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미트 - 인간과 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
폴 샤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기 2040년 어느 날, 당신은 슈퍼마켓에 고기를 사러갔다.


아래 설명을 읽고 어떤 고기를 살 것인가?

 


당신은 두 가지 동일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쪽은 동물로부터 만들어졌습니다. 포장지에는 제품 생산을 위해 동물이 고통받거나 죽었다는 문구가 찍혀 있습니다.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환경세도 부과됩니다. 그리고 완전히 같은 제품이지만 실험실에서 생산된 것이 있습니다. 맛과 품질은 동일합니다. 가격은 같거나 더 저렴합니다. 어떤 제품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전자인가? 후자인가?


나는 후자를 고르겠다. 나는 비건은 아니다. 하지만 고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잘 먹지도 않는다. 아예 안 먹는다는 뜻은 아니다. 모임에서 고기를 먹으러 갈 경우 많이 먹어야 5점 안팎으로 먹고 그 외에 야채류를 먹는다. 주부니까 고기를 재료로 요리를 하지만 집에서 내가 만든 요리 속의 고기는 거의 먹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고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어른이 되어 고기를 더 먹게 된 것도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공장식 축산의 폐해에 대해 알게 된 후부터는 더 먹지 않았다. 그런데 위 설명에서처럼 동물로부터 고기를 얻을 때 발생하는 단점을 강조한다면 차라리 실험실에서 생산된 고기를 먹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보다 더 많이 먹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잔인한 방식으로 키워지고 항생제 범벅인 사료를 먹여 키워 비위생적으로 도살한 소를 불쌍하게 생각해서 소고기를 안 먹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같은 사람에겐 그리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기를 아주 많이 먹는다. 고기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공장식 축산은 더욱 확대되었고 그에 들어가는 비용과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고기를 많이 먹어서 발생하는 문제는 인류와 지구에 재앙에 가깝다. 이러한 문제들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클린미트이다.


<클린미트>는 동물로부터 얻은 고기를 대체할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고기에 대한 내용이 총망라되어있다. 이 책은 클린미트 탄생의 역사에서부터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노력, 향후 전망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작가 폴 샤피로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세계 최초로 클린 미트를 시식한 인물이자 TED의 연사 도살에도 자비를이라는 동물보호단체의 설립자다. 동물권의 증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 분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동물보호협회의 대변인과 부회장으로 13년 동안 활동한 이력이 있다. 동물복지와 지속 가능한 식품을 주제로 일간지를 비롯한 학술지에 수 십건이 넘는 기고를 했다.


이 책은 동물을 이용한 식용 고기를 비롯 우유와 계란, 가죽까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업체, 인물들(의사, 과학자, 업계 종사자, 비평가등)를 밀착 취재, 인터뷰를 한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처음 접하게 해준 작가의 공로는 크다고 하겠다. 실험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주로 노력한 사람들은 모두 유럽이나 미국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내용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접하게 되는 것은 출판사나 작가에게 고마운 일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클린미트에 대해서 알고 자신의 식생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이제 한 발짝 더 들어가 보자.

클린미트를 우리 말로 하자면 청정고기.(지금부터는 청정고기로 부르겠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고기의 이름이 처음부터 청정고기였던 건 아니다. 맨 처음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들어진 고기를 시험관 고기라고 불렀다. 명칭은 정확하지만 호감가는 이름은 아니다. 마치 소금을 염화나트륨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고 게다가 시험관이라는 말에서 시험관 아기를 연상하게 되어 혐오감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 문제였다.

그 후로 실험실 고기’ ‘합성고기’ ‘수경재배 고기’ ‘발 없는 고기’ ‘청정고기’ ‘좋은 고기’ ‘재배 고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지만 배양 고기라고 하기로 했다. 고기(동물의 골격근)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얻어진 것이니 배양 고기라는 말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설문조사에서 배양 고기5가지 선택지중 4위였다. 결국 청정고기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양을 복제한다고 해서 가짜 양이 나오지 않듯이 동물세포에서 만든 고기가 상용화된다고 해서 가짜 고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실험실에 기반한 기술로 성장호르몬, 농약, 대장균, 식품첨가물 등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고기를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최종 결과물을 지칭하는 더 정확한 이름은 청정고기입니다.”


