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는 싫지만 내 일은 잘합니다 - 별난 리더를 만나도 행복하게 일하는 법
후루카와 히로노리 지음, 이해란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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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은 상사 때문에 고생했거나, 부하직원 때문에 골머리를 섞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상사는 싫지만 내일은 잘합니다>에서는 나와 맞지 않는 직장 상사, 동료 또는 부하직원들과 최대한 공생할 수 있는 해결책들이 제시되어 있었다. 먼저 <상사는 싫지만 내일은 잘합니다>는 나쁜 상사를 크게는 싫은 상사, 무능한 상사, 불량한 상사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고, 작게는 이를 세부적으로 부하직원에게 무관심한 상사, 발끈하는 상사, 지시를 매번 번복하는 상사, 갑질하는 상사, 성희롱하는 상사, 핑계만 대는 상사, 일을 맡기지 않는 상사 등으로 쪼개서 제시되어 있었다. 또한 세부적으로 나뉜 각 유형의 나쁜 상사에 따라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었고, 상대가 고약한 사람이든, 무능력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누구든 상황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서 나와 있었다.



중장기적으로 나쁜 상사의 타깃이 되지 않으려면 나만의 실력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나쁜 상사가 있어도 이러쿵저러쿵 간섭을 받지 않는다. 실력을 기르는 데는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수다. 역경에 굴하지 않고 업무 능력을 갈고닦아 발전하겠다는 다짐도 필요하다. (중간 생략) 유감스럽지만 상사의 성격과 업무 방식이 당장 바뀌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상사에게 직접 불만을 피력하더라도 빠른 해결은 쉽지 않으므로 슬기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상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회사에 공헌하기 위해서 말이다. _120 page


최악의 상사를 만날 경우에는 그 상사를 반면교사 삼아 무엇이 문제이고 잘못되었는지 잘 관찰해서 노트에 적어보라고 조언한다. 상사의 그릇된 행동을 기록하다 보면 무엇이 올바른 행동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눈이 생기고 이후 상사의 위치에 앉았을 때 올바른 리더가 될 수 있고, 나아가 현재 부글부글 끓는 마음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만약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싶다면 불량 상사와 직접 맞서기보다는 회식자리를 빌려 상사의 상사에게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상사와 직접 싸우게 되는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 방법에 대해서 일러주었다. 먼저 싸움을 시작하고자 한다면 동료 늘리기와 증거 남기기를 통해 철저히 준비하고, '내'가 아닌 '회사'를 주어로 자신의 의견을 일목요연하게 주장해야 하고, 이미 싸움을 시작했다면 어물쩍 넘어가기보다는 회사를 위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사와 싸우는 것은 어디까지나 회사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자기 울분을 해소할 목적으로 싸워서는 안 된다. 회사를 위해서라는 명분이 없으면 싸움 자체가 불가능하다. 명분 없는 싸움은 그저 주제넘은 행위로 간주되어 당신의 신뢰까지 훼손한다. 진심으로 상사와 맞설 작정이라면 '회사를 위한 싸움'인지 아닌지 냉철하게 따져야 한다._181 page


<상사는 싫지만 내일은 잘합니다>는 상사와 맞설 때 어떤 점들을 기준으로 하고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상황별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불량 상사들을 위한 조언들도 나와 있었고, 그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들 그리고 불량 부하직원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서 내가 어느 유형에 속하고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도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덕분에 평소 인지하지 못한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시시콜콜한 조언이나 직장 상사나 부하직원의 험담을 하는 사람들은 흔하지만, 이렇게 구체적이고 현명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만큼 저자의 직장생활의 내공이 많이 묻어났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통찰력이 놀라웠다. 만약 상사와의 트러블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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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효의 영단어 콘서트
박상효 지음 / 성안당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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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는 아무리 시간을 많이 들여도 일정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만년 초급 수준에 머물게 되기 때문에 영어공부를 할 때는 한 번 일정 수준을 넘어가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성과가 보이지 않는 공부를 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한 책을 고를 때만큼은 일정 기간에 영어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책인지 아닌지를 꼼꼼히 따지는 편이다. 책을 선택할 때는 반드시 효과적인 무언가를 제시하는 책을 찾게 되는데, <박상효의 영단어 콘서트>경우에는 하단에 나온 '만년 초급에서 벗어나고 싶은 모두를 위한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영단어 학습법'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번에야말로 영어의 일정 수준을 넘어갈 수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초급을 벗어날 수 있는 영단어를 공부하는 학습법은 무엇일까? 궁금하고 기대됐다.





