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미트 - 인간과 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
폴 샤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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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40년 어느 날, 당신은 슈퍼마켓에 고기를 사러갔다.


아래 설명을 읽고 어떤 고기를 살 것인가?

 


당신은 두 가지 동일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쪽은 동물로부터 만들어졌습니다. 포장지에는 제품 생산을 위해 동물이 고통받거나 죽었다는 문구가 찍혀 있습니다.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환경세도 부과됩니다. 그리고 완전히 같은 제품이지만 실험실에서 생산된 것이 있습니다. 맛과 품질은 동일합니다. 가격은 같거나 더 저렴합니다. 어떤 제품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전자인가? 후자인가?


나는 후자를 고르겠다. 나는 비건은 아니다. 하지만 고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잘 먹지도 않는다. 아예 안 먹는다는 뜻은 아니다. 모임에서 고기를 먹으러 갈 경우 많이 먹어야 5점 안팎으로 먹고 그 외에 야채류를 먹는다. 주부니까 고기를 재료로 요리를 하지만 집에서 내가 만든 요리 속의 고기는 거의 먹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고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어른이 되어 고기를 더 먹게 된 것도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공장식 축산의 폐해에 대해 알게 된 후부터는 더 먹지 않았다. 그런데 위 설명에서처럼 동물로부터 고기를 얻을 때 발생하는 단점을 강조한다면 차라리 실험실에서 생산된 고기를 먹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보다 더 많이 먹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잔인한 방식으로 키워지고 항생제 범벅인 사료를 먹여 키워 비위생적으로 도살한 소를 불쌍하게 생각해서 소고기를 안 먹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같은 사람에겐 그리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기를 아주 많이 먹는다. 고기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공장식 축산은 더욱 확대되었고 그에 들어가는 비용과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고기를 많이 먹어서 발생하는 문제는 인류와 지구에 재앙에 가깝다. 이러한 문제들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클린미트이다.


<클린미트>는 동물로부터 얻은 고기를 대체할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고기에 대한 내용이 총망라되어있다. 이 책은 클린미트 탄생의 역사에서부터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노력, 향후 전망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작가 폴 샤피로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세계 최초로 클린 미트를 시식한 인물이자 TED의 연사 도살에도 자비를이라는 동물보호단체의 설립자다. 동물권의 증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 분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동물보호협회의 대변인과 부회장으로 13년 동안 활동한 이력이 있다. 동물복지와 지속 가능한 식품을 주제로 일간지를 비롯한 학술지에 수 십건이 넘는 기고를 했다.


이 책은 동물을 이용한 식용 고기를 비롯 우유와 계란, 가죽까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업체, 인물들(의사, 과학자, 업계 종사자, 비평가등)를 밀착 취재, 인터뷰를 한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처음 접하게 해준 작가의 공로는 크다고 하겠다. 실험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주로 노력한 사람들은 모두 유럽이나 미국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내용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접하게 되는 것은 출판사나 작가에게 고마운 일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클린미트에 대해서 알고 자신의 식생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이제 한 발짝 더 들어가 보자.

클린미트를 우리 말로 하자면 청정고기.(지금부터는 청정고기로 부르겠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고기의 이름이 처음부터 청정고기였던 건 아니다. 맨 처음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들어진 고기를 시험관 고기라고 불렀다. 명칭은 정확하지만 호감가는 이름은 아니다. 마치 소금을 염화나트륨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고 게다가 시험관이라는 말에서 시험관 아기를 연상하게 되어 혐오감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 문제였다.

그 후로 실험실 고기’ ‘합성고기’ ‘수경재배 고기’ ‘발 없는 고기’ ‘청정고기’ ‘좋은 고기’ ‘재배 고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지만 배양 고기라고 하기로 했다. 고기(동물의 골격근)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얻어진 것이니 배양 고기라는 말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설문조사에서 배양 고기5가지 선택지중 4위였다. 결국 청정고기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양을 복제한다고 해서 가짜 양이 나오지 않듯이 동물세포에서 만든 고기가 상용화된다고 해서 가짜 고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실험실에 기반한 기술로 성장호르몬, 농약, 대장균, 식품첨가물 등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고기를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최종 결과물을 지칭하는 더 정확한 이름은 청정고기입니다.”


청정고기는 만들어지는 과정만 깨끗한 것이 아니라 보관시 세균증식도 거의 없으며 공장식 축산처럼 지구 생태계를 더럽히는 일도 원천 차단한다.


책을 읽지는 않았고 이 리뷰로 청정고기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된 당신은 아직도 궁금할 것이다.


정말로 진짜 고기와 풍미가 같을까?’

