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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진화 - 최초의 이민부터 워킹 홀리데이까지 호주 이민사로 읽는 한국 근현대사
송지영 지음 / 푸른숲 / 2025년 11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요즘 따라 ‘이민’이라는 말이 괜히 가슴에 툭 하고 걸리는 것 같습니다
아이의 미래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인지 서점에서 《이민의 진화》를 딱 보는 순간, 뭔가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어서 조심스럽게 펼쳐봤습니다.
읽다 보니 생각이 여기저기 튀어나와서, 한동안 머릿속이 좀 복잡해진 것 같기도 해요.

책은 한국과 호주의 이민 역사를 시간순으로 차근차근 따라가는데요, 호주 속 한인 이야기를 들여다보니 마치 한국 근현대사가 겹겹이 스며 있는 또 하나의 작은 다큐를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요즘 워홀이나 유학을 고민하는 또래라면, 이 책이 은근히 현실적인 나침반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1870년대 호주로 떠난 존 코리아 이야기는 거의 모험담에 가깝습니다.
기록도 희미하고, 이름조차 확실하지 않은 청년이 상하이에서 배를 타고 낯선 땅 뉴사우스웨일스까지 갔다니…
그 결심이 얼마나 컸을까 상상이 잘 안 되더라고요.
양털 깎는 일을 하며 살았다고 하니 누구보다 고된 날들을 보냈겠지만, 그 안에 어떤 외로움과 두려움이 있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묘하게 먹먹해졌습니다.

또 김호열 선생의 호주 유학기는 완전히 다른 결의 이야기예요. 일제강점기 한복판에서 배움을 향한 열정 하나로 멜버른까지 건너갔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낭만적인 유학’과는 아예 결이 다른, 거의 싸움에 가까운 하루하루였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던 건 베트남전 이후 이어진 이민 흐름이었어요. 전쟁이라는 큰 파도에 떠밀리듯 호주로 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민이 단순한 로망은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 과정에 자리한 선택과 포기, 그리고 운 같은 것들이 어쩌면 우리 생각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책 속에서 혜린과 로제 두 여성의 상반된 선택을 보여주는 부분도 인상 깊었어요.
누군가는 정착에 성공해 안정적인 삶을 꾸렸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차별과 회사 문화의 벽에 부딪혀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었죠. 어쩌면 이민의 성패는 ‘개인 능력’만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중국과 태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적응이라는 게 얼마나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저는 즐겁게 지냈던 편이지만, 어떤 분들은 너무 힘들어하다 결국 일찍 귀국하시기도 했거든요.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각자 받아들이는 감정은 정말 제각각인 것 같아요.
책 후반에는 워홀, 영주권, 스폰서 비자 같은 실질적인 정보가 촘촘하게 담겨 있어서 실제 준비 중인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특히 저희 집도 아이가 어려서부터 영어 교육을 받고 있다 보니, ‘혹시 나중에 호주에서 키우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은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저에게 준 힌트가 꽤 컸던 것 같습니다.
호주 이민에 관심 있으시다면, 정말 한 번쯤은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