먼저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눠져 있었다. 제1 파트에서는 각 단어들을 학습할 때 무엇을 어떻게 왜 익혀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효과적으로 영어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었다. 제2 파트에서는 전 파트에서 학습한 단어들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통해서 말하는 연습을 하거나,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보는 등 좀 더 능동적이고 입체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제3 파트에서는 앞 단원에서 배운 것들을 종합하여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언어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살을 붙여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진도를 나갈수록 실력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책의 구성 자체가 흐름을 따라만 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제1 파트를 심플하기 때문에 주로 일과를 마친 밤에 공부했고, 제2 파트부터는 집중력이 주로 주말에 공부하고 있다. 꾸준히 3회독 정도 하면 만년 초급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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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독학 베트남어 실전편 - 시간 없는 학습자도 한 달만 연습하면 현지인처럼 말할 수 있다! GO! 독학 시리즈
윤선애.시원스쿨 베트남어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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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면 어김없이 몇 가지 다짐을 다이어리에 적게 되는데 그때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목록 제2 외국어 공부하기. 2020년이 저물어가고 있는데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게 못내 아쉬워 남은 기간 동안 외국어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이라도 공부한 일본어와 중국어를 조금 더 해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새해에 새마음 새 뜻으로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언어를 준비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 같았다. 마침 외국어 책을 제공받을 좋은 기회가 생겨서 그중에서 고르다 보니 다른 다소 생소한 언어들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베트남어'였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언젠가 백신이 개발되어 안전하게 해외를 여행할 수 있게 된다면 한 번쯤은 태국과 베트남을 가보고 싶었었다. 



<GO! 독학 베트남어 실전편>은 내가 외국어 공부에 앞서 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발음기능과 테스트 기능을 모두 완벽하게 제공하고 있었다. 먼저 각 단원마다 주요 표현들을 통해 핵심 문법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고, 하단에는 단어들이 제시되어 있었다. 또한 회화를 통해서는 각 단어들이 어떻게 발음되는지 그리고 각 문법들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패턴으로 실력 다지기를 통해서 앞에서는 제시된 문법들을 완전히 숙지할 수 있도록 세부적으로 나누어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조금 특이했던 건 복습 테스트가 다섯에 한 번씩 제공된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왜 각 단원마다 없는 건지 의아했지만, 공부를 하고 일정 분량을 주기적으로 테스트함으로써 내가 어느 단원을 더 공부해야 하는 지 정확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 단원을 끝내지 못하고 2~3일로 나누어서 공부했다. 유튜브 패턴 암기 동영상도 조금씩 쪼개서 들었다. 워크북은 전날 공부한 걸 복습하는 차원에서 사용했고, 무료로 제공되는 패턴북 PDF도 조금씩 복습하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베트남어가 조금씩 눈에 익기 시작했다. 책이 휴대하기에는 생각보다 컸고, 실력 다지기 파트는 세부적인 만큼 집중력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주로 새벽에 혼자 궁시렁거리면서 공부하기 편한 집에서 진득하게 앉아서 공부하는 쪽을 택했다. 아직은 영어처럼 친근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어딘가에서 우연히 베트남어를 보게 되면 아! 이거 베트남어구나 하고 인지할 수는 있을 거 같다. 듣기, 말하기, 쓰기가 모두 제공되어 있어 혼자 공부하기에 제법 든든한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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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끝내는 태국어 단어장 나혼자 끝내는 단어장 시리즈
피무 지음, 다나이 플러이플라이 감수 / 넥서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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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외국어 책을 보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발음 제공 기능이다. 백 퍼센트 완벽한 발음을 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생소한 만큼 여러 번 단어를 반복해서 듣는 것이 언어를 익히는 데 중요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발음 기능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테스트 기능이다. 다행히 이 책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 주었다. 먼저 각 단원마다 큐알 코드가 제공되어 있어서 스마트폰과 책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쉽게 발음을 들으며 공부할 수 있었다. 각 단원마다 간략한 미니 테스트가 제공되어 있어서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따라서 적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글자를 따라 적는 게 어려웠다. 글을 쓰는 순서가 제공되었으면 조금 더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만 제외하면 <나 혼자 끝내는 태국어 단어장> 자체가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혼자서 공부하는 데 유용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생각으로 글자를 따라 적는 건 포기하고 일단 눈에 최대한 많이 바른다는 생각으로 공부해 나갔다. 구성 자체는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게 적당한 난이도로 제공되어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다. 




