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세계
막스 피카르트 지음, 최승자 옮김 / 까치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고백을 해야 할까?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를 처음 읽게 되었을 때 내가 당황했다는 것을. 책을 펼치기만 하면 그 어디에서나 우리는 피카르트가 침묵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을. 그것도 극히 강렬하게 그러나 경외심을 가지고 말하고 있는 것을. 나는 처음에는 그가 이야기하는 침묵이 그 무엇의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능동적인 그 무엇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카르트의 '침묵의 세계'는 그가 이 책을 착상했을 때 그의 영혼 속에서 울렸던 것과 꼭 같은, 아니 거의 같은 현을 지금 이 시간 내 영혼 속에서 울리고 있다. (가브리엘 마르셀, 7면)

 

2. 침묵이란 그저 인간이 말하기를 그만둠으로써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침묵은 단순한 말의 포기 그 이상의 것이며, 단순히 자기 마음에 들면 스스로 옮아갈 수 있는 어떤 상태 그 이상의 것이다. 말이 그치는 곳에서 침묵은 시작한다. 그러나 말이 그치기 때문에 침묵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 비로소 분명해진다는 것뿐이다. (15면)

 

3. 침묵은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며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침묵은 능동적인 것이고 독자적인 완전한 세계이다. 침묵은 그야말로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위대하다. (17면)

 

4. 침묵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인간은 침묵에 의해서 관찰당한다. 인간이 침묵을 관찰한다기보다는 침묵이 인간을 관찰한다. 인간은 침묵을 시험하지 않지만, 침묵은 인간을 시험한다. (17면)

 

5. 다른 큰 현상들 모두가 효용의 세계에 병합되었다. ... 그리하여 그것들은 단지 이 효용의 세계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한에서만 인식될 뿐이다. 그것들은 더 이상 독자적인 존재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침묵은 효용의 세계 외부에 위치한다. 침묵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침묵으로부터는 진정한 의미에서 아무 것도 생기지 않는다. 침묵은 비생산적이다. 그때문에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용한 모든 것들보다는 침묵에서 더 많은 도움과 치유력이 나온다. (19면)

 

6. 모든 것이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될 수 있고, 모든 것이 다시 새로 창조될 수 있다. 어느 순간에나 인간은 침묵을 통해서 시원적인 것의 곁에 있을 수 있다. 침묵과 결합하면 인간은 침묵의 원초성뿐만 아니라 모든 것의 원초성에 참여하게 된다. (22면)

 

7. 따라서 말은 본질적으로 침묵과 연관되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에야 비로소 그는 말이 이제는 침묵이 아니라 인간에 속해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그것을 그는 다른 사람이라는 대자를 통해서 체험한다. 대자를 통해서 처음으로 말은 이제는 침묵이 아니라 완전히 인간에게 속하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자리에는 언제나 제삼자가 있다. 즉 침묵이 귀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말들이 대화를 나누고 두 사람의 좁은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말들이 먼곳으로부터, 침묵이 귀기울이고 있는 그곳으로부터 온다는 것이 그 대화를 폭넓게 만들어주며,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말은 더 한층 충만하게 된다. (24면)

 

8. 침묵은 말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지만, 말은 침묵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말에게 침묵이라는 배경이 없다면, 말은 아무런 깊이도 가지지 못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침묵이 언어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다. (28면)

 

9. 침묵으로부터 말이 나온다는 것, 그것에 의하여 침묵은 비로소 완성된다. 침묵은 말을 통해서 비로소 그 의미와 진정한 가치를 얻게 된다. (28면)

 

10. 말은 침묵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말을 통해서만 진리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침묵 속에도 역시 진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 속에 진리가 있다는 것은 침묵의 경우에는 말의 경우만큼 특징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31면)

 

11. 그러나 진리에서 본질적인 점은 진리는 어떤 개별자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체계 속에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32면)

 

12. 미는 또한 침묵 속에도 있다. ... 미는 침묵을 느슨하고 유동적인 것으로 만든다. (34면)

 

13. "인간은 자신의 생애에서 오직 한 번 죽는다. 그리고 죽음의 체험이 없기 때문에 죽음에 실패한다. 죽음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미 죽음에 임했던 경험 많은 사람들의 지침에 따라서 죽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이러한 죽음의 체험은 금욕이 준다." (플로렌스키)

 

14. 말은 다시 침묵 속으로 가라앉는다. 말은 망각될 수 있다. 말에 망각이 있는 것 역시 말이 지나치게 강하게 존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말의 침묵에 대한 우월권이 그 때문에 완화되는 것이다. (42, 43면)

 

15. 인간이 침묵하고 있다는 것은 주관적으로가 아니라 현상학적으로, 저 언어의 창조행위가 임박했을 때의 상태 속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 인간이 침묵하고 있을 때, 그는 최초로 언어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으로 눈 앞에 서 있는 것이다. (47면)

 

16. "언어란 나의 깊은 확신에 의하면, 직접적으로 인간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어떤 단 하나의 말을 단순히 물질적 자극으로서가 아니라, 명확하게 발음된 하나의 개념을 표현하는 소리로서 이해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언어는 완전하게 그리고 연관을 가지고 인간 내부에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훔볼트) (55면)

 

17. 고대의 언어는 방사형으로 세워져 있다. 언제나 한 중심으로부터 시작하여 - 그 중심은 침묵이다 - 다시 그 중시믕로 되돌아간다. ... "현대의 저술들 속의 사상은 똑바로 앞으로 걸어가는 사람의 움직임에서 생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와는 달리 고대의 저술들 속의 사상은 날면서 원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한 새의 움직임으로부터 생기는 것처럼 보인다." (쥬베르) (57면)

 

18. 예전의 언어에는 소심함과 강력함이 혼합되어 있다. (57면)

 

19. 고대의 언어에서 말은 다만 침묵의 중간일 뿐이었다. 모든 말들은 그 가장자리가 침묵에 둘러싸여 있다. ... 말은 침묵이 자신에게 주는 한계에 의해서 형상화되고 그 형태를 얻는다. (59면)

 

20. "위대한 문체 속에서는 침묵이 대개 중요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타키루스의 문체 속에는 침묵이 지배적이다. ..." (에르네스트 헬로) (59면)

 

21. 그러한 인간은 안정(Ruhe) 속에서 경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안정은 이때에는 침묵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64면)

 

22. 인간은 오직 과장되는 것만이 뚜렷하게 지각하는 까닭에 과장하는 것이다. 눈에 뛰지 않게 존재하는 현상들은 오늘날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으며, 그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과장으로 인해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74면)

 

23. 사물들의 존재성, 존재적인 것은 침묵에 의해서 강화된다. 발전성은 침묵의 세계와는 멀다. 발전성은 침묵에 대항하지 못하고 침묵에 대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77면)

 

24. "처음 약 10세기 동안 역사는 지극히 억제된 속도로 천천히 흐르는 듯했지만, 그 이후부터 역사의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진다. 그 이후부터 역사는 분명히 우리가 한결같이 가속적이라고 부르고 싶을 만한 보폭을 취한다." (자크 피카르, 속도의 단계에 대하여) (82면)

 

25. 태초적 인간들이 역사라는 것에 집착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즉 태초에는 침묵이 훨씬 더 강력한 모습으로 인간 앞에 서 있었고, 모든 사건들은 침묵에서 나와서 다시 침묵으로 되돌아갔던 것이다. 사건의 역사란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오직 침묵만이 존재했다. (82, 83면)

 

26. "인간들 사이에서 폭력과 증오와 범죄가 행해져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을 더 이상 믿지 않았던 까닭에, 그것을 전쟁이라는 사실을 통해서 인간에게 실증해보였던 것이다." (피카르트, 우리 속의 히틀러) (88면)

 

27.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은 침묵을 증가시킨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 가운데서는 침묵이 커져간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은 다만 침묵이 귀로 들릴 수 있도록 이바지할 뿐이다. 말함으로써 침묵을 증가시키는 것, 그것은 오직 사랑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현상들은 모두가 침묵으로 먹고살며 침묵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얻는다. 그런데 사랑만은 침묵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것이다. (94면)

 

28. "인간의 외면(인간의 형상)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것은 실은 그 내부를 위해서 비상하게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괴테) (108면)

 

