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 삶, 용기 그리고 밀림에서 내가 배운 것들
율리아네 쾨프케 지음, 김효정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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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행기가 추락해 밀림에 떨어졌다.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졌으나 비행기 잔해는 흩어져 찾을 수 없고 단 한명의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11일 후 탑승객 중 한명이었던 열일곱살 소녀만 혼자 살아 돌아온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난영화의 시놉시스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상황!

1971년 크리스마스이브, 페루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거의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 사고에 대해 처음 듣는다면 영화 같은 일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도저히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사람들은 저런 사고보다 더 기막힌 사고들을 많이 봐왔기에 놀라움의 강도가 떨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 비행기 추락사고에서는 기적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생존자가 있었다. ‘율리아네 쾨프케’라는 소녀였다.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는 그녀가 사고 발생 40주년을 맞아 2011년에 펴낸 책을 흐름출판에서 번역 출간한 것이다. 직접 겪은 사건이니만큼 그녀의 생생한 상황 묘사와 큰 사건을 이겨낸 의지와 용기, 그리고 부모님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이 책이 만약 이런 면만 부각되었다면 단순한 수기에 그쳤을 것이나 그에 못지않게 독자에게 던져주는 문제의식이 만만치 않다.


 

50년이나 지난 사건을 상기시켜 가닿은 이 책의 세계관은 언론문제와 환경문제이다. 재난사건의 생존자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와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이 작금의 우리 현실과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환경문제는 주된 의제로 다뤄지지조차 않는 지구와 생명에 대한 근본적 질문도 던지는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이 단순히 역경과 고난을 극복한 인간승리에만 초점을 맞춰 자기계발서류의 독서용으로 다뤄지지 않길 바란다.

 

 

그럼 사고 당시 상황으로 들어가보자.

사람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비행기에서 추락해 살아난 것도 신기한데 대체 밀림에서 소녀 혼자 어떻게 버텼단 말인가?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율리아네 부모님이 동물생태학자였고, 페루의 다우림(‘정글’이라는 단어를 이 책에서는 ‘다우림’으로 표기)에서 연구를 했고, 그녀가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무슨 로빈슨 크루소처럼 과일 따먹고 사냥하고 뗏목 만들어 강을 건너고 그랬던 건 아니다.

당시 그곳은 우기라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없었고 먹을 거라곤 비행기에서 추락할 때 있었던 사탕 몇 개가 전부였다. 재규어나 악어의 위협을 견뎌야했고, 오만가지 종류의 벌레들이 공격해 와서 밤에는 잠들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낮엔 강 속에 들어가 헤엄쳐(아니 둥둥 떠서 이동하는 것에 가까운) 이동하고 밤엔 뭍으로 나와 눈을 붙였다. 강 하류쪽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건 아빠가 알려준 지침 덕분이었다.


"밀림 속에서 길을 잃으면 흐르는 물을 찾아서 따라가야 해. 그러면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나올거야.."


배고픔과 맹수, 벌레의 공격도 힘들었만 팔에 생긴 구더기가 계속 번식하고 살을 파고 들어가는 고통도 힘들었다. 키우던 개의 다리에 생겼던 동일한 일을 떠올려 등유를 부으면 구더기들이 빠져나온다는 게 생각났지만 석유를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그런데 10일째 되던 날, 기적처럼 빈 배와 오두막을 발견하게 된다. 그 곳에 들어가 구더기들을 꺼낼 수 있게 되었다.


p.161

힘이 없어서 통 뚜껑을 돌려 열기까지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통 옆에서 발견한 작은 호스 토막으로 가솔린을 빨아들여 상처에 똑똑 떨어뜨렸다. 처음에는 팔 속의 구더기들이 아래쪽으로 달아나려고 살을 더 깊이 파먹는지 죽을 듯이 아팠다. 하지만 결국에는 표면으로 올라왔다. 펼친 반지로 상처에서 서른 마리 정도의 구더기를 꺼내고 나서 나는 기진맥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절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지만 당장은 내가 해낸 일이 무척이나 뿌듯했다.