청정고기는 만들어지는 과정만 깨끗한 것이 아니라 보관시 세균증식도 거의 없으며 공장식 축산처럼 지구 생태계를 더럽히는 일도 원천 차단한다.


책을 읽지는 않았고 이 리뷰로 청정고기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된 당신은 아직도 궁금할 것이다.


정말로 진짜 고기와 풍미가 같을까?’

모든 종류의 고기를 다 청정고기로 만들 수 있나?’

살코기만 되고 갈비 같은 건 안 될 것 같은데?’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들것 같은데, 진짜 고기 가격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을까?’

기존의 축산업 종사자들의 반발이 장난 아닐텐데?’

더 이상 소나 닭을 키우지 않게 된다면 우유랑 달걀은 못 먹는 걸까?’


같은 의문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런 의문들은 책 속에서 다 해결해 준다. 독자의 예상에 맞춰 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만큼 자료 조사와 인터뷰, 책의 구성이 잘 되어있고 번역도 매끄럽다. 이 리뷰에서 위 모든 의문점을 다 해소하기에는 너무 길어지므로 더 궁금한 사람은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하루라도 고기를 먹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사람이나 비건들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그동안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모른척하고 육식을 즐겼던 사람에게 숨어있는 죄책감을 해소해 주고, 인권 못지않게 지켜주고 싶은 동물권 때문에 채식만을 하는 사람들 역시 청정고기를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 물론 지금 당장 먹을 수는 없다.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2013년 최초로 소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햄버거 패티의 생산비용은 약 4억원정도였다. 그런데 2016년에는 약 140만원을 들여 미트볼을 생산했다. 그래서 이 글의 맨 처음에 2040년에 슈퍼마켓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상정해본 것이다. 저자는 청정고기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변화를 자세히 보여주면서 약 20년 후쯤이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도 이 의견에 회의적이라면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앞으로 일어날 일은 세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우리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환경에 피해를 끼치는 문제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하기 힘들 것이고 두 번째는 줄곧 하고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뭔가 새로운 시도는 당장 우리가 할 수는 없고 저런 투자자나 이 일을 몸소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청정고기를 만들어내는데 큰 역할을 한 두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보여준다. 미국인 제이슨 매시니와 인도인 우마 발레티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동물 도살과 비위생적 축산에 충격을 받아 고기를 대체할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다.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던 그들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고 결국 만나게 되어 청정고기의 탄생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우마 발레티는 심장전공의 수련 과정중 환자의 심장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심장근육이 재생되는 모습을 보며 근육을 배양해서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을 실현시킬 방안을 고민하다가 제이슨 매시니와 연결되었고 심장전공의보다 자신이 평생에 거쳐 고민해오던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의사로서의 수입을 포기하고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 아내의 지지로 마음을 굳히게 된다.


여보, 평생을 원했던 일이잖아요. 나중에 아이들과 그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꿈꾸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줄 용기를 내지 못했노라고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세상은 저렇게 혁신을 꿈꾸는 사람들 덕분에 나아져 감을 또 보게 되었다. 대부분 우리는, 비윤리적 동물 사육과 살육을 모른 척하면서 육식을 마음껏 즐기고, 후세대는 모르겠고 그저 내가 사는 동안 지구를 맘껏 훼손하며 살다 죽겠다는 식의 삶을 산다. <클린미트>를 읽으며 새로운 고기의 출현에 놀라웠고 인간의 잘못을 깨닫게 되었다. 더 이상 동물들에게, 지구에게, 못할 짓 그만해야할 시점이 온 것 같다.

 

 

** 위 리뷰는 네이버 리뷰어스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