모든 종류의 고기를 다 청정고기로 만들 수 있나?’

살코기만 되고 갈비 같은 건 안 될 것 같은데?’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들것 같은데, 진짜 고기 가격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을까?’

기존의 축산업 종사자들의 반발이 장난 아닐텐데?’

더 이상 소나 닭을 키우지 않게 된다면 우유랑 달걀은 못 먹는 걸까?’


같은 의문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런 의문들은 책 속에서 다 해결해 준다. 독자의 예상에 맞춰 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만큼 자료 조사와 인터뷰, 책의 구성이 잘 되어있고 번역도 매끄럽다. 이 리뷰에서 위 모든 의문점을 다 해소하기에는 너무 길어지므로 더 궁금한 사람은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하루라도 고기를 먹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사람이나 비건들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그동안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모른척하고 육식을 즐겼던 사람에게 숨어있는 죄책감을 해소해 주고, 인권 못지않게 지켜주고 싶은 동물권 때문에 채식만을 하는 사람들 역시 청정고기를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 물론 지금 당장 먹을 수는 없다.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2013년 최초로 소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햄버거 패티의 생산비용은 약 4억원정도였다. 그런데 2016년에는 약 140만원을 들여 미트볼을 생산했다. 그래서 이 글의 맨 처음에 2040년에 슈퍼마켓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상정해본 것이다. 저자는 청정고기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변화를 자세히 보여주면서 약 20년 후쯤이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도 이 의견에 회의적이라면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앞으로 일어날 일은 세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우리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환경에 피해를 끼치는 문제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하기 힘들 것이고 두 번째는 줄곧 하고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뭔가 새로운 시도는 당장 우리가 할 수는 없고 저런 투자자나 이 일을 몸소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청정고기를 만들어내는데 큰 역할을 한 두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보여준다. 미국인 제이슨 매시니와 인도인 우마 발레티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동물 도살과 비위생적 축산에 충격을 받아 고기를 대체할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다.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던 그들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고 결국 만나게 되어 청정고기의 탄생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우마 발레티는 심장전공의 수련 과정중 환자의 심장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심장근육이 재생되는 모습을 보며 근육을 배양해서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을 실현시킬 방안을 고민하다가 제이슨 매시니와 연결되었고 심장전공의보다 자신이 평생에 거쳐 고민해오던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의사로서의 수입을 포기하고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 아내의 지지로 마음을 굳히게 된다.


여보, 평생을 원했던 일이잖아요. 나중에 아이들과 그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꿈꾸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줄 용기를 내지 못했노라고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세상은 저렇게 혁신을 꿈꾸는 사람들 덕분에 나아져 감을 또 보게 되었다. 대부분 우리는, 비윤리적 동물 사육과 살육을 모른 척하면서 육식을 마음껏 즐기고, 후세대는 모르겠고 그저 내가 사는 동안 지구를 맘껏 훼손하며 살다 죽겠다는 식의 삶을 산다. <클린미트>를 읽으며 새로운 고기의 출현에 놀라웠고 인간의 잘못을 깨닫게 되었다. 더 이상 동물들에게, 지구에게, 못할 짓 그만해야할 시점이 온 것 같다.

 

 

** 위 리뷰는 네이버 리뷰어스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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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 독일인에게 배운 까칠 퉁명 삶의 기술
구보타 유키 지음, 강수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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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선인장이다. 그것도 가시가 아주 큼직큼직하니 찔리기라도 하면 엄청 아플 것만 같다. 그런데 책 제목에 친절이란 말이 들어간다. <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 그럼 이 책의 저자는 남에겐 까칠하고 자신에게만 친절하단 말인가?

 

저자는 일본인 구보타 유키씨이고 편집일을 한 적이 있고 출간한 책도 여러권 있다. 표지의 부제를 보니 이렇게 쓰여있다.

독일인에게 배운 까칠 퉁명 삶의 기술

철학의 나라 독일에서 찾은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

 

으흠... 그러면 일본인이 독일에 가서 살면서 독일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고 느낀 것을 책으로 쓴 것이구나!’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 책에 대한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책을 구매할 때는 본인이 좋아하는 장르나 작가를 선택하고, 그러면서 책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한다. 그런데 이번 책은 RHK 서평단으로 받았기 때문에 책을 받고 표지와 제목 책 날개의 작가설명으로 유추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전혀 모르는 작가의 모르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책을 받아서 읽는 것이 바로 서평단의 매력이다. 물론 선택권 없이 도착한 책이 다 내 마음에 들거나 재미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책처럼 정보없이 받아서 어떤 내용일까 예상하면서 책장을 넘기는 맛이 좋다.

