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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랄가츠의 군대이야기 - 빡세게 유쾌하고 겁나게 발랄한 청춘의 비망록
황현 지음 / 바오밥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우선 책을 고를 때
제목이 준 역할을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악랄'이라는 수식어는
군생활 병영생활과 몹시(?)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목만 봤을 때는
몹시 표독스럽게 군생활을 보낸
사람이 썼는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면서
동시에 잔혹스러운(?) 군생활 이야기이지 아닐까 하는 관심이 생겼다.
결국 '악랄한 군대이야기'라고 하니 어떤 건지 호기심이 생겼다고 할까?
그런데 책을 고르고 머리말 부분과 작가소개 등을 읽다보니
특이하게도 나하고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었다.
작가가 군생활을 한 27사단이
내가 병영생활을 했던 곳이기도 했던 것이다.
작가의 나이대와 입대년도를 따져보니
나보다 한 6~7년 정도
후배 군번인 것 같다.
사단만 같고
연대와 대대는 틀렸지만
아무튼 후배군번쯤 되는 작가가 쓴
이야기이길래
호기심은 더욱 증폭됐다.
'내가 살던 곳, 내가 나온 다음에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을까?'
이런 생각으로 책을 읽다보니
역시 낯익은 지명들과 풍경, 부대 문화들이 나오면서
금새 책 속에 동화될 수 있었다.
어찌되었든 위에 얘기했던 사유들 때문에
금방 책에 빠져들고
완독하는 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나서
느낀 것은 작가가 참 군생활을 잘 한 인물인것 같다는 점이다.
내가 나온 것이서라서가 아니라
작가가 나오고 내가 나온 부대는
대한민국에서 명문부대로 통하는 곳 중 하나이다.
이곳에서 물론 힘들었겠지만
순간순간에 최선과 열정을 다하면서
때로는 재미있게 보낸
모습에서
나름 멋지고 보람된 군생활을 한 인물이라 추정된다.
물론 최초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악랄한 이야기보다는 학창시절 추억같은
아련한 느낌이 더 강하게 배어나는 편이다.
사실 남자들한테 평생 따라다니는 술안주 중 하나가
군대 이야기이다.
그많은 남자들이 한 이야기 중
진실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과장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으나
보통 군대에서 생활을 잘 한 사람이
나와서도 군대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반면 군대생활을 어둡고 힘들게
또 때론 주변 사람들을 걱정스럽게 하면서
보낸 사람들은
군대 이야기를 좀 피하는 편인 것 같다.
사실 나는 작가보다
한참 선배군번이기는 하지만
방금 내가 말한 것처럼
일명 관심사병..
그당시에는 고문관으로 통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절만 생각하면
고통스럽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이런 책도 찾아보며
과거를 회상하면서
다시 웃을 정도는 되지만
아무튼 당시의 나는
참 암울하게 2년여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점에서
일견 양호한 군생활을 한 작가가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의 과거가 후회스럽기도 하고
나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런 묘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책은 이렇게
나처럼 군생활을 어떤 방면으로든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울 수 있는데..
앞으로 군대를 갈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인지
그것은
다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군대 입대를 앞둔 사람이 이책을 읽는다면
어떻게 따져보면
단지 주변에서 군생활 무난하게 잘 한
예비역들의 무용담 하나를 더 듣고
입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한마디로
내 아는 동생이 입대한다고 해서
꼭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제대해서는 읽으라고 하고 싶다.
왜냐하면
재미있게
자신의 젊은 날을
추억할 수 있으니까...
나같은 고문관 출신도
입가에 웃음을 짓게 할 정도였으니...
아무튼 십수년이 지나도
군생활의 기억이 가득한 나에게
내가 있었던 곳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둘려준
자랑스러운 군대 동창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의 블로그에는
더많은 내용이 올라와있는 것 같은데,
그 내용들도 계속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