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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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화자인 소설은 재미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을 어른의 시각으로 보면 신선하면서도 애틋한 맘에 이야기 속에 폭 빠져들게 된다. 아이가 감당하기엔 불가항력적 사건들 속에 내몰리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게 아니야, 괜찮아!”라며 위로해주고 싶다. 어서 어른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과 그대로 자라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수시로 교차한다.


<카지노 베이비>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아이가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정선을 연상케하는 지음이라는 지역이 배경이며 카지노에 드나드는 인간 군상들, 그곳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작년에 읽고 필사까지 했던 <토우의 집>이 인혁당 사건을 모델로 했는데, 이 소설은 그저 정선을 모티브로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가상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읽었다. 그런데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탄탄한 취재력을 바탕으로 실제 사건들이 꽤 많이 투영되어 있었다. 대부분 내가 몰랐던 사건들이었다.


4.3사건이나 인혁당 사건은 역사 시간에 배웠고 책으로도 자주 접했기에 그 사건들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역사를 머릿 속에 그려가며 읽게 된다. 그러나 이번 책은 소설로만 인식했다가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한숨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역사는 왜 이리 위정자들이 판을 치고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이 많았는지... 아니다, 현재진행형인가! 작가는 사북에서 있었던 사건들과 카지노를 큰 줄기로 놓고, 삼풍 백화점 붕괴, 태안 기름 유출, 세월호 참사 등을 참고하여 고통받았던 이들의 심정을 녹이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소설은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에 쓰여졌다. 당시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투자 활기만은 넘쳐나던 사회 분위기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승일로의 위태로움을 환기하고자 지음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작가의 저 말을 읽으며 코스피 지수 3000을 넘나들던 작년 시황이 생각났다. 돈이 풀리면서 주식과 코인광풍이 전국을 휩쓸지 않았던가. 어떤 이는 작년 분위기를 마치 네덜란드 튤립투기에 비견했고 특히 코인투자에 대해 경고도 했다. 올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여파도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주가는 거의 20%이상 빠져버렸다. 작가는 시대의 분위기를 발빠르게 읽어내고 적극적으로 감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카지노 베이비>는 작가의 이러한 통찰이 잘 채색된 소설이다. 물론 기자와 편집자라는 이력은 밑그림을 제대로 그려내기에 충분했다. 소개가 늦었는데 이 소설은 제 27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다.


소설 리뷰를 쓸 때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늘 그렇듯 줄거리를 어디까지 소개할지이다. 탁월한 요약 실력이 있다면 몇 줄로 줄거리를 소개하면 되겠지만 그럴 깜냥이 못되는데다 고쳐지지 않는 만년체 스타일이 줄거리만 몇 문단씩 쓰게 된다. 그렇다. 변명이다. 이 책 소개를 쌔끈하게 해내지 못하는 건 내 실력부족 탓이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 하니 지금부터~


카지노 베이비라 하니 아기가 카지노에서 태어난 것인지 궁금한 이들을 위해!

소설의 화자 동하늘이라는 10살 남짓의 사내 아이는 전당포를 하는 할머니의 손자다. 할머니가 꾼 태몽 덕분에 운명처럼 할머니 손자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할머니의 딸 정희는 카지노에서 메이드 일을 하다가 갓난아이를 몇 시간 맡게 되었다. 그런데 그 부모가 돌아오지 않았고 얼떨결에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오게 되는데 그 아이가 하늘이다. 하늘이는 도서관을 제집 드나들 듯 하고 사전에서 낱말 뜻을 찾아보는 게 취미일 정도로 활자 읽기를 좋아한다. 교회에 가는 건 엄마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기도 시간에 주위 어른들을 흘끔거리는 게 재미있어서다.


