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글리프 - 과학스토리텔러 1기 당선작
전윤호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SF 단편집 <페트로글리프>는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진행했던 '과학스토리텔러 양성과정'에 참여했던 30명의 수강생 가운데 8명의 작품을 선정해 정리한 작품이라고 한다. 한 작품이 시작할 때마다 간략한 작가 소개와  작품 후기가 나와있었다. 처음에는 작품 후기를 마지막에 에 읽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SF 요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에 작품 후기를 읽고 글의 흐름을 어느 정도 예상한 상태에서 글을 읽어 나갔다. 그렇게 하니 읽기가 한결 수월해졌고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주제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제일 재밌게 읽었던 작품은 <노인과 지맥>이었다.(이글에는 <노인과 지맥>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의 작가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BCI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기사를 읽으며, 이런 기술로 사람의 지능을 확장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윤리적 또는 법적 제약이 많기 때문에 동물에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노인과 지맥>이라는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비교적 지능이 높다고 알려진 침팬지를 유전적으로 개량해서 일에 투입 시킨다는 생각은 참신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오류를 일으킨 지맥을 안락사를 시킨다는 설정은 이 작품에 현실감을 더해졌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편리한 미래를 꿈꿀 수 있지만, 그 편리함만 추구하게 되고 윤리성을 갖추지 못하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점을 일깨워졌다. 처음 노인(박성호)의 말을 들었을 때는 마냥 진상손님인지 알았다. 지맥50439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는 말 또한 진상의 거짓말 또는 과장된 표현이었다고 생각했다. 지맥이 노인을 다시 붙잡는 부분에서는 오류가 발생했다고 생각했고 과학기술의 문제점을 나타내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지맥이 과거 노인케어 지맥일 때 과거 주인과 닮은 노인의 이상 징후를 감지해서 발생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결국 현재 입력된 프로그램과 과거 입력된 프로그램으로 인해 오류를 일으켰던 지맥50439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몰라 오류를 일으킨 것인데 나는 그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위협을 요소가 위험한 지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 존재의 마음이 차곡차곡 쌓은 언어. 둘만의 규칙.

너는 동족들에게 우리의 언어를 나눠주었구나.


라움이 건네는 거대한 꽃다발인 듯 숲 전체가 무지갯빛으로 물들어 세상에 말을 걸고 있었다. 친구들이 도와줘서 자신감이 붙은 것일까. 훨씬 더 아름답고 화사한 문장이었다. 선우는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숲이 된 라움을 읽었다. 잘 지내고 있냐는 안부 인사도, 고마움과 그리움도 모두 눈앞의 풍경에 선명히 담겨 있었다.


-102page


 <라움의 꽃다발> (이글에는 <라움의 꽃다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에서는 감정을 지닌 외계수와 인간 사이에서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선우는 어느날 라움의 씨앗이 자신의 집에 새싹을 피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선우는 라움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라붐을 불법재배 단속반에 들킬 위험에 처하자 현아에게 도움을 요청해 숲에 떠나보내게 된다. 숲에 보내진 라움은 자신의 친구들에게 그들만의 언어를 공유하며, 선우에게 그들만의 언어를 통해 고마움과 그리움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다.


