의 정의를 묻고 있다. 작가는 독자들이 사춘기 남학생의 치기어린 사랑으로 여길 수 없도록 선우의 상황을 완벽히 세팅해놓고 선우 시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술한다. 하나의 단편처럼 완결성이 있으며 이어지는 아난 이야기’ ‘연우 이야기역시 그러하다. 세 편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사랑의 절실함은 선우 이야기에 가장 극대화 되어 있다.


<너를 찾아서>는 박산호 번역가의 소설 데뷔작이다. 인스타에서 출판사 작품 소개를 봤을 때 스릴러물이라서 꼭 읽어보고 싶었다. 영어 번역으로 유명한 그가 쓴 소설은 어떨지 아주 궁금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세 명의 등장인물 각각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첫 서술자 선우의 이야기에 미스터리적 요소가 가장 많다. 두 번째 세 번째로 갈수록 앞에서 궁금했던 것들이 하나씩 풀리는데 이 소설은 마치 퍼즐 맞추기 같았다.


처음, ‘선우 이야기는 사각 퍼즐 판 중앙에 눈에 띄는 조각 몇 개만 올려둔 채 네 귀퉁이와 가장자리만 채운 형국이었다. 안쪽의 그림이 무엇일지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두 번째 아난 이야기에서 어려운 조각들의 자리가 착착 맞춰지더니 세 번째 연우 이야기는 가속도가 붙어 남아있는 퍼즐 조각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완성이 되면 좋으련만 퍼즐 맞추기가 꼭 그렇듯 마지막 남은 몇 조각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게 한다. 이 소설도 마지막, ‘모두의 이야기에서 마지막 조각의 역할을 하는 반전의 반전이 드러나면서 스릴러적 요소의 정점을 찍는다.


스릴러 소설의 시점이 1인칭인 경우가 많다. 화자가 보고 생각하는 것으로만 서술되기 때문에 어떤 사건의 한 면만을 보여준다. 그것이 독자가 오해하는 장치로 작동해 독자가 숲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화자를 여럿 내세워 각기 다른 시각을 서술함으로써 독자에게 사건의 다른 면을 볼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는 이러한 기법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으며 그것으로 부족한 부분을 위해 특수한 능력을 등장인물 한 명에게 부여한다. 두 번째 화자 아난은 타인과 신체적으로 접촉했을 때 그 사람의 기억 속 어떤 장면을 볼 수 있다. 이것은 1인칭 화자의 서술로는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초능력적 요소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 아난의 외할머니를 무당으로 설정하여 독자가 아난의 능력을 무리 없이 인정할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 반전에서도 아난의 이 능력이 큰 역할을 하는데 독자에 따라 아난과 선우 사이의 대화를 반전으로 인식할 수도, 아난이 별장으로 돌아오기 전 선우의 독백이 더한 반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미안해, 연우야. 널 사랑하지만 아랑은 영원히 나만의 아랑이어야만 했어...”


우린 첫사랑에 이중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어릴 때 뭣 모르고 하는 사랑이라 폄하하는 한편 순수함에 영원성을 더해 숭고한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것이 열다섯 소년의 사랑, 사라진 그녀를 찾는 선우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주인공 나이 때문에 설득 안 된다는 독자를 위해, 사랑은 죽음조차 불사를 수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작가는 선우의 아버지를 사랑한 선아 누나를 등장시켰다. 그러나 선아 누나는 선우에게 남긴 편지에 이렇게 썼다.


선우야,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살아야 해. 하지만 잊지 마. 사랑은 항상 널 실망시킬 거야.”


우리는 사랑에 끝이란 없길 기대한다. 해피엔딩이라는 말조차 둘은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뜻이라고 여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절절하게 사랑했건만 배신하고 죽인다. 둘의 사랑을 양팔저울 위에 올려놓으면 수평이 될까. 내가 더 많이 사랑하면 실망하고 슬플까. 사랑하면 충만함만 그득할 것 같지만 사랑해도 쓸쓸하다. 사랑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이유이고, ‘선우의 이야기를 한 남자의 사랑이라고 요약하기도 힘들다.