이 소설은 그리 비밀스럽지 않은 하늘이 출생의 비밀을 서서히 드러내는 한편 아빠를 찾고 싶어하는 하늘이의 제 뿌리에 대한 열망을 더한다. 하늘이는 학교보다는 책에서, 가장 친한 할머니에게서 인생사를 배운다. 할머니가 들려주던 단편적인 할아버지 이야기는 결국 약속대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모두 듣게 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지음에 정착하게 된 사연과 지음의 흥망성쇠가 모두 술회되는데 한국 현대사의 단면과 닮은꼴이기도 하고 드라마틱한 소설 같기도 하다. 카지노와 그 주위 상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지음이라는 특정 지역임에도 우리네 삶과 유사한 모습인 이유는,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 속에는 사랑과 욕망과 불안이 뒤섞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탄광 위에 세워진 카지노가 그예 무너지고 할머니가 돌아가신다. 살아남은 하늘이가 할머니가 물려준 땅을 확인한 뒤 지음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 뒤에는 할머니의 애정 어린 눈길이 늘 따라붙을 것임을 예감할 수 있었다. 당연히 하늘이는 신기루를 쫓는 좀비 같은 어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p.296


나에게, 엄마에게, 삼촌에게, 그리고 할머니에게 주어진 질문과 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그냥 물을 수 있는 사람은 그냥 묻고,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쉽게 답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사람은 온 마음으로 묻고 답해야 한다. 끈질기게 살아가면서, 두 발을 딛고 선 그곳이 넓은 땅이든 좁은 땅이든, 평평한 땅이든 가파른 땅이든, 멀쩡한 땅이든 부서진 땅이든 상관없이

나는 지음을 향해 달려갔다.

 

이 소설을 패가망신하는 도박에 발을 들여선 안 된다는 교훈적인 주제로만 읽으면 너무 단순해진다. 마지막에 하늘이가 엄마, 삼촌과 함께 확인한 땅의 위치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와 환경이 어떠하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어린 하늘이가 이미 깨달았듯 우리도 끈질기게 살아가야만 한다!

 

 



 

**위 리뷰는 하니포터 4기 자격으로 한겨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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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조 -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송섬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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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박지리 문학상 수상작 <골목의 조>의 가제본을 중반부 정도까지 읽고 리뷰를 썼다. 나머지를 다 읽고 나서 일주일 정도 후 본책이 도착했다. 전체 리뷰를 쓰려고 재독을 시작하면서 밑줄 그어놓았던 부분을 유념하며 읽어보았다. 그런데 밑줄을 긋지 않은 문장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골목의 조>는 오랜만에 두 번 정독한 책이 되었다.


사람이 죽는 이야기가 두 번씩이나 나오는 책이 있었던가, 고양이도 죽고, 유령 같은 존재와 동거까지 하다니. 이렇게 쓰면 컴컴하고 우울한 소설이 아닐까 싶을 것이다. 허나 처음에도, 두 번째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그리 음울한 소설이 아니었다. 그건 아마도 작가의 묘사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물이나 상황, 분위기 묘사가 어둡지 않을뿐더러 진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리뷰 때 마음에 든 문장을 여럿 옮겼다.


재독하면서 눈에 들어온 아래 문장은 아마 작가(조의 발화였지만)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산다는 것이 마치 이야기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언젠가 조는 말했었다. 이쯤에서 의미 있는 대사를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그렇지 않으면 슬슬 졸작이 되어버릴 텐데, 도대체가 할 말이 없어서 문제라고. 사는 것 자체에 그다지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그리고 주인공은 이렇게 생각한다.


살아간다는 일은 이렇게 두려운데, 남들은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사는 것 자체에 별 재능이 없었던 주인공과 조, 둘의 동거와 이별을 통해 작가는, 산다는 것의 어려움을 말하려고 한 것 같다. 어쩌면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와 조의 죽음은 가장 능동적 행위에 다름 아님을. 그렇기에 이 소설 전체의 분위기가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았던 것이리라.


