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토끼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93
최영아 지음 / 북극곰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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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보름달을 가리키며 정말 달에 토끼가 사냐고 묻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 이가 있다.


토끼 귀처럼 보이는 저건 크레이터, ... 울퉁불퉁한 달 표면의 그림자가 토끼 귀처럼 보여서 사람들은 달에 토끼가 산다고 생각했대.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토끼가 산다고 생각하지만 스페인에서는 당나귀, 페루에선 두꺼비가 산다고 생각했다네.”


제 얄팍한 지식을 애 앞에서 뽐내는 동심파괴자, 엄마였다.


이런 어른들을 위한 필독 그림책 <달토끼>가 나왔다. 달에 토끼가 산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이 마음에 재 뿌리지 않고 토끼 이야기를 아름답게 들려주고 싶은 어른들에게 도움이 될 그림책이다.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달토끼>는 기획에서 출간까지 5년이 걸렸으며 최영아 작가의 상상력은 아름다운 민화 작품으로 탄생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 으림책에 글이 들어갔다면 군더더기가 될 뻔했다. 글 없이 그림만으로 풍성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게 한데는 한국적 색채가 큰 역할을 했다. 한옥, 한복, 한국의 자연, 한국의 놀이가 쨍한 색감으로 민화 속에 살아 움직인다.


어린이들도 이 책에 환호할 것이다. 그림책의 주인공은 그림이다. 그림만으로 완성된 <달토끼>는 두말 할 것 없이 그림에 푹 빠지게 만든다. 표지부터 내지를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펼친다면 그림만 봐도 그저 좋겠지만 역할놀이를 해보면 좋겠다. 엄마는 달, 아이는 토끼도령이 되어 장면마다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감탄사만 연발해도 된다. 두 번째 읽을 땐 역할을 바꾸면 대사에 변화를 줄 수 있는데, 7세 이상의 아이에게는 해설에 해당하는 부분을 말하도록 해보자. 평소 이야기 만들어내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해설을 길고 자세하게 지어내도록 유도해 뿌듯함을 느끼도록 하면 더욱 좋다.



그림 사진을 많이 넣으려니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이 리뷰에는 최소한의 그림 사진만 공유했고, 내용도 모두 다 넣지 않았음을 밝힌다.



☞ 첫 두 장면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 토끼도령은 혼자 놀고 있다. 아니다. 웃으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달님이 친구다. 웃고 있는 자신의 얼굴과 달님의 얼굴 사이에 하트를 그려 넣었다. 서로 얼굴만 봐도 마냥 즐거워하던 그 때!


어디선가 날아온 돌덩어리가 달님의 머리에 부딪혔고, 반달만한 파편이 똑 떨어지고 만다. 그걸 보다 깜짝 놀라는 토끼도령의 표정이 너무 귀엽다.




토끼도령은 얼른 연못으로 달려가 떨어진 달 조각을 주워온다.


달님에게 이것을 어떻게 전달한다?

부리나케 방안으로 뛰어 들어간 토끼도령! 이 방을 비추는 장면이 예술이다. 전면에 보이는 6폭 병풍하며, 왼쪽 장위에 정갈하게 개켜진 이불, 좌탁 위의 붓과 벼루와 먹, 그리고 종이위에 그리다만 달님의 얼굴이! 토끼도령이 얼마나 달님을 오매불망하는지 이 한 컷에 드러난다.




토끼도령은 달 조각을 달님에게 무사히 돌려줄 수 있을까? 최대한 높이 뛰어 올라 하늘에 있는 달님에게 닿아야만 한다. 토끼도령이 시도한 방법은 한국 전통 놀이다. 널뛰기, 그네외줄타기다. 각 놀이 장면은 2차원이지만 동영상의 효과를 내는데 한 장면 안에서 컷을 절묘하게 분할했기 때문이다. 그 장면들에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지!


과연 어떤 놀이의 점프력이 가장 높을까? 마침내 달님에게 닿은 토끼도령은 달 조각을 끼워주고 둘은 비로소 환하게 웃는다.




뒷면지의 양쪽 그림은 이를 데 없이 아름답다. 밤 하늘에 두둥실 솟아오른 보름달이 연못을 비추면, 반딧불이가 너울너울 연꽃 위를 넘나들고 나비도 개구리도 조용히 잠을 청한다. 저 달 속엔 분명 토끼도령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이 리뷰 맨 처음에 크레이터 어쩌구저쩌구 했던 동심파괴 엄마가 바로 나라는 사실!은 안 비밀...


그림책 <달토끼>는 가히 작품이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 달과 토끼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소장욕 뿜뿜하게 만들 책이 되리라 장담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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