29. 봄은 겨울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봄은 침묵으로부터 온다. 또한 침묵으로부터 겨울이 그리고 여름과 가을이 온다. (111면)

 

30. 사물들의 의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침묵의 뜻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127면)

 

31. 시는 침묵으로부터 나오며 또한 침묵을 동경한다. (143면)

 

32. 독백은 실은 침묵과의 대화이다. (144면)

 

33. "참으로 주목할 만한 점은 사람들이 별로 기대하지 않는 한 사람이 때로는 자신이 놀랄 만큼 지혜로우며 분별력이 있다고 여기는 다른 한 사람에게 어떤 교훈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175면)

 

34. 아무도 말하는 사람에게 귀기울이지 않는다. 귀기울이는 것은 인간 속에 침묵이 존재할 때에만 가능하고, 귀기울이는 것과 침묵하는 것은 서로 하나를 이루고 있다. (177면)

 

35. 라디오에는 더 이상의 침묵도, 말도 없다. ... 라디오가 침묵의 모든 영역을 점령했다. ... (198면)

 

36. 건강했을 적에는 그 자신이 결코 이루지 못했던 것, 즉 침묵으로부터 말이 나오는 것을 비상한 일로서 체험하는 일을 이제는 마침내 병을 통해서 이룰 수 있게 되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218면)

 

37. 인간은 침묵을 잃어버렸다는 것조차도 결코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 침묵이 있었던 곳도 이제는 사물들이 빼곡이 차 있어서 빈 자리가 없다. 예전에는 침묵이 한 사물 위에 놓여 있었지만, 이제는 한 사물이 다른 한 사물 위에 놓여 있다. 예전에는 사상은 침묵에 덮혀 있었는데, 이제는 수천 가지 연상들이 그 사상에 밀려들어 그것을 파묻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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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인생론 범우고전선 1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최현 옮김 / 범우사 / 1991년 2월
평점 :
품절


 

1. 내가 제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거의 모든 형이상학이 우리에게 해악을 주는 것을 소극적으로 작용하는 양 설명하는 점이다. 사실은 이와 정반대이다. 즉, 우리에게 해롭고 악한 것만이 그대로 실감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것만이 적극성을 띠고 우리에게 작용한다. (12면)




2. 삶의 괴로움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은 시간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얼른 지나가 버리는 시간에 쫓겨 좀처럼 숨을 돌릴 여유를 가질 수 없다. 시간은 형무관처럼 우리의 등뒤에서 회초리를 들고 서 있다. 그리고 시간은 권태라는 이름의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고통을 안겨 준다. (13, 14면)




3. 세상에 충만해 있는 고통은 세계가 전지전능한 신에 의해 창조된 완전한 것이라는 주장이 옳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18면)




4. 인간은 생애의 전반부는 행복에 대한 갈망으로 차 있지만, 후반부에 와서는 일종의 참혹한 공포에 사로잡히게 마련이다. 즉, 이 후반부에 접어들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든 행복이 망상의 산물에 불과하며, 괴로움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현명한 사람들은 누구나 향락이 있기보다는 오히려 고통이 없기를 바라며, 다가오는 재해를 약간이라도 막아보려고 노력한다. (21면)




5. 인간의 생애란 제일 행복한 경우라고 해야 단지 견디기 쉬울 정도의 불행과 비교적 가벼운 고통 속에 사는 것뿐이며, 걸핏하면 거기에 권태라는 고통이 대치된다. 그리고 다음에 하는 일은 인간을 생식하며 판에 박힌 생활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26면)




6. 궁핍은 하류층의 끊임없는 채찍이며 권태는 상류층의 채찍이다. (27면)




7. 우리의 생활은 마치 시계추처럼 번뇌와 권태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27면)




8. 우리는 욕구와 소망은 갈증의 경우처럼 느끼지만, 바라던 것을 실제로 손에 넣게 되면 그것의 매력은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마치 입안에 들어 있는 음식물은 삼키자마자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다. 인생의 3대 선인 건강과 청춘과 자유도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동안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그것을 일단 잃은 후에야 비로소 느끼게 된다. 이 세 가지 것도 소극적인 선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낼 때에도 그 행복을 별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것이 과거의 일이 되어 버리고, 대신 불행이 찾아오면 그제서야 그것을 상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향략을 많이 누릴수록 거기에 대한 감각은 감퇴되어, 어떤 쾌락도 습관이 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될 뿐더라 오히려 그 쾌락 때문에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증대되는 것이다. 그리고 쾌락에 젖어 살던 모든 습관이 제거되면, 거기 남는 것은 괴로움뿐이다. 시간은 즐겁고 재미있게 보낼수록 빨리 지나가 버리고 슬픔에 빠져 있을수록 더디 가는 법이다. 적극적인 것은 환락이 아니라 고통이다. 고통이 생길 때에만 직접적인 실감을 느끼니 말이다. (29면)




9. 권태는 우리에게 시간을 의식하게 하고, 유흥은 우리에게서 시간관념을 제거한다. (29면)




10. 고귀한 생물일수록 더욱 불만을 느낀다. (35면)




11. 인간에게는 쾌락보다는 고통의 분량이 훨씬 많으며, 더구나 이것은 인간이 죽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몇 갑절 증대한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피하려고 할 뿐,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며, 따라서 마음속에 떠오르지도 않는다. 인간은 항상 죽음을 내다보고 있다. (39면)




12. “용서는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우리는 인간의 모든 어리석음과 과오와 해악에 대하여 너그러워야 하며, 우리의 눈으로 보고 있는 이런 현상들은 실상 우리 자신이 지니고 있는 우매요, 죄과요, 또한 사악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에게 있는 이런 인간적인 결함은 우리가 공유하고 있으며, 우리가 현재 분개를 금치 못하는 타인의 악 역시 우리 자신 속에 깃들어 있다. 다만 그것이 현재 드러나지 않고 속에 깊숙이 숨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어떤 유인만 생기면 타인이 저지르는 죄악과 마찬가지로 외부에 드러나게 마련이다. (45면)




13. 사실상 시간은 공간과 함께 참된 모든 형이상학의 근거이며 ... (47면)




14. 이렇게 볼 때, 우리는 현재를 즐기고 그것을 생존의 목적으로 삼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세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오직 현재만이 실재하며, 그밖의 모든 것은 다만 머릿속에 간직된 표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가장 못난 처세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바로 다음 순간에 무가 되어 꿈과 같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진심으로 추구할 아무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48면)




15. 유한한 존재란 이런 것이지만, 우리는 이와 대조적인 입장에서 무한한 존재를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외부로부터의 침해를 받지 않고 또 그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따라서 영원한 안주 속에 변치 않고 다양하거나 이채롭지도 않다. 그리고 그 소극적인 인식은 플라톤 철학의 토대가 되어 있다. 이런 존재에 이르는 길은 살려놓은 의지를 포기함으로써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49, 50면)




16. 죽음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은, 인간이 오직 하나의 현상이고, ‘물자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만일 인간이 ‘물자체’라면 결코 사멸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53면)




17. 시간은 우리의 머리 속에 있는 하나의 틀이며 이것이 있기 때문에 사물과 우리 자신의 공허한 존재가 지속되며 실재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54면)




18. 시간에 대한 인식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사물이 허망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54면)




19. 이런 사실을 두고 보더라도, 대체로 궁핍과 고뇌가 우리의 구원을 위해 얼마나 필요한가를 인식한 사람은 남들이 행복하기 때문에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불행하기 때문에 부러워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68면)




20. 현상의 세계에는 하나의 ‘살려는 의지’가 움직이고 있을 뿐이며 ... (71면)




21. 성욕이 개인의 의식에 분명한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희미하게 나타나면, 그것은 모든 현상 밖에 있는 살려는 의지 자체이다. ...애인에 대한 찬양은 아무리 이상적으로 이지적인 것으로 보이더라도 그 최종 목적은 어디까지나 오직 일정한 성격과 형태를 지닌 존재를 만들어 내려는 데 있다. 그 증거는, 연예가 결코 서로의 애정만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살을 섞는 중대한 일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78면)




22. 그 중에서도 여자의 마음을 가장 끄는 것은 굳은 의지와 과감한 용기, 그리고 정직하고 선량한 마음씨이다. (93면)




23. 인간이 결혼생활에서 원하는 것은 결코 재치있는 대화가 아니다. 그것은 자식을 낳는 일이며, 마음의 결합이지 두뇌의 결합은 아니다. (93면)




