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후군이라도 문제없어 - 심리 치유와 마음 긍정 (feat.영화이야기)
김선희 지음 / 율도국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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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후군이라도 문제없어를 읽고


<증후군이라도 문제없어>는 각 증후군에 관련된 영화, 드라마 그리고 책에 대한 정보까지 가득 담긴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었다. 대중매체에서 이미 여러 번 다루었던 신데렐라 증후군, 서번트 증후군, 은둔형 외톨이 증후군, 야식 증후군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백기사 증후군, 빈 둥지 증후군, 블랭킷 증후군 등 다양한 증후군을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대부분의 증후군은 무언가의 결핍에서 비롯되는 거 같다. 살리에 증후군 같은 경우 천재 모차르트 때문에 극심한 열등감을 느꼈던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살리에리 역시 모차르트 못지않게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던 작곡가였음에도 늘 모차르트와 자신을 비교하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의 삶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살리에리 증후군은 실제 실력과는 별개로 '상대적 박탈감'으로 발생하는 심리적 결핍 상태라고 한다. '상대적 박탈감'은 열등감과 시기심을 가져오는데 이때 잘못 대처하게 되면 그러한 감정들을 외면하거나 왜곡함으로써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한다. 열등감과 질투심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고 노력한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열등감과 질투심으로 괴로워하기보다는 잠재력을 발달시켜 조금씩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살리에리 증후군에 관련된 영화 상의원의 이야기는 주인공의 상태를 증후군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영화를 볼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남을 따라하지 말라, 남과 비교하지 말라, 

자신을 믿고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아무도 가지 않은 자기만의 길을 가라."

-영국의 철학자 찰스 핸디

'번 아웃 증후군'은 에너지를 다 소진해서 어느 순간 무기력을 느끼는 상태 즉, 일이 끝난 후에도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번 아웃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를 살아갈수록 이러한 증상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강박적으로 완벽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그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하니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또한 저자의 말처럼 자신의 일에서 조금씩 거리를 두며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서 매달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 같다. 영화 '웰컴 삼바'는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 앨리스가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의 일환으로 자원봉사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자신과 전혀 반대의 성향인 삼바를 만나며 새로운 시각과 여유로움을 배우게 되고 그러면서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받게 된다. 엘리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삶의 철학을 조금씩 다듬어가는 것도 행복한 삶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말했다. "생각이 엔진이라면 감정은 가솔린이다." 자동차 연료가 바닥이 되면 길에 그대로 멈춰버린다. 잠시 주요소에 들러 기름 넣을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갖도록 하자. 자동차 연료처럼 자신을 움직이거나 멈추게 하는 핵심동력이 인간의 감정이다. 감정이 소진되어 급정거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잘 다스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094 page

'분노 증후군'은 충동적인 분노 폭발형과 습관적인 분노 폭발형으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충동적인 분노 폭발형은 다혈질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반면 습관적인 분노는 경험에 의해 학습된 감정이라고 한다. 화가 나면 전두엽 기능이 순간 마비되어 논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되고 그러한 상태에서 15초 정도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분비되면 최고 농도에 달하며 분노가 폭발한다고 한다. 화는 참는다고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건전한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거울을 보며 의식적으로 미소를 짓는 것 또한 화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사격, 폭죽 터뜨리기, 레일바이크 타기, 산에 가서 소리 지르기, 물 마시기처럼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줬다. 이 방법들을 적절하게 적용하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거 같아서 유용했다. <증후군이라도 문제없어>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각 증후군에 대해 살펴보고 해결책까지 제시해 주어서 유익했다. 이제는 보다 잘 대응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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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
이한칸 지음 / 델피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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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요소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 어쩌면 눈은 소리마저 덮는 듯하다. 눈이 내리면, 특히 새벽 눈이 내릴 때면 주변의 소음은 자신들의 소리를 가만히 두고 눈의 적막함에 귀 기울이는 듯하다. 흰 눈으로 덮인 겨울은 다른 계절과는 확연히 다른 기운이 감돈다. 이 겨울 동안만이라도 '내가 하지 말았어야 했고, 지금도 후회하는 그 모든 죄를 내려놓아도 된다'고 속삭이듯 내린다. 과거의 후회는 덮이고 그 위로 결백한 눈이 보인다 - 008 page