 

아아니~~

이 무슨 우연인가?

내가 유럽에 가서 한 달 간 살아본다면?? 1순위로 '베를린'을 뽑아두었는데, 저자는 베를린 이야기를 하겠단다. 나아가 독일 이야기도!! 괜히 나혼자 반가워서 형체 없는 저자와 하이파이브를 할 뻔 했다.

 

그는 어느날 출근하던 신주쿠역에서, 누군가와 부딪히면서 솟구쳐 오른 짜증에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스스로가 망가져가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떠오른 것은 바로 어릴 때 살았던 독일’! 그래서 그는 베를린으로 떠났다. 이 책은 베를린에 살면서 독일 생활의 이모저모를 전달하려고 썼다고 한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밝힌다.

 

제가 독일에서 경험한 것,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느새 편안한 마음으로 살게 된 과정, 그리고 독일에 살지 않더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솔직히 저는 베를린이 좋아서 살고 있지만, 독일이라는 나라가 뭐든 근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모은 게 이상적인 나라는 없습니다. 딱히 독일을 그대로 모방하자는 건 아님을 알아주세요. 다만 다른 가치관을 앎으로써 시야를 넓히고 지금까지 받아온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데 이 책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양한 사고 방식을 알면 그만큼 넓은 시야로 자기 기준을 정할 수 있어요. 내 기준이 있으면 내 행동을 수긍하게 됩니다. 그러면 어디서든 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어요. 저는 그것이야말로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저도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고 하루하루 알차게 보낼 수 있기를, 그런 삶을 살아가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와 다른 점이 아주 많아 보이는 일본이지만 동양과 서양으로 구분하자면 우리는 독일보다는 일본과 비슷한 면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인의 사고와 문화로 봤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독일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해서 차이를 비교하며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시작할 때의 에피소드는 황당하게 당했던 택배 기사 이야기 였는데 일본문화와 너무나 달라서 적응하기 힘들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것들이 계속되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독일인 라이프 스타일의 장점으로 슬그머니 넘어가고 있었다. 읽다보니 무뚝뚝하지만 심플하고 합리적인 독일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가 괜찮게 느껴졌다. 작가에게 스르르 동화되어가는...ㅎ

 

편집자로 일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책의 구성이 읽기 편하게 되어 있다. 한 꼭지가 그리 길지 않아서 읽는데 부담이 없고 중간중간 사진도 적절하게 배치해서 텍스트만으로 부족한 독일의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자신이 사는 집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은 마음에 들었다. 오래된 것의 진진함을 보여주었다. 저자가 사는 집은 100년된 공동주택 알트바우이다. 건물 자체는 오래 되었지만 실내는 현대에 맞게 리모델링 되어있다. 신축 건물보다 이렇게 오래된 건물을 더 가치있다고 여긴다하니 뭐든 부수고 새것을 지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일본도 비슷한 사고가 있는 모양이다. 우리와는 결이 조금 다르긴 해도...

 

오래된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건 서양적인 사고방식인 듯해요. 일본의 신사에는 센구라는 행사가 있어서 정기적으로 신전을 지어 옮겨요. 신을 모시는 장소는 늘 새롭고 맑아야 한다는 사상은 서양의 사고방식과는 정반대일 수 있죠. 어쩌면 나무 문화와 돌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떤 집에 산다는 게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냐고요? 우선 베를린에 살기 시작하면서 시간에 대한 감각이 바뀌었어요. 알트바우에 살고 있다는 게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일본에 있을 때는 10년 전은 옛날 일, 1세기 전은 저와는 관계없는 역사 교과서 속 세계였어요. 그런데 베를린에서 1세기 전에 지어진 집에 살게 되자, 역사의 세계와 제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이어져 있다는 걸 느껴요.

 

 

이 책을 읽으며 독일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기실 독일에 대해 내가 아는게 대체 뭐 하나라도 있나? 기억을 더듬어보니, 영화 속 배경으로 나온 베를린에 반했고, 저주받은 건축프로젝트에서 함부르크의 랜드마크가 된 앨프 필하모니 홀 건축 다큐를 보며 독일인의 옹고집을 확인했다. 수순대로 하자면 그곳에 꼭 한번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데 아직 독일은커녕 유럽 근처에 발 한번 디뎌보지 못했으니 로망만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이다.

 

앗차차... 독일인에 대해 알게 된 것!