 


기적적으로 생환한 후 전 세계 언론은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 했고 일상생활을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율리아네를 끈질기게 쫓아다녀 학교도 제대로 다니기 힘들었다. 그녀는 페루에서 대입시험을 치고 싶었으나 아빠가 독일로 보내게 된 결정적 사건이 결국 일어났다. 친구의 권유로 수영장에 갔다가 나오는 순간 들이닥친 기자들과 원치 않는 인터뷰를 당했던 것이 저녁 뉴스에 방송되어 아빠가 보게 된다. 자신의 딸이 비키니 차림으로 그네에 앉아 카메라를 향해 미소지으며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온 세상에 떠벌리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너는 네 엄마를 그런 식으로 애도하는구나.”

라는 아빠의 한마디는 아무런 항변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사실 그녀는 엄마와 같이 탄 비행기에서 혼자만 살아돌아온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아빠와 계속 서먹한 관계였다. 게다가 아빠가 타지 말라고 했던 항공사 비행기를 탄 것도 자신 탓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페루를 떠나기 싫었다. 부모님이 독일인이어도 자신의 고향은 페루였고, 또 밀림 팡구아나였다. 결과론적으로 독일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되었고 아빠의 권유로 박쥐를 연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쓰려고 마음 먹으면서 고향 같은 그 곳, 팡구아나로 돌아가게 된다. 자신이 동물학자로 성장하게 된 것도, 일반적인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것도 모두 부모님의 지대한 영향 덕분이었다. 특히 그녀의 아빠가 2차대전 후 독일에서 대서양을 건너 남미까지 가게 된 여정은 인간승리의 표본을 보여준다. 페루의 한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2년 반 만에 그곳에 도착한 것이었으니 얼마나 죽을 고비를 넘긴 여정이었겠는가. 그 때의 이야기해주면서 아빠는 율리아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뭔가를 이루겠다고 정말로 굳게 결심하면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어.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돼. 율리아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의 모든 발걸음은 부모님의 유산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긴 과정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

율리아네는 독일에서 대학을 마친 후 아빠가 계신 페루의 팡구아나에서 나비에 관한 연구로 논문도 쓰고 실질적으로 동물학자로서의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드디어 부모님의 뒤를 잇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그녀에겐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p.318

사고 후 내가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운 것은 바로 이 밀림, 이 숲의 은밀한 영혼이다. 그것은 1년 반에 걸친 연구 과제를 진행중인 지금에야 내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야 나는 추락 사고후 비가 쏟아지는 밀림에서 절망에 빠진 채 한없이 외로운 밤을 보내던 시간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당시에 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내 삶을 자연과 인간을 섬기는 의미 있는 대의에 바치겠다고 결심했다. 이제 성인이 되어 연구기지에 돌아와 부모님 없이 내 스스로 부여한 연구 과제를 완수하자. 갑자기 모든 것이 뚜렷해졌다. 나의 임무에는 이름이 있다. 바로 팡구아나라는 이름이다.



밀림지역이 없는 곳에 사는 우리는 열대우림의 황폐화와 지구온난화의 상관관계 같은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환경교과서에나 나올 정도로 치부하며 관심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분명 지구 생태는 변하고 있고, 같은 장소를 두고도 개발하려는 이와 보존하려는 이가 공존한다. 기적과 같은 삶을 살게 된 이 책의 주인공이 전하는 남미 어딘가의 생태이야기가 과연 우리와 별 상관없는 이야기기일까 한번 곱씹어보아야 할 것이다.