표지에 나온 하얀 눈이 내리는 눈 덮인 흰 산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지는 듯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어린 날의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과 흰 눈을 향한 속죄의 기다림'이란 무엇일까? 과거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아련함일까? 잔잔한 감동을 기대하면서 책을 읽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부분은_쥐불놀이라는 하는 장면, 막내 사촌 오빠와 노는 장면, 할머니와의 추억 등_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하지만 따뜻한 이야기와는 달리 읽는 내내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녀가 태어난 지 3개월도 안되었을 때 그녀의 엄마는 집을 나가 버린다. 모든 불행은 잘하는 것이라고는 남을 비아냥대는 것밖에 없는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비롯되었다. 어느 날 술에 취한 그녀의 아버지가 할머니를 때리고 밀치는 바람에 할머니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치게 된다. 그 사건을 유일하게 목격한 그녀의 나이는 6살이었다. 무서운 마음에 자신이 본 것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죄책감을 느끼게 되며, 그일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녀에게 큰 상처로 남게 된다. 결국 그 사건을 계기로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할머니는 고모집으로 떠나게 된다. 이 후 그녀의 아버지는 어린 남자아이를 둔 새엄마와 재혼하게 되면서 그들의 삶은 더욱더 고달파진다.

추석에 할머니를 뵈러 고모네 집에 가게 되지만 재회의 기쁨도 잠시. 빚쟁이가 고모네 집까지 찾아와 그녀의 아버지에게 빚독촉을 하자 오히려 독설을 퍼붓곤, 오히려 큰아버지 탓을 하며 이내 친척들과도 완전히 인연을 끊어버린다. 이후 친척들과의 교류를 일체 허용하지 않았던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옆 마을에 사는 이모할머니에게도 가지 못하고 완전히 고립된 상태에서 외롭게 자라게 된다. 어렸던 그녀는 그렇게 무기력하게 그녀를 보호해 주고 사랑해 주었던 모든 사람들을 잃게 된다. 그 후 그녀의 언니가 도시락을 싸주는 등 할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해준다.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를 다녔던 언니는 그녀의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공장에서 들어가게 된다. 성인이 되자 할머니를 자유롭게 찾아갈 수 있게 되지만 할머니는 손녀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손녀가 옆에 있음에도 알아보지 못하고 6살 또래의 아이들에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할머니를 바라보던 주인공이 너무 불쌍하고 가엽게 느껴졌다. 또한 할머니께서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음을 주인공에게 말하는 장면을 보며, 그 당시 할머니의 마음은 어땠을지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네가 나무 옆에 숨어 있고 애비가 나를 발로 차서 쓰러졌지. 내가 돈을 고모한테 다 보냈다고. 내 돈을 내가 쓰는데 화가 그렇게 나서는 나를 밀더니 발로 차서 허리가 두 동강이 났다. 아직도 혼자 일어나지를 못한다. 내 머리에 피가 철철 났는데, 그때 머리가 깨졌을 거다. 그래, 내 피도 닦아주고 했다면서?"

그날 밤 모든 것을알고 계셨던 할머니.-143 page

아버지는 계속 거짓말을 했다. 방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으려다 놓쳐서 뒤로 넘어지시는 걸 취해서 봤지만 확실하다고. 그리고 나도 계속 거짓말을 했다. 그 옆에서 한마디도 진실을 거들지 못하고. 나는 자고 있었고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그 거짓말로 나는 스스로 내 마음을 다치게끔 만들었다. 그것은 분명히 내가 살기 위해, 나 스스로 지켜내기 위한 거짓말이지만 결국엔 그 누구도 지킬 수 없었던 선택이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145 page


그녀의 삶은 지옥과도 같았다. 할머니의 장례식에서조차 그녀는 아버지의 빚으로 인해 끔찍한 일을 겪게 되지만 이번에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삭이게 된다. 이후 그녀를 진심으로 아껴주던 남자친구 덴을 만나게 되지만 수많은 상처로 이미 너무 지쳐버린 그녀는 덴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별을 고하게 된다. 성인이 된 그녀가 코끼리산에서 심장 귀신과 뛰놀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은 따뜻했던 그녀의 어린 시절과 대조되어 더욱 슬프게 느껴졌다. <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는 따뜻하지만 깊고 진한 슬픔을 느끼게 한 소설이었다.

