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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권사상
이봉철 지음 / 아카넷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1. 이와 더불어 총체 가치와 동일성 가치를 중심으로 엮어지던 근대정치는 그 동안 주변화되고 소외되어 오던 자율 가치와 타자 가치를 중심으로 재구성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인권환경의 조성과 인권가치 복원운동의 강조를 날로 부추기고 있다. (14면)
2. 전자(사상사적 연구)는 해당 시기의 현재를 특정의 연속선상에서 과거를 함입시켜 바라보지만, 후자(특정 주제에 대하여 현재를 중심으로 그 이력을 더듬고 미래를 전망해 보는 일종의 재구성기법 연구)는 과거를 해당 시기의 현재 속의 과거로 재조명해 본다는 차이점을 갖는다. (15면)
3. 보편적인 권리개념은 그 관념형성의 뿌리를 자연법 전통에 이르기까지 멀리 거슬러 올라가 찾아야 할 정도로 그 기원이 먼 데 비해 인권개념은 그 용어 사용의 기점을 보다 최근에 페인 T. Paine,이 사용한 ‘인간의 권리rights of man'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을 기점으로 볼 때, 인권관념의 역사는 기나긴 권리관념사 중의 18세기 끝자락에서 비로소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25, 26면)
4. 이들 모든 종류의 권리들에 앞서 인권이 존재한 듯한 인상을 가지기 쉽지만, 사실은 이들 권리들이 역사적으로 훨씬 앞서 선행하고 인권은 그로부터 3-4세기 뒤에 이들 권리에 공통적으로 담겨 있는 최대공약수를 근거로 그 내용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26면)
5. 오컴의 윌리암이야말로 개인 행동의 정당성의 근거를 초월적 보편성에서 유추된 것으로 보는 ‘옮은 것’ 혹은 ‘정의로움’과는 달리 인간 중심적인 권리개념으로부터 추론해내려고 노력한 최초의 권리이론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최근의 한 연구는 .... 오컴의 윌리암보다 조금 뒤인 15세기 초 거슨J. Gerson의 ‘영혼을 가진 생명체의 삶’(1402)에서라고 밝히고 있다. (29면)
6. 이러한 논의의 변화 중 또 하나의 뚜렷한 특징 중의 하나는 인권에 대한 실체론적 이해가 점차 관계론적 이해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33면)
7. 인권의 또 하나의 특성은 인권의 표현과 실행체계가 중층적이라는 점이다. (46면)
8. 1) 인간에게는 일정한 양도 불가능한 권리가 있으며 이는 자명하다는 직관론적 입장, 2) 인권의 존재와 정당화는 법률, 규칙, 관습과 이에 따른 약속 등 인간관계의 제도화를 전제한다는 제도론적 입장, 3) 인권은 인간의 이해관계와 수혜관계를 그 근거로 두고 있다는 이해론적 입장, 4) 인권의 본질을 인간의 존엄성에서 추론해 내는 입장, 5) 원초적 입장의 사회구성원 사이에 사회기본구조에 대한 계약 성립과 더불어 인권이 존재하게 된다는 이상계약론적 입장, 6) 합목적적 인간의 행동이 요구되는 필수적 조건으로서 인권이 존재하고 또 이 때문에 정당화된다는 필요론적 입장 등이 있다. (53면)
9. 결국 이상의 논의를 마무리하자면 인권은 생명활동의 전제가 되는 생존을 위한 자유와 최소 필요충족에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두며, 이 근거를 토대로 인권의 체계가 형성됨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근거로부터 생성적 기본권이 도출되고, 이 생성적 기본권은 삶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영역으로의 확대와 변화에 따라 인권의 내용을 새롭게 형성하고 증식시켜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권의 새로운 형성과 증식은 점증적으로 학대되어 가는 자아실현의 기회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며, 여기에서는 이를 최소목적 행위권과 목적증가 행위권으로 범주화한 것이다. (57면)
10. 이러한 정치적 편향에 이용되는 인권논의는 본의에 어긋나는 것일뿐 아니라, 골딩M. P. Golding이 적절히 지적했듯이 인권의 내용과 현실적 중요성은 삶의 내용의 변화와 시간적, 공간적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인식을 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61, 62면)
11. 그러나 인권의 실질적 주체는 추상적인 ‘인간’이 아니라 서로 다를 수 있는 자율적 존재로서의 구체적 개별자들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79면)