그녀의 삶을 소재로 미디어에서 다루는 제목들도 밀림을 녹색지옥으로 표현했다. 그녀는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마뜩찮다. 그곳은 녹색지옥이 아니라 인간이 감히 다 알 수 없는 다종다양한 생명체들이 온존하는 곳이며 우리는 그것에 대해 반의 반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가 그곳을 지키려는 소명의식을 가지게 된 데는 부모님과 비행기 추락사건이 큰 영향을 끼쳤지만,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크’도 한 몫했다. 그녀에게 그 사건과 팡구아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고 연락이 왔고 고심 끝에 그녀는 결정했다. 그래서 이 책도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책은 2011년 율리아네가 56세가 되었을 때, 아버지의 혼이 살아 숨쉬고 있는 팡구아나를 남편과 방문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1971년, 사건 현장으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또다시 사고 후로, 시점이 순차적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현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과거 겪어내야 했던 힘겨운 시간들이 순간 이동하지만 읽어내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다. 마지막에 이르러 그녀는 자신의 고향이라 부르는 팡구아나를 지키는 일을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모든 것은 이 밀림에서 시작됐다. 생사를 건 기나긴 여정 중에 나는 만물과 완전히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어떤 것도, 어떤 생명도 그냥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때 이후로 나는 매일을 마지막 날처럼 살고 있다."

 


 

비행기 추락사건의 단 한명의 생존자라는 선정적 소개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사고로 이끌어주었다. 특히 그 사건을 보도하고 파파라치처럼 그녀의 뒤를 쫓는 미디어의 태도는 지금이나 50년 전이나 비슷하구나 싶었다.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질 낮은 기사, 왜곡을 넘어 거짓 기사를 토사물처럼 뱉아내는 언론들을 보니 그런 것은 미디어의 더러운 본성인가 싶기도 했다. 우리나라 기레기들처럼 말이다. 언론 뿐아니라 일반인들도 그녀를 못살게 굴었다. 세계 도처에서 답지하는 편지들 중 그녀를 응원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가당찮은 음로론부터 비난과 혐오까지. 사람이 사람에게, 그것도 험한 일 겪은 소녀에게 그렇게 가혹한 손가락질을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싶었다. 이 부분에서는 한국의 일베집단이 떠올랐다. 아니 일베까지 갈 것도 없이 검찰의 받아쓰기만을 하는 언론의 말을 진실로 믿고 일가족을 난도질하는데에 가담하는 사람들과 뭐가 다를까.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고 동물학자가 된 율리아네 쾨프케의 용기있는 삶에 경외를 표한다. 팡구아나를 지키려고 하는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다우림까지는 아니어도 우리나라의 환경과 생태를 지키는 누군가의 행보를 따라 어떤 방식으로든 동참할 것을 다짐해 본다. 이 책을 읽은 이들에게, 혹은 그녀의 삶을 알게된 이들에게, 그녀의 발걸음이 다른 걸음걸음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한다.


 


** 이 글은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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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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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은 모든 부부에게 계속되는 숙제이다."

 

사랑해서, 헤어지기 싫으니까, 각자의 집이 아닌 같은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우리는, 결혼을 한다.


아주 다른 방식으로 살던 남녀가 한 집에서 살게 되면 부딪칠 일은 너무나 많다. 죽을만큼 사랑한대놓고 말이다. 행복하고 싶어서 결혼을 했으니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잘 싸우고 잘 타협해야 한다는 게 최변의 조언이다. 그래서 둘에게 맞는, 잘 지킬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결혼은, 이런 규칙을 하나하나 만들어서 지키기도 어기기도 하며 다시 조정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요즘 젊은 부부들중 어느 정도는 그렇게 살고 있겠지만 예전 우리 부모세대는 그러질 못했다. 책에 자주 등장하는 황혼이혼 사례들이 대부분 그러했다. 먹고 사느라 바빴고, 힘들어서 그랬고, 그걸 알아달라는 뜻이었다며 뒤늦은 후회를 한다. 누가? 우리의 아버지들이... 한편 여자는 참아야만 하는 줄 알았고 엄마라는 책임감으로 견뎌내야 했던 어머니들이 나이들어 이혼을 요구하는 것이다. 늦었지만 책임완수라는 홀가분함을 느끼고 싶어한다. 남편들은 때늦은 후회를 하지만 그야말로 너무 늦은 것임을...