나에게 이 소설의 반전은 선우의 사랑이 아니라 선아의 사랑이었다. 이 소설은 사라진 아랑을 찾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줄거리이지만 선아의 이야기를 마지막에야 발견했다. 선우의 사랑이 순수한 이미지였다면 선아의 사랑은 구질구질했다. 눈여겨 읽고 싶지 않았고, 그녀의 행동이 사랑이란 말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비난하고 싶었다. 대체 왜 저런 인간을 사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마지막에 가서야 작가가 숨겨둔 소설 속 소설 같은 이야기를 찾아냈다. 프롤로그에 배치한 작가의 대범함에 엄지 척했다. 내가 늦게 눈치 챈 둔감한 인간일 수도 있다. 선아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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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오스트리아 & 부다페스트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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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만 해도 코시국이 끝날 것 같은 분위기라 해외여행을 계획하며 맘 설레었던 사람들 많았을 것이다. 나는 2020년에 예약되어있던 호주여행을 취소했었다. 그 여행 멤버들과 봄에 만나 하반기엔 유럽으로 가자며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얼마 못가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계획은 또 무기한 연기되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유럽을 그동안 해시태그 출판사의 책을 보며 대리만족 해왔다. 한 권만 들고 출발하면 될 정도로 꼼꼼하고 생생하게 가이드 해준다. 그러니 이번에 출간된 2022~2023년 개정판 <오스트리아&부다페스트> 서평단에 바로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목차부터 살펴보면,




오스트리아에 대한 간단 소개와 오스트리아 각 도시의 유명 장소, 마지막엔 헝가리 (부다페스트 위주) 정보까지 알차게 실려 있다.

 

↓↓ 한 눈에 보는 오스트리아


 


앞쪽에 배치되어 있는 오스트리아의 사계절 사진을 보니 정말 그림의 떡이로구나!! 이렇게 책으로 꿈만 꾸는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나야 직접 가보나 싶다. 그래도 멋진 사진 보는 게 어디냐며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여행코스 짜기에 앞서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 인물, 음식까지 소개한다. 이 책의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단지 일정 짜는 법과 숙소와 식당, 명소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출발 전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 추천 일정은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두 도시에만 머무는 45일 일정부터 1213일까지 총 13가지이다. 각 일정을 하나씩만 잡은 게 아니라 여정 별로 2~4가지 씩이라서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



 

'오스트리아 한 달 살기'내용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한 도시 한 달 살기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현지인과의 교감은 없고 맛집 탐방과 SNS에 자랑하듯이 올리는 여행의 새로운 패턴인가, 그냥 새로운 장기 여행을 하는 여행자일 뿐이 아닌가?”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여행지를 선정하고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면 좋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여행지에서 한 달 동안 여행을 즐기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한 달 살기의 핵심이다.”

 

내가 원하는 한 달 살기의 주제는 음악 축제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루체른 페스티벌에 얼마나 가보고 싶어했는지...

 

이 책에서 아바도가 빈 신년음악회를 지휘했다는 내용이 나와 반가웠다. 빈이 예술의 도시라는 걸 누가 모를까만 유수의 음악가와 화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유명 건축물과 자연경관 사진 못지 않게 가슴 두근거리게 했다. 잘츠부르크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발자취를 좇고 음악당에서든 길에서든 클래식 음악을 직접 들으면 얼마나 충만한 시간이 될까.

 


음식 소개는 문화를 알 수 있어 배경지식 확장 차원으로 읽었고 식당 정보는 대충 읽었지만 카페 정보는 자세히 봐두었다. 현지인들은 어떤 ☕️ 를 좋아하고 어디가 맛있고, 같이 판매하는 디저트는 어떤지~~

 

 

마지막에 소개한 부다페스트는 한 도시이기에 전체 분량의 6분의 1정도를 할애했다.

 

↓↓ 부다페스트로 여행 가야하는 이유 6가지를 앞부분에 배치했다.




1. 저렴한 여행 경비 : 서유럽 경비의 절반이다.

2. 동유럽의 파리 : 동유럽의 장미로 불린다.

3. 다양한 건축 양식 : 바로크, 신고전주의, 아르누보 양식이 뒤섞여 있다.

4. 안전한 치안 :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안전하다. 

5. 온천의 도시 : 1년 내내 실내와 노천탕을 개방하고 있는 곳이 많다.

6. 화려한 야경 :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하면 파리인데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면 반전이라고 느낄 정도로 화려함에 감탄하게 된다.

 

부다페스트도 역사와 인물, 유명 장소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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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꿀꺽
현민경 지음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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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딱 어울리는 말놀이 그림책이 나왔다.

