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휘파람 친구 - 제8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샘터어린이문고 59
추수진 지음, 이소영 그림 / 샘터사 / 2019년 9월
평점 :

제 8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추수진 작가의 동화집 <휘파람 친구>가 샘터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단편 두 편이 실려있다. 제목은 각각 "휘파람 친구"와 "솜사탕보다 달콤한" 이다.
"휘파람 친구"의 주인공은 태호다. 엄마 아빠의 이혼 문제로 몇 년간 할머니와 살고 있는 태호는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전학 온지 사흘째 되던 날 운동장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유리창에 부딪혀 기절한 휘파람 새를 애완동물로 키우겠다며 경수가 발목에 실을 묶어 학교에 데려온 것이다. 그 때 태호에게만 들린 목소리.
"나를 도와줘!"
태호는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휘파람새를 보며 발목에 묶인 실을 가위로 잘랐다. 회화나무로 날아온 직박구리가 소란스럽게 울어대고 있었고, 아이들은 시끄러운 직박구리 소리에 정신이 팔렸다.
그렇게 목숨을 구해준 휘파람새는 혹시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처럼 태호에게 어떤 선물을 가져다 주는 게 아닐까? 물론 태호가 흥부의 제비를 생각하고 행동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뒷이야기가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든다.
태호와 비슷하게 외로움을 안고 사는 친구는 "솜사탕보다 달콤한"의 주인공 서준이다. 서준이는 솜사탕 아저씨에게서 재혁이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 받는다. 자신을 괴롭히던 재혁이를 하루만 뭔가로 바꿔버릴 기회인 것이다. 서준이는 아저씨가 준 종이에 새 운동화를 그렸고 재혁이는 정말이지 마법처럼 운동화로 변해버렸다. 그러면 이제 서준이는 통쾌한 복수를 하게 될까?
이 두 동화는 모두 환타지 형식을 빌려왔다. 태호와 서준이는 평범한 초등학생이다. 부모때문에 걱정이 많고 친구와 잘 지내고 싶은데 잘 안되는 고만고만한 고민이 있는 친구들이다. 그런 건 다 별 일 아니라며, 학생은 그저 공부나 열심히 하는 거라며,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개구리같은 소리를 할 어른들이 있다. 하지만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읽는다면 공감할 내용들이다. 그 나이대에 누구나 할법한 고민들을 소재로 환타지와 함께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은 휘파람 친구를 만나 자신 안에 숨은 용을 발견하는 태호와 솜사탕처럼 달콤할 줄 알았던 복수의 맛이 쓴 맛이란 걸 알게 된 서준이를 자신에게 대입하며 만족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동화는 동심을 깨트리지 않고 지켜, 동화를 읽는 어린이가 탄탄한 어른으로 자랄 거름의 역할을 한다. 이 동화는 어린이가 가진 고민들을 폄훼하지 않고 해결하도록 이끌며 그 과정안에서 생명존중과 자아존중이라는 두 축을 꼭 쥐고 있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단단한 나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오랜만에 동화를 읽으며 마음이 따스해졌다.
이토록 짧은 이야기에서 환상과 감동을 같이 주다니...
역시 대상 받을 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