책 <우리 이만 헤어져요>는 최유나 변호사의 일기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20대부터 이혼변호사로 활동하며 1000건 이상의 소송을 진행했다고 한다. 가히 이혼전문?변호사가 맞는듯~~

숱한 간접경험을 통해 느끼고 배우는 것을 공유하고 이혼 소송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김현원 작가와 함께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를 시작했다.시작한지 1년도 안 되어 팔로워 수가 무려 16만명이 넘었다!!고 해서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봤다.

16만7천명이 넘는... 아니 뭐 꼭 팔로워 숫자를 확인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ㅎㅎ

멋지다!!

아내는 변호사, 남편은 만화가. 둘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저런 생생한 만화가 나올까? 언젠가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고 지인이랑 했던 푸념이 생각났다. 송중기가 송혜교에게(물론 극중에서~) 워딩은 정확하지 않으나 대충 이런 뜻이었을 것이다.

"당신이 오늘 뭘했는지 뭘 먹었는지 알고싶다. 그 시시콜콜한 것들 나한테 다 말하면 된다."

우리는, "드라마니까 저렇지 실제 부부들은 안 그렇거든!" 이러면서 결혼하면 대사가 달라질게 뻔하다! 흥,칫,뿡!!! 이랬다.

흠... 2년도 안 돼 이혼하게 됐지만...


부부는 동상이몽이라고들 한다. 오래 같이 살았다고 해서 생각이 같은 건 아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할 줄 알았던 아내가 그렇지 않을 때 남편은 깜놀한다. 갈등을 일으키기 싫어 아무 말 안 했던것을 자신 의견에 동조하는 것으로 착각하며, 우리 부부는 싸운 적 없는 잉꼬부부라는 망상을 하는 남편도 있다. 아까 그 지인의 남편 이야기인데 그녀의 하소연을 들을 때마다 기가 막힌다. 그렇다고 이혼하라고 할 수도 없고... 답답한 그녀의 부부생활을 듣고 있노라면 내 목이 콱콱 막힌다.


최변은 또 이야기한다.


"잘 살려면 잘 싸워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지인에게 선물해야겠다. 이 책을 읽고, 오래된 불통의 상태를 혹시라도 통하게 할만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비록 타인의 부부관계와 이혼에 대한 내용이지만 자신의 현재 결혼생활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다. 인스타에서는 미혼자에게 더 공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결혼전에 이 책을 읽으면 결혼생활의 시행착오를 줄일 예방주사의 효과가 될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히 이혼 변호사가 자신의 소송 사례를 나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혼이건 미혼이건 필독을 추천한다. 결혼이라는 제도, 그리고 동반자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숙고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결혼을 한 이유는? 행복하게 살려고 했을테니까!!


단, 제목이 <우리 이만 헤어져요>라고 해서 이혼하란 뜻은 아니니 오해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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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 '셀프헬프 유튜버' 오마르의 아주 다양한 문제들
오마르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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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모두와 잘 지내지 마란다!

좋다~ 아주 좋다~~

그리고 저자의 외모도 독특하다.

장발에 선글라스라~

마치 작가 박민규의 어릴 적 느낌? 조금 길쭉한 박민규?ㅎㅎ

본명은 안 알려주고 필명이 오마르다.

하는 일은 토크 유튜버로 라디오에 출연하거나 강연 다니고, 글을 쓴단다.

외모와 하는 일만 봐도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게다가 부산사람이라고~~ 반갑다!