24. 성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자기와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이성을 선택하려고 하며, 그 구애의 열의는 자기가 갖고 있는 성격의 강도에 비례한다. (97면)




25. 나로서는 부인을 진정으로 찬미한 것은 이보다는 존(프랑스 문학자)의 몇 마디 말에 잘나타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부인이 없다면, 우리는 생애의 기초에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중간에 즐거움을 누릴 수 없으며 종말에 가서 위로를 얻을 수 없게 될 것이다.” (115면)




26. 바이런도 그 ‘사르다나팔루스’의 제1, 2막에 같은 의미의 말로 한결 감상적으로 아래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생애는 여자의 가슴에서 시작한다.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처음으로 지껄인 말은, 여자의 입을 통해 가르침을 받았으며,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처음에 흘린 눈물은 여자가 손으로 닦아주었고, 당신에 세상에서 맨 나중에 숨결을 거두는 것은 한 여자의 곁에서이다. 사나이는 자기를 지배한 자가 임종 때에 옆에 앉아 있는 것을 꺼려, 가까이하려고 하지 않는다.” (115면)




27. 그들 남성을 여기까지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다만 이성적인 사려를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며, 역시 성욕이라는 본능으로 유인해야 하는 것이다. (117면)




28. 남자의 이성과 정신력이 성숙되는 것은 28세에 도달할 무렵이지만, 여자는 18세쯤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조숙한 여성의 이성은 명색만 이성일 뿐 사실은 매우 열등한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는 한평생 어린애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언제나 눈앞의 것만 보고, 현재에만 집착하며, 사물의 외모와 실상을 곧잘 오인하여 중대한 일보다 사소한 일에 얽매인다. (117, 118면)




29. 여자들에게는 모든 지위의 차이가 남자보다 훨씬 유동적이고, 한결 빨리 변하며 - 우리가 수십가지 우열이라는 저울에 얹혀 있지만 그녀들은 오직 한 가지 점, 즉 어떤 남자의 사랑을 받고 있느냐 하는 차이밖에 없다. - 또 한가지는 여자들은 거의가 가사에 종사하여 남성들의 경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피차에 비슷한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들에게는 신분의 차이를 더욱 내세우려는 경향이 있다. (122면)




30. 대체로 말하면, 아동이 인생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경우에 중요한 것은, 원전에서 직접 배우게 하며, 결코 사본에서 배우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자는 그들에게 책을 읽히기를 서두르지 말고, 순서에 따라 차츰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알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사물을 올바로 이해하는 버릇을 붙이게 하는 일이다. 그들이 언제나 개념을 세계에서 직접 끄집어내고, 현실에 의거하여 개념을 파악하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관념을 그밖의 다른 방편, 즉 책의 이론이나 소설, 남의 이야기 등에서 빌어다가 그것을 고정된 것으로 현실에 적용하면 공허한 생각으로 가득찬 머리는 눈 앞의 현실을 잘못 이해하거나, 자신의 망상에 따라 현실을 개조해 보려고 헛되이 노력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오는 그릇된 이론으로 말미암아 실천에서 미궁에 빠지게 된다. (136, 137면)




31. 모든 욕망은 필요와 결핍과 빈고에서 생긴다. 그리하여 우리가 그 욕망을 충족시키면, 그것을 가라앉힐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한 가지 욕망이 채워진 반면에 충족을 느끼지 못하는 욕망이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욕망은 오래 계속되고 욕구는 무한히 전개되는 반면에, 향락을 누리는 기간은 짧고 그 분양이 적다. (150면)




32. 덕은 천재와 마찬가지로 가르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우리가 덕에 대해 생각하더라도 실제 덕을 실천에 옮기게 되는 것이 아니다. 예술의 기법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단지 도구로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도덕적인 주장이나 윤리학의 덕스러운 인간과 고결한 인간 또는 성스러운 인간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것은, 마치 미학이 시인이나, 조각가, 화가, 음악가를 낳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인 일이다. (172면)




33. 양심의 1/5은 타인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하며, 1/5은 종교적인 거리낌에서, 1/5은 선입관에서 오는 공포, 1/5은 허영에서 생기는 꺼림칙함, 1/5은 관습상의 불안에서 비롯된다. (176면)




34. 추상적인 원칙이나 이성은 도덕의 첫째 가는 본원이다. 기초가 되어 있지 않지만, 도덕으로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즉, 원칙이나 이성은 모든 도덕의 원천에서 흘러나온 것을 모아둔 저수지이다. (176면)




35. 우리는 구원에 있어서 불행과 궁핍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안다면 남의 행복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불행을 부러워해야 할 것이다. (184면)




36. 자살자의 대부분은 역시 삶을 원하며, 단지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에 절망하고 있을 뿐이다. (185면)




37. 낙천주의는 인생은 하나의 이상적인 것으로 보고, 인생의 목적은 인간의 행복을 누리는 데 있다고 가르친다. 그리하여 모든 인간은 자신의 행복과 환락에 대하여 가장 적합한 청구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을 손에 넣지 못하며 자기는 고약한 운명의 농간으로 말미암아 삶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참된 인생관에 의하면, 인간의 생존은 노고와 궁핍, 불행, 고뇌, 그리고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그 진상이며 바라문교나 불교, 또 진정한 기독교는 다 이렇게 보고 있는 것이다. (192면)




38. 인도인의 윤리에는 바라문경과 시편과 처세도와 격언 속에 여러 가지 형태로 주장되어 있는데, 특히 강조하는 것은 ‘나’를 버리고 이웃을 사랑할 것,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을 사랑할 것, 자비를 위해서는 피땀을 흘려 얻은 하루하루의 소득까지도 내던질 것, 자기를 괴롭히는 자에게 끊임없는 온정과 인내를 베풀 것, 남이 자기를 아무리 해치더라도 호의와 사랑으로 대할 것, 남의 모든 부정을 기꺼이 용서할 것, 일체의 육식을 금할 것, 그리고 참된 거룩한 경지에 도달하려는 자는 순결한 동정을 지켜 모든 향락을 멀리할 것, 모든 재물을 천시할 것, 집과 모든 소유물을 버릴 것, 깊은 고독에 잠겨 정관과 회오와 의지를 소멸하기 위해 꾸준한 소행으로 밤과 낮을 보내고 마침내 굶어 악어의 밥이 되거나 혹은 히말라야 산정에서 몸을 던지고 혹은 성행을 마친 자로서 자기 자신을 땅속에 생매장하거나 또는 군중들의 환호와 무기의 춤과 찬가 속에 지나가는 거대한 꽃상여에 치여 죽은 것 등이다. (192, 193면)




39. 인간의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야수요 맹수다. 우리는 문명에 젖은 인간에 대해서만 알고 있지만, 그들도 기회만 있으면 야수성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새삼 소름이 끼친다. 국법의 사슬이 풀려 무정부 상태가 돌발하면 인간이 무엇인가를 잘 드러낼 것이다. (201면)




40. 직업이란 하나의 가명에 불과하며, 거의 모든 직업에 돈벌이꾼들이 숨어 있다. 그들은 누구나 자기가 제일 잘난 듯이 보이려고, 어떤 자는 변호사가 되어 정의와 권리의 가면을 쓰고, 어떤 사람은 성직자가 되어 종교의 가면을 쓰고 있다. 그리고 자선이니 뭐니 하는 가면 아래 숨겨 둔 남모를 의도는 여러 가지이지만, 심지어 철학이라는 가면 아래에도 으레 두셋은 숨겨져 있다. 다만 여성용 가면만은 얼마되지 않아 그 대부분은 정조를 지키고 선량하고 얌전하고 상냥하다. (206면)




41. 의사의 눈에는 어디나 병자가 우글거리며, 법관의 눈에는 곳곳이 악의 투성이요, 신학자의 눈에는 언제나 죄가 득실거리게 마련이다. (206면)




42. 개는 주인이 귀여워하면 주인을 우습게 아는데, 인간에게도 이런 경향이 있다. (208면)




43. 허영심과 자만심의 다른 점은 후자가 남보다 우월하다는 확신에 대하여, 전자는 이런 확신을 남들에게 일으키려는 욕구이다. 거기에는 이렇게 해서 스스로 자기를 우월자로 자부하고 싶어하는 은밀한 기대도 섞여 있다. (209면)




