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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 버락 오바마 자서전
버락 H. 오바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어머니는 인도네시아에 빠르게 적응하라며 늘 나를 자극하고 격려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다른 미국 아이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비록 풍족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자부심 강하고 또 예의가 발랐다. 그녀는 흔히 외국인들이 미국인의 특성으로 꼽는 무지와 오만을 경멸하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그년느 미국에서 붙잡을 수 있는 삶의 기회와 인도네시아에서 붙잡을 수 있는 삶의 기회는 엄청나게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롤로가 진작 깨달았던 그 사실을, 그녀는 자기 아들이 어느 쪽에 있는 게 더 나을지 알았다. 그녀가 내린 결정에 따라서 나는 미국인이었다. 그렇게 때문에 나의 진정한 삶은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100면)
2. 우리 반에 나와 비슷한 악몽을 겪는 아이가 또 한 명 있었다. 코레타라는 여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내가 전학을 가기 전에는 우리 학년에서 유일한 흑인이었다. 뚱뚱한 데다 흑인이어서 친구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첫날부터 우리는 서로를 피했다. 그러나 멀리서 서로를 관찰했다.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가깝게 지내면 우리가 느끼는 고립감이 더 커질 것만 같아서였다. (121면)
3. 그 경기장에 있던 많지 않은 흑인들은 농구와 아무 상관 없는 어떤 태도를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그들은 대부분 전성기를 지난 퇴물들이었다. 존경심은 자기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것이지 자기 아버지가 누구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 상대방을 물리치기 위해서 온갖 말들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거면 아예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 누구든 내가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감정, 예를 들면 마음의 상처나 두려움 따위를 나 몰래 훔쳐보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사실 등이 그때 내가 배운 것이다. 그것 말고도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전에는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경기가 박빙으로 진행되고 땀이 솟구쳐 흐를 때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최고의 선수는 자기가 올리는 점수가 몇 점인지 신경 쓰지 않지만, 최악의 선수는 자기가 올리는 점수에만 신경을 쓴다는 사실도 배웠다. 스코어가 중요한 것은 오로지 황홀한 경지를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경기를 할 때는 자기도 깜짝 놀랄 움직임과 패스가 나올 수 있으며, 막아서는 상대 선수조차 마치 '죽이네'라고 말하는 듯한 미소를 짓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151면)
4. 내가 내 주변의 다른 아이들(서핑을 하던 아이들, 풋볼 선수들, 그리고 장차 로큰롤 기타리스트가 될 아이들)과 근본적으로 달랐던 점은, 내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가짓수가 한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152면)
5. 내가 진짜 이유를 말해줄까? 네가 처음 이 부엌에 들어오기 전에 네 할머니가 뭐라고 했는지 아니? '그 남자가 흑인이었단 말예요' 이랬어. '흑인'이라는 단어에서 할아버지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네 할머니가 무섭다는 진짜 이유는 바로 그거야. 나는 그게 마음에 안 들어." 할아버지의 말은 무거운 주먹처럼 내 가슴을 강타했다. ...나를 향한 두분의 사랑을 의심할 수 있는 구석은 여태까지 단 하나도 없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 같았다. 그런데 피부색이 나와 같은 사람들이 두 분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167, 168면)
6. 택시를 잡으려고 해도 세워주지 않거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여자들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힐끔 보면서 핸드백을 품에 꼭 끌어안을 때처럼 화가 날 때가 없다. 이렇게 화가 나는 이유는, 운 나쁘게 유색 인종으로 태어난 사람은 이런 무례함을 날마다, 그리고 평생을 참아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사실 우리는 이렇게 말을 한다). 그보다는 정통과 클래식을 지향하는 미국의 남성 의류 브랜드인 브룩스 브라더스 양복을 입고 완벽한 영어를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깜둥이로 오해를 받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내가 누군지 넌 모르겠니? 한 사람의 개인이야! ... 그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나 자신의 인종적인 정체성에 다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185면)
