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예술>의 부제는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전 저항과 투쟁의 역사"이다. A4용지보다 가로로 2cm 정도 넓은 사이즈로 포스터 화보집이다. 평소 그림 관련 책을 즐겨 읽는 편인데 이렇게 포스터만 모아놓은 책은 처음이다. 이 책은 지난 100여 년간의 인권·환경 운동을 다룬 포스터들에 설명을 더했다. 난민, 기후변화, 페미니즘, 인종차별, LGBTQ, 전쟁과 핵무기 반대 등 7개 주요 이슈를 다룬 포스터들인데 이렇게 모으니 예술에 다름 아니다. 또한 7가지 이슈 속엔 저항과 투쟁정신이 들어있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포스터의 역사는 물론 저항과 투쟁의 역사까지 한눈에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140여 개의 이미지들은 모두 국제앰네스티와 조 리폰 작가가 함께 선정한 것들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이 만든 사진, 포스터, 구호, 현수막부터 길거리 예술가들의 벽화까지 실로 다양하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포스터는,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이후로 그려볼 기회는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속에 늘 함께 하는 것이 포스터와 표어임에도 거리가 먼 미디어로 여겨진다. 이번 책을 통해 포스터의 상징과 예술성을 마주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사실 한겨레출판사의 서포터즈가 아니었다면 이런 책이 나왔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므로 더욱 그러하다.
대부분 설명을 읽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한눈에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포스터의 특징이므로! 나는 이런 그림 서적은 늘 그림부터 한눈에 본 뒤 앞으로 돌아가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설명을 읽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포스터부터 주욱 넘겨보았다. 하나하나가 강렬했다. 이미지는 물론 메시지도.
그리고 설명을 읽었다. 보통 명화 서적의 경우 아는 그림(대부분 몹시 유명한 그림)이라 해도 설명을 꼼꼼하게 읽는다. 그 작품에 대해 새로운 정보와 주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포스터들은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라 설명을 읽으니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나는 독일화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일본의 어느 미술관에서 처음 만났다. 서경식선생의 글에서 언급되어 이름만 알았는데 작품을 일본여행에서 만나니 반가웠고 감격스러웠다. 그는 어머니를 주소재로 하는데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연상시키는 조각과 판화는 비장한 숭고함이 서려있는 듯 했다. 이 책에서 그의 포스터를 발견했다. 암스테르담 노동조합 의뢰로 탄생한 "전쟁을 향한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