20대 초반의 나이에 가까운 이의 죽음을 두 번씩이나 경험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삶에 그리 애착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주어진 대로 일할 뿐이며 고양이 두 마리를 옆에 끼고 잠들고 일어나는 것에 만족한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타인과 깊이 얘기해 본적 없었던 주인공은 조에게 이렇게 말한다.


p.186


아버지가 죽었을 때 나는 정말 슬펐어. 너무 슬퍼서 한 걸음도 떼지 못할 만큼. 현관문에 매달려 죽은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정말로 깊이 슬퍼했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건 거짓말은 아니지만, 잊은 적도 없었어. 닫힌 문 뒤에 매달려 달랑거리는 기억처럼 아버지의 죽음은 내게 늘 남아 있어. 얼마나 오랫동안 그 모습을 보면서 서 있었는지, 그 시간들이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뿐이야. 나는 슬펐어. 슬프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몰라서, 언제 슬픔이 다 끝나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모른 척했던 거야.



언제 슬픔이 다 끝나는지 알 수 없어서 모른 척 했던 주인공은 결국 조까지 떠나보낸 후에야 아버지도 조도 제대로 보낼 수 있게 된다. 오래 전에 죽은 아버지를, 납골당 안치기간이 만료되어 가지고 나온 유골함을 분실함으로써 말이다. 그것을 잃어버리게 된 연유는 자기 집에 유령처럼 머물다 떠나간 아저씨를 쫓아가다가 발생한다. 결국 아무도 믿지 않을 유령 같았던 존재 아저씨와 아버지를 같은 날 떠나보내게 된 셈이다. 아버지의 유골함을 분실함으로써, 아저씨를 쫓다 놓침으로써, 둘과는 이제 영영 이별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조를 같은 날 있었던 이 사건보다 먼저 떠나보냈다. 그가 죽은 후에 그들과의 헤어짐이 가능했다. 조의 실물은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골목의 조로 남아있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반지하 집 벽에 숨겨져 있던 공간, 그곳은 일종의 베란다 같은 역할을 했는데 그곳을 둘은 골목이라고 불렀다. 조와 고양이 둘과 함께 햇볕을 쪼이던 공간. 이젠 주인공에게 고양이 한 마리만 남았지만 그곳을 떠나지는 않을 것 같다. 둘은 없지만 남은 둘은 그들을 생각하며 그 골목에서 햇볕을 쬘 것이다.


주인공 곁에 존재했던, 그나마 좋은 관계를 유지한 이들은 모두 떠났다. 이제는 그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살아갈 것이다. 이것을 성장이라고, 아버지와 조를 진정으로 애도함으로써 치유되었다는, 나는 왠지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가 않다. 그동안 만났던 남자들과는 완전히 결이 달랐던 조를 떠나보내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조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그것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겠다. 살아가는 데 재능이 없다고 한 조는 떠났지만 살아가는 일이 두려운 주인공은 남았다. 남은 자가 할 일은 살아가는 일이니까... 골목에 나가 책을 읽는 동안, 고양이를 끼고 잠이 드는 옆에, 조는 같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제목도 <골목의 조>일 터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무심하게 살아가는 듯 보이고 친구도 없다고 했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 부모나 학교로부터 배우지 못한 것들을 대부분 책에서 배웠고 책을 읽으며 소일하고 책 속 문장이나 인물, 작가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나는 보통 책에서 언급되는 또 다른 작가나 작품들을 찾아보는 편이다. 이번 책에서 송섬 작가가 대놓고 언급한 작가는 메리 프랜시스 케네디 피셔이다. 찾아보니 그는 음식에 관한 글을 많이 쓴 작가이고 글을 꽤 많이 남겼음에도 국내에 2010년에 번역된 <늑대를 요리하는 법> 한 권뿐이다. <작가님, 어디 살아요?>는 그의 저서는 아닌데 책 속에 그의 말이 언급된 모양이다.