단편집 <페트로글리프>는 SF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딱딱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각 작품에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요소들이 많았다. <손맛>에서도 672년 된 씨간장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공지능로봇 신우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확산하는 꿈>, <내 안의 물고기>, <로봇과 개> <내안에 물고기> 그리고 <무아가 내리는 밤> 독창적인 SF적 요소들과 모두 저마다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이야기를 곱씹으며 스스로 결말을 해석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단편집에서 가장 기대했던 <페트로글리프>였다. 처음 시작부터 임플란트 과작동으로 인한 폭발로 죽은 교수 그리고 임플란트 원격 제어라는 요소들은 흥미로웠던 반면 생소한 단어들이 많아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두 세번 반복해서 읽어보니 조금씩 이야기가 눈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지면의 한계상 편집을 거쳐야 했다는 점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절제된 편집에도 섬세한 표현들 덕분에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랜만에 SF소설을 8작품이나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거 같아서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2020년에도 SF 웹소설 양성과정 및 단편반 교육이 진행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다음에는 어떤 작품들이 쏟아져나올지 기대된다.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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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엘리트 - 4차산업혁명 시대의 뉴 엘리트
표트르 펠릭스 그지바치 지음, 박현석 옮김 / 사과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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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에서 주목하는 뉴 엘리트 모형의 특징들을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내 삶을 발전시키고 싶었다. 맨 첫 장에 제시된 '뉴 엘리트 / 올드 엘리트 체크리스'를 통해 내가 올드 엘리트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닫고 이 책을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뉴 엘리트>의 저자 표트르 펠릭스 그지바치는 정장차림을 고수하며 직업에 대한 상대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구글에서 입사 면접을 보게 되는데, 당시 면접관였던 최고 엔지니어링들의 모습을 본 후 생각의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부터 저자는 뉴 엘리트로서의 삶을 추구하게 된다.


저자는 지금까지 만난 비즈니스 퍼슨을 단계별로 '변혁층' '실천층' '바꾸고 싶은 층' '깨달은 층' '냄비 속의 개구리 층'으로 나눈다. 그리고 '바꾸고 싶은 층'부터 위층으로 구분하고 그중 '변혁층'을 뉴 엘리트의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무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정열' '솔선' '창조성'을 갖춘 사람과 기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요즘 기업들은 변화를 추구하며 직업들에게 부업을 장려한다는 저자의 말이 처음에는 한국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인 듯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일부 회사에서는 유튜브나 블로그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을 선호한다는 신문기사가 떠올랐다. 그러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일을 할 때 더 창의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저자의 말이 비단 선진국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오랜 경력으로 기존 규칙을 준수하며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초보자의 마인드'로 일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저자에 말에 의하면 '초보자의 마인드'는 진부한 발상이나 편견과는 달리 유연한 사고와 날카로운 지적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 또한 생각해보니 학창 시절에 성적보다는 수상 및 활동 경험을 중시하는 학교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 이해가 됐다. 


 ●●  새로운 일의 방식을 즐기는 2가지 기준
  - 자신의 결과물에 자부심이 있는가?
  - 결과물을 내기까지의 과정을 즐기고 있는가?

    만약 지금 하는 일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불만족한다면
    일의 방법을 바꾸거나 일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052 page


 구글 채용기준의 변화

초기ㅣ  'T자형 인재' 

- 특정 분야를 통달해서 그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 및 기술을 축적한 인재

과거ㅣ   '파이형 인재'

- 2개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추고 그것들의 관점을 바꿔가며 생각할 수 있는 인재

현재ㅣ    'H형 인재'    

- 확고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전문성을 연결할 수 있는 인재


구글의 채용기준 변화를 통해 요즘 기업들이 커뮤니티 능력을 중요시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저자가 성공한 사람이라고 정의한 4가지 유형(커다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사람. 사회에 공헌하고 있는 사람. 팔로워가 많은 사람)을 통해서도 커뮤니티 능력이 중요한 성공요소로 작용한다는 걸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저자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그 분야의 프로를 만나서 가치관과 살아온 인생,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실패했던 이유들을 물어볼 것을 적극 권장했다. 만약 모르는 분야의 사람을 마주할 때는 '사이클' '트렌드' '패턴'이 3가지를 잘 활용하면 수준 높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이클: 일정 시기 되풀이되어 조명 되는 것/ 트렌드: 그 사이클 가운데 지금 유행하는 것/ 패턴: 비즈니스 모델). 작가가 제시한 방법들과 경험들을 읽으며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는 좀 더 적극성을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성과'와 '배움'의 4가지 유형