그들은 의식주 중에 주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 한다. 베를린 여성들의 옷차림은 티셔츠에 청바지로 그렇게 단촐할 수가 없는데 집에 대해선 소중하게 여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각방의 용도를 명확하게 한다. 특히 조명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데 약간 어두운 조명으로 안정감을 가지게 한다. 간접 조명 여러 개가 방 이곳저곳을 비추거나 양초의 촛불이 하늘하늘 흔들리면 독일식 휘게인 게뮈트리히해진다. 독일어 게뮈트리히는 안락하고 편하다’, ‘느긋하게 쉰다라는 뜻이다.

 

독일에서는 손님을 초대하면 집 구석구석을 다 보여주는데 대체로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고 깨끗하다고 한다. 독일인들은 정리정돈에 능숙하고 깔끔한걸 좋아한다. 그렇게 된 이유는 어릴 때부터 청소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집안 정리에서도 중요한 것은 역시 버리기다. 그들은 아무리 넓은 집에 살아도 불필요한 물건은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처분한다. 필요한 물건만 남기면 정리정돈하기도 편해진다. 불필요한 것들을 내보내면 공간도 마음도 상쾌해지게 된다.

 

이 책에서 내가 관심있게 본 것은 주생활이지만 그 외의 생활, 그리고 일과 휴가에 대한 것들도 있어서 독일인의 삶에 대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중 가장 부러웠던 건 휴가였다. 연초에 휴가 계획을 세우고 회사에도 미리 알려 일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조율한다. 유급휴가로 30일을 쓸 수 있다는 것에는 더 놀랐다. 그러니 휴가 떠날 생각에 평소 더 열심히 일하는게 아닐까. 심지어 유급인데 말이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독자들의 마음이 가벼워졌길, 뭔가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고 했다. (독일에서 살아본 적 없는)많은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독일에 대해 알게 되었을 것이다. 한 일본인의 시각으로 만난 독일인이기에 긍정할 내용도, 의심이 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독일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어느 정도 벗을 수 있는 기회였다. 딱딱하고 냉정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이었는데, 그들의 자유로움 안에 들어있는 합리적인 사고를 보았다. 제목에서 언급한 나에게만 친절한 태도가 까칠한 것이 아님을 알겠다.

 

~~ 언젠가 베를린에 가서 살아볼 날이 온다면!! 나도 저자처럼 베를린 통신원이 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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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형 로봇 동생 큰곰자리 49
김리라 지음, 주성희 그림 / 책읽는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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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라 작가는 2010년 제4회 웅진 주니어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그동안 다수의 동화책을 냈다. 이번에 나온 신간 <로봇 형 로봇 동생>을 ‘책 읽는 곰’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받아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근미래에 일어날 법한 일을 가상한 동화이다. 이미 AI 기술이 우리 곁에서 작동중이다. 그런데 미디어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거라는 위협적인 내용들을 전하기에 바쁘다. 사실 바둑기사 이세돌이 AI에게 패배했고 얼마전에는 은퇴소식도 들려왔다. 이제 우리 인간이 AI와 지능을 대결한다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AI와 경쟁하며 살아야할 지도 모를 우리 아이들에게 기술의 발전이 불러오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만 예견하며 그들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그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동화 <로봇 형 로봇 동생>은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배경이다. 초등학생 레온이 주인공이라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하다. 미래 로봇의 활용도에 대해 충분히 토론할 거리가 있으므로 저학년은 조금 어렵겠다.

주인공 레온의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와 로봇 영웅과 함께 살고 있다. 레온이 로봇 영웅을 형이라 부르고 가족처럼 여기는 이유는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느끼고 생각까지 하기 때문이다.

이 로봇은 12년 전 ‘필봇’이라는 이름으로 200대를 시범적으로 판매했다가 대부분 반품되었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했고 특히 인간들이 생각할 줄 아는 로봇을 악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레오 부모님은 필봇을 반품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지 못하던 그들은 필봇을 샀다가 2년 후 레오를 낳게 되는데 그게 로봇 덕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오에게는 필봇이 영웅이 형인 것이다. 레오를 챙겨주고 투정도 다 받아주고 웃게 해주고 에너지 뿜뿜해주는 진짜 형제간처럼 지낸다.