송섬 작가는 작가의 말마지막 문장에서 첫 번째 독자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의 첫 책을 구매가 아니라 서평단 자격으로 받은 것에 미안하지만, 그의 첫 독자가 된 건 분명하다는 뿌듯함도 생겼다. 그의 문체가 마음에 든다. 나는 그의 신작을 기다리는 첫 독자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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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번의 상상 - 부산 개금동에서 뉴욕 카네기홀까지
김지윤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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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하기야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전 내가 그 이름을 알았던가? 요즘 임윤찬 덕에 많은 이들이 클래식 음악이나 피아노 연주영상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듣는 이들은 방앗간에 모인 참새들처럼 재잘거리기 바쁘다. 그러다보니 피아니스트가 썼다는 책 홍보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다산북스의 신간 <백만번의 상상>의 부제 “부산 개금동에서 뉴욕 카네기홀까지”는 부산사람인 나를 다분히 유혹했다. 부산 출신 피아니스트가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했다고? 그의 인생 행로가 궁금해서 서평단에 신청했다. 

당첨되어 책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부산에서 미국으로 유학 가서 고생한 이야기, 어떻게 카네기홀 공연을 하게 되었는가, 여기에 음악이나 음악가 이야기를 들려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점점 자기계발서의 색깔이 드러났다. 흠, 피아니스트의 책이 자기계발서가 될 수도 있구나 싶어 의외였다. 그렇다면 나는 자기계발서 읽기에 적당하지 않은데... 나이로 보나 취향으로 보나 다 그렇다. 읽기 방향의 수정이 필요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지금의 자신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나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가장 훌륭한 재눙은 천재성 같은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바로 끊임없이 상상하고 그것을 이루려 노력하는 재능이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마침내 실현시키는 것은 천재적 능력이 아니라 노력하는 재능에서 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자기계발서에 정석으로 실릴 문장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그간 보아온 자기계발서와 유사한데 책을 쓴 이가 예술가라는 것은 차이점이다. 그래서 나는 피아니스트가 세상을 보는 시선과 어떻게 시련을 견뎌냈는지, 평소 자신을 컨트롤하는 방법 등등에 중점을 두고 읽었다.

p.37

부정적인 생각이라는 괴물은 절대로 영원히 사라지는 법이 없다. 하지만 그 목리를 길들일 수는 있다. 나는 이제 연주회를 준비할 때 피아노 앞에서 연주를 연습하는 것만큼 중요하게 내 마음과 정신 훈련에 집중한다. 군인들이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 등의 훈련을 매일 하는 것처럼, 나는 나의 마음을 그렇게 훈련한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는 우리를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나쁜 말들을 지껄이고 마음을 어지럽힌다. 심지어 우리가 약해지는 때를 기다리는 것만 같다. 나의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인생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할 때, 몸이 약해져서 하루 종일 힘이 없을 때... 물론 이런 마음 훈련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매일의 일기 쓰기는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긍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 어느 분야든 마음을 다스릴 처방 중 가장 효과적이며 손쉬운 것은 역시 일기쓰기다. 나도 십여년 전 그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할 때 일기를 쓰며 나 자신과 이야기 나누었고 꽤 효과적이었다. 마냥 컴컴한 터널 같았던 길을 그 누구도 손잡아주지 않던 그 길을, 오른손과 왼손을 꼭 그러쥔 채 걸었었다. 묵묵히... 그리고 일기를 썼다. 요즘은 일기 대신 책 읽고 리뷰를 쓴다. 책을 소개하고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서평단의 목적이지만 그와 더해 나는 저자의 생각에 내 생각을 투영하고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p.114

내가 바라는 단 한가지는 피아노를 계속 치는 것이다. 목표로 하는 어느 곳에 도달하여 끝이 나는 게 아니라, 무대에서의 연주든 혼자서 연습하는 시간이든 음악이 나에게 선사하는 마법과 같은 시간을 즐기며 끊임없이 음악이 주는 행복감을 느끼고 싶다. 이것을 깨우치자 연주와 연습의 경계선이 모호해졌다. 그래서 나의 연습은 더 활기가 넘친다. 내가 피아노를 치는 한 나와 음악 사이에서 벌어지는 행복한 보물찾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 피아노를 계속 치는 일이 피아니스트가 할 일이긴 하지만 연습과 연주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란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김지윤씨는 피아노를 치는 동안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음악 안에서 보물찾기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늘 어떤 목표를 설정해두고 그것을 향해 질주한다. 허나 그 목표에 도달했을 때 찾아오는 환희보다 허무함에 어쩔 줄 몰라한다. 왜 그러는지 찬찬히 톺아보기보다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미 발을 내딛고 있다. 그만큼 자신에게 온 감상을 누릴 여유도 없고 방법도 잘 모른다. 