- 제1 유형: 성과가 크고, 배움도 많은 일

-제2 유형: 성과가 크고, 배움이 적은 일

-제3 유형: 성과가 작고, 배움이 많은 일

-제4 유형: 성과가 작고, 배움이 적은 일


저자는 퇴근 후에 공부하기보다는 일과 배움을 연계함으로써 일을 하며 성과를 내고 그 과정에서 배움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4가지 유형 중 제1 유형인 '성과가 크고, 배움도 많은 일'을 하는 것이 뉴 엘리트 모형에 가장 적합하다고 말하며 강조한다. 반면에 제2 유형과 제4 유형은 타인의 힘을 빌림으로써 대체할 것을 권했다. 끝으로 제3 유형인 '성과가 작고, 배움이 많은 일'은 새로운 핵심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일정 비율로 투자하라고 말한다.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하거나 본업과 별개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이 중에는 일과 부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본업을 소홀히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나 또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며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만약 그때 일과 배움을 연계하는 방법을 고민한 후에 계획을 세웠다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Managing Your Energy (by 구글)

- 신체 에너지(physical energy)

- 감정 에너지(emotion energy)

- 집중 에너지(mental energy)

- 정신적 에너지(spiritual energy)


이 네 가지의 에너지를 잘 관리하면 혁신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올바른 수면을 통해서 신체 에너지(physical energy)를 정비하고, 분노를 건설적인 행동으로 전환시켜 감정 에너지(emotion energy)를 관리하고, 일에 우선순위를 정함으로써 집중 에너지(mental energy)를 높이고,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자각함으로써 정신적 에너지(spiritual energy)를 가다듬으라고 말한다. <뉴 엘리트>를 읽으며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저자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였다. 그런 모습들이 Managing Your Energy를 통해 형성된 거 같아 나 또한 이 방법을 내 삶에 적용해 보고 싶어졌다. 이 책을 통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추구하는 뉴 엘리트 모형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구글이 추구하는 인재상의 변화도 파악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또한 앞으로 어떤 것을 중점으로 노력하고, 어떤 점을 고쳐나가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프로노이아 그룹의 문화 슬로건
   노는 것처럼 일하자(Play work)
   전례를 만들자(Implement first)
   예측할 수 없는 일을 제공하자(Offer unexpected)
   - 232 page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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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 천경의 니체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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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좋아하긴 하지만 니체의 사상에 무지했던 내가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를 읽게 된 건 순전히 충동적인 호기심 때문이었다. 궁금했다. 니체의 사상이란 무엇이기에 많고 많은 철학자 중 왜 니체인지.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사상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바심이 났다. 왠지 나도 그의 사상을 알고 있어야만 될 거 같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하기는커녕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난해했다. 니체 사상은 내가 아는 철학과는 많이 달랐다. 니체의 전작(全作)을 읽는 데 2년이 걸렸다는 저자의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이 책이 재밌다고 말하며 '진지한 철학 이야기를 논하면서 배꼽 빠지게 웃는 역설'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왜 공감하지 못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니체의 사상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전혀 배경지식을 없기 때문에 작가의 니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네이버 백과사전에 들어가 니체 사상이 어떤 것인지 찾고 간략하게 정리한 후 다시 책을 읽어 보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니체 사상에 대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니 그제서야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이 재밌게 읽히기 시작했다. '창조적인 오독'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자신의 주관적 느낌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니체의 사상과 작가의 색깔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니체의 맥락에서 천재를 사유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개념에서 항상 미끄러져 도망가 버리는 니체의 언어들은 논의를 어렵게 한다니체의 텍스트에서 언어들은 살아 움직인다. 니체는 《반시대적 고찰》에서 천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나 온전한 개념을 움켜잡기가 쉽지 않다. 그의 논지를 힐끔 거리면서 그가 말하는 천재성에 대해 생각해보지만, 나의 니체 따라잡기는 언제나 행복의 파랑새 잡기로 끝난다. 내 안으로 니체를 구겨 넣으려고 하지 말자.
- 077 page