12. 그러나 자유와 평등은 적정한 조화점을 찾지 못하면 그 실행에서 상호 가치상쇄를 일으킨다. 자유는 본질상 수직적 추진력을 갖는 반면에, 평등은 수평적 추진력을 갖는다. 인느 집단적 상황에서 정책적 성격으로 표출될 때 더욱 뚜렷이 대비되어 나타난다. 따라서 자유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천부적 태생가 능력 위주의 자연적 귀족주의로 흐를 위험이 크고, 평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억압적 획일주의로 흐를 위험이 크다. (90면)
13. 우선 그 조화의 경계는 ‘진보’에 필요한 개인적 창의성과 ‘공생’에 필요한 사회적 단합이 적절하게 균형을 잡는 범위에 설정되어야 한다. 이때 범위는 바로 ‘사회정의’의 가치역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정의의 가차역은 같은 자에게는 같은 것을 다른 자에게는 다른 것을 허용하되, 협업체적 사회를 전제로 했을 때 사회적 부를 더 크게 하는 동시에 사회유대를 더더욱 결속시켜나가는 범위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치의 적정 조화를 모색할 때 고려되어야 할 우선성은 자유에 두어야 하고, 평등은 자유의 극단화로 인한 불평등의 폐해를 견제하는 방향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평등 속의 자유는 커나갈 수 없지만 자유 속의 평등은 자유의 신장에 따라 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91면)
14. 자유를 우위에 놓고 법적, 정치적, 사회적 평등을 견제하는 경우 이는 ‘다원주의’ 가치를 전제한다. 이는 자연적이고 본구적인 자유를 평등의 우위에 놓을 경우 어느 특정 획일적 가치기준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는 구조적 장점을 지닌다. ... 더불어 이 경우에도 다양한 가치기준이 공평하게 공존하며, 이러한 다원적 가치기준 하에 불평등이 분산됨으로써 그 심화를 최대한 감소시키고 보다 나은 사회발전을 가져온다는 장점을 갖는다. 왜냐하면 ‘가’는 ‘가’라는 가치영역에서 ‘나’는 ‘나’라는 가치영역에서 각기 자신의 장점과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가’라는 가치영역 하나만을 기준으로 하여 언제나 ‘가’가 ‘나’의 우위에 서게 되는 인위적 불평등사회보다는 보다 인권적이고, 이는 창의력의 기초가 되는 자유가치의 발양을 다면화시킴으로써 사회발전을 더더욱 풍부하게 하기 때문이다. (92면)
15. 이때 최선의 조건형성 혹은 최선의 정치는 구성원 각자의 자유로운 삶을 완벽하게 실현하는 것이지만, 사회가치의 희소성과 자아실현 수단이 제약되어 있기 때문에 ‘다원적 균형조화’가 그 차선조건으로 선택된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민주정치의 필요성이 놓여 있다. (93면)
16. 스토아 학파의 철학에 포함된 이러한 자연법이념은 복잡한 지방적 관습법을 통합하여 하나의 범세계적 법체계를 수립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113면)
17. 그래서 현대인권사상은 점차 그 강조점을 동일자적 화자나 저자의 중심성에서 탈피하여 ‘타자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옮겨지지 않나 생각된다. 타자성의 극대화조건은 ‘평등한 자율성’이 중심가치로 제도화되는 가운데 나타나는 ‘상호성’의 극대화인데, 이 상호성은 근대 사회계약사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자유주의적 가치로 전승되어 오다가 오늘날의 여러 인권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발현을 점차 강화해 나가고 있다. (169면)
18. 18세기 이후 자연권이론이 인권이론으로 변하고, 또다시 경제, 사회, 문화권으로 옮아가는 역사 속에서 우리는 인권의 내용이 점증적으로 구체화되고 그 추상성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또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예전과 다른 권리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등장하고, 예전과 다른 인권에 대한 적들과의 전투가 발생하며, 전혀 새로운 의미를 갖는 권리 요구가 이루어져 왔다는 점이다. (181면)
19. 기존의 인권논의가 현시대적 타자가치에 직면해서 가장 취약성을 드러내는 곳은 인권의 정당화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권리주체들 간의 관계가 설정되는 곳, 즉 권리, 의무 대응 관계 혹은 권리자, 의무자 대응 관계에 관한 이론구조에서이며, 이러한 취약점은 대부분의 기존 (자유주의 계열의) 인권논의에 나타나 있다. (189면)
20. 다른 사람들의 권익(발전, 자아실현)을 위하여 당신의 권리를 완결하시오! 당신의 권익(발전, 자아실현)을 위하여 당신의 의무를 완수하시오! (234면)
