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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ㅣ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1. 당면의 문제가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면, 더 이상 ‘우리’라는 말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23면)
2. 실제로, 현대 사회에서는 타인의 고통을 (멀리 떨어져서,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셀 수도 없이 많다. (30, 31면)
3. 그 때 이후로, 발생할 때마다 곧바로 필름에 담겨지게 된 각종 전투와 대량 학살은 정기적으로 끊임없이 흘러들어올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작은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43면)
4. 이것은 충격적인 이미지이며, 바로 그 점이 핵심이다. (44면)
5. 좀더 극적인 이미지들을 찾아 나서려는 충동이 사진 산업을 등장시켰으며, 사진 산업은 곧 충격이 소비를 자극하는 주된 요소이자 가치의 원천이 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여겨지게 된 문화의 일부가 됐다. (45면)
6. 고통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은 나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만큼이나 격렬한 것이다. 수세기 동안 기독교 예술은 지옥의 묘사를 통해서 이 두 가지 기본적인 욕망을 모두 충족시켰다. (65면)
7. 때때로 우리는 사진을 통해서 뭔가를 ‘훨씬 더 잘’ 보게 되며, 혹은 적어도 그렇게 느끼게 된다. 실제로, 보통보다 사물을 더 잘 보이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사진의 주요 기능들 중 하나이다. (125면)
8. 말로 된 표어보다 한 장의 사진이 사람들의 정서를 훨씬 더 구체화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진은 좀더 먼 과거를 둘러싼 우리의 감각을 구성하는 데, 그리고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130면)
9. 에드먼드 버크는 사람들이 고통의 광경을 담은 이미지를 즐겨본다고 주장했다. “내 확신에 따르면 사람들은 현실의 불행과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얼마간, 그것도 적지 않은 즐거움을 느낀다.” (146, 147면)
10. 그의 답변에 따르면 ‘불행에 대한 사랑’, 잔악함에 대한 사랑은 연민만큼이나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147면)
11. 자신이 안전한 곳에 있다고 느끼는 한, 사람들은 무관심해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151면)
12. 첫 번째 사고방식은 대중매체(좀 더 명확히 말하면 이미지)가 주목하는 것들을 대중들도 주목한다는 사고방식이다. (155면)
13. 두 번째 사고방식은 방금 묘사했던 사고방식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사고방식으로서, 이미지로 뒤덮인 세계에서는, 아니 그것도 사방팔방이 모조리 이미지로 뒤덮인 세계에서는 우리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인가의 영향력이 점점 떨어져 간다는 사고방식이다. 예컨대 우리는 완전히 무감각해져 버리는 셈이다. 결국 우리의 양심을 콕콕 찔러대는 이미지는 뭔가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우리에게서 서서히 앗아갈 뿐이라는 것이다. (156면)
14. 즉, 이미지 자체가 흘러 넘치면, 특권적인 이미지가 존재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채널을 돌리도록 만드는 것, 끊임없이 채널을 돌리게 해 잠시도 쉬지 못하게 만들며, 결국에는 따분해지게 되는 것이 당연해지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텔레비전의 핵심이다. (157면)
15. 현대의 삶이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일련의 공포로 이뤄져 있으며, 사람들이 이런 공포에 점점 더 익숙해져 간다는 주장은 현대성에 대한 비판, 그러니까 현대성만큼이나 오래된 비판의 근간을 이루는 사고방식이다. (158면)
16. ‘사진에 관하여’가 출판된 이래로, 수많은 비평가들은 텔레비전 탓에 전쟁의 고통이 하룻밤의 진부한 유흥거리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해 왔다. (159면)
17. 이렇게 현실은 위신을 잃어버렸고, 따라서 재현만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대중매체를 통한 재현만이 말이다. 이것은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이런 주장에 수긍하고 있다. ... 오늘날 존재하는 것은 이미지와 가상현실밖에 없다고 믿으라고 주장하는 장 보드리야르의 저서들과 관계가 있다. (161면)
18. 전혀 진지하지 않을뿐더러 괴팍하기 그지없는 이들의 방식으로 보자면, 이 세계에는 현실적인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다. (163면)
19.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다른 어떤 사람의 고통에 견주는 것을 참지 못하는 법이다. (166면)
20. 사람들의 눈길을 뺏을 만한 것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하는 현대의 삶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기분을 상하게 할 뿐인 이미지들을 외면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듯하다. (16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