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마침내 실현시키는 것은 천재적 능력이 아니라 노력하는 재능에서 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자기계발서에 정석으로 실릴 문장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그간 보아온 자기계발서와 유사한데 책을 쓴 이가 예술가라는 것은 차이점이다. 그래서 나는 피아니스트가 세상을 보는 시선과 어떻게 시련을 견뎌냈는지, 평소 자신을 컨트롤하는 방법 등등에 중점을 두고 읽었다.
p.37
부정적인 생각이라는 괴물은 절대로 영원히 사라지는 법이 없다. 하지만 그 목리를 길들일 수는 있다. 나는 이제 연주회를 준비할 때 피아노 앞에서 연주를 연습하는 것만큼 중요하게 내 마음과 정신 훈련에 집중한다. 군인들이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 등의 훈련을 매일 하는 것처럼, 나는 나의 마음을 그렇게 훈련한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는 우리를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나쁜 말들을 지껄이고 마음을 어지럽힌다. 심지어 우리가 약해지는 때를 기다리는 것만 같다. 나의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인생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할 때, 몸이 약해져서 하루 종일 힘이 없을 때... 물론 이런 마음 훈련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매일의 일기 쓰기는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긍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 어느 분야든 마음을 다스릴 처방 중 가장 효과적이며 손쉬운 것은 역시 일기쓰기다. 나도 십여년 전 그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할 때 일기를 쓰며 나 자신과 이야기 나누었고 꽤 효과적이었다. 마냥 컴컴한 터널 같았던 길을 그 누구도 손잡아주지 않던 그 길을, 오른손과 왼손을 꼭 그러쥔 채 걸었었다. 묵묵히... 그리고 일기를 썼다. 요즘은 일기 대신 책 읽고 리뷰를 쓴다. 책을 소개하고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서평단의 목적이지만 그와 더해 나는 저자의 생각에 내 생각을 투영하고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p.114
내가 바라는 단 한가지는 피아노를 계속 치는 것이다. 목표로 하는 어느 곳에 도달하여 끝이 나는 게 아니라, 무대에서의 연주든 혼자서 연습하는 시간이든 음악이 나에게 선사하는 마법과 같은 시간을 즐기며 끊임없이 음악이 주는 행복감을 느끼고 싶다. 이것을 깨우치자 연주와 연습의 경계선이 모호해졌다. 그래서 나의 연습은 더 활기가 넘친다. 내가 피아노를 치는 한 나와 음악 사이에서 벌어지는 행복한 보물찾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 피아노를 계속 치는 일이 피아니스트가 할 일이긴 하지만 연습과 연주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란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김지윤씨는 피아노를 치는 동안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음악 안에서 보물찾기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늘 어떤 목표를 설정해두고 그것을 향해 질주한다. 허나 그 목표에 도달했을 때 찾아오는 환희보다 허무함에 어쩔 줄 몰라한다. 왜 그러는지 찬찬히 톺아보기보다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미 발을 내딛고 있다. 그만큼 자신에게 온 감상을 누릴 여유도 없고 방법도 잘 모른다.
나에게는 독서가 그의 피아노 연주와 같은 일이다. 작가도 서평가도 아니지만 나는 책읽기를 멈출 수 없다. 책을 사랑하고 책을 읽을 때 가장 즐거우며 저자와 하는 대화의 희열도 멈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