나에게는 독서가 그의 피아노 연주와 같은 일이다. 작가도 서평가도 아니지만 나는 책읽기를 멈출 수 없다. 책을 사랑하고 책을 읽을 때 가장 즐거우며 저자와 하는 대화의 희열도 멈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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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 -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김경애 옮김, 국제앰네스티 기획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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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의 부제는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전 저항과 투쟁의 역사"이다. A4용지보다 가로로 2cm 정도 넓은 사이즈로 포스터 화보집이다. 평소 그림 관련 책을 즐겨 읽는 편인데 이렇게 포스터만 모아놓은 책은 처음이다. 이 책은 지난 100여 년간의 인권·환경 운동을 다룬 포스터들에 설명을 더했다. 난민, 기후변화, 페미니즘, 인종차별, LGBTQ, 전쟁과 핵무기 반대 등 7개 주요 이슈를 다룬 포스터들인데 이렇게 모으니 예술에 다름 아니다. 또한 7가지 이슈 속엔 저항과 투쟁정신이 들어있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포스터의 역사는 물론 저항과 투쟁의 역사까지 한눈에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140여 개의 이미지들은 모두 국제앰네스티와 조 리폰 작가가 함께 선정한 것들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이 만든 사진, 포스터, 구호, 현수막부터 길거리 예술가들의 벽화까지 실로 다양하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포스터는,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이후로 그려볼 기회는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속에 늘 함께 하는 것이 포스터와 표어임에도 거리가 먼 미디어로 여겨진다. 이번 책을 통해 포스터의 상징과 예술성을 마주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사실 한겨레출판사의 서포터즈가 아니었다면 이런 책이 나왔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므로 더욱 그러하다. 

대부분 설명을 읽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한눈에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포스터의 특징이므로! 나는 이런 그림 서적은 늘 그림부터 한눈에 본 뒤 앞으로 돌아가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설명을 읽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포스터부터 주욱 넘겨보았다. 하나하나가 강렬했다. 이미지는 물론 메시지도.

그리고 설명을 읽었다. 보통 명화 서적의 경우 아는 그림(대부분 몹시 유명한 그림)이라 해도 설명을 꼼꼼하게 읽는다. 그 작품에 대해 새로운 정보와 주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포스터들은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라 설명을 읽으니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나는 독일화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일본의 어느 미술관에서 처음 만났다. 서경식선생의 글에서 언급되어 이름만 알았는데 작품을 일본여행에서 만나니 반가웠고 감격스러웠다. 그는 어머니를 주소재로 하는데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연상시키는 조각과 판화는 비장한 숭고함이 서려있는 듯 했다. 이 책에서 그의 포스터를 발견했다. 암스테르담 노동조합 의뢰로 탄생한 "전쟁을 향한 전쟁"이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다수의 국가가 보이콧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그런 의도치고는 보이콧 포스터가 너무 귀엽다. 동화책 삽화가 치지코프가 디자인했다고 한다. 야수같은 러시아곰의 고정관념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제작되었는데 성공이다. 테디베어어 버금가는 귀여움을 장착하고 있다. 그런데 유심히 보면 오륜기는 가시철사로 되어있고 곰은 경찰복장에 채찍을 들고있다. 러시아곰의 이미지는 세탁되었으나 엄혹한 러시아경찰은 오히려 부각되었다.


"나의 모국에서는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면 범죄자가 됩니다."