 

싱그러운 연두색으로 시작하는 앞면지를 열면 왼쪽 아래엔 연두초록 포도가 주렁주렁~

오른쪽 위엔 이글이글 빠알간 해님이~

아이가 포도 한송이를 따서 오두막으로~


 

포도 한알을 꿀꺽~

포도~

페도~

 

 

아이가

포포포포~~

하면서 하늘로 휘이익!!

도도도도~~~

하면서 내려오는 포도를

~~~울 꺽!!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노래하듯 포오도~ 폼동폼동~~

연두 포도 한 알을 던졌더니 해님에 통!하고 튕겨나올 땐 보라색!

보라색 포도를 맛나게 먹었더니

구름이 와서 같이 먹고 포동포동 살찌워 보라색 비로 도도도도~~

세차게 내려 아이가 보라색 강에서 폼동폼동 헤엄치고,

해님도 메뚜기도 거미도 신나게 물놀이~~

 

다음 두 페이지는 내지 전체가 보라~

아이가 빨대로 포로록 빨아먹는 포도주스가 되고, 점점 줄어드는 보라~

이어

나타나는 해님과 오두막, 구름~


한 송이 더?”


 

아이는 즐겁게 포도 한송이 따러 가고,

왼쪽엔 구름과 해가,

오른쪽엔 보라 포도가 주렁주렁~~

그리고 마지막 두 면지는 보라색~!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색의 변화를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최소한의 글자속엔 무수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평면 위에 그려진 아이의 표정과 포도알이 살아 움직인다.

곤충들과 해와 달과 빗방울도 역동적이다.

이 모든 게 포도이기에 가능하다는 게 놀랍다.

 

​☞ 이 그림책을 보고나면 벌어질 일!

냉장고를 열어 포도 한송이를 꺼낸다.

가족 모두 둘러앉아서,

포도알을 포도독 떼어

포포포포~~ 하며 입으로

도도도도~~ 하면서 씨를 뱉고 나면,

마주보고

파하하하~~~~ 웃는다.

포도의 계절에 딱이다.

이젠 포도가 나는 때가 오면

이 그림책을 꺼내 포도를 먹게 될 거다!

 

​☞ 내가 고른 이 한장!

저 단순한 그림 속에 깃든 극강의 만족감이라니!

포도를 먹을 때 내 표정도 꼭 저렇다.


 

​☞ 이 그림책에 한마디~

"단순한 디테일"

 

​☞ 요 그림책 읽고 아이와 할 수 있는 독후 활동

1. 그림대로 따라하기, 그려 보기

2. 그림책에 쓰인 낱말로 노래 만들어 불러보기

3. 좋아하는 과일로 그림책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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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하우스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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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하우스>는 스코틀랜드 작가 피터 메이(1951년생)의 장편소설이다. 그는 기자로 시작해 20대에 장편소설 <리포터>를 출간하며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뎠고, 이 작품이 BBC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시나리오 작가로 보폭을 넓혔다. 우리나라에 처음 번역된 <블랙 하우스>루이스 섬’ 3부작의 첫 작품이다.


내가 경험한 섬을 생생하게 담고 싶었다. 휘몰아치는 바람, 예측할 수 없는 날씨, 깎아지른 절벽과 매서운 파도...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섬사람들의 가혹한 삶까지도.”


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펼쳐든 독자들을 루이스 섬으로 단숨에 데려다 놓는다.


스코틀랜드에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언덕 높은 곳에 중세 성이 있고, 성 뒤쪽으로 인도하는 카메라의 눈을 따라가면 성을 삼킬 듯한 흰 포말이 넘실대는 장면이 나타난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런 장면은 으스스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지만 정작 그곳이 스코틀랜드가 맞는지는 알 수가 없다. 스코틀랜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스코틀랜드 북서쪽 루이스 섬이므로 스코틀랜드의 분위기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육지에서 태어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섬이라고 해봐야 고작 제주도 같은 관광지 이미지만 가지고 있다. 섬 생활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은 위 인용한 작가의 표현처럼 위협적인 섬의 이미지에 섬칫 놀라면서도 인간과 새가 생존을 위해 벌이는 사투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활자를 읽는 게 분명한데도 루이스 섬의 척박한 날씨와 몰아치는 파도와 전반적으로 음침한 분위기, 비밀스러운 사람들의 표정, 가넷새 사냥 장면은 마치 영화처럼 내 눈앞에 펼쳐졌다. 시나리오 작가로 오래 활약한 작가의 장점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물론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소설이므로 타 작품과 비교할 수는 없으나 루이스 섬 3부작의 나머지 두 소설도 어떨지 기대가 된다.