 

그러나 레오 아빠가 5년 전 돌아가시고 나서 가세가 점점 기울어 신선한 식품 섭취도 하지 못하고 영양바 하나로 끼니를 때운다. 전기요금도 제대로 내기 어려울 정도의 형편이 되었다. 필봇 영웅이는 노후화되어서 충전 시 전기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레오의 친구 찰스에게도 보디가드용 로봇 제우스가 있다. 찰스는 레오가 로봇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사연을 듣고 나서는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로봇 영웅이 방전되었을 때 자신의 로봇 제우스로 충전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점점 수명이 다 되어가는 필봇 영웅의 문제는 여러 가지다. 레오 입장에서는 가족과 다름없는 영웅을 없앤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엄마가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되자 영웅이 일자리를 구하고 집의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충전을 제대로 안했다가 방전되는 위기를 맞기도 한다. 이 정도면 사람의 생각과 다를바 없다. 그렇다고 ‘로봇이 진정한 가족인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이쯤되면 로봇이 상용화되는 시대에 발생할 문제들이 예측가능하다.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읽고 논쟁거리를 찾아보고 토론하기에 좋은 책이다. 앞서 제시한 대로 ‘로봇을 과연 가족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나 ‘로봇이 인간처럼 생각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등을 논제로 뽑을 수 있겠다.

어른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으니 가족처럼 데려온 로봇은 반려동물과 공통점이 많아 보였다. 좋다고, 잘 키울 거라고 데려온 개나 고양이를 키우기 힘든 형편이 되면 무책임하게 갖다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과 이 동화의 필봇을 보며 영화 <에이 아이>가 떠올랐다. 또 미래에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영화 <설국열차>가 오버랩 됐다. 고학년 학생들과 이 책을 읽는다면 위 두 영화를 같이 보면서 미래 사회에 대해 확장된 토론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영화 <에이 아이>는 진짜 사람이 되고 싶은 로봇이 주인공이고 그 로봇을 자신의 아이를 대신할 정도로만 취급하는 어른이 나온다.

이 책 제목대로 보자면, 레오에게 영웅은 로봇 형이 맞는데 로봇 동생은 누구일까? 마지막에 언급된다. 물론 스토리를 잘 따라가는 눈치빠른 어린이 독자라면 그 로봇 동생이 누구라는 건 금방 알아챌 것이다.

로봇 영웅이 숨어지내야만 하는 긴박한 상황과 레오네 가족이 생활고에 힘든 부분도 마지막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게 되어 다행이다. 마지막에 주인공에게 닥친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 되고 레오가 형과 계속 살 수 있게 되어, 처음에 풍겼던 조금은 어두운 이미지가 밝아진다. 음울하게 보일 수 있는 미래 사회를 밝게 그려내는 것이 동화가 줄 수 있는 장점이다. 앞으로 사라질 직업이 몇 만개나 되며, AI 때문에 취업도 못할 거라는 식의 뉴스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말고 이런 동화책을 읽히면 좋겠다. AI와 함께 살아갈 미래가 장밋빛은 아닐지라도 캄캄한 것만은 아님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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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밖에서 놀게 하라 -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 ‘토런스상’ 수상 김경희 교수의 창의영재 교육법
김경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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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밖에서 놀게 하라>는 영재 및 창의력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 김경희 교수의 신간이다. 김경희 교수는 ‘세계 창의력 교육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폴 토런스 상”을 작년에 외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그는 현재 ‘영재교육’으로 유명한 미국 윌리엄메리 대학교에서 종신 교수로 재직중이다.

창의영재 교육법의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자녀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할지 지침을 알려주고 있다.

파트 1에서는 창의력을 키우는 4S에 대한 내용이다. 그 4가지는 Sun(햇살), Storm(바람), Soil(토양), Space(공간)이다. 4가지 풍토마다 기를 수 있는 태도가 다르고, 이러한 풍토를 골고루 잘 조성하면 아이는 창의 영재로 성장할 수 있는 27가지 태도를 갖추게 된다.

파트 2는 ION사고력이다. ION은 틀 안(Inbox), 틀 밖(Outbox), 새 틀(Newbox)의 앞 철자를 따왔는데 저자는 연습을 통해서 개선, 향상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ION사고력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파트1에서 소개한 4S에 기반한 27가지 창의적 태도가 먼저 길러져야 한다.

그럼 그 27가지 태도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을 확인해보자.

1. 햇살(Sun) ☞ 배움을 즐기는 아이로 자라게 하는 햇살 풍토

- 긍정적 태도 : 밝은 아이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다.

- 크게 보는 태도 : 큰 꿈을 품은 아이는 큰 사람이 된다.

- 즉흥적 태도 : 눈치 보지 않고 나를 표현하는 아이가 틀을 깬다.

- 유머러스한 태도 : 공부를 놀이처럼, 놀이를 공부처럼.

- 열정적 태도 : 아이의 무한동력은 열정이다.

