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번의 상상 - 부산 개금동에서 뉴욕 카네기홀까지
김지윤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지윤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하기야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전 내가 그 이름을 알았던가? 요즘 임윤찬 덕에 많은 이들이 클래식 음악이나 피아노 연주영상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듣는 이들은 방앗간에 모인 참새들처럼 재잘거리기 바쁘다. 그러다보니 피아니스트가 썼다는 책 홍보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다산북스의 신간 <백만번의 상상>의 부제 “부산 개금동에서 뉴욕 카네기홀까지”는 부산사람인 나를 다분히 유혹했다. 부산 출신 피아니스트가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했다고? 그의 인생 행로가 궁금해서 서평단에 신청했다. 

당첨되어 책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부산에서 미국으로 유학 가서 고생한 이야기, 어떻게 카네기홀 공연을 하게 되었는가, 여기에 음악이나 음악가 이야기를 들려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점점 자기계발서의 색깔이 드러났다. 흠, 피아니스트의 책이 자기계발서가 될 수도 있구나 싶어 의외였다. 그렇다면 나는 자기계발서 읽기에 적당하지 않은데... 나이로 보나 취향으로 보나 다 그렇다. 읽기 방향의 수정이 필요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지금의 자신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나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가장 훌륭한 재눙은 천재성 같은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바로 끊임없이 상상하고 그것을 이루려 노력하는 재능이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마침내 실현시키는 것은 천재적 능력이 아니라 노력하는 재능에서 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자기계발서에 정석으로 실릴 문장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그간 보아온 자기계발서와 유사한데 책을 쓴 이가 예술가라는 것은 차이점이다. 그래서 나는 피아니스트가 세상을 보는 시선과 어떻게 시련을 견뎌냈는지, 평소 자신을 컨트롤하는 방법 등등에 중점을 두고 읽었다.

p.37

부정적인 생각이라는 괴물은 절대로 영원히 사라지는 법이 없다. 하지만 그 목리를 길들일 수는 있다. 나는 이제 연주회를 준비할 때 피아노 앞에서 연주를 연습하는 것만큼 중요하게 내 마음과 정신 훈련에 집중한다. 군인들이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 등의 훈련을 매일 하는 것처럼, 나는 나의 마음을 그렇게 훈련한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는 우리를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나쁜 말들을 지껄이고 마음을 어지럽힌다. 심지어 우리가 약해지는 때를 기다리는 것만 같다. 나의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인생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할 때, 몸이 약해져서 하루 종일 힘이 없을 때... 물론 이런 마음 훈련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매일의 일기 쓰기는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긍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 어느 분야든 마음을 다스릴 처방 중 가장 효과적이며 손쉬운 것은 역시 일기쓰기다. 나도 십여년 전 그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할 때 일기를 쓰며 나 자신과 이야기 나누었고 꽤 효과적이었다. 마냥 컴컴한 터널 같았던 길을 그 누구도 손잡아주지 않던 그 길을, 오른손과 왼손을 꼭 그러쥔 채 걸었었다. 묵묵히... 그리고 일기를 썼다. 요즘은 일기 대신 책 읽고 리뷰를 쓴다. 책을 소개하고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서평단의 목적이지만 그와 더해 나는 저자의 생각에 내 생각을 투영하고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p.114

내가 바라는 단 한가지는 피아노를 계속 치는 것이다. 목표로 하는 어느 곳에 도달하여 끝이 나는 게 아니라, 무대에서의 연주든 혼자서 연습하는 시간이든 음악이 나에게 선사하는 마법과 같은 시간을 즐기며 끊임없이 음악이 주는 행복감을 느끼고 싶다. 이것을 깨우치자 연주와 연습의 경계선이 모호해졌다. 그래서 나의 연습은 더 활기가 넘친다. 내가 피아노를 치는 한 나와 음악 사이에서 벌어지는 행복한 보물찾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 피아노를 계속 치는 일이 피아니스트가 할 일이긴 하지만 연습과 연주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란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김지윤씨는 피아노를 치는 동안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음악 안에서 보물찾기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늘 어떤 목표를 설정해두고 그것을 향해 질주한다. 허나 그 목표에 도달했을 때 찾아오는 환희보다 허무함에 어쩔 줄 몰라한다. 왜 그러는지 찬찬히 톺아보기보다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미 발을 내딛고 있다. 그만큼 자신에게 온 감상을 누릴 여유도 없고 방법도 잘 모른다. 

나에게는 독서가 그의 피아노 연주와 같은 일이다. 작가도 서평가도 아니지만 나는 책읽기를 멈출 수 없다. 책을 사랑하고 책을 읽을 때 가장 즐거우며 저자와 하는 대화의 희열도 멈줄 수 없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