리뷰를 쓰자니 400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좀 막막했다. 재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뒷 표지에 쓰인 공포의 패러다임을 재창조한 스코틀랜드 스릴러의 정수라는 문구를 넘어서거나 부연할 말을 만들어내지 못하겠다. 어떻게 쓰면 이 글을 읽고 소설을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까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들을 순서대로 풀어내려고 한다. 주인공 핀 매클라우드 형사는 아들을 사고로 잃고 휴직 중이었는데 자신의 고향 루이스 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조사하러 가라는 복귀명령을 받는다. 몇 달 전 그가 다루었던 살인사건과 유사하며 사망자가 핀이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18년 간 찾지 않았던 고향으로 돌아가서 수사를 하는 챕터에서는 3인칭으로, 핀의 어린 시절을 서술하는 챕터는 1인칭 시점이며 두 장면이 번갈아 나오기 때문에 영화적 느낌을 준다.


핀과 절친 아슈타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만나는 마샬리라는 여자아이를 포함 다른 등장인물들 소개와 학교 생활이 앞부분에서 자세히 그려지는데다, 현재 시점의 핀이 수사를 위해 인물들(옛 친구들)을 만나는 장면들 역시 더디게 진행되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뒤에 가서 얼마나 큰 걸 터트리려고 이렇게 밑밥을 촘촘하게 까는 걸까 싶었다. 여기에 더해 그곳의 오래된 전통인 가넷새 사냥까지 들어오니 왜 이렇게 여러 가지를 많이 펼쳐놓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루이스 섬에서 80km나 떨어진 안 스커라는 가넷새의 서식지에 가서 부화된 새끼 새를 사냥하는 장면과 폭풍우 몰아치는 섬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사건들 묘사가 소설 후반부까지 삽입된다. 마지막에 이르러서 알게 되었다. 그 장면들이 없었다면 이 소설의 스릴러적 요소가 반감되었을 것이라는 걸. 가넷새 사냥을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 사람이 살인사건과 연관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떡밥으로 사용한 걸까 의심했지만 그보다 더 주요한 쓰임, 아니 가넷새 사냥이 빠지면 이 소설이 진행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반부 즈음에 반전 내용이 하나 나오고 핀의 옛 친구들과의 사연도 까발려지면서 미스터리적 요소를 더해가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안 스커섬의 묘사가 시선을 사로잡게 한다면 등장인물들 마다의 사연과 핀과 아슈타르, 마샬리의 삼각관계는 대체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어서 알아야겠다는 마음에 책장을 빠르게 넘기게 만들었다.


작가는 소설 중반이 넘도록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했던, 어쩌면 숨겨두었던 것들을 후반부에 휘몰아치듯 터트려버린다. 그러니 이 소설은 약간의 참을성을 필요로 한다. 초반 진행이 조금 느리다고 덮어버리면 안 된다. 중반에 출생의 비밀이 드러났다고 삼류 막장이라며 성급히 판단하지 말길 바란다. 나 역시 이런 설정 식상한 걸 하며 살짝 실망했다. 그들(, 아슈타르, 마샬리)의 관계 설정을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부에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비밀이 열리면서 그 이유를 수긍했다. 그러니 초중반을 잘 넘기면 후반부에 기대했던 스릴러적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동네 개차반으로 이름 난 앵거스 존 맥리치(일명 에인절)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당연한 듯 받아들였고, 어릴 때부터 악동이었다는 자세한 서술에 독자 역시 안타까워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천하 무뢰한이라고 여겼던 에인절에게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작가가 인간의 다중성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인절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더욱 그러하다. 범인이 누군지 여기서 밝히면 심각한 스포일러가 되므로 그럴 수는 없다.


이 소설은 살인자를 찾는 수사물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주인공 핀의 과거 찾기이다. 간절히 떠나고 싶었던,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고향에 기어코 다시 발을 디디게 만든 운명이, 묻어두었던 그의 기억을 봉인해제 시킨다. 20여 년 전 핀이 죽을 뻔 했다 살아난 그날, ‘안 스커에 함께 했던 이들 모두 오랜 시간 입 다물고 있었던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단 한 명을 위한 이야기인 셈이다. 그 비밀을 통해 작가는 복잡 다단한 인간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대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미약한 존재이면서 잔혹함을 칼처럼 휘두를 수도 잘 벼릴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을 등장인물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루이스 섬 3부작의 나머지 두 편도 어서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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