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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를 빛낸 명반 50
신승렬 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1990년대, 이 시기는 어쩌면 국내 가요계가
외국 가요계와 어깨를 나란히 한
그 도약점이 된 시기라 할 수 있다.
그 이전까지
우리 가요는 젊은 층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외국 팝송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줬어야만 했다.
그리고 한류가 유럽까지 지배해버린
지금 현재,
가요는 무지막지한 경쟁력을 가지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변혁의 시기엔
1990년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서태지의 등장으로 모든 것을 뒤바꿔버렸던 1990년대는
국내 음반시장이 다시 만나기 힘든 호황이었다.
잘 나간다 싶으면 몇백만장을 기본으로 팔아제끼던 시절
(지금은 100만장 나가는일이 거의 없다)
그 세대 청소년과 젊은이는
우리 말로 된 현대음악 속에서 아름다운 청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총 네 명이다.
1970년대 중반과 후반무렵 태어난 4인의 음악감상자들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뽑은 90년대 명반을 정리한 책이다.
이들은 당시 인터넷에서 상업성에 치우치지 않은 공정한 평가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나 역시 1990년대 음악에 매료되었던 세대이다.
서태지, 듀스, 신해철 등 모두 나를 흥분시키고
열광시켰던 존재들이다.
이 책에 등장한 많은 음반들을 접할때마다
당시 내가 느꼈던 감동과 즐거움을 떠올리게 해서 기뻤다.
특히나 다른 잡지에서 접할 수 없는
작가와 순전히 음악에 관해서만 나눈 인터뷰들은
보는 재미를 두 배로 만들었다.
하지만 책을 다 본 나는 의문이 들고 말았다.
그 당시 천재였던 이들이, 다작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쏟아내던 신성들이 지금은
왜 침체하여 사는가...?
우리가 천재라 생각했던 이들은 사실
일정 트렌드 안에서만 능력을 발휘하는
일반인에 불과했던 것일까?
걸그룹, 아이돌로 변화한 트랜드때문인 것일까?
아무리 추세가 변해도
천재의 음악은 꾸준히 인정받지 않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대중음악의 주수요층인
10대 및 20대 초반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걸
알았다.
10대와 20대 음반과 연예인에 대한 충성심이 엄청난
그들이 따라가고 찾는 음악이
결국 수요있는 음악이자 인정받는 음악이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런 맹목적 추종을 우려하고 있겠지만
과거 영웅들이 쓸쓸히 퇴장해버린 것은
그들이 현대 젊은이들의 시류를 파악하지 못한채
자신안에 갇혀있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요즘에는 '신사동 호랑이'나 '용감한 형제들'이
더 천재로 불리는 세상이다.
음악적으로야 큰 호평을 못 얻더라도
많은 젊은이들에게 사랑받고 불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 속 인물 중
아쉬운 인물은 듀스의 이현도이다.
군 문제나 해체, 멤버의 사망 등으로
음악적 천재성과 스타성 모두를
잃어버린채 잊혀져가는
진정한 90년대 영웅이라 생각되는 인물이다.
그리고, 책의 구성면에서 느꼈던 것은
책을 지었던 이들 대부분이
1977년생 정도이고, 한 분만이 1974년생(?)이다보니
가장 음악에 몰입할 수 있었던 10대 후반과 20대 초반까지의
음악은 생생하고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지만
군입대, 취업 등으로 바쁜 생활과 병행해야했던
1990년대 후반 부분은 상대적으로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그들이 말한
'아티스트가 대중에게 직접 인기를 얻은' 그 시기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1990년대 중후반 단체로 군대를 가야했던
현실과 그러면서 천천히 사회속으로 뿌리내린
그들의 현실 속에도 어느 정도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어찌되었든 개인적으로
한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책을 만난다는게
행복했던 그런 시간이었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지난 음반을 찾아들으며 웃음짓게 했던 책이기에
가치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 자신은
요즘의 아이돌 음악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음악을 깊이있게 생각하는 편이 아니라
단순 여가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1년이 되었으니
'2000년대를 빛낸 명반50'도 나왔으면 좋겠다.
원더걸스, 투피엠, 동방신기 모두
우리 대중가요를 빛내왔고 빛내는 중인
음악인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