21. 그러나 국제사회권규약은 국제자유권규약과는 달리 몇몇 소수의 예외적인 사항을 제외하고는 열거된 권리들의 즉시 실행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회원국들은 단지 “규약...에 규정되어 있는 권리들을 ... 조건이 조성되었을 때만 ... 발전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 (목표로) ... 단계적 조처들을 취할” (전문, 제2조, 제22조) 것에 동의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들을 “이들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가용자원”(제2조)에 일임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이 규약은 본질적으로 “(앞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장려적 협약promotional convention"의 성격의 것으로 어떤 실행기준에 대한 규정 이상의 실행목적에 대한 규정이며, 그 실행도 일거에 즉시 이루어져야 할 것을 요구하는 규정이라기보다는 장시간에 걸쳐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263면)
22. 그런데 이런 듯 인권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일반 국제법적 인식의 발달을 가로막는 제도적 한계는 이미 19세기부터 1920년대까지 횡행하던 두 가지 이론적 입장 아래 일관된 것이었다. 그중 첫 번째 것은 이른바 ‘이중이론dualist theory'이라는 것이었는데, 이에 따르면 오로지 국가만이 국제법의 주체가 되고, 반면에 개별적 인간은 소속국가의 주권에 모든 국제법적 권리와 의무를 전적으로 의탁한 피의탁자로서 국제법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수도 또 그 심리의 대상이 될 수도 없게 되어 있었다. 이 이론은 결과적으로 개인의 인권에 대한 국제적 인식의 여지를 배제하는 명분을 제공했다. (270, 271면)
23.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국가가 자국 국민에 대해 완벽한 주권을 행사한다는 전통적 주권이론의 수용이었는데, 이로써 국가는 국제법이 침투할 수 없는 독자적인 법관할영역을 독점하는 것으로 인정되었다. 결국 이 두 가지 이론은 국제인권보호의 실질적 대상인 인간 개개인을 국가라는 외피 속에 감금하는 데 기여해 온 뿌리깊은 국제정치적 명분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존속되고 있는 ‘국내문제불간섭원칙’은 그 기본정신을 전통적 국제정치사상으로부터 이어받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헌장의 ‘국내문제불간섭원칙’은 UN 탄생의 벽두부터 이미 인권보호를 위한 국제적 의무신설을 가로막기 위한 국제정치적 정서가 되고 있었다. (271면)
24. 그리고 1980년대부터 인권관련 비정부인권 기구 및 단체 NGOs가 그 수와 활동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는데, 이는 인권국제화의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새로운 장을 열어주는 획기적인 현상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276면)
25. 모더니즘의 특성으로 들고 있는 강한 계획성, 위계성, 중앙집중성, 완전통제성, 총체성 등은 ... 근대사회를 조직해 낸 중심가치이다. 즉 근대국가가 그 동안 인권가치를 구조적으로 왜곡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해 왔던 것이다. (300, 301면)
26. 토플러가 이 보고를 통하여 보이고자 하는 강조점은 ... 제2물결 문명사회의 기본 행동규범(집중화, 극대화, 효율화, 표준화, 동시화, 중앙집권화)에 대한 ‘해체’에 맞추어져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율가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규범(분산화, 다원화, 소규모화, 차별화, 분권화)과 이에 근거한 새로운 사회(제3물결 문명사회)의 형성에 맞추어져 있다. (332면)
27. 그리고 이 모두가 타자의 존엄성 존중과 그에 따른 책임 강화가 현시대 인권이 충족시켜야 할 하나의 중요한 조건임과 동시에 이제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인권이론 재정립의 필요성이 시급함을 시사해 준다고 할 수 있다. (352면)
28. 이미 오래 전부터 간주관적 공동체질서를 함양해 온 동양사상에 본 논의를 접속시킴으로써 이 간주관성 속에 짙게 드리워 있는 타자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인권이론에 대한 모색을 시도해 보는 일 또한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35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