괜히 나혼자~ㅋㅋ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는 유튜브 화제의 채널, ‘오마르의 삶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내 시행착오의 기록이다. 나는 어디 높은 의자 같은 데 앉아서 깨끗한 차림으로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다. 모두와 다름없이 늘 문제들과 싸우고 또 화해하며 30년 넘게 삶의 진흙탕 위를 뒹굴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중학교 수련회 때 극기 훈련 코스 중 외줄타기 같은 게 있으면 꼭 먼저 한 친구가 돌아와서는 흥분한 목소리로 , 생각보다 무섭네. 팔은 쭉 펴는 게 좋겠더라, 어쩌고저쩌고.”라고 떠들곤 했다. 아직 안 한 친구들에게는 정석은 아니지만 나는 이렇게 했다.’정도의 조언이 되고 이미 하고 온 친구들에게는 ? 나랑 비슷한데?’, ‘나는 다르게 했는데 그런 방법도 있꾼.’ ‘다행히 나만 무서운 게 아니었어.’같은 감정들을 느끼게 하는 것. 나는 나와 이 책의 역할이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뭐그리 대단하지도 않거니와 자신의 생각이 정답도 아니니 그저 참고만 해달라는 말이었다.

으흠, 겸손한데~~

그런데 제목은 조금 건방지고?

과연 무슨 얘기들을 할까?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읽어보니, 역시!!

핵사이다 발언들, 뼈때리는 말들이 무궁무진해서 지나간 체증을 다시 불러와 내려가게 할 만했다.

 

생각은 해도 감히 입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말들, 눈꼴신 꼬라지들을 시전하는 인간들에게 나도 꼭 해주고 싶었던 말들, 가만히 있으면 될텐데 꼭 나서서 갑분싸 만드는 인간들, 내 돈 빌려가놓고 감감무소식인 인간들 등등...

공감, 공감, 또 공감이었다.

프로막말러의 입을 닥치게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던 때를 소환하고, 이 장면에서 내가 이런 말 하면 너무 찌질한 인간이 되는 걸까 싶었던 순간이 떠올랐고, 바뀔 수 있을거라고! 내가 교화?시키고야 말겠노라고 노오력해봤지만 진한 실패의 맛만 본 채 계속 그 인간의 옆모습을 보며 살아야 하는 이 씁쓸한 현실에...

 

이 책을 읽으며 낄낄거리다가 이마 치다가 그랬다.

간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각잡고 철학이나 심리학 같은 거 끌어오지 않아도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책을 쓸 수 있다니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진지한 듯 진지하지 않다가, 또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핵공감책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꼰대가 되는 걸 예방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잘 살아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한 인간으로 스스로 만족할 만큼 제 몫을 하는 제대로 된 인간이 돼야 한다. 아니면 정말로 고장 난 인간, 어처구니없는 인간이 될 수 있다.

... 쉽지 않다! ? 제대로 된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나?

 

아래는 공감되는 부분들 발췌 내용이다.

 

p.21~22

부산 사람이라는 종족은 따로 없다. 그냥 부산에 사는 사람이 있는 거지. 흔히 부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살면서 보고 듣고 했던 것들로 그런 이미지가 잡혀 있겠지. 하지만 어느 지역이든 결국은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딱히 뭐가 다를 게 없다는 말. 서울과 마찬가지로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지 뭐. 나는 부산 사람치고는 성격이 부드럽다는 이야기를 곧잘 듣는다. 참 이상한 말이다. 그리고 회와 바다와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여러 번 설명을 해야 한다. 그저 상대가 생각하는 부산 사람의 전형과 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런 게 뭐랄까, 나쁘다면 나쁜 거지만 일단 너무 세련되지 못한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무엇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거. 서로에게 고정된 이미지를 요구하는 건 우리의 가능성을 닫고 개성을 무시하는 일이다. 우리는, 그냥 우리지 뭐. 나는 그냥 나고, 어디에서 살다 왔든지 간에.