하늘에는 음침하고 무서운 달이 떠있었다. 내가 봤던 달 중에 어둡고 축축하고 내가 잘못하기만을 바라고 있다가 툭하고 떨어져서 축축한 침을 흘리며 나를 사지로 몰아넣고 그 잘못 하나하나마다 온몸을 토막 내어 꿀꺽 삼킬 것 같은 달. 이제는 저 달을 올려다볼 수도 없을 것 같은 두려운 마음에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강물에 비친 환영처럼 일렁이는 검은 물결을 내려다봤다. 그 다음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결말을 알고 있어도 시시하지 않은 이 밤은 저 달 때문이리라.-30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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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 - 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어서
최성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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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대가 기준인 자기계발서들은 시중에 많이 출판된 반면 오십대의 이야기는 드물었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는 오십대의 여성이 미화원으로 취직해서 보고 느낀 것들을 담아낸 책이었다. '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어서'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피아노를 전공하고 연극 영화과 대학원에서 석사까지 취득한 저자가 미화원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심지어 그녀는 그 외에도 다재다능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미화원에 취직하기 전까지도 그녀는 아이들에게 연극을 지도했고, 요가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최종 학력을 고졸로 고치면서까지 다른 직업을 찾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과연 미화원의 삶을 통해 저자가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수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갔다.