맨 처음에는 큐알 코드를 통한 리스닝으로 시작하고, 주어진 단어를 암기한 후 옆에 주어진 예문을 통해 최대한 눈에 익혔고, 이를 단어 암기 동영상을 통해서 다시 한번 상기하며 최대한 익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단어가 중요한 것부터 제시되어 있다는 저자의 말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지며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단어 암기 동영상은 생각지도 못한 기능이었는데 덕분에 늘어지지 않고 여러 번 반복하는 해서 암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처음 글자를 따라 적느라 고생한 것만 빼면 그럭저럭 따라갈만했다. 전체적으로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 있어서 처음 공부하는 언어였음에도 답답함보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공부해 나갈 수 있었다. 덕분에 태국어 단어는 물론이고 약간의 간단한 문장까지 눈에 익힐 수 있었다. 약 이천 개의 태국어 단어가 30일에 마스터할 수 있도록 디테일한 플랜까지 제공되어 있어서 이를 잘 체크하면서 공부해 나간다면 2020년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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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스튜어트 터튼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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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상실한 남자가 살인자를 찾기 위해 여덟 명의 호스트의 몸을 빌려 사건을 추적한다는 설정이 참신하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과연 주인공이 어떤 과정을 통해 범인을 찾아낼지 그리고 범인은 어떤 방법으로 7번이나 추적을 피할 수 있었는지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읽을수록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복잡한 이야기 구성을 띄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이었다. 슈튜어트터튼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복잡한 구조의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은 반전을 거듭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는 웬만한 소설의 두 권 정도 되는 분량에 압도되었지만 독특한 설정과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뒤섞여 매력적으로 느껴지면서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가며 읽게 되는 중독성이 있었다. 이는 흥미로운 구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칫 잘못해 그 흐름을 놓치면 이야기 밖으로 벗어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 때문이기도 했다. 그만큼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그럼에도 탄탄한 구성이 그 모든 복잡한 조각들을 이어주었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큰 재미를 안겨주었다.


첫 번째 호스트 세배스찬 벨에게는 의사 외에도 비밀스러운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는 겁이 많은 사람이면서도 비밀스러운 일을 통해 비열하게 부를 축적했다. 벨이 자신이라 알고 있었던 주인공은 이 사실을 알고는 큰 슬픔에 빠진다. 그가 처음 깨어났을 때 찾은 사람은 "애나" 그는 애나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힘쓰지만 아무도 애나를 알지 못한다.


만약 애나가 내편이 아니라 내 적이라면? 그래서 내 머릿속에 그녀의 이름이 각인 된 거라면? 어쩜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내게 전달된 쪽지도 그녀가 보낸 것인지도 모른다. 나를 이곳으로 유인하기 위해서. 어젯밤 시작한 일을 오늘 마누리 짓기 위해서. 굳건했던 용기에 균열이 생기면서 공포가 스며든다. _099 page


그 후 각각 다른 호스트들이 되어 에블린 하드캐슬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가 여러 호스트들을 오고 가는 동안 애나, 흑사병 의사, 은색 눈물, 찰스 커닝엄, 다니얼 콜리지, 에블린 하드캐슬 그리고 풋맨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동료일 수도 적일 수도 그도 아니면 그저 방관자일지도 모르는 상황이 주인공을 더욱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나 또한 그들이 주인공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끊임없이 퍼즐을 마주쳐 추측하며 읽어 나갔다. 주인공이 애나가 아닐까?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정을 만들어 가며 이야기를 따라갔다. 그중 몇가지는 일치했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내 예상을 빗나갔고, 이는 내 호기심을 더더욱 자극했다. 이야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어. 그리고 조만간 당신도 지금 내가 앉은 이 자리에 앉아 내가 하는 설명을 고스란히 읊게 될 거야. 그 순간이 오면 순진한 레이븐코트의 헛된 희망이 그리워질걸. 미안하지만 미래는 경고가 아니야, 친구. 미래는 약속이라고. 그리고 그 약속은 우리가 결코 깨버릴 수 없어. 바로 그게 우리가 갇힌 이덫의 본성이라고. _144 page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실크해트와 지기로 된 부리가면으로 가린 '흑사병 의사'. 그의 정체는 후반까지 미스터리하다. 그가 블랙히스를 탈출하는 방법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점을 제외하며 그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는 미스터리한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친구'인지 아니면 적인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했다. 그는 주인공에게 몇 가지 규칙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첫째는 주인공에게 몇 명의 호스트들이 주어진다는 사실. 둘째는 마지막 호스트가 돼서도 자정까지 답을 찾지 못하면 기억을 전부 지워진 채로 벨 박사의 몸으로 되돌아가게 되고,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시작하게 할 거라는 사실. 세 번째는 주인공을 제외한 두 명의 경쟁자가 블랙히스에 머물고 있고, 이들 중 자신에게 가장 먼저 답을 가져오는 단 한 사람만이 블랙히스를 떠날 수 있다는 사실. 네 번째는 자정이 되기 전에 잠이 들면 직전 호스트로 돌아가게 되고 만약 그 호스트가 자정 이후 잠이 들거나 죽게 되면 새로운 호스트로 다시 깨어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무언가 고약한 일을 벌이고 싶어 하는 갈망.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나는 욱하지 않도록 화를 다스려야만 한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또다시 이 괴물이 튀어나와 한바탕 나리를 피울 게 분명하