 

 

p.233

나도 싫어하는 사람들 있어. 피하고 싶은 자리도 많고, 당연한 거잖아.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칭찬을 듣고 인정을 받으니까 그걸 깎아 먹기가 싫어지는 거야. 그리고 처음에는 그냥 싫다는 정도였는데 그게 점점 집착처럼 됐어. 좋은 평판을 계속 유지하지 못할까 두렵기도 하고, 병적이야 이거. 나도 싫은 건 싫다고 말하고 화나면 따지고 욕도 시원하게 하고 싶은데, 여태 내가 쌓아온 모습들이 나를 옭아매는 기분이야. 이젠 내가 누구한테 미움 받는 걸 용납할 수가 없어. 내가 나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키워버린 거야. 웃기지? 근데 나 정말 너무 힘들어. 진작 남들을 실망시킬걸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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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체코 & 프라하 - 2019~2020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이라암 지음 / 나우출판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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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하면 서유럽을 자동으로 떠올리게 되는데 요즘엔 동유럽 여행도 많이 가는 추세다. 동유럽하면 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체코, 프라하다.

<꽃보다 할배>이후로 예능에서 보여주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로망을 실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전엔 드라마를 보며 외국 로케이션 장소를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도 바로 실천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나우출판사에서 나온 여행가이드북 <체코&프라하>를 소개하려다가 서설이 길었다. 내게 프라하를 아름다운 곳,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든 드라마는 <프라하의 연인>이다. 드라마 속 프라하와 체코의 모습이 그간 봐오던 서유럽과는 다른 분위기라, 가보고 싶은 마음을 재촉하기에 충분했다. 이 드라마가 2005년에 방영됐으니 14년이나 지났는데도 나는 아직 프라하는 커녕 유럽 대륙에 발끝도 대보지 못했다. 그래서 체코를 소개하는 이 책으로 간접여행 다녀왔다.

 

 

체코는 유럽 중부 내륙이라 바다는 접해있지 않다. 한때는 체코슬로바키아였는데 1993년에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됐다.

 

 

[체코에 꼭 가야하는 이유]

- 로맨틱한 도시 : 구시가 광장과 카를교에서 벌어지는 버스킹

- 과거로의 시간여행 :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많고 중세도시 형태가 제대로 보존되어 있다.

- 저렴한 물가 : 여행자에겐 가장 큰 메리트

- 세계 최고의 맥주와 와인 : 애주가에게 천국, 버뜨 술알못인 나에겐 해당없는 이유

- 슬픈 역사의 자취 : '프라하의 봄' 현장인 바츨라프 광장

 

 

 

 

↑↑↑ 여행일과 동선별로 짠 계획을 힌트삼아 자신의 경비와 일정에 맞게 그대로 따라하거나 재편집해서 진행하면 되겠다.

이번 책도 사진이 아주 고퀄이다.

프라하의 정보가 가장 많고 방문해 볼만한 도시들도 소개하고 있다.

 

 

 

먼저 프라하로 go go~~

 

 

 

[프라하의 카를교가 사랑받는 이유]

- 프라하의 동서를 연결하는 다리, 보행자 전용

- 양쪽 난간에 늘어선 30개의 성인상 조각

- 어디서 보든 아름다운 전망, 동에서 서로 건너면서 프라하 성전체 조망 가능

-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와 환상적인 멜로디를 들려주는 거리 악사

 

↓↓ 체코는 맥주가 유명하다지만 커피 좋아하는 나는 카페정보에 동공 확장~~

훔... 언제쯤 이 책을 들고 카페 슬라비아를 찾아가 아이스크림과 어우러진 팔라친키를 음미해 볼지...

책의 반은 프라하에 대한 정보이고 나머지는 체코에서 들러볼만한 도시나 관광지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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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들도 당연히 역사와 명소, 숙소, 식당, 교통편등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다.

눈으로만 둘러봤지만 소개받은 곳중에 체코에 가면 가보고 싶은 곳을 골라봤다.