44. 허영심은 인간을 수다스럽게 만들고 자만심은 침묵하게 만든다. 그러나 허영심이 강한 사람은 다음과 같은 이치를 잘 분별해야 한다. 즉 그가 바라는 남들의 존중은 수다보다 계속적인 침묵에 의해 더 많이 얻을 수 있으며, 자기가 설사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210면)




45. 그리고 자만의 최대의 적이요, 최대의 장애인 허영은 먼저 남의 찬양을 토대로 하여 자기가 높은 평가를 얻으려는 반면에 자만은 그 평가가 확정된 것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자만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은 아마도 자기자신 속에 자부할 만한 것을 아무것ㅅ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210면)




46. 나의 저작은 정직과 공명을 이마에 써 붙이고 쓴 것이므로, 칸트 이후 유명해진 궤변가 세 사람의 저작과는 전혀 다르다. 나의 입장은 언제나 사려, 즉 이성에 따르고 정직한 말로일관되어 있으며, 지적 지관이니 절대사유니 하는 허풍이나 사기와 같은 인스프레이션의 입장에 서 있지 않다. 나는 언제나 그러한 정신으로 탐구했으나, 한편으로는 거짓과 사악이 널리 퍼지고 허풍(피히테와 쉘링)이나 사기(헤겔)이 크게 존경받는 것을 보고 현대인의 갈채를 단념했다. (해설, 2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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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
버락 H. 오바마 지음, 홍수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당시 나는 35세로, 법과대학원을 마친 지 4년 쯤 되었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으며 인생에 대해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다. (4면)




2. “그런 회의를 갖는 건 이해하지만 정치에는 다른 전통도 있습니다. 즉 건국 당시부터 민권 운동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온 전통 말입니다. 그 전통은 우리가 서로 이해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에 우리를 하나로 결집시키는 힘이 분열시키는 힘보다 더 강하며, 이런 주장의 진실성을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충분히 많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도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단순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5면)




3. 내 결점 중 하나는 자족하지 못하고 부단히 무언가를 추구하는 태도였다. 일이 잘 풀려 나가고 있어도 만족할 줄 몰랐고, 고마운 일이 눈앞에 빤히 보여도 감사할 줄 몰랐다. (6면)




4. 여하튼 이런 성격 때문에 나는 2000년 총선에서 민주당 현직 하원의원을 상대로 후보 선출 예비 선거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도전이 결국 참패로 끝나면서 인생이 늘 계획대로 풀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7면)




5. 나는 내가 선택한 길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마치 배우나 운동선수가 꿈을 이루기 위해 여러 해 동안 혼신의 노력을 다했지만 능력이나 운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느낄 때의 심정과 비슷했다. 여러 차례 오디션 대기자 명단에 오르거나 아니면 마이너리그에서 간간이 힘겹게 안타를 치면서 오랜 세월을 보냈지만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그들이 느꼈음직한 그런 기분 말이다. 그런 꿈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므로 이제 성숙한 태도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좇아야 할지, 아니면 이런 실상을 외면함으로써 결국 괴로움 속에서 남에게 쉽게 핏대나 올리는 그런 딱한 처지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내버려 둬야 할지 선택해야 했다. (8면)




6. 나는 그들의 생각이 옳다고 말했다. 그들이 당면한 모든 문제를 정부가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선순위를 약간만 조정한다면 모든 어린이가 인생을 개척해 나가도록 뒷받침할 수 있고, 국가적으로 당면한 여러 가지 난제에 대처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대체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곤 했다. (13면)




7. 나는 이런 식으로 말하는 데는 여러 위험 부담이 따른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세계화와 현기증이 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혁신, 치열한 정쟁과 끊임없는 문화 전쟁의 시대에 살다 보니 이상적인 목표를 논의할 공동의 언어조차 지니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13면)




8. 그 대신 내가 제안하는 것은 다소 신중한 접근법이다. (15면)




9. 결국 나는 민주당원이다. 대부분의 주제에 대한 내 견해는 ‘월스트리트저널’보다는 ‘뉴욕타임스’ 사설란 내용에 더 가깝다.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 부유하고 유력한 사람들에게 더 혜택을 주는 정책에 분노하며,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은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 더구나 나는 내 삶의 역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즉, 나는 여러 인종의 혈통과 문화를 물려받은 흑인의 눈으로 미국의 경험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처럼 생긴 사람들이 수 세대에 걸쳐 어떻게 예속되고 낙인찍혔는지, 또 인종과 계층이 노골적인 방식으로, 혹은 미묘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지 영원히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16면)




10. 대부분의 미국인들처럼 요즘 나도 우리의 민주주의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단순히 한 국가로서 공언한 우리의 이상적 목표와 일상적으로 목격하는 현실 사이에 간격이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그런 격차는 미국이 세워진 이후 계속 존재했다. 그동안 목표와 실천 간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가 하면, 법률을 제정하고 시스템을 개혁했으며, 노동 조합을 결성하고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가 당면한 난제가 엄청난 데 반해 우리의 정치는 참 왜소하다는 것이다. 즉 사소한 문제에 쉽사리 정신을 빼앗기는 바람에 어려운 결정을 회피하는 형태가 만성적으로 되풀이되면서 중대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실행상의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42면)




11. 이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추측과 어긋나는 모순된 측면이 보여도 이를 외면한 채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믿어 버린다. 결국 양쪽의 의도는 상대방을 설득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지층을 부추겨 각자의 정당성을 확신하게 만들고 나아가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표를 가져다 줄 새로운 지지층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45면)




12. 그런데도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정치가 어루만져 주거나 대변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치판의 소란과 흥분, 끊임없는 공방을 외면하게 된다. (45면)




13. “그건 세대의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워싱턴에서 실권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2차 대전에 참전했었어요. 이런 공동의 체험이 없었다면 우리도 이런저런 쟁점을 놓고 심하게 대립했을지 모릅니다. 우리 중에는 출신 배경이나 거주 지역, 정치 철학이 다른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전쟁을 치르면서 공동의 체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공유하다 보니, 서로를 일정 수준 신뢰하고 존중했습니다. 이것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국정이 원만하게 이뤄지게 만드는 데 큰 힘이 되었던 것입니다.” (47면)




14. 진보적인 구호들은 의무와 책임보다는 권리와 자격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 (55면)




15. 보수 세력을 이끄는 이들 새로운 선도자는 그들과 맞서는 진보 세력 지도부와 마찬가지로 정치를 정책과 비전의 경쟁으로뿐만 아니라 선과 악의 투쟁으로 인식했다. (57면)




16. 조지 부시는 2000년 대통령 선거 운동 과정에서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을 다짐했지만 오늘날 공화당이 내세우는 이데올로기의 핵심적인 특성은 보수주의가 아닌 절대론(absolutism)이다. 자유시장 절대론은 세금도 규제도 사회 안전망도 필요하지 않으며, 심지어 정부의 역할도 사유 재산 보호와 국방 유지에 국한된다는 이데올로기이다. (62면)




17. 나는 이들이 모두 성숙한 정치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타협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하며 상대방에게도 가끔은 귀담아 들을 만한 주장이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그런 정치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들은 좌파와 우파,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 간의 논쟁을 언제나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단적인 주장과 상식적인 견해, 책임감 있는 태도와 무책임한 태도, 지속적인 것과 일시적인 것 사이의 차이는 분명하게 인식한다. (69면)




18. 나는 이라크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족에게 편지를 쓰거나 학비 보조금 예산이 삭감되면서 대학을 중퇴한 유권자의 전자 우편 내용을 읽을 때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행위와 조치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되새긴다. 권력자들 자신은 그런 영향에 다른 대가를 거의 한 번도 치러 본 적이 없다. (79면)




19. 상충하는 가치관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비교적 쉬운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상충되는 가치관 사이에 긴장 상태가 조성되는 것은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복잡하고 모순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91면)




20. 가치는 당면한 현실에 충실하게 적용되지만 이념은 현실적인 상황이 논리에 의문을 제기해도 그런 현실이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그대로 무시해 버린다는 것이다. (95면)




