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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볼루션 - 그래서 우리는 멈추기로 했다
공라오 컬렉티브 지음, 홍명교 옮김 / 날(도서출판) / 2026년 8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리얼 서평입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빠르게 변하기 시작한 모습을 처음 가까이에서 본 건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중문학을 전공했던 터라 약 2년 정도 현지에서 생활했는데, 그때의 중국은 정말 묘한 나라였어요.
눈앞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건물이 올라가는데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몇십 년 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고, 미래와 과거가 한 공간에 겹쳐 있는 느낌이랄까요.
지방 대학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기숙사에서 며칠 지낸 적도 있는데 좁은 방에 학생들이 빽빽하게 생활하는 모습은 솔직히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친구들의 표정에는 불만보다 기대가 더 많았어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느껴졌거든요.
그때는 정말 중국의 젊은 세대가 무섭게 치고 올라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20년쯤 지나 다시 바라본 중국 청년들의 모습은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지더군요.
최근 SNS에서 중국 청년들이 자신의 현실을 털어놓는 영상을 우연히 보면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높은 취업 경쟁, 감당하기 어려운 주거비와 빚, 끝없이 이어지는 노동까지…
그렇게 열심히 달려왔는데 도착한 곳에는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죠.

이런 궁금증을 안고 읽게 된 책이 바로 공라오 컬렉티브의 인볼루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거창한 경제 지표보다 실제 청년들의 삶을 따라간다는 점이었어요.
학원 강사에서 제약회사 인턴으로 옮겨간 청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노력하면 더 나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이 언제부터 희망이 아니라 부담이 되었을까 싶었습니다.
자동차 부품회사 인턴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실력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국 인맥과 배경이 중요해지는 현실 속에서 열심히 일할수록 오히려 소모되는 모습이 참 씁쓸했습니다.
특히 996으로 대표되는 장시간 노동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만 느껴지지도 않았고요.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청춘을 바쳤지만 결국 번아웃과 건강 악화만 남는다면, 우리가 말하는 성공은 대체 무엇일까요?
책을 읽다 보니 인볼루션이라는 말이 단순히 중국 사회를 설명하는 단어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로 더 열심히 뛰는데 전체적인 삶은 나아지지 않는 상황, 경쟁에서 빠져나오면 뒤처질 것 같아서 계속 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도 이미 익숙하게 보고 있는 모습 아닐까요.
중국의 탕핑족이나 한국의 5포세대, 일본의 사토리세대가 결국 비슷한 고민에서 나온 현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통계만 봤다면 쉽게 지나쳤을 이야기를 실제 사람들의 목소리로 접하니 훨씬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중국 사회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궁금한 분이라면 물론이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경쟁의 방식 자체를 한번 돌아보고 싶은 분께도 꽤 의미 있는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읽고 나니 중국 이야기를 읽었다기보다 결국 제 삶을 돌아본 느낌이었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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