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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 - 교육이 답이라는 거짓말
롭 헨더슨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8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리얼 서평입니다
요즘 가끔 내가 왜 이렇게까지 바쁘게 살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딱히 누가 뛰라고 한 것도 아닌데 주변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하면 괜히 나까지 마음이 급해지는 느낌이랄까요.
SNS를 보다 보면 남들은 돈도 잘 벌고, 좋은 곳도 가고, 멋지게 사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더라고요.
그때마다 돈이 참 이상한 존재라는 생각도 들어요.

사람을 편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의 가치까지 숫자로 재단하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그래서인지 롭 헨더슨의 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라는 책이 더 궁금했어요.
도대체 어린 시절의 결핍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오래 따라붙는 걸까?
책을 읽으면서 이 질문을 계속 떠올렸던 것 같아요.
저자의 어린 시절은 생각보다 훨씬 거칠고 아팠어요.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떨어지고 여러 위탁가정을 옮겨 다니면서 자신도 모르게 문제아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는 과정이 나오는데, 읽는 저까지 답답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그 아이가 문제였을까요?
오히려 아이가 감당해야 했던 어른들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겨우 입양되어 안정된 환경을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또 다른 가족의 균열과 상처를 경험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핍이라는 게 단순히 좋은 환경 하나로 사라지는 건 아니구나 싶었고요.
특히 공군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삶을 조금씩 다시 붙잡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계속 뛰고, 버티고, 반복하면서 몸을 단련하는 과정이 단순한 군 생활 이야기가 아니라 무너져 있던 자기 자신을 다시 세우는 과정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생각이 많아졌던 부분은 사치관념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돈이 많은 사람이 명품을 사는 것처럼, 자신이 가진 신념이나 도덕적 기준까지 일종의 사치품처럼 소비할 수 있다는 생각.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꽤 날카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나에게는 아무런 희생이 없는 주장을 멋진 가치관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저도 모르게 주변을 평가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괜히 뜨끔하기도 했고요.
책장을 덮고 나니 이 책은 성공한 사람의 자랑스러운 성장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일대와 박사학위라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흔적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책에 가까웠습니다.
결국 사람은 과거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게 아니라, 그것을 안고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요즘처럼 남의 속도에 맞춰 살기 쉬운 시대라서 더 오래 마음에 남았던 책입니다.
나도 지금 괜히 옆 사람을 따라 뛰고 있는 건 아닐까?
책을 덮고도 그 질문은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