21.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내가 아는 모든 부모들은 저열한 문화, 태평스러운 물질 중심주의와 즉흥적인 만족을 조장하는 경향, 인간적 친밀감을 배제한 성행위 등에 여전히 탄식을 늘어놓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정부의 검열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이런 염려가 두루 인정받고, 이들이 체험하고 느낀 것들이 정당하게 인식되기를 바랄 뿐이다. (97, 98면)




22. 공직자는 선거운동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매일같이 서로 상충되는 여러 주장을 숙고하고 평가해야 한다. (103면)




23.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점은 폴이 사람들과 그들이 헤쳐 나가는 현실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사실이다. (104면)




24. 지금도 나는 어머니가 강조한 간단한 원칙, 즉 “네게 그렇게 하면 느낌이 어떨 것 같으냐?”를 정치 활동의 길잡이 중 하나로 삼고 있다. (105면)




25. 공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보수주의자든 진보주의자든, 권세가 있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억압을 하는 사람이든 억압을 받는 사람이든 관계없이 모두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모두 자기 만족의 안이한 마음가짐을 떨쳐 버려야 한다.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한정된 시각을 극복해야 한다. (106면)




26. 나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얘기하고 싶은 가치가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어디에 노력을 쏟고 있는가가, 우리가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시험하는 일이 될 거라고 그들에게 말했었다. (107면)




27. 그러나 궁극적인 면에서 나는 브레이어 판사의 헌법 인식에 찬동한다. 그는 헌법을 정적인 것이 아닌, 살아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사회의 끊임없는 맥락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137면)




28. 헌법 구조 속에 함축적으로 표현된 절대성의 거부는 가끔 우리 정치가 원칙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절대성의 거부는 건국 이래 대부분의 기간 동안, 필요한 정보를 모아 분석하고 논증하는 과정을 촉진시켰다. 덕분에 우리가 목표에 이르는 수단뿐만 아니라 목표 그 자체에 대해서도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142, 143면)




29. 나는 토의와 헌법적 질서가 권력 집단의 사치일 수도 있다는 점과 새로운 질서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 중에는 괴짜나 광신자, 예언자, 선도자, 상궤를 벗어난 사람, 달리 표현하자면 절대론자들도 가끔 섞여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런 점을 알기 때문에 요즘 나는 나와 생각이 아무리 다르더라도 자신의 견해를 확신하는 사람들을 그 자리에서 외면해 버리지 못했다. (146면)




30. 버드 위원이 말했다. “규정을 잘 배워 두게. 물론 선례도 잘 알아봐야지.” ... “요즘에는규정을 익히려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 온갖 일들이 밀려들면서 상원 위원들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 때문이야. 그러나 이런 것들을 제대로 알아야만 상원이 본래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 이 왕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해주는 열쇠라고나 할까.” (149면)




31. 선거운동을 채 절반도 진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는 패배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 이후 아침마다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힌 채 잠이 깼다. (163면)




32.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전직 부통령인 그가 그것도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 지구 상에서 가장 강력한 위치에 오를 뻔했던 사람이 이곳을 찾아왔다는 게 낯선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중에는 언제라도 고어의 전화를 받았고 그가 만나자고 하면 당장 일정을 조정해 짬을 냈습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나서 고어가 이 사무실에 들어서니까 갑자기 그와의 만남이 귀찮아지더군요. 나는 그를 참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을 납득할 수가 없었지요. 그러나 어떤 면에서 보면 그는 전직 부통령인 앨 고어가 아니었어요. 내 투자를 받으려고 하루에도 백여 명의 사람들이 들이닥치는데 그는 그런 사람 중 하나에 불과했던 거죠. 그를 통해 당신들 같은 사람들이 올라서 있다가 깎아지른 거대한 절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164, 165면)




33. 정치판에서는 두 번째 시도는 있을 수 있어도 2위가 설 자리는 없다. (165, 166면)




34. 나는 최저 임금을 약간 웃도는 정도의 보수를 받으면서 환자용 변기를 매일 씻는 궃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가정 방문 간병인들에게 관심을 표명하는 데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재정이 취약하고 시설이 열약한 시골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도 마땅히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179면)




35. 그렇지만 나는 베테랑 동료 의원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즉, 내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문가연하는 온갖 사람들의 면밀한 분석 대상이 되고, 내가  어찌해 볼 수 없는 형태로 해석된다는 것이었다. 오류나 틀린 내용, 생략된 부분, 모순된 내용이 없는지 샅샅이 파헤쳐지고, 그런 내용이 있다면 상대편 당이 이를 간직해 두었다가 어느 날 불쾌한 내용의 TV 광고에 써먹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185, 186면)




36. 자신(케네디)이 2차 세계 대전 참전 때 발휘한 영웅적 행위를 떠올렸지만 좀 더 골몰했던 생각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도전, 즉 용기라는 자질이었다. ... 또한 권력과 지위, 명성을 얻고자 애쓰는 것은 내 소박한 야망을 배반하는 일이 될 거라는 사실, 나(오바마)는 주로 나 자신의 양심의 소리에만 부응하면 된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 (201면)




37. 시카고로 돌아오면서 팀의 절망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일자리는 없어지고 아들은 병들었고 저축은 바닥이 나고 ... 4천 피트 상공을 나는 전용기 안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사연들이었다. (216면)




38.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이대로 손을 놓고 있는다면 미국은 우리가 자랄 때와는 달리 전혀 다르게 바뀔지 모른다. 현재보다 사회, 경제적으로 훨씬 더 양극화될지도 모른다. 한쪽에는 날로 부를 더해 가는 지식 기반 계급(knowledge class)이 그들만의 주거 지역에 살면서 사립 학교 교육과 개인 건강 보험, 민간 경비 업체 서비스, 전용기 이용 등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구매해 누리고 활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점차 많은 사람들이 저임금의 서비스직 일자리로 밀려나 불안정한 고용 상태와 노동 시간 연장 요구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의료 서비스와 노후 생활, 자녀 교육을 그러잖아도 재원 부족과 과중한 부담, 실효성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공 부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220면)




39.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업 성취도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피부색이나 출신이 아닌, 지도 교사로 밝혀졌다. (236면)




40. 고등 교육과 관련해 정부는 무엇보다도 대학 등록금이나 수업료가 인상되지 않도록 통제해야 한다. 아내와 나는 이런 실상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결혼 후 10년 동안, 두 사람이 대학교와 법과 대학원을 다니면서 빌린 학비 융자금에 대한 월 상환액은 주택 융자 월 상환액을 훌쩍 웃돌았다. (240면)




41. 교육과 과학기술, 에너지, 이 세가지 핵심 부문에 대한 투자는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물론 어떤 부문에 투자하든 곧바로 성과를 내지는 않는다. 세 가지 모두 논란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248면)




42. 그러나 내가 노동 조합 대표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이들의 처지는 전혀 달랐다. 노동자들에게 북미 자유 무역 협정(NATFA)은 재난이나 다름없었다. 중미 자유 무역 협정(CAFTA) 역시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올 공산이 컸다. 이들은 자유 무역이 아니라 공정 무역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즉 미국과 교역하는 나라들에서 단결권, 아동 노동 금지 등 노동권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249, 250면)




43. 그러나 루빈의 기본적인 통찰도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가 세계화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전 세계 여러 지역의 경제와 깊숙하게 통합되어 있는 데다, 디지털 상거래가 매우 광범하게 확산되어 있어 효과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시행하기는커녕 상상하기도 어렵다. (254면)




44. 그러나 CAFTA에 대한 저항과 반대가 협정의 특정 내용 때문이라기보다는 점점 심화되는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이라고 나는 강조했다. 따라서 우리는 노동자들의 불안을 가라앉힐 방책을 강구해야 하며 연방 정부가 노동자들 편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못한다면 보호무역주의로 기울어지는 정서만 부추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 나는 내 표결이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유 무여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게 백악관이 너무 무관심하다는 것에 항의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반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로버트 루빈처럼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전망과 무역 자유화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미국 노동자들의 능력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모든 국민들이 세계화의 득실을 한층 공평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254, 255면)




45.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오늘날과 비견되는 혼란스러운 경제적 전환기에 미국을 새로운 형태의 사회 계약으로 이끌었다. 그 이후 반 세기 이상 동안 미국에 광범위한 번영과 경제적 안정을 안겨 준 노사정 협약(bargain between government, business, and workers)이 바로 그것이다. (255면)




