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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형 로봇 동생 ㅣ 큰곰자리 49
김리라 지음, 주성희 그림 / 책읽는곰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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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라 작가는 2010년 제4회 웅진 주니어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그동안 다수의 동화책을 냈다. 이번에 나온 신간 <로봇 형 로봇 동생>을 ‘책 읽는 곰’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받아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근미래에 일어날 법한 일을 가상한 동화이다. 이미 AI 기술이 우리 곁에서 작동중이다. 그런데 미디어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거라는 위협적인 내용들을 전하기에 바쁘다. 사실 바둑기사 이세돌이 AI에게 패배했고 얼마전에는 은퇴소식도 들려왔다. 이제 우리 인간이 AI와 지능을 대결한다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AI와 경쟁하며 살아야할 지도 모를 우리 아이들에게 기술의 발전이 불러오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만 예견하며 그들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그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동화 <로봇 형 로봇 동생>은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배경이다. 초등학생 레온이 주인공이라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하다. 미래 로봇의 활용도에 대해 충분히 토론할 거리가 있으므로 저학년은 조금 어렵겠다.
주인공 레온의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와 로봇 영웅과 함께 살고 있다. 레온이 로봇 영웅을 형이라 부르고 가족처럼 여기는 이유는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느끼고 생각까지 하기 때문이다.
이 로봇은 12년 전 ‘필봇’이라는 이름으로 200대를 시범적으로 판매했다가 대부분 반품되었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했고 특히 인간들이 생각할 줄 아는 로봇을 악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레오 부모님은 필봇을 반품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지 못하던 그들은 필봇을 샀다가 2년 후 레오를 낳게 되는데 그게 로봇 덕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오에게는 필봇이 영웅이 형인 것이다. 레오를 챙겨주고 투정도 다 받아주고 웃게 해주고 에너지 뿜뿜해주는 진짜 형제간처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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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레오 아빠가 5년 전 돌아가시고 나서 가세가 점점 기울어 신선한 식품 섭취도 하지 못하고 영양바 하나로 끼니를 때운다. 전기요금도 제대로 내기 어려울 정도의 형편이 되었다. 필봇 영웅이는 노후화되어서 충전 시 전기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레오의 친구 찰스에게도 보디가드용 로봇 제우스가 있다. 찰스는 레오가 로봇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사연을 듣고 나서는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로봇 영웅이 방전되었을 때 자신의 로봇 제우스로 충전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점점 수명이 다 되어가는 필봇 영웅의 문제는 여러 가지다. 레오 입장에서는 가족과 다름없는 영웅을 없앤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엄마가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되자 영웅이 일자리를 구하고 집의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충전을 제대로 안했다가 방전되는 위기를 맞기도 한다. 이 정도면 사람의 생각과 다를바 없다. 그렇다고 ‘로봇이 진정한 가족인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이쯤되면 로봇이 상용화되는 시대에 발생할 문제들이 예측가능하다.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읽고 논쟁거리를 찾아보고 토론하기에 좋은 책이다. 앞서 제시한 대로 ‘로봇을 과연 가족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나 ‘로봇이 인간처럼 생각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등을 논제로 뽑을 수 있겠다.
어른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으니 가족처럼 데려온 로봇은 반려동물과 공통점이 많아 보였다. 좋다고, 잘 키울 거라고 데려온 개나 고양이를 키우기 힘든 형편이 되면 무책임하게 갖다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과 이 동화의 필봇을 보며 영화 <에이 아이>가 떠올랐다. 또 미래에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영화 <설국열차>가 오버랩 됐다. 고학년 학생들과 이 책을 읽는다면 위 두 영화를 같이 보면서 미래 사회에 대해 확장된 토론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영화 <에이 아이>는 진짜 사람이 되고 싶은 로봇이 주인공이고 그 로봇을 자신의 아이를 대신할 정도로만 취급하는 어른이 나온다.
이 책 제목대로 보자면, 레오에게 영웅은 로봇 형이 맞는데 로봇 동생은 누구일까? 마지막에 언급된다. 물론 스토리를 잘 따라가는 눈치빠른 어린이 독자라면 그 로봇 동생이 누구라는 건 금방 알아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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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영웅이 숨어지내야만 하는 긴박한 상황과 레오네 가족이 생활고에 힘든 부분도 마지막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게 되어 다행이다. 마지막에 주인공에게 닥친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 되고 레오가 형과 계속 살 수 있게 되어, 처음에 풍겼던 조금은 어두운 이미지가 밝아진다. 음울하게 보일 수 있는 미래 사회를 밝게 그려내는 것이 동화가 줄 수 있는 장점이다. 앞으로 사라질 직업이 몇 만개나 되며, AI 때문에 취업도 못할 거라는 식의 뉴스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말고 이런 동화책을 읽히면 좋겠다. AI와 함께 살아갈 미래가 장밋빛은 아닐지라도 캄캄한 것만은 아님을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