새해를 맞이하며 '올 한 해는 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세운 저자는 여러 곳에 이력서 제출했지만, 고학력 이력 때문에 매번 부동산이나 보험 회사 같은 영업직에서 연락이 오자 결국 이력서를 고쳐 쓰게 된다. 고졸 학력으로 이력서를 고치고 육체노동 위주의 이력을 강조한 후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들 위주로 이력서를 넣어보지만 연락조차 받지 못하게 된다. 어느 날 우연히 미화원 모집글을 보게 되고 지원하면서 미화원으로 일하게 된다. 저자가 면접을 보기위해 나름의 전략을 세우는 부분_자신의 체형을 마른 보완하기 위해 부피가 큰 옷을 챙겨 입고, 발랄함을 강조하기 위해 머리를 높이 올려 묶고 등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세심하게 준비하는 모습_은 인상 깊었다. 또한 청소를 '한다'가 아닌 '해준다'라는 사고의 전환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무언가를 해야만 할 때 '한다'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해준다'라고 바꿔 생각하니 더 이상 피로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조금씩 눈치를 배워갔다. 귀에 솔깃한 말일수록 진심이라고 오해해선 안 된다는 걸 배우고 또 배웠다. "청소에 무슨 법이 있어? 자기 편한 대로 하면 되지." 안된다. 맘대로 했다간 쏟아지는 잔소리에 괜히 기분 상하기 십상이다. "특별히 힘든 일 한 날에는 30분 일찍 보내드릴까 요청하세요." 못 한다. 힘든 일 좀 시킬 테니 이해해달라는 말이지, 요청하면 진짜 일찍 보내 주겠다는 말은 아니다. "야외 작업할 때 쓰는 챙모자는 어떤 색이 좋을지 원하는 걸 말씀해 보세요." 안 한다. 원하는 색을 말해 봤자 소용없다. 결국엔 주문하는 사람 마음이다. "회식은 뭘로 할까요? 드시고 싶은 거 말씀하세요." 진짜로 말했다간 큰일난다.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 그런 눈치가 있어야 살아남는 걸 나이 오십에 배웠다. -057 page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를 읽으며 미화원의 삶이 얼마나 참을성이 필요한 직업인지 알게 되었다. 작업자의 고충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관리자의 취향에 따라 정해진 작업복을 입어야 하고, 자신의 신체 능력과 무관하게 단순히 성별에 의해 일을 배정받아야 하고 심지어 의견을 묻는 질문조차도 눈치껏 대답해야 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직업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속에서 즐거움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미화원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미화원으로 일하게 되면 몸만 쓰면 될 줄 알았던 저자는 점차 몸이 하는 일 또한 마음을 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힘들어했던 일들도 점차 자신만의 방법을 생각해내며 노하우를 터득해나간다. 불합리한 상황에 주저앉기보다는 늘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긍정적인 자세로 일에 임하는 저자의 모습 그리고 화장지, 비닐 등 회사 비품까지 절약하고자 노력하는 모습 등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 일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곳 사람들은(영국에 있는 브루더흐프 다벨 공동체) 일의 결과보다는 일하는 사람이 그 일을 통해 어떤 유익을 얻고 어떤 존중을 받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이들은 나이가 많은 노인을 가구 공장에 우선적으로 배치했다. 노인들이 손과 머리를 써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적인 일을 하게 되면 자부심을 갖고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젊은이들에게는 청소나 빨래 같은 일을 맡겼다. 봉사하고 섬기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071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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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 - 사람 마음이 약으로만 치료 되나요?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
팔호광장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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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은 페르소나, 방어기제, 반복 강박 등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나타나는 증상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웹툰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었다. 심리학을 통해서 인간관계와 사회문제 그리고 자기 자신의 마음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보통 심리학 서적들은 전문 용어들을 모르면 다소 어렵거나 지루하게 느껴지곤 하는데,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은 각 상황에 적절하면서도 익숙한 예시들이 재밌는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 나의 심리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고 타인의 행동 패턴을 통해 그들의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면 어디서나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실현 불가능하고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욕구가 생기면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게 된다고 한다. 나와 트러블이 있던 사람이 사람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내 욕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것처럼 피해망상 또한 내 미움과 공격성의 투사 과정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인간은 남의 마음과 행동도 조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본인의 부정적인 부분들을 투사함으로써 타인의 행동이 그것에 반응하면 무의식적인 만족을 느끼며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명분을 획득한 다는 것이었다. 작가는 이러한 증상을 '투사적 동일시'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최근 내 고민에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상대방의 무례를 반박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말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는데 그 이유가 '투사적 동일시'였던 거 같다. 이해할 수 없었던 혼란스럽기만 한 상대방의 행동들이 이제는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이제는 당황하고 흥분하기보다는 현명하게 잘 대응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인간은 신념과 행동이 불일치하게 되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이나 행동을 바꿀 수 없으면 생각과 신념을 바꿔서라도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전쟁 시대에는 이러한 심리를 역이용해 포로에게 회유를 권했다고 한다. 적은 보상을 합리화하는 것은 어떠한 상황이냐에 따라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것 같다. 결국 우리 뇌가 우리를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생존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적은 월급 대신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에 의미를 더 두거나 회사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긍정적으로 합리화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 너무 심한 자기 합리화는 자기 발전까지 막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도록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뇌는 변화를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하던 것을 그대로 지속하려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반복했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까지만 먹자' '내일부터 열심히 운동해야지' 등 많은 다짐들이 결실을 맺지 못하는 이유도 결국엔 같은 이유일 것이다. 더구나 기존의 행동들이 쉽게 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었다면 내성과 의존성이 발생하게 되면서, 그 이상의 강한 자극이 아니면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변화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한다. 즉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순간만 버티면 그것 또한 습관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흔히 우울증은 정신력의 문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우울하다는 사람들을 보며 배부른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우울증의 발생 원인을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닌 '뇌의 기능'에 따른 증상으로 보고 있다.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으로 뇌의 기능이 떨어지면 감정 조절이 어렵게 되며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되면서 우울증과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의지가 부족해서 우울증이 생기는 게 아니라 우울증이 있으니, 의지를 낼 수가 없다'는 말을 보고 우울해하는 사람들에게 '강한 정신력'을 강요하기보다는 그들의 건강을 살펴주는 것이 그들을 위한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을 통해서 다양한 심리에 대해 공부하고 나니 나와 타인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거 같아 좋았다. 어설픈 프레임으로 상대방의 행동을 왜곡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이 책에서 배운 것들을 적절하게 내 삶에 적용한다면 어디서든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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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티즘 - 지상 최대 경제 사기극
게르트 노엘스 지음, 박홍경 옮김 / 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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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으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실 복잡한 경제 시스템으로 인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현재 금융 흐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디어 매체를 통해 조금씩 듣는 경제전망마저도 낯선 용어가 뒤섞여 이해하지 못하고 때론 누군가 짜놓은 판에 휩쓸리기도 한다. 자이언티즘은 신체의 과도한 성장을 가리킬 때 쓰는 말. 즉 거대증을 의미했다. 저자는 대형화를 조장하는 기업과 정부기관들로 인해 건전한 경쟁 체제가 손상되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거대증을 야기하는 경제 규칙들을 수정함으로써 거인들을 길들이고 나아가 인간과 환경을 고려하는 10가지 해법을 제안하고 있었다. 또한 <자이언티즘>의 저자는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분석하기보다는 그들의 행위가 어떤 일을 일으키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강조하며, 자이언티즘 현상을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들을 분석함으로써 경제 및 금융 시스템을 건전하게 성장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때때로 규모가 클 때 얻게 되는 이점이 과장되는데 그 이점이란 특정 수준까지만 유효하다. 필자는 규모의 경제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규모의 경제의 중요성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점, 특히 경제적 유익을 완전히 무효로 만들 수 있는 사회적, 생태적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태도가 우려스럽다 -057page