46. 사회적 연대감은 이런 뉴딜 계약을 뒷받침한 힘이 되었다. 고용주는 직원들을 정당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불운이나 오산으로 쓰러진 사람이 있다면 미국 사회가 안아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계약의 밑바탕에는 위험과 성과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시장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인식도 깔려 있었다. 루스벨트는 노동자들에 상당한 수준의 임금과 급부금을 지급하면 중산층 소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으로써 미국 경제를 안정시키고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게다가 루스벨트는 사람들이 실패하더라도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다면 좀 더 모험적인 일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안전장치가 있다면, 사람들은 직업을 바꾸거나 새로운 사업을 벌이거나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 나서는 일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회 보장(Social Security)이라는 보호망으로서 뉴딜 관련 입법 조치의 핵심이었다. 사회 보험의 한 형태인 이런 제도를 통해 사람들은 여러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다. (256면)




47. 종래의 사회 보장제를 떠받치는 기본적인 원칙이 ‘우리 다 함께(We're all in it together)’라면 소유주 사회의 기본 원칙은 ‘각자 스스로 알아서(You're on your own)’인 듯 하다. (258면)        




48. 이 때 이들이 원하는 것은 삶을 지탱시켜 줄 목적의식이다. (291면)




49. 어머니는 조직화된 종교가 경건한 외형 안에 편협함을 숨기고 정당성을 빙자해 잔혹성과 억압을 감춘다고 보았다. (292면)




50. 부활절이나 성탄절이 되면 어머니는 나를 교회로 데려갔다. 어머니는 교회 뿐만 아니라 나를 사찰과 중국 춘절 행사, 신사, 하와이의 고대 무덤 등으로 데려갔다. 나는 이처럼 여러 종교에 접했지만, 종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특별히 종교로 인해 스스로를 채찍질하거나 내면을 살피고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일을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어머니는 종교가 인류의 문화적 표현일 뿐, 인류 문화의 원천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인류는 미지의 대상을 제어하고 삶에 대한 심오한 진리를 이해하고자 애를 쓰는데 종교는 그런 노력의 한 형태에 불과하며, 꼭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종교를 인류학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존중해야 할 문화지만 몰입하지는 말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뤄야 할 하나의 현상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293면)




51. 이처럼 세속주의를 공언하고 있었음에도 어머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영적으로 각성한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천성적으로 인정과 자애,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사람이었고 인생의 대부분을, 때로는 스스로 손해를 보면서까지 그런 마음을 베풀면서 살았다. 어머니는 교리책과 같은 종교 서적이나 외부의 권위에 의존하지 않은 채 많은 미국인들이 주일 학교에서 배우는 여러 가치들, 정직과 배려, 절제, 인내, 근면성 등을 나에게 가르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렸다. 어머니는 가난과 불의에 분노를 느꼈고, 이런 것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경멸했다. 무엇보다도 어머니는 평생 경이에 찬 눈으로 생을 대했다. 삶 그 자체와 소중하지만 순간적인 삶의 본질에 대한 경외감은 경건함으로 표현해도 좋을 만 했다. ... (294면)




52. 내가 맹렬하게 야심을 좇았던 것은 아버지 때문이었지 모른다. 아버지가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디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말 없는 욕구가 내면에 쌓이게 되었고, 아버지에 대한 원한과 분노가 나의 야심에 불을 질렀던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기본적인 믿음이 내 야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나는 정치 철학을 공부하면서 공동체 건설과 정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논리와 실천 시스템을 다 같이 모색하고자 했는데, 이것은 어머니의 가치 기준에 부합하는 일이었다. (295면)




53. 우선 미국 흑인의 종교적 전통에서 사회 개혁을 촉진시키는 힘을 발견하고 마음이 끌렸다. 흑인 교회는 구체적인 필요성 때문에 신자들의 삶을 두루 보살피지 않으면 안 되었다. 흑인 교회는 현실적인 이유로 개인의 구원을 전체의 구원과 분리시키는 호사를 거의 누릴 수 없었다. 그에 따라 신앙 생활과 함께 지역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생활의 중심 역할을 떠맡아야만 했다. 흑인 교회는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고 입히며, 권력자와 지배층에 맞서라는 성서적 소명을 내면 깊이 받아들였다. ... (296면)




54. 마침내 내가 트리니티유나이티드 교회의 복도를 걸어가 세례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새로운 인식 때문이었다. 종교에 헌신한다고 해서 비판적인 사고를 중단하거나, 경제적,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싸움을 중단하거나, 내가 잘 알고 아끼는 세계로부터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298면)




55. 내가 믿음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황금률과 잔혹성에 대한 저항정신, 사랑과 자비, 겸손과 품위라는 가치에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 있다. (318, 319면)




56. 소수 민족 중에서도 특히 흑인이 일상적으로 그런 고정관념에 시달리면서 압박감이 크다. 흑인이라는 집단은 미국 내에서 자신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 의심스러운 점을 선의로 해석해 주는 일도 거의 없고 실수할 여지도 거의 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이다. 흑인 아이가 이런 세상을 헤쳐 나가려면 망설임도 떨쳐 버려야 한다. (337면)




57. 내 인생에서 그때는 힘겹고 과도기적인 시기였다. 나는 3년간 사회운동가로 일한 뒤 법과대학원에 들어갔는데, 공부는 재미있었지만 이런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인지 아직 회의를 품고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법과대학원에 들어간 것이 젊은이로서 품고 있던 이상을 포기하고 돈과 권력이 좌우하는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바람직한 세상(the world as it should be)이 아닌, 현실 그대로의 세상(the world as it is)를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457, 458면)




58. “아빠... 어린애들과 악수하는 거 아니에요.” “안 된다고?” “안 돼요” ... “그냥 ‘헤이’ 그래요. 손만 흔들 때도 있고요. 그걸로 충분해요.” “알았어. 내가 널 난처하게 만든 모양이구나.” “괜찮아요, 아빠. 다른 어른들과 악수나 하면서 지내느라, 몰라서 그런 거니까요.” (48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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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 버락 오바마 자서전
버락 H. 오바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어머니는 인도네시아에 빠르게 적응하라며 늘 나를 자극하고 격려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다른 미국 아이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비록 풍족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자부심 강하고 또 예의가 발랐다. 그녀는 흔히 외국인들이 미국인의 특성으로 꼽는 무지와 오만을 경멸하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그년느 미국에서 붙잡을 수 있는 삶의 기회와 인도네시아에서 붙잡을 수 있는 삶의 기회는 엄청나게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롤로가 진작 깨달았던 그 사실을, 그녀는 자기 아들이 어느 쪽에 있는 게 더 나을지 알았다. 그녀가 내린 결정에 따라서 나는 미국인이었다. 그렇게 때문에 나의 진정한 삶은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100면)

 

2. 우리 반에 나와 비슷한 악몽을 겪는 아이가 또 한 명 있었다. 코레타라는 여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내가 전학을 가기 전에는 우리 학년에서 유일한 흑인이었다. 뚱뚱한 데다 흑인이어서 친구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첫날부터 우리는 서로를 피했다. 그러나 멀리서 서로를 관찰했다.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가깝게 지내면 우리가 느끼는 고립감이 더 커질 것만 같아서였다. (121면)

 

3. 그 경기장에 있던 많지 않은 흑인들은 농구와 아무 상관 없는 어떤 태도를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그들은 대부분 전성기를 지난 퇴물들이었다. 존경심은 자기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것이지 자기 아버지가 누구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 상대방을 물리치기 위해서 온갖 말들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거면 아예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 누구든 내가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감정, 예를 들면 마음의 상처나 두려움 따위를 나 몰래 훔쳐보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사실 등이 그때 내가 배운 것이다. 그것 말고도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전에는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경기가 박빙으로 진행되고 땀이 솟구쳐 흐를 때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최고의 선수는 자기가 올리는 점수가 몇 점인지 신경 쓰지 않지만, 최악의 선수는 자기가 올리는 점수에만 신경을 쓴다는 사실도 배웠다. 스코어가 중요한 것은 오로지 황홀한 경지를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경기를 할 때는 자기도 깜짝 놀랄 움직임과 패스가 나올 수 있으며, 막아서는 상대 선수조차 마치 '죽이네'라고 말하는 듯한 미소를 짓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151면)

 