'인간은 평등한가?'에서 니체가 사회 지도층, 상류층, 상위층과 같은 집단을 '정신적 노예'라고 말하며 '천민'으로 표현한 것과 니체의 저서 <우상의 황혼>에서 루소와 프랑스 혁명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걸 보며, 니체가 얼마나 뚜렷한 신념을 가진 철학자인지 알 수 있었다. 사회적인 통념에 반하는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위험한 사상을 위험한 방식으로 주장하면서 자신에게 올 고통을 즐거이 감당했다'라는 작가의 말을 보며, 그의 삶이 투쟁의 연속이었음을 예측해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니체는 힘든 삶을 살았다고 한다. 나는 나의 신념을 니체처럼 용감하게 주장할 수 있을까? 나의 신념은 올바른 것에 기초한 것일까? 니체를 이야기를 통해 나의 신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신념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음을 던졌다. 또한 크세르크세스의 이야기에 나온 '큰일은 큰 위험 없이는 이룰 수 없다'다는 말처럼, 니체 역시 '실존의 가장 커다란 결실과 향락을 수확하기 위한 비결은 위험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걸 보며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니체는 우리에게 삶의 대가가 되라고 말한다. 삶의 대가는 타자들과 만남에 열려 있다. 낯익은 악락함을 걷어 차버릴 용기와 불편한 감감을 체화시키는 능력, 그것을 니체가 말하는 자유정신의 소유자만의 영역일 것이다. 자유정신의 소유자는 삶의 대지에서 춤추는 자다. 니체에게서는 잘 알다시피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무엇이 아니다. 육체가 자유로운 것과 정신이 자유로운 것은 단 한마디 몸이 자유로운 것이라는 말로 통합된다.
-120 page 


아이와 '한바탕했다'는 작가의 일화를 통해 나의 삶을 뒤돌아 보았다.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나의 '화'가 타인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과 그 원인을 제공한 상대방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왜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일까? 가끔 부모님과 트러블이 생길 때면  왜 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실까? 왜 변화하는 세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옛날 사고방식을 고수하실까? 늘 의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구나 자신의 젊은 시절의 취향과 감각에 대한 가치를 늙어 죽을 때까지 지니고 산다. 그것이 그를 살게 한다'라는 말이 내 마음에 깊이 파고 들어왔다. '늙음을 인정하고 젊음을 격려해 주고 누군가의 취향을 향해 쉽게 손가락질하지 말라는 작가의 말처럼 나 또한 부모님의 방식을 인정하고 더 이상 내 취향에 따라 판단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을 읽으며 때로는 니체의 사상에 의해서 때때론 작가의 일화를 통해서 내 삶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고쳐야 할 점과 좀 더 노력해야 할 점이 뚜렷하게 정리되는 듯했다. 처음에는 다소 어렵게만 느껴졌던 책이 읽으면 읽을수록 친숙해졌고, 난해하기만 했던 니체의 사상도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비록 처음 시작은 낯설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은 나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자 인내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신념은 거짓말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다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 307 page