다. 나는 그게 가장 두렵다. 내 호스트들이 언제든 반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 _224 page



나를 아래층으로 그리고 문제의 복도로 이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래시턴이었다. 나는 확신한다. 그의 분노와 자존심이 나를 움직였다. 나도 모르는 새 그에게 조종당한 것이다.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래시턴의 무모함이 우리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더 이상 호스트를 허비해서는 안 된다. 애나와 함께 이 지옥을 탈출하려면 무조건 풋맨보다 한 걸음이라도 앞서나가야만 한다. 나는 우리를 도와줄 만한 사람을 알고 있다. 문제는 그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는 사실이다. _454 page


후반으로 갈수록 토머스 하드캐슬의 사건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지만, 하나씩 밝혀질수록 오히려 혼란의 늪에 빠지게 된다. 피터 하드캐슬, 헬레나, 찰리 카바, 에블린, 찰스 커닝엄, 테드 스탠윈 사이에서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이 풀어질수록 반전에 반전한다. 모든 추측들을 다 뒤집어엎어버리는 듯하다. 어쩌면 범인을 찾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각기 다른 호스트들의 기본 성향이 독자들로 하여금 범인을 추리는데 덫을 놓는 역할을 한다. 호스트들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블랙히스는 독자들로 하여금 헛발을 유도한다. 그만큼 뒤통수를 신나게 두들겨 맞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진이 빠질 때쯤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도 긴장을 놓지말아야 한다. 저자가 날릴 결정적인 마지막 한방이 숨어있으니까. 하지만 조급하게 인터넷에서 범인을 찾고 읽지는 말자. 미리 범인을 알고 읽는다면 이 책에서는 아무런 희열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오직 마지막 순간까지 이 방대한 양의 책을 인내심을 가지고 읽은 자만이 그 희열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의사 서배스찬 벨, 젊고 젠틀한 다니얼 콜리지, 집사 로저 콜린스, 돈 많은 한량 도널드 데이비스, 은행가 레이븐코트 경, 난봉꾼 조너선 더비, 변호사 에드워드 댄스, 순경 짐래시턴, 화가 그레고리 골드, 하녀 루시 하퍼와 마들렌 오베르, 의사 리처드 애커, 마굿간시기 앨프 밀러, 토머스 하드캐슬, 마이클 하드캐슬, 에블린 하드캐슬, 헬레나 하드캐슬, 피터 해드캐슬, 밀리센트 더비, 찰스 커닝엄, 찰리 카버, 서트클리프, 크리스토퍼 페티그루, 글리퍼드 헤링턴, 펄리시티 맥더스, 로체스터, 오즈월드, 키스 파커, 드러지 부인, 그레이스, 조세핀, 애나벨 코커, 펄리시티 맥덕스, 올리버, 에이든 비숍 등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며, 크고 작은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이들 관계 속에서 나는 저자의 의도대로 이리저리 굴려지며 이야기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헛발질을 했다. 또한 나 못지않게 주인공도 서로 다른 호스트들의 몸에서 주인공의 그들의 인격과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했다. 이야기가 끝에 다다를수록 그는 호스트가 자신인지 자신이 호스트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호스트의 본성에 동화되어 가면서 말이다. 정말 신기한 건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 구조임에도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 모든 퍼즐이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이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수많은 등장인물과 시간의 교차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에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걸 보며 저자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었다.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을 읽고 나서 앞으로 그의 책은 모두 찾아 읽고 싶을 만큼 나는 스튜어트 터튼의 팬이 되어버렸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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