4. 내가 내 주변의 다른 아이들(서핑을 하던 아이들, 풋볼 선수들, 그리고 장차 로큰롤 기타리스트가 될 아이들)과 근본적으로 달랐던 점은, 내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가짓수가 한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152면)

 

5. 내가 진짜 이유를 말해줄까? 네가 처음 이 부엌에 들어오기 전에 네 할머니가 뭐라고 했는지 아니? '그 남자가 흑인이었단 말예요' 이랬어. '흑인'이라는 단어에서 할아버지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네 할머니가 무섭다는 진짜 이유는 바로 그거야. 나는 그게 마음에 안 들어." 할아버지의 말은 무거운 주먹처럼 내 가슴을 강타했다. ...나를 향한 두분의 사랑을 의심할 수 있는 구석은 여태까지 단 하나도 없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 같았다. 그런데 피부색이 나와 같은 사람들이 두 분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167, 168면)

 

6. 택시를 잡으려고 해도 세워주지 않거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여자들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힐끔 보면서 핸드백을 품에 꼭 끌어안을 때처럼 화가 날 때가 없다. 이렇게 화가 나는 이유는, 운 나쁘게 유색 인종으로 태어난 사람은 이런 무례함을 날마다, 그리고 평생을 참아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사실 우리는 이렇게 말을 한다). 그보다는 정통과 클래식을 지향하는 미국의 남성 의류 브랜드인 브룩스 브라더스 양복을 입고 완벽한 영어를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깜둥이로 오해를 받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내가 누군지 넌 모르겠니? 한 사람의 개인이야! ... 그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나 자신의 인종적인 정체성에 다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185면)

 

7. "... 이 투쟁은 우리에게 누구 편을 들 것인지 선택하라고 요구합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흑인 편이냐 백인 편이냐가 아닙니다. 부자의 편이냐 가난한 사람의 편이냐가 아닙니다. 이런 게 아닙니다. 훨씬 더 어려운 선택입니다. 존엄성이냐 굴종이냐 하는 것입니다. 정의냐 불의냐입니다. 실천할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옳은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부당한 편에 설 것인가!" (196면)

 

8. 하와이는 마치 유년 시절의 꿈같았다. 하와이에 둥지를 틀고 살 생각은 이제 전혀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무리 뭐라 해도 아프리카가 내 고향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만일 내가 미국의 흑인이라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해도,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바라본다 해도, 그런 깨달음은 닻을 내릴 곳을 찾지 못한 채 떠돌고 있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공동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흑인 친구들이 범죄와 관련된 통계를 접할 때 함께 느꼈던 절망, 그리고 농구 코트에서 친구들과 나누던 하이파이브보다 더 깊은 어떤 것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 정착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을 검증할 만한 그런 공간 ... (208면)

 

9. 과연 내가 절제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또 옛날 습관에 빠질까봐 두려웠다. 비록 길거리로 나선 전도사처럼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나는 도처에 널린 유혹에 대처할 준비를 하고, 내 약한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일 준비를 하였다. 내가 보인 반응은 단순히 과도한 유혹을 통제하겠다는 것 이상이었다. 뉴욕이 부르는 노랫소리 아래로 세상이 금이 가는 소리를 들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뉴욕의 뒷골목보다 더 극심한 가난을 보았다. 그리고 로스엔젤레스에서도 빈민가 아이들의 폭력적인 모습을 목격했었다. ... 나는 미국의 인종 및 계급이 얽혀서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거의 정확하게 파악하기 시작했다. (216면)

 

10. 1983년, 나는 공동체 조직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 변화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조직된 풀푸리에서만 나온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하려는 일이었다. 흑인을 조직할 것이다. 풀뿌리에서. 변화를 위해서. 백인과 흑인 가릴 것 없이 친구들은 내가 품은 이상을 칭찬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칭찬을 하자마자 곧바로 돌아서서 대학원 지원서를 보내러 우체국으로 향했다. 나는 회의적인 그들의 태도를 진정으로 비난할 수 없었다. 지금에야 때늦은 지혜로 그때 내가 내린 결정에 어떤 논리적인 근거를 댈 수 있다. (233면)

 

11. 운동은 오래전에 죽었다. 부서지고 박살이 나서 모래처럼 흩어지고 말았다.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길들은 모두 철저하게 봉쇄되고 파헤쳐졌다. 모든 전략이 소진되어 이제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매번 패할 때마다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씩 투쟁의 대열에서 떠났다. (244면)

 

12. "... 예수님이 편하자고 그랬습니까? 아니잖아요. 그 분은 사회적인 복음을 전했습니다. 자신의 메세지를 사회적 약자에게 전했습니다. 짓밟힌 사람들 말입니다. 내가 일요일에 중산층 흑인에게 이야기하는 내용도 바로 이겁니다. 그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그들에게 해줘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듣습니까?" "아뇨." 그는 낄낄거리면서 혼자 웃었다.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습니다. 계속 갑니다. ... " (264, 265면)

 

13. 폭력배 문제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너무 일반적인 주제이다. 쟁점은 구체적이고 전문적이며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279면)

 

14. 마티와 스몰스는 둘 다 종교와 마찬가지로 정치 또한 확실성에서 권력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의 확신은 다른 사람의 확신을 위협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시카고의 사우스사이드에 있는 한 맥도날드 체인점의 텅 빈 주차장에서 내가 바로 이교도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더 좋지 않은 사실도 깨달았다. 이교도라 하더라도 무엇인가 믿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 스스로도 확신하지 않는 어떤 진실을 믿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281면)

 

15. "아시겠지만 내가 여기에 온 건 단지 일자리가 필요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주변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마티에게 들었기 때문에 여기 왔습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관심도 없습니다. 내가 아는 사실은, 지금 내가 여기에 있고 여러분과 함께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뿐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함께 바로잡아 나갑시다. 나와 함께 일을 한 뒤에도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내가 먼저 여러분에게 그만두겠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모두가 지금 그만둘 생각이라면, 제가 던진 질문에 먼저 대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294, 295면)

 

16.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는 지도자들로부터 날마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찾고자 했던 사람들의 개인적인 관심사는 당장 코앞의 쟁점보다 훨씬 먼 곳으로까지 뻗어 있다는 사실, 사람들이 아무 일도 아닌 듯 슬쩍 내비치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알고 보면 그 사람을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 등을 배웠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공포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들은 지금까지도 악몽으로 혹은 눈부신 느낌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야말로 성스러운 이야기들이었다. (321면)

 

17. 내가 의심했던 것은, 자존심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흑인 정치에서 효과적이고 중심적인 매체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집중하면 할수록 결과는 그만큼 더 좋게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흑인에게 구체적인 기술과 일자리를 주어라, 더욱 안전하고 시설이 좋은 학교에서 흑인 어린이에게 읽기와 산수를 가르쳐라. 이처럼 기본적인 요소들이 갖춰지기만 하면 흑인들이 각자 자신의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328면)

 

18. 말콤 엑스의 자서전을 처음 손에 잡았을 때부터 나는 줄곧, 흑인 민족주의의 분명한 메시지는 백인의 너그러운 시혜에 의지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백인을 향한 증오에도 의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흑인 민족주의의 두 가닥 꼬인 줄을 풀려고 노력했었다. 이 나라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하며, 또 이 나라가 얼마든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믿음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나 자신과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말하곤 하였다. (333, 334면)

 

19. "버락, 인생은 길지 않아요. 제대로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국 잊어버리고 맙니다." (381면)

 

20. 이 투쟁을 통해서 나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 이유는 구체적인 환경, 예를 들면 재산이나 안정성, 명성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당장의 기쁨을 초월해서, 그리고 그 뒤에 어떤 실망스러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초월해서, 이전에 잠깐 가지고 있었던 것을 다시 손에 넣을 때 결국에는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나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투쟁은 나를 그렇게 계속 전진하게 만들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404면)

 

21. "우리가 교회 쉰 개만 묶을 수 있다면, 목사님께서 오늘 말씀하신 여러 가지 걱정스러운 상황들을 희망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겁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을 지도 모릅니다. 오바마씨. 당신은 아무 흥미로운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걸 아셔야 합니다. 여기 교회들은 자기들 나름의 생방식과 원칙을 가지고서 각자 따로 일하는 데 익숙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런 경향은 때로 목회자들보다 신자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454면)

 