"신념이란 인식의 어느 한 지점에서 절대적인 진리를 소유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따라서 이 믿음은 절대적 진리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와 마찬가지로 그 진리에 이르기 위한 완전한 방법이 발견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끝으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은 이 완전한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니체,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308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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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수많은 별들이 떠있는 숲속의 밤하늘이 그려진 책의 표지에서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풍겼다. 홀로그램으로 제작된 영어 또한 그 신비로움을 더욱 부각시키며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떤 아름답고 신선한 이야기로 나를 감동시킬지 궁금했고 기대됐다. 내가 이 책에 흥미를 느낀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인 글렌디 벤더라가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롤링을 능가하는 괴물 신인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해리포터>가 전 세계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최고의 판타지 소설이었던 만큼 이 책 역시 재밌는 판타지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라는 말을 보고 판타지 소설일 거라는 내 생각은 완전히 굳혀지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의구심이 들었다. <숲과 별이 만났을 때>의 장르가 판타지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헷갈리기 시작했다. <숲과 별이 만났을 때>의 이야기는 조의 시점에서 서술어 되어있었고, 아이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장르가 결정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관심사는 엘사에게 집중되었다. 엘사는 외계인일까? 아니면 가정학대받는 아이일까? 자신을 외계인이라 말하는 아이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조애나 사이에서 일어나는 신경전을 나 역시 경험해야 했다. 작가가 이것을 의도했는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계속해서 의심과 추측을 반복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숲과 별이 만날 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었다. 암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엄마(엘리너 틸)로 인해 자신이 암 환자임을 알게 되고 암 치료를 받게 되지만 인로인해 유방을 제거하고 난소를 척출해야만 했고, 결국 남자친구였던 태너 브루스에게 외면 받고 버려진 과거를 가지고 있다. 노상에서 달걀을 팔기에는 꽤 학식이 높아 보였던 게이브 역시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사건들로 인해 신경쇠약 증상을 앓고 있었고, 그로 인해 스스로 폐쇄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얼사를 만나게 되며 갈등과 화해를 거듭하며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고 성장하는 과정들이 감동적이게 그려졌다. 사회적인 문제에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시킴으로써 전혀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 아이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파리한 얼굴, 헐렁한 후드 티와 바지를 입은 모습이 노을 진 숲으로 희미하게 번져갔다. 발은 맨발이었다. 차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자갈로 된 진입로 끝까지 들어와 몇 미터 앞에서 멈춰 섰는데도 꼼짝하지 않았다.

조는 시동을 끄면서도 아이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쳐다보지 않으면 요정 왕국으로 되돌아갈지도 모르니까. -008 page]]


수많은 별들이 떠있는 숲속의 밤하늘이 그려진 책의 표지에서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풍겼다. 홀로그램으로 제작된 영어 또한 그 신비로움을 더욱 부각시키며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떤 아름답고 신선한 이야기로 나를 감동시킬지 궁금했고 기대됐다. 내가 이 책에 흥미를 느낀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인 글렌디 벤더라가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롤링을 능가하는 괴물 신인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해리포터>가 전 세계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최고의 판타지 소설이었던 만큼 이 책 역시 재밌는 판타지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라는 말을 보고 판타지 소설일 거라는 내 생각은 완전히 굳혀지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의구심이 들었다. <숲과 별이 만났을 때>의 장르가 판타지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헷갈리기 시작했다. <숲과 별이 만났을 때>의 이야기는 조의 시점에서 서술어 되어있었기 때문에 아이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장르가 결정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관심사는 엘사에게 집중되었다. 엘사는 외계인일까? 아니면 가정학대받는 아이일까? 자신을 외계인이라 말하는 아이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조애나 사이에서 일어나는 신경전을 나 역시 경험해야 했다. 작가가 이것을 의도했는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계속해서 의심과 추측을 반복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숲과 별이 만날 때>에는 저마다의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었다. 암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엄마(엘리너 틸)로 인해 자신이 암 환자임을 알게 되고 암 치료를 받게 되지만 인로인해 조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유방을 제거하고 난소를 척출해야만 했고, 결국 남자친구였던 태너 브루스에게 외면 받고 버려진 과거를 가지고 있다. 노상에서 달걀을 팔기에는 꽤 학식이 높아 보였던 게이브 역시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사건들로 인해 신경쇠약 증상을 앓고 있었고, 그로 인해 스스로 폐쇄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얼사를 만나게 되며 갈등과 화해를 거듭하며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고 성장하는 과정들이 감동적이게 그려졌다. 사회적인 문제에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시킴으로써 전혀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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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답사 여행 - 역사의 물길을 바꾼 결정적 장면들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4
정명섭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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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역사 관련 서적들이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스토리 답사 여행>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길'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었다. 작가와 나란히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거리의 모습과 그에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이 생생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간략하게 그려진 지도와 구체적인 이동경로 가이드였다. 각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제시된 지도들은 중요한 길목 중심으로 요약돼있어서 길의 흐름을 빠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어떻게 돌아봐야 할까?'에서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직접 따라가며 걸을 수 있도록 경로가 이어져있어서 좋았다. 책에 제시된 경로를 따라 이야기를 복기하면서 역사 속 인물들의 감정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았다. 다소 복잡하거나 낯선 길에 대한 설명은 '어떻게 돌아봐야 할까?'의 하단에 제시된 이동경로를 참고하며 읽으니 보다 이해가 수월해졌다.