위 포스터의 주인공은 튀니지 출신으로 그 나라에서 게이나 레즈비언은 최대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가 둘러 쓴 무지개색 깃발은 다양성을 찬양하는 의미이며 미국인 길버트 베이커가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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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두 번 사는 사람들 - 그들은 어떻게 스스로 미래를 바꾸었는가
도전 인생 2막, 원더풀 마이 라이프 지음 / 부크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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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 젊었으면 좋겠다며 해맑게 웃던 할머니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할머니의 며느리는, “아이고, 어머니! 20년이나 젊어져서 뭐하시게요?” 라고 물었다. 그 할머니는 당당하게 말했다. 내 나이 80만 됐어도 영어공부에 도전할거라며, 아주 열심히 잘 할 자신 있다고 대답했다. 102세였던 할머니에게 청춘은 80세였다. 80이란 나이는 할머니에게 가만히, 그저 조용히 있어야 할 나이가 아니라 뭐든 도전해볼 수 있는 나이, 하고 싶은 걸 시작할 수 있는 나이였다. 할머니의 지론에 따르면 책 <인생을 두 번 사는 사람들>에 소개된 사람들은 청춘, 아니 거의 얼라 수준이다.


<인생을 두 번 사는 사람들>에 나오는 사람들은 젊었을 때 했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중년이 되어 시작했다. 중년이 뭔 대수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평생 동경하기만 했던 일을, 생활에 치여 접었던 꿈을 나이 지긋해져서 드디어 시작한 사람들 20명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아주 다양하지만 분명히 공통점은 있다. 어렸을 때 꿈꾸었으나 여러 이유로 미루어졌던 일을 결국 이루어냈다는 것, 그리하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간혹 결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어릴 적 꿈을 끝끝내 이루어 낸 것까지는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길로 들어서 운명이라 여기며 살고 있는 경우다. 어쨌든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50대 이상이고 젊어서 하던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가히 인생을 두 번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맞다.


앞서 소개한 할머니에 따르면 인생, 두 번 아니라 세 번도 살 수 있다. 나이 먹었다고 스스로를 한계에 가두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헌데 할머니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이 쉬울까. 그랬다면 인생을 두 번 살게 되었고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대부분 나 같은 범인(凡人)은 생각만 뻔하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를 책을 통해 본다. 안타까워했다가 부러워도 했다가 나도 당장 뛰쳐나가야겠다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지만 그저 생각뿐이다. 결정적으로 그동안 해오던 일과 다른 일에 발을 들이기 쉽지 않았다. 결국 몇 년 만에 다시 시작한 일은 전에 하던 것이다. 내 경우가 모두를 대표할 순 없으나 나이 들어서 전혀 다른 분야에 발을 딛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책에 소개된 20명은 대단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위 이름만 봐도 누군지 딱 알아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20명 모두를 이 리뷰에서 다 언급할 순 없으므로 인상적이었던 몇 사람을 소개한다.


이상표씨는 쉰이 넘은 나이에 그림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1983년 삼성그룹에 입사하여 누구나 부러워할 대기업 임원이 되었지만 화가라는 꿈과 점점 멀어져가는 현실에 허무함을 느꼈다. 결국 그는 2015년 과감하게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그림에 몰두했다. 그는 1년 가까이 매일 10시간 동안 서서 그림을 그렸고 고된 작업으로 무릎 인공관절 수술까지 했지만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진경산수화계의 바이블 오용길 화가를 은사로 모시면서 스승의 가르침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끈질긴 노력 끝에 이상표씨는 두 개의 국가 공모전에 입상했다.


결과물이 아름답다 해서 이루어내는 과정까지 그러한 것은 아니다. 이 책에는 예술에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가 결국은 성취한 사람들의 사연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고된 작업의 연속이었다. 자신의 몸을 불살라 도달한 만족감은 이전 직업에서 받았던 어떠한 명성보다 큰 것이었으리라.


