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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두 번 사는 사람들 - 그들은 어떻게 스스로 미래를 바꾸었는가
도전 인생 2막, 원더풀 마이 라이프 지음 / 부크럼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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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 젊었으면 좋겠다며 해맑게 웃던 할머니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할머니의 며느리는, “아이고, 어머니! 20년이나 젊어져서 뭐하시게요?” 라고 물었다. 그 할머니는 당당하게 말했다. 내 나이 80만 됐어도 영어공부에 도전할거라며, 아주 열심히 잘 할 자신 있다고 대답했다. 102세였던 할머니에게 청춘은 80세였다. 80이란 나이는 할머니에게 가만히, 그저 조용히 있어야 할 나이가 아니라 뭐든 도전해볼 수 있는 나이, 하고 싶은 걸 시작할 수 있는 나이였다. 할머니의 지론에 따르면 책 <인생을 두 번 사는 사람들>에 소개된 사람들은 청춘, 아니 거의 얼라 수준이다.
<인생을 두 번 사는 사람들>에 나오는 사람들은 젊었을 때 했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중년이 되어 시작했다. 중년이 뭔 대수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평생 동경하기만 했던 일을, 생활에 치여 접었던 꿈을 나이 지긋해져서 드디어 시작한 사람들 20명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아주 다양하지만 분명히 공통점은 있다. 어렸을 때 꿈꾸었으나 여러 이유로 미루어졌던 일을 결국 이루어냈다는 것, 그리하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간혹 결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어릴 적 꿈을 끝끝내 이루어 낸 것까지는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길로 들어서 운명이라 여기며 살고 있는 경우다. 어쨌든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50대 이상이고 젊어서 하던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가히 인생을 두 번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맞다.
앞서 소개한 할머니에 따르면 인생, 두 번 아니라 세 번도 살 수 있다. 나이 먹었다고 스스로를 한계에 가두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헌데 할머니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이 쉬울까. 그랬다면 인생을 두 번 살게 되었고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대부분 나 같은 범인(凡人)은 생각만 뻔하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를 책을 통해 본다. 안타까워했다가 부러워도 했다가 나도 당장 뛰쳐나가야겠다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지만 그저 생각뿐이다. 결정적으로 그동안 해오던 일과 다른 일에 발을 들이기 쉽지 않았다. 결국 몇 년 만에 다시 시작한 일은 전에 하던 것이다. 내 경우가 모두를 대표할 순 없으나 나이 들어서 전혀 다른 분야에 발을 딛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책에 소개된 20명은 대단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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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름만 봐도 누군지 딱 알아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20명 모두를 이 리뷰에서 다 언급할 순 없으므로 인상적이었던 몇 사람을 소개한다.
이상표씨는 쉰이 넘은 나이에 그림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1983년 삼성그룹에 입사하여 누구나 부러워할 대기업 임원이 되었지만 화가라는 꿈과 점점 멀어져가는 현실에 허무함을 느꼈다. 결국 그는 2015년 과감하게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그림에 몰두했다. 그는 1년 가까이 매일 10시간 동안 서서 그림을 그렸고 고된 작업으로 무릎 인공관절 수술까지 했지만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진경산수화계의 바이블 오용길 화가를 은사로 모시면서 스승의 가르침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끈질긴 노력 끝에 이상표씨는 두 개의 국가 공모전에 입상했다.
결과물이 아름답다 해서 이루어내는 과정까지 그러한 것은 아니다. 이 책에는 예술에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가 결국은 성취한 사람들의 사연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고된 작업의 연속이었다. 자신의 몸을 불살라 도달한 만족감은 이전 직업에서 받았던 어떠한 명성보다 큰 것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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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았어요. 막상 일이 닥쳐서 생각해도 늦지 않았어요. 다만 그 꿈과 뜻을 정한 후에는 미친 듯이 몰입하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주택 건축가에서 칼대장장이가 된 김정식씨의 사연을 읽다가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타고난 손재주를 바탕으로 잘나가는 건축업자가 되었지만 마음은 늘 편치 않았다.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주택 건축과정에서부터 끝난 후까지 건축업자와 건축주 간에 분쟁이 발생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 스트레스와 피해는 당연히 건축주가 더 크리라 예상했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김정식씨는 젊은 날 몸바쳐 이루어낸 성공이 인간관계로 인해 허물어지는 것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건축이 끝난 후 고객과 벌이게 된 법정 공방은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들었고 급기야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심장기능은 일반적인 심장의 40%밖에 활동하지 못한다. 인생에 커다란 고비가 찾아왔다.
김정식씨는 가슴 한구석에 늘 대장장이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그것이 고비를 벗어나는 힘이 되어주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칼 만드는 일을 구경하고 직접 체험했던 행복한 추억을 되새길 때면, 사라졌던 삶의 활기가 돌아왔다. 20년을 돌고 돌아 대장간의 문을 열게 되었지만 인맥도 자본도 없던 그에게 걸음걸음이 고난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이루어놓은 전통 칼의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열정과 대장장이로서 나만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결심이 그를 이끌었다. 그는 칼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역사의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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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꾸준히 하는 게 제일이라는 말을 누가 모를까. 특히 운동은 하다가 안 하면 만들어놓은 근육이 그야말로 순삭, 빛의 속도로 사라져버린다. 또 운동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해 나이든 사람이 운동으로 경지에 오른 사례를 볼 때면, 특이한 사람들이나 저렇게 되는 거라며 절레절레하게 된다. 그런데 50대 후반의 나이에 머슬퀸에 오른 여성이 있다. 장래오씨는 국내 최고령 머슬 모델이자 국내 시니어 모델 시장의 개척자이다. 그녀는 우리 나이로 올해 66세다.
서른여덟에 교통사고를 당해 쇄골에 세 개의 철심을 넣는 큰 수술을 받았고 아직 두 개가 그녀의 몸에 남아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사고 휴유증은 컸다. 그런 몸으로도 가정경제를 위해 안 해본 일 없이 닥치는 대로 했다. 그렇게 몸을 돌보지 않았고 살이 찌면서 대인기피증도 생겨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갔다. 그런 그녀를 양지로 이끌어준 이는 아들이었다. 전문트레이너 이성현씨는 어머니의 건강을 찾아주기 위해 설득했고, 그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들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57세에 운동을 시작했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장래오씨는 꾸준한 노력과 운동으로 모두가 부러워할 몸을 가지게 되었다.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삶은 머슬 대회로 인해 완전히 뒤바뀌었다. 세 번째로 참가한 라스베이거스 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그녀가 세계 무대에서 시니어 머슬 모델로 두각을 나타낸 덕분에 국내 머슬 대회에서도 시니어 모델 부분이 만들어졌다. 여전히 국내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후배들의 인생 제 2막을 위해 그녀는 손발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들에게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는 이유는 자신 역시 아들의 도움과 따스한 응원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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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한 시간씩 나를 위해 투자하세요. 꾸준하게 매일 조금씩”
이 책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사실 우리는 부모와 사회가 제시하는 인간상에 부합하려고 노력했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헤아려보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 원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볼 시점이 되면 허망해진다. 내가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고, 이제는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자각을 할 즈음엔 어찌할 바를 모른다. 결국 살아오던 대로 살게 되는데 그 틀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아주 용감한 사람들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모두 내가 원하던 삶, 꿈꿨던 인생으로 방향을 틀기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자각을 하고, 그로 인해 미세한 균열이 생겨, 아주 작더라도 발걸음을 바꿔보려는 시도를 한다면 이 책 속의 인물들은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 것이다. 살아있어도 죽은 것과 다르지 않으려면 바뀌어야 한다.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라!"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