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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티즘 - 지상 최대 경제 사기극
게르트 노엘스 지음, 박홍경 옮김 / 탬 / 2020년 9월
평점 :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으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실 복잡한 경제 시스템으로 인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현재 금융 흐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디어 매체를 통해 조금씩 듣는 경제전망마저도 낯선 용어가 뒤섞여 이해하지 못하고 때론 누군가 짜놓은 판에 휩쓸리기도 한다. 자이언티즘은 신체의 과도한 성장을 가리킬 때 쓰는 말. 즉 거대증을 의미했다. 저자는 대형화를 조장하는 기업과 정부기관들로 인해 건전한 경쟁 체제가 손상되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거대증을 야기하는 경제 규칙들을 수정함으로써 거인들을 길들이고 나아가 인간과 환경을 고려하는 10가지 해법을 제안하고 있었다. 또한 <자이언티즘>의 저자는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분석하기보다는 그들의 행위가 어떤 일을 일으키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강조하며, 자이언티즘 현상을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들을 분석함으로써 경제 및 금융 시스템을 건전하게 성장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때때로 규모가 클 때 얻게 되는 이점이 과장되는데 그 이점이란 특정 수준까지만 유효하다. 필자는 규모의 경제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규모의 경제의 중요성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점, 특히 경제적 유익을 완전히 무효로 만들 수 있는 사회적, 생태적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태도가 우려스럽다 -057page
'자이언티즘'은 생물의 몸집이 지나치게 커지는 질환을 가리는 말로 과도한 성장 호르몬으로 인한 증상을 의미하는 생물학적 용어였다. 저자는 경제현상 역시 생물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같이 조직의 비대화로 인해 자이언티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하며 과도한 규모, 집중도, 지나치게 높은 이익 등을 자인티즘의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즉 대기업을 비롯한 거대한 조직들이 규모가 커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이익이 증가하게 되고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에 자이언티즘 현상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미국, 중국, 네덜란드 등의 기업들 그리고 영국의 학교 규모까지 다양한 예시들을 제시함으로써 이해를 도왔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소수의 거대 행위자가 규모가 작은 행위자를 밀어내며 전체 활동을 지배하는 '집중 현상'과 '챔피언스리그 효과'를 언급했다. 확실히 사회가 세분화되어 갈수록 각 분야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거 같다. 이러한 상황이 자이언티즘 현상을 더욱 확산시키고 경제적 불균형과 같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좀 더 의식적으로 그 흐름에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인해 낮아진 금리로 대기업을 비롯한 거대한 조직들이 대출을 통해 더욱더 몸집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2007~2008년에는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대기업 집단은 '바이백 프로그램'을 통해 인수합병에 드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낮아진 법인세율로 인해 대기업들이 세금을 적게 내게 되었고, 그 결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의 대기업들은 더욱더 크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림 18_전 세계의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에 나온 페이스북, 아마존, AT&T, P&G 등의 대기업의 실제 법인세 납부액은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의 70년의 정책들도 자이언티즘 현상을 야기하는 정책들이 많았던 거 같았던 거 같다. <자이언티즘>에 나온 사례들을 통해 정책이 자이언티즘 현상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대기업의 성장이 우리에게 많은 이루움을 가져다줬다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각 그래프와 수치들을 보고 있으면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졌다.
'대형화'를 장려하는 현재 경제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자이언티즘>의 저자는 현재 게임의 규칙은 '대형화'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고 말하며, 결정권자의 행동과 경기에 참여하는 플레이어의 조건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정권자는 중앙은행에 가급적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가능한 분산화함으로써 대기업과 소기업 모두 성장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출 것을 조언했다. 게임의 규칙으로는 세법을 보완하고 법인세를 인상함으로써 다국적 기업과 중소기업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국제 운송에 탄소세를 부과하거나 거대 기업의 기업 인수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플레이어는 사회적 규정을 적극 수용하도록 해야 하며 속이는 플레이어들은 확실하게 제재함으로써 플레이어, 결정권자 그리고 게임 규정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이언티즘>에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그래프와 수치 그리고 사례들이 굉장히 많이 실려있었다. 이를 통해 자이언티즘 현상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지, 세계적인 경제 흐름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었다. 주장이 강한 책인 만큼 조금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워낙 주장에 대한 근거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있고, 내용 구성 또한 탄탄하기 때문에 경제 흐름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자이언티즘 현상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