- 호기심 많은 태도 : 호기심 많은 아이가 배움을 즐긴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틀 밖 놀이터’와 ‘부모를 위한 한 장 요약’ 두 부분으로 요점 정리를 해주고 있다. 자녀 교육에 관심은 많지만 바쁜 부모들을 배려해 준 걸까? 친절하게 요약을 해 놓은 부분만 읽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본문에서 위 태도들을 기르기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디테일한 방안들이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본문을 읽는 게 좋다. 자녀의 창의력을 키워주는 방법을 찾으려고 이 책을 읽고 있을텐데 그 정도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디테일한 방법들이란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호기심 많은 태도에서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게 하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들이다.

- 시중에서 판매하는 장난감 대신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 본다.

- 우리 동네 말고 옆 동네로 가서 아이와 탐험 놀이를 해본다.

- 질문, 자기 주도 학습, 새로운 아이디어 개선, 변화에 대한 아이의 적극적인 태도를 칭찬한다.

- 실험을 통해서 배우기, 직접 체험하며 배우기, 만드는 활동하기, 인터뷰하기, 재미있는 이야기하기, 요리하기, 가게에서 물건 사기 등 다양한 활동을 주도적으로 해보게 한다.

- 독서하기, 그림 그리기, 멍 때리기, 자기 경험 이야기하기 등 아이에게 자유 활동 시간을 매일 최소 30분은 준다. 

 

 

 

2. 바람(Storm) ☞ 전문성을 쌓고 강인한 아이로 자라게 하는 바람 풍토

- 목표 의식 태도 : 목표가 있는 아이는 전문성을 쌓게 된다

- 철저한 태도 : 목표 이상을 이루는 아이로 자란다.

- 자기 효능 태도 : 아이의 진정한 자신감을 키우는 법

- 독립적 태도 : 아이의 독립성을 키우는 법

- 불굴의 태도 :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법

- 위험 감수 태도 : 작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담함을 키우는 법

- 끈기 있는 태도 : 포기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는 법

- 불확실 수용 태도 :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로 키우는 법

이번 장에서 ‘틀 밖 놀이터’는 아이의 집중력을 키우는 풍토 만드는 법이다.

 

3. 토양(Soil) ☞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는 토양 풍토

- 다문화적 태도 :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 특별한 정체성이 생긴다.

- 전략적 태도 : 목표가 있는 아이는 전략을 세운다.

- 개방적 태도 :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을 기른다.

- 복합적 태도 : 복합성을 키우면 융합사고력이 자란다.

- 멘토를 찾는 태도 : 스스로 배움을 찾는 아이로 키운다.

‘토양’에서는 복합적 태도를 기르기 위한 활동이 눈여겨 볼만하다. 저자는 사고하는 재미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 복합성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 활동으로 요리를 추천하고 있다. 어떤 순서로 무엇을 해야 요리가 완성되는지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또 적극적으로 체스, 바둑, 퍼즐, 추리형 보드게임 등 머리를 쓰고 전략을 세우는 놀이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부모는 지켜보라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놀이과정에서 아이가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을 느끼더라도 바로 도와주지 말고, 도움 없이 해결하도록 두어야 한다. 미처 풀지 못해도 상관없다. 아이가 어떻게 문제에 접근하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생각을 끝낸 뒤에는 조언을 해주어 전략을 수정하도록 하자.’

4. 공간(Space) ☞ 개성 있고 당당한 아이를 만드는 공간 풍토

 

- 감성적 태도 : 진짜 ‘나’를 발견하는 아이는 감성이 자란다.

- 공감하는 태도 : 공감능력을 통해 배려심을 키우는 법

- 재고하는 태도 : 혼자 깊이 생각하는 힘을 가진 아이로 키우는 법

- 자기 주도적 태도 : 아이의 자기 주도성을 키우는 법

- 공상하는 태도 : 아이의 상상력을 키우는 법

- 튀는 태도 : 개성 있는 아이로 키우는 법

- 양성적 태도 : 남자와 여자라는 틀을 뛰어넘는 아이

- 당돌한 태도 : 세상의 규칙에 당당하게 소리치는 아이

이번 장 ‘틀 밖 놀이터’는 즐거운 상상을 위한 질문이다.

여기까지 파트1,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27가지 태도는 사실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동안 여러 자녀교육 관련 서적을 읽어온 부모라면 그렇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실천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미 아이들을 다 키운 나로선 이 책을 읽으면서 실천하지 못한 것들만 눈에 들어왔다. 지금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이렇게 할 것 같다.

보습 학원은 보내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남는 시간은 아이와 더 많이 눈 마주치며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다. 못해 본 것들을 하나하나 같이 해 보면서 더 많이 웃을 것이다.