22. 나는 '희망'이라는 한 단어에서 다른 소리들을 들었다. ... 생존과 자유와 희망에 대한 이 이야기들은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내 이야기가 되었다. 그들이 뿌렸던 피와 눈물은 우리의 피와 눈물이었다. (485면)

 

23. "담대하게 희망을 품으십시오! ..." (48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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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나카타니 아키히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 신문잡지의 두 줄짜리 구인광고를 주목하라 - 두 줄짜리 구인광고 뒤에 숨은 평생의 후원자

2. 선거운동원이 되어 정신없이 뛰어보라 - 선거 현장에서 배우는 우리 삶의 이면

3. 아무도 청탁하지 않는 일에 매달려 보라 - 남모르게 축적하는 삶의 에너지가 더 힘차다

4. 하고 싶은 일을 분명히 정하라 -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위해 20대의 젊음을 투자한다

5. 10개 이상의 자격증에 도전해 보라 - 자신의 능력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가 중요하다

6. 원하는 인생의 모델을 찾아라 - 그의 발자국을 쫓아가다 보면 내가 갈 길이 보인다

7. 정상에 있는 사람과 만나 보려 시도하라 - 만나려는 시도 자체가 당신을 강하게 한다

8. 현장에서 먼지에 덮인 아침밥을 먹어 보라 - 현장에 있는 사람 만이 알 수 있는 감동을 접하라

9. 10년을 투자해야 이룰 수 있는 일을 시작하라 - 평생을 걸쳐 해도 완성되지 못하는 것을 20대에 시작하라

10. 극장에서 안내원 아르바이트를 해보라 - 손전등 하나로 타인의 발끝을 비추어라

11. 인생의 계획표를 작성하라 - 확실한 계획을 세우면 확실한 방법이 나온다

12. 부모와 함께 여행을 떠나 보라 -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 인간애의 시작이다

13. 혼자만의 노래를 만들어라 - 착각하기 때문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14. 음지식물의 강건함을 배워라 - 모두에게서 무시당하는 20대가 30대에 혜성처럼 나타나는 스타가 된다

15. 100권의 책을 1년 목표로 독파하라 - 책 속에 길이 있음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16. 전자제품 하나를 완전 분해해 보라 - 분해했다 다시 조립해가는 과정의 소중함

17. 하루에 원고지 한 장을 채워라 - 하루에 한 장을 쓰면, 365일 만에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된다

18. 가능한 한 많은 나라에서 똥을 누워 보라 - 우물 안의 개구리는 한뻠의 하늘밖에는 모른다

19. 외국인과의 대화에는 언제나 용감하라 - 국제화시대의 경쟁자는 나라 밖에 있다

20. 자신의 무례함을 매일 밤 반성하라 - 자신의 무례함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가장 무례한 사람이다

21.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라 -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말할 수는 있어야 한다

22. 뱀의 이빨처럼 날카로워라 - 가만히 앉아서 홈런을 치겠다는 허황된 꿈을 버린다

23. 사흘마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라 - 작심삼일이 목적지에 닿는 데 도움이 된다

24.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잃지 말라 - 눈에 띄지 않는 소박한 작업의 기쁨을 깨닫는다

25. 가슴에 찢어지는 듯한 사랑에 빠져 보라 -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해 봐야 비로소 인생을 안다

26. 자신의 꿈 앞에서 항상 눈을 번쩍 떠라 - 아무리 캄캄한 어둠이라도, 눈을 뜨면 보인다

27. 마음의 샤워를 즐기는 법을 익혀라 - 좋아하는 일을 반복하면 언젠가 내것이 된다

28. 불행한 자들의 후원자가 되어 보라 - 불행이 무엇인지 알아야 행복도 안다

29. 기력의 완전한 탕진을 경험하라 - 분출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에너지가 당신 속에 있다

30. 성경책을 완전히 독파하라 - 성경을 통해 최선을 다한 인생의 표본을 만날 수 있다

31. 평생의 친구를 찾아라 - 20대에 만난 친구가 평생의 친구가 된다

32. 팽팽한 긴장의 순간을 즐겨라 - 벼랑끝 위기감을 맛본 사람의 눈빛은 다르다

33. 틀려도 좋으니 당신 생각을 말하라 - 결심을 미루는 사이에 어느새 환갑이 된다

34. 평생건강의 뼈대를 세워라 - 평생건강의 기초는 20대에 완성해둬야 한다

35. 가슴이 터질 듯한 불안을 사랑하라 - 불안이야말로 에너지의 최대 원천이다

36. 유비무환의 정신을 일상화하라 -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질문할 수 없다

37. 주제파악은 처음부터 무시하라 - 당신의 꿈은 4지선다형 답안 속에는 없다

38. 궁지에 몰릴 때까지 손을 뻗어라 - 모든 일이 잘 되지 않았기에 정말로 할 일과 만날 수 있다

39. 자신만의 칼을 준비하라 - 좋은 20대를 보낸 사람만이 좋은 30대를 보낼 수 있다

40. 뒷뜰에 한 그루 나무를 심어라 -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배운다

41. 두려움을 주는, 그런 사람을 만나라 -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을 만나면, 제2의 자신이 눈뜨게 된다

42. 당신을 침묵케 하는 사람을 만나라 - 만나서 편안한 사람만 택하지 말라

43. 삶의 목표에 관한 한 불효자가 되어라 -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면, 부모 인생의 일부가 된다

44. 10년 후의 나와 대화해 보라 - 미래의 내가 가장 확실한 조언자이다

45. 가장 위험한 작업 현장에 가보라 - 그곳은 밑바닥이 아니라 가장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46. 혼자만의 시간을 따로 두어라 - 마음의 고립을 위한 독방에 갇히면 삶이 더 넓어진다

47. 자신만의 사전을 만들어라 - 독자적인 시각을 가지면 독자적인 세계가 보인다

48. 자신의 체력 한계에 도전해 보라 - 내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아는 것도 큰 재산이다

49. 기본기에 충실한 선수가 되어라 - 코드 3개만 알면 기타를 칠 수 있다

50. 반드시 해야 할 50가지를 스스로 정하라 -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가 당신을 만들게 한다

 

 

 

1.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32면)

2. 어느 분야, 어느 위치에 있건 간에 최고가 된 사람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가 속해 있는 분야에 대해서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확실한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한 가지 진리를 믿고 있었습니다. 바로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진리입니다. 20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중에서 가장 필요하고 가장 쉬운 일이 바로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65면)

3. 나는, 어떤 일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과 일을 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과는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억지로 참으면서 일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87면)

4. 무엇이든지 공짜로 얻을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20대에 공짜로 얻은 것은 30대, 40대에 커다란 부채가 되어 당신을 짓누를 것입니다. ... 좌절의 쓰라린 잔만을 거푸 마셨다는 사실이 그를 얼마나 강하게 만들었는지, 그를 비웃고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은 30대가 되어서야 깨닫게 됩니다. (91면)

5. 문제의 핵심은 우선 시작하라는 것이지요. (94면)

6. 1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십시오. 그렇게 하면 당신의 꿈은 반드시 실현될 것입니다. 지나치게 기를 써서는 안 됩니다. 너무나 조급하게 굴며, 지나치게 기를 쓰면 10년 동안 계속할 수 없습니다. ... 자신만의 칼을 갈되, 그것으로 단번에 승부를 결판짓고 말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149면)

7. 세상이 넓다는 것을 넓은 세상에 있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좁은 세계에 갇혀야만 비로소 세상의 크기를 알 수 있게 되는 법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왜소한 세계에 살고 있는지, 주위의 정보를 차단했을 때 비로소 깨달을 수 있습니다. (171면)

8. 코드 3개를 안다면, 더 많은 코드를 알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니 하나씩하나씩 차근차근 늘려가면 되는 것입니다. 거의 사용하지 않는 코드를 갑자기 100개나 외우려고 하기 때문에 악기가 즐거워지지 않는 것입니다. 기타도 그러하고 피아노도 그러합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이고, 컴퓨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은 코드 3개를 외우면, 이미 그것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가 있습니다. 우선 코드 3개를 외웁시다. 그러면 틀림없이 그만둘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기본적인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운동경기에서는 자주 이야기합니다. "저 선수는 투지는 좋은데 기본기가 안 되어 있군요." 해설자의 이 말 속에는 냉소가 들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18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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