[체스키크룸로프]

☞ 에곤 실레 아트센트룸 : 에곤 실레는 오스트리아 출신인데 모친의 고향인 이곳에서 여친과 지내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 나머지 도시들은 사진 없이 이름과 간단 설명만~~*** 

 

[쿠트나 호라]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돌의 집"은 15세기 체코 고딕건축의 걸작

[카를로비 바리]

 

☞ 가장 오래된 온천도시라니까 온천물 함 느껴봐야지~

오잉? 요기선 특이하게 즐긴다고~~

 

1. 온천수마실 도자기컵 구매

2. 녹슨 듯한 냄새?나는 온천수 마셔보기

3. 달달한 와플로 마무리

[체스케부데요비체]

☞ 여기도 양조장이 유명... 방문 안할듯ㅋ

아쉬우니 맥주관련 상식 하나! → 도시 이름 붙인 맥주인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가 체코에서 유명해지면서 양조업 시작, 지금 버드와이저라는 이름은 이 맥주에서 시작됐다고~~

[플젠]

☞ 헙, 요긴 아예 양조장투어가 있다... 체코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필스너 맥주의 고향이 플젠이라고!

[모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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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친구 - 제8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59
추수진 지음, 이소영 그림 / 샘터사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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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추수진 작가의 동화집 <휘파람 친구>가 샘터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단편 두 편이 실려있다. 제목은 각각 "휘파람 친구""솜사탕보다 달콤한" 이다.

"휘파람 친구"의 주인공은 태호다. 엄마 아빠의 이혼 문제로 몇 년간 할머니와 살고 있는 태호는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전학 온지 사흘째 되던 날 운동장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유리창에 부딪혀 기절한 휘파람 새를 애완동물로 키우겠다며 경수가 발목에 실을 묶어 학교에 데려온 것이다. 그 때 태호에게만 들린 목소리.

"나를 도와줘!"

태호는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휘파람새를 보며 발목에 묶인 실을 가위로 잘랐다. 회화나무로 날아온 직박구리가 소란스럽게 울어대고 있었고, 아이들은 시끄러운 직박구리 소리에 정신이 팔렸다.

그렇게 목숨을 구해준 휘파람새는 혹시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처럼 태호에게 어떤 선물을 가져다 주는 게 아닐까? 물론 태호가 흥부의 제비를 생각하고 행동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뒷이야기가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든다.

태호와 비슷하게 외로움을 안고 사는 친구는 "솜사탕보다 달콤한"의 주인공 서준이다. 서준이는 솜사탕 아저씨에게서 재혁이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 받는다. 자신을 괴롭히던 재혁이를 하루만 뭔가로 바꿔버릴 기회인 것이다. 서준이는 아저씨가 준 종이에 새 운동화를 그렸고 재혁이는 정말이지 마법처럼 운동화로 변해버렸다. 그러면 이제 서준이는 통쾌한 복수를 하게 될까?

이 두 동화는 모두 환타지 형식을 빌려왔다. 태호와 서준이는 평범한 초등학생이다. 부모때문에 걱정이 많고 친구와 잘 지내고 싶은데 잘 안되는 고만고만한 고민이 있는 친구들이다. 그런 건 다 별 일 아니라며, 학생은 그저 공부나 열심히 하는 거라며,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개구리같은 소리를 할 어른들이 있다. 하지만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읽는다면 공감할 내용들이다. 그 나이대에 누구나 할법한 고민들을 소재로 환타지와 함께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은 휘파람 친구를 만나 자신 안에 숨은 용을 발견하는 태호와 솜사탕처럼 달콤할 줄 알았던 복수의 맛이 쓴 맛이란 걸 알게 된 서준이를 자신에게 대입하며 만족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동화는 동심을 깨트리지 않고 지켜, 동화를 읽는 어린이가 탄탄한 어른으로 자랄 거름의 역할을 한다. 이 동화는 어린이가 가진 고민들을 폄훼하지 않고 해결하도록 이끌며 그 과정안에서 생명존중과 자아존중이라는 두 축을 꼭 쥐고 있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단단한 나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오랜만에 동화를 읽으며 마음이 따스해졌다.

이토록 짧은 이야기에서 환상과 감동을 같이 주다니...

역시 대상 받을 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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