'자이언티즘'은 생물의 몸집이 지나치게 커지는 질환을 가리는 말로 과도한 성장 호르몬으로 인한 증상을 의미하는 생물학적 용어였다. 저자는 경제현상 역시 생물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같이 조직의 비대화로 인해 자이언티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하며 과도한 규모, 집중도, 지나치게 높은 이익 등을 자인티즘의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즉 대기업을 비롯한 거대한 조직들이 규모가 커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이익이 증가하게 되고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에 자이언티즘 현상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미국, 중국, 네덜란드 등의 기업들 그리고 영국의 학교 규모까지 다양한 예시들을 제시함으로써 이해를 도왔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소수의 거대 행위자가 규모가 작은 행위자를 밀어내며 전체 활동을 지배하는 '집중 현상'과 '챔피언스리그 효과'를 언급했다. 확실히 사회가 세분화되어 갈수록 각 분야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거 같다. 이러한 상황이 자이언티즘 현상을 더욱 확산시키고 경제적 불균형과 같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좀 더 의식적으로 그 흐름에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인해 낮아진 금리로 대기업을 비롯한 거대한 조직들이 대출을 통해 더욱더 몸집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2007~2008년에는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대기업 집단은 '바이백 프로그램'을 통해 인수합병에 드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낮아진 법인세율로 인해 대기업들이 세금을 적게 내게 되었고, 그 결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의 대기업들은 더욱더 크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림 18_전 세계의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에 나온 페이스북, 아마존, AT&T, P&G 등의 대기업의 실제 법인세 납부액은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의 70년의 정책들도 자이언티즘 현상을 야기하는 정책들이 많았던 거 같았던 거 같다. <자이언티즘>에 나온 사례들을 통해 정책이 자이언티즘 현상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대기업의 성장이 우리에게 많은 이루움을 가져다줬다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각 그래프와 수치들을 보고 있으면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졌다.



'대형화'를 장려하는 현재 경제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자이언티즘>의 저자는 현재 게임의 규칙은 '대형화'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고 말하며, 결정권자의 행동과 경기에 참여하는 플레이어의 조건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정권자는 중앙은행에 가급적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가능한 분산화함으로써 대기업과 소기업 모두 성장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출 것을 조언했다. 게임의 규칙으로는 세법을 보완하고 법인세를 인상함으로써 다국적 기업과 중소기업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국제 운송에 탄소세를 부과하거나 거대 기업의 기업 인수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플레이어는 사회적 규정을 적극 수용하도록 해야 하며 속이는 플레이어들은 확실하게 제재함으로써 플레이어, 결정권자 그리고 게임 규정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이언티즘>에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그래프와 수치 그리고 사례들이 굉장히 많이 실려있었다. 이를 통해 자이언티즘 현상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지, 세계적인 경제 흐름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었다. 주장이 강한 책인 만큼 조금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워낙 주장에 대한 근거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있고, 내용 구성 또한 탄탄하기 때문에 경제 흐름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자이언티즘 현상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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