<스토리 답사 여행>은 크게는 '외세 침략 사건' '권력 쟁탈전' '개혁'으로 나뉘었고, 각 주제에 관련된 사건들이 나와있었다. 외세 침략 사건에서는 아관파천, 신미양요, 칠천량해전, 명량해전이 나와 있었고, 권력 쟁탈전에서는 제1 차 왕자의 난, 계유정난, 인조반정 그리고 개혁과 관련해서는 갑신정변과 서울진공작전이 있었다. 목차를 쭉 훑어보니, 각 사건들이 순차적으로 나열돼있지는 않아서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던 '제1 차 왕자의 난'부터 읽어 나갔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나온 책이라서 그런지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제1 차 왕자의 난'에 나온 대화를 살펴보면 [송현방에 삼봉과 측근들이 모두 모여있다고 합니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일반적으로는 '삼봉 정도전' 또는 '정도전'이라고 많이 쓰는 반면 이 책에서는 정도전이라는 이름 대신에 그의 호 '삼봉'으로 표기하고, 하단에 별도로 주석을 달아 놓음으로써 '삼봉'이 '정도전의 호'임을 설명해 주는 형식을 취했다. 또한 [이방원의 옆에 있던 이숙번이 동개에서 활을 커내어 명적을 끼웠다]에서도 '활과 화살을 꽂아서 어깨에 두르는 도구'나 '소리가 나는 호신용 화살'과 같은 설명보다는 '동개'와 '명적'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어린이 책과는 확연히 다른 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읽을 때는 주석을 꼼꼼히 봐야 한다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어휘를 풍부해지는 거 같아서 좋았다. 또한 각 이야기들이 예상했던 거보다 훨씬 더 깊이 있게 다루어져있었고,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덕분에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더 많이 그리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간간이 나오는 사자성어 또한 상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칠천량해전을 읽기 전에는 선조가 왜 원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앉혔는지, 왜 이순신 장군은 출진하라는 선조의 명을 따르지 않았는지, 왜 조선 수군의 출진을 고집했는지는 의문이었는데 각 상황을 이해하고 나니 명쾌해졌다.



칠천량해전, 계유정난, 명량해전, 서울진공작전 등에는 사료도 실려있어서 그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서울진공작전에 나왔던 여성 독립운동가 윤희순의 <안사람 의병가>를 통해 그녀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느껴져 슬펐다. 고종이 창덕궁에서 탈출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향하는 과정 또한 그랬다. 춘생문사건으로 인해 더욱더 삼엄해진 일본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궁녀 뒤에 바짝 붙어 사인교를 타고 몰래 빠져나가야 했던 고종과 어린 세자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 그리고 수치스러웠을 그 마음이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어 나를 더 슬프게 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길에 역사가 처연한 흔적을 남긴 채 묵묵히 세월을 견뎌 내고 있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 또한 문화유적지를 방문하며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 또한 눈으로만 쫓다 보니 그것들이 과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 채 지나친 곤했다. 하지만 <스토리 답사 여행 >을 통해 지금껏 무심히 지나쳤던 표지판 이름을 다시 보게 되었고 유래가 궁금해졌다. 이번 코로나19가 완벽히 물러가면 책에 나온 거리들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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