지나고 보니 그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짧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녀 양육에 매달려 힘들 때는 이 시절이 언제 지나갈 것인지, 너무나 더디 가는 시간을 견뎌 내느라 힘들었다. 인생 전체를 비추어 봤을 때, 내 아이와 오롯이 교감하며 무언가를 같이 할 수 있는 짧디 짧은 그 시기를 양질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나무 바로 아래 서 있어서 숲을 보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자녀가 아직 어리다면 꼭 아이와 시간을 함께 하며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을 하나씩 해보길 바란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것을 다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각자가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특히 맞벌이부부라서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그 짧은 시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트 2에서는 사고력과 상상력, 비판력, 융합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마지막, 새 틀 융합력에서는 여러 아이디어를 크로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새 틀 안에 결합해 다르게 재구성하며, 더 나은 가치로 정제해서 창작물을 만들고 홍보하게 하여 융합력을 길러주라고 한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부모와 교사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아이들은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학교성적이 우수함에도 사회에 나와서는 문제해결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양육자 때문이므로 지금 엄마가 아이를 분재로 만들고 있는지 사과나무로 키우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했다. 교사들도 서열의식과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아이들과 수평적 의사소통을 하면서 창의력을 계발시키도록 하자고 강조한다.

결국 아이들을 아름드리 나무로 키울 토대를 만들 수많은 방법을 알고 있어도 양육자의 태도와 입시 제도,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없다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우리의 할 일을 회피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에선 안 돼!’ ‘이런 대입제도가 유지 되는 한 쓸모없어!’ 라고 자조하지 말자. 사회제도적 개혁과 변화가 더디더라도 우리는 묵묵히 밭을 갈아야 한다. 씨앗을 틔워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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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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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도시 3부작 시리즈11월에 출간 되었다.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는 해외 도시 공간들을 담고 있고, <우리 도시 예찬>은 우리 도시 공간들을 담고 있다.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12가지 도시적콘셉트라는 부제로 우리 도시를 비춰본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시 공간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는 못했다며 앞의 두 책에 구체적 사례에 대한 갈증이 다소 풀리길 바란다고 했다.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의 초판 한정 특별 부록 <도시는 여행 인생은 여행>에는 김진애의 도시 여행법 3가지와 인터뷰가 실려 있다.

 

 

제 철학은, 건축가든 도시계획가든 역사에 남을만한 위대한 작업은 필요치 않다는 거예요. 사회에 괜찮은, 사람에게 좋은, 좀 더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자연에 죄를 덜 짓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최대한 집중해야 해요. 그러다 보면 위대함이 어디에선가 튀어나온다고 생각해요.

- 부록, 김진애의 인생생각중에서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목요일 코너에서 3년 넘게 방송하고 있는 김진애의 도시이야기는 고정 프로로 계속하고 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매일 청취하고 있는데 그동안 이런 주제의 방송을 들어 본 적이 없어 신선했다. 거기에 여성 고정 패널이라 반가웠다. 방송에서는 짧은 시간 때문에 내용을 진전시키기도 전에 끝내야만 해서 아쉬웠던 적이 많았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오니 더 반갑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라고 하면, ‘을 먼저 떠올리지 도시가 우선 순위는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 도시라는 공간에 살고 있지만 도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저 내가 사는 아파트의 가격이 얼마나 오르는지에 대해 관심 있고, 아파트를 고를 때는 기반시설이 잘 형성된 대단지 아파트를 고른다. 이렇게 도시보다는 집에 대해 더 관심이 많은데 그것은 아마도 평생의 과업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사는 도시의 12가지 콘셉트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제 김진애의 12가지 도시적 콘셉트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1부 모르는 사람들과 사는 공간

1. 익명성 : 낯선 사람들과 같이 사는 법

2. 권력과 권위 : 존경인가, 사랑인가?

3. 기억과 기록 : 우리는 누구인가?

2부 감이 동하는 공간

4. 알므로 예찬 : 가슴 뛰는 우리 도시 이야기

5. 대비로 통찰 : 해외 도시로 떠나는 이유

6. 스토리텔링 : ‘내 마음 속 공간은 어디인가?

7. 코딩과 디코딩 : 공간에 숨은 함의

3부 머니 게임의 공간

8. 욕망과 탐욕 : 나도 머니 게임의 공범인가?

9. 부패에의 유혹 : ‘자 돌림병의 도시

10. 현상과 구조 : 이상해하는 능력

4부 도시를 만드는 힘

11. ‘’ : 이 시대 도시를 만드는 힘

12. 진화와 돌연변이 : 설계로는 만들 수 없는 도시

 

12가지 중에서 내가 관심있게 읽은 부분은 콘셉트 5. 해외 도시로 떠나는 이유

이다. 요즘 해외든 제주도든 한 도시에서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이 인기다. 나는 해외여행을 패키지상품으로만 가보았기 때문에 어떤 한 도시에 오래 머문 적이 없다.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다녀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렇게 돌아다녀보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 도시에 가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당연히 의문이 든다. 저자는 진본성 때문이라고 한다.

