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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 '셀프헬프 유튜버' 오마르의 아주 다양한 문제들
오마르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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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모두와 잘 지내지 마란다!
좋다~ 아주 좋다~~
그리고 저자의 외모도 독특하다.
장발에 선글라스라~
마치 작가 박민규의 어릴 적 느낌? 조금 길쭉한 박민규?ㅎㅎ
본명은 안 알려주고 필명이 오마르다.
하는 일은 토크 유튜버로 라디오에 출연하거나 강연 다니고, 글을 쓴단다.
외모와 하는 일만 봐도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게다가 부산사람이라고~~ 반갑다!
괜히 나혼자~ㅋㅋ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는 유튜브 화제의 채널, ‘오마르의 삶’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내 시행착오의 기록이다. 나는 어디 높은 의자 같은 데 앉아서 깨끗한 차림으로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다. 모두와 다름없이 늘 문제들과 싸우고 또 화해하며 30년 넘게 삶의 진흙탕 위를 뒹굴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중학교 수련회 때 극기 훈련 코스 중 외줄타기 같은 게 있으면 꼭 먼저 한 친구가 돌아와서는 흥분한 목소리로 “야, 생각보다 무섭네. 팔은 쭉 펴는 게 좋겠더라, 어쩌고저쩌고.”라고 떠들곤 했다. 아직 안 한 친구들에게는 ‘정석은 아니지만 나는 이렇게 했다.’정도의 조언이 되고 이미 하고 온 친구들에게는 ‘오? 나랑 비슷한데?’, ‘나는 다르게 했는데 그런 방법도 있꾼.’ ‘다행히 나만 무서운 게 아니었어.’같은 감정들을 느끼게 하는 것. 나는 나와 이 책의 역할이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뭐그리 대단하지도 않거니와 자신의 생각이 정답도 아니니 그저 참고만 해달라는 말이었다.
으흠, 겸손한데~~
그런데 제목은 조금 건방지고?
과연 무슨 얘기들을 할까?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읽어보니, 역시!!
핵사이다 발언들, 뼈때리는 말들이 무궁무진해서 지나간 체증을 다시 불러와 내려가게 할 만했다.
생각은 해도 감히 입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말들, 눈꼴신 꼬라지들을 시전하는 인간들에게 나도 꼭 해주고 싶었던 말들, 가만히 있으면 될텐데 꼭 나서서 갑분싸 만드는 인간들, 내 돈 빌려가놓고 감감무소식인 인간들 등등...
공감, 공감, 또 공감이었다.
프로막말러의 입을 닥치게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던 때를 소환하고, 이 장면에서 내가 이런 말 하면 너무 찌질한 인간이 되는 걸까 싶었던 순간이 떠올랐고, 바뀔 수 있을거라고! 내가 교화?시키고야 말겠노라고 노오력해봤지만 진한 실패의 맛만 본 채 계속 그 인간의 옆모습을 보며 살아야 하는 이 씁쓸한 현실에...
이 책을 읽으며 낄낄거리다가 이마 치다가 그랬다.
간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각잡고 철학이나 심리학 같은 거 끌어오지 않아도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책을 쓸 수 있다니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진지한 듯 진지하지 않다가, 또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핵공감책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꼰대가 되는 걸 예방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잘 살아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한 인간으로 스스로 만족할 만큼 제 몫을 하는 제대로 된 인간이 돼야 한다. 아니면 정말로 고장 난 인간, 어처구니없는 인간이 될 수 있다.
흠... 쉽지 않다! 난? 제대로 된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나?
아래는 공감되는 부분들 발췌 내용이다.
p.21~22
‘부산 사람’이라는 종족은 따로 없다. 그냥 부산에 사는 사람이 있는 거지. 흔히 부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살면서 보고 듣고 했던 것들로 그런 이미지가 잡혀 있겠지. 하지만 어느 지역이든 결국은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딱히 뭐가 다를 게 없다는 말. 서울과 마찬가지로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지 뭐. 나는 부산 사람치고는 성격이 부드럽다는 이야기를 곧잘 듣는다. 참 이상한 말이다. 그리고 회와 바다와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여러 번 설명을 해야 한다. 그저 상대가 생각하는 부산 사람의 전형과 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런 게 뭐랄까, 나쁘다면 나쁜 거지만 일단 너무 세련되지 못한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무엇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거. 서로에게 고정된 이미지를 요구하는 건 우리의 가능성을 닫고 개성을 무시하는 일이다. 우리는, 그냥 우리지 뭐. 나는 그냥 나고, 어디에서 살다 왔든지 간에.
p.233
나도 싫어하는 사람들 있어. 피하고 싶은 자리도 많고, 당연한 거잖아.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칭찬을 듣고 인정을 받으니까 그걸 깎아 먹기가 싫어지는 거야. 그리고 처음에는 그냥 싫다는 정도였는데 그게 점점 집착처럼 됐어. 좋은 평판을 계속 유지하지 못할까 두렵기도 하고, 병적이야 이거. 나도 싫은 건 싫다고 말하고 화나면 따지고 욕도 시원하게 하고 싶은데, 여태 내가 쌓아온 모습들이 나를 옭아매는 기분이야. 이젠 내가 누구한테 미움 받는 걸 용납할 수가 없어. 내가 나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키워버린 거야. 웃기지? 근데 나 정말 너무 힘들어. 진작 남들을 실망시킬걸 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