지금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았어요. 막상 일이 닥쳐서 생각해도 늦지 않았어요. 다만 그 꿈과 뜻을 정한 후에는 미친 듯이 몰입하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주택 건축가에서 칼대장장이가 된 김정식씨의 사연을 읽다가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타고난 손재주를 바탕으로 잘나가는 건축업자가 되었지만 마음은 늘 편치 않았다.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주택 건축과정에서부터 끝난 후까지 건축업자와 건축주 간에 분쟁이 발생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 스트레스와 피해는 당연히 건축주가 더 크리라 예상했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김정식씨는 젊은 날 몸바쳐 이루어낸 성공이 인간관계로 인해 허물어지는 것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건축이 끝난 후 고객과 벌이게 된 법정 공방은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들었고 급기야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심장기능은 일반적인 심장의 40%밖에 활동하지 못한다. 인생에 커다란 고비가 찾아왔다.


김정식씨는 가슴 한구석에 늘 대장장이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그것이 고비를 벗어나는 힘이 되어주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칼 만드는 일을 구경하고 직접 체험했던 행복한 추억을 되새길 때면, 사라졌던 삶의 활기가 돌아왔다. 20년을 돌고 돌아 대장간의 문을 열게 되었지만 인맥도 자본도 없던 그에게 걸음걸음이 고난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이루어놓은 전통 칼의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열정과 대장장이로서 나만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결심이 그를 이끌었다. 그는 칼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역사의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중이다.



 

뭐든 꾸준히 하는 게 제일이라는 말을 누가 모를까. 특히 운동은 하다가 안 하면 만들어놓은 근육이 그야말로 순삭, 빛의 속도로 사라져버린다. 또 운동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해 나이든 사람이 운동으로 경지에 오른 사례를 볼 때면, 특이한 사람들이나 저렇게 되는 거라며 절레절레하게 된다. 그런데 50대 후반의 나이에 머슬퀸에 오른 여성이 있다. 장래오씨는 국내 최고령 머슬 모델이자 국내 시니어 모델 시장의 개척자이다. 그녀는 우리 나이로 올해 66세다.


서른여덟에 교통사고를 당해 쇄골에 세 개의 철심을 넣는 큰 수술을 받았고 아직 두 개가 그녀의 몸에 남아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사고 휴유증은 컸다. 그런 몸으로도 가정경제를 위해 안 해본 일 없이 닥치는 대로 했다. 그렇게 몸을 돌보지 않았고 살이 찌면서 대인기피증도 생겨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갔다. 그런 그녀를 양지로 이끌어준 이는 아들이었다. 전문트레이너 이성현씨는 어머니의 건강을 찾아주기 위해 설득했고, 그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들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57세에 운동을 시작했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장래오씨는 꾸준한 노력과 운동으로 모두가 부러워할 몸을 가지게 되었다.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삶은 머슬 대회로 인해 완전히 뒤바뀌었다. 세 번째로 참가한 라스베이거스 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그녀가 세계 무대에서 시니어 머슬 모델로 두각을 나타낸 덕분에 국내 머슬 대회에서도 시니어 모델 부분이 만들어졌다. 여전히 국내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후배들의 인생 제 2막을 위해 그녀는 손발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들에게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는 이유는 자신 역시 아들의 도움과 따스한 응원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한 시간씩 나를 위해 투자하세요. 꾸준하게 매일 조금씩

 

이 책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사실 우리는 부모와 사회가 제시하는 인간상에 부합하려고 노력했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헤아려보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 원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볼 시점이 되면 허망해진다. 내가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고, 이제는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자각을 할 즈음엔 어찌할 바를 모른다. 결국 살아오던 대로 살게 되는데 그 틀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아주 용감한 사람들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모두 내가 원하던 삶, 꿈꿨던 인생으로 방향을 틀기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자각을 하고, 그로 인해 미세한 균열이 생겨, 아주 작더라도 발걸음을 바꿔보려는 시도를 한다면 이 책 속의 인물들은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 것이다. 살아있어도 죽은 것과 다르지 않으려면 바뀌어야 한다.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라!"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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