 

p,149

우리가 먼길을 떠나 해외에 가는 것은 이른바 오리지널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다. 현장에 직접 가기 전까지는 아직 모른다. 아무리 사진으로 많이 보고 동영상을 통해 봤더라도 실제 가보면 다르다. 실물을 마주하고도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때와 똑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그게 외려 이상한 일이다. 여러 이유들이 있다. 첫째, 사람은 전체와 부분을 온통 한꺼번에 느낀다. 둘째, 인간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셋째, 인간의 눈은 카메라보다 넓고 또 정교하다. 넷째, 체험이란 시각만이 아니라 오감의 종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섯째, 우리 뇌속의 시냅스가 폭발하면서 지적 자극과 감성적 자극을 상승시킨다.

 

내가 현장의 오리지널리티를 느껴보고 싶은 도시는 베를린이다. 동서분단의 현장, 그 허문 벽을 유물처럼 공원처럼 관리하고 있는 그 곳에 가서 역사의 현장을 확인하고 싶다. 그리고 영화속에서 흔하게 그려지는 베를린의 삭막하고 쓸쓸함(순전히 개인적인 느낌) 속에 나도 한 번 들어가보고 싶다.

 

그리고 저자가 든 두 번째 이유는 완전한 익명성이다.

 

 

p.156~157

왜 해외로 가는가? 로망을 찾아서? 신기한 풍물을 접해보려고? 유명한 공간들을 직접 확인하려고? 박물관과 기념관에 들러 원작을 보려고? 생생한 공연 현장을 체험하려고? 다 작용한다. 그런데 이것은 어떨까? 완전한 익명성을 찾아서!

사실 나는 이것을 해외여행의 핵심 동기라고 본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누릴 수 있는 완벽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그 느낌이 좋아서 떠난다. 내가 속한 세상, 나의 콘텍스트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느끼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이 반갑다. 나를 모르는 세상에서 완벽하게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마저도 찾아온다. 익명성이란 두려움의 원천인 동시에 자유의 원천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완전한 익명성은 완벽한 자유를 의미하는 것 같다. 이 부분에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이루고픈 로망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인데 한편 이런 생각도 든다. 그런 자유를 누리려면 오지나 벽지로 가야하는 게 아닌가? 왜냐하면 해외 유명 장소에서 어김없이 우리 말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나간다는 뜻이다. 아직 로마니 파리니 하는 곳에 가보지도 못해놓고 섣부른 걱정이다. 그러나 오랑주리 미술관은 꼭 가보고 싶다.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면서 해방감과 만족감을 맛볼 수 있을 것만 같다.

 

3부 머니 게임의 공간 에서는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 떡하니 세워진 흉물 엘시티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그 건물을 짓기 전부터 부산시와 정계, 재계가 얽힌 문제들, 그리고 공사 중 벌어진 사고들을 뒤로 한 채 준공이 났다. 저자는 엘시티의 문제를 7가지로 정리한 것을 읽으면서 화가 났다. ‘그것이 알고 싶다뉴스에서 회자되는 내용들로 대충 알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저런 비리선물세트 같은 건설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파트 건설 관련, ‘도시형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방안들을 모색한다. 가로형 아파트, 한 건물에 여러 가지 주택 유형을 섞는다든지 하는 것이다. 그러한 방법들은 환타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미 아파트를 포함하는 물리적 공간은 너무나 여러 사람들의 욕심이 뒤엉켜 있기 때문에 그러한 공공적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방향성을 가지기에 우린 너무 멀리 와버렸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사는 공간이 모두 도시는 아니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이 가리키는 도시는 서울시, 부산시 같은 행정구역으로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 삶과 문화가 있는 곳, 그런 공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으며 독자도 도시에 대해 그동안 해보지 않은 여러 생각과 고민들을 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단으로 마무리한다.

 

나는 도시에서 인간의 밑바닥도 보지만 인간의 무한한 능력도 본다. 도시에서 위대한 만남을 목격하고, 운명과도 같은 큰 흐름을 읽는다. 도시라는 무대에서 인간이 펼치는 드라마를 보고 즐기고 또 의미를 찾는다. 무엇보다도, 나는 도시에서 살며 도시 이야기를 계속 한다. 도시 이야기,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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