7. "... 이 투쟁은 우리에게 누구 편을 들 것인지 선택하라고 요구합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흑인 편이냐 백인 편이냐가 아닙니다. 부자의 편이냐 가난한 사람의 편이냐가 아닙니다. 이런 게 아닙니다. 훨씬 더 어려운 선택입니다. 존엄성이냐 굴종이냐 하는 것입니다. 정의냐 불의냐입니다. 실천할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옳은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부당한 편에 설 것인가!" (196면)
8. 하와이는 마치 유년 시절의 꿈같았다. 하와이에 둥지를 틀고 살 생각은 이제 전혀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무리 뭐라 해도 아프리카가 내 고향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만일 내가 미국의 흑인이라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해도,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바라본다 해도, 그런 깨달음은 닻을 내릴 곳을 찾지 못한 채 떠돌고 있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공동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흑인 친구들이 범죄와 관련된 통계를 접할 때 함께 느꼈던 절망, 그리고 농구 코트에서 친구들과 나누던 하이파이브보다 더 깊은 어떤 것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 정착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을 검증할 만한 그런 공간 ... (208면)
9. 과연 내가 절제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또 옛날 습관에 빠질까봐 두려웠다. 비록 길거리로 나선 전도사처럼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나는 도처에 널린 유혹에 대처할 준비를 하고, 내 약한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일 준비를 하였다. 내가 보인 반응은 단순히 과도한 유혹을 통제하겠다는 것 이상이었다. 뉴욕이 부르는 노랫소리 아래로 세상이 금이 가는 소리를 들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뉴욕의 뒷골목보다 더 극심한 가난을 보았다. 그리고 로스엔젤레스에서도 빈민가 아이들의 폭력적인 모습을 목격했었다. ... 나는 미국의 인종 및 계급이 얽혀서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거의 정확하게 파악하기 시작했다. (216면)
10. 1983년, 나는 공동체 조직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 변화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조직된 풀푸리에서만 나온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하려는 일이었다. 흑인을 조직할 것이다. 풀뿌리에서. 변화를 위해서. 백인과 흑인 가릴 것 없이 친구들은 내가 품은 이상을 칭찬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칭찬을 하자마자 곧바로 돌아서서 대학원 지원서를 보내러 우체국으로 향했다. 나는 회의적인 그들의 태도를 진정으로 비난할 수 없었다. 지금에야 때늦은 지혜로 그때 내가 내린 결정에 어떤 논리적인 근거를 댈 수 있다. (233면)
11. 운동은 오래전에 죽었다. 부서지고 박살이 나서 모래처럼 흩어지고 말았다.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길들은 모두 철저하게 봉쇄되고 파헤쳐졌다. 모든 전략이 소진되어 이제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매번 패할 때마다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씩 투쟁의 대열에서 떠났다. (244면)
12. "... 예수님이 편하자고 그랬습니까? 아니잖아요. 그 분은 사회적인 복음을 전했습니다. 자신의 메세지를 사회적 약자에게 전했습니다. 짓밟힌 사람들 말입니다. 내가 일요일에 중산층 흑인에게 이야기하는 내용도 바로 이겁니다. 그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그들에게 해줘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듣습니까?" "아뇨." 그는 낄낄거리면서 혼자 웃었다.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습니다. 계속 갑니다. ... " (264, 265면)
13. 폭력배 문제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너무 일반적인 주제이다. 쟁점은 구체적이고 전문적이며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279면)
14. 마티와 스몰스는 둘 다 종교와 마찬가지로 정치 또한 확실성에서 권력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의 확신은 다른 사람의 확신을 위협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시카고의 사우스사이드에 있는 한 맥도날드 체인점의 텅 빈 주차장에서 내가 바로 이교도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더 좋지 않은 사실도 깨달았다. 이교도라 하더라도 무엇인가 믿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 스스로도 확신하지 않는 어떤 진실을 믿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281면)
15. "아시겠지만 내가 여기에 온 건 단지 일자리가 필요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주변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마티에게 들었기 때문에 여기 왔습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관심도 없습니다. 내가 아는 사실은, 지금 내가 여기에 있고 여러분과 함께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뿐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함께 바로잡아 나갑시다. 나와 함께 일을 한 뒤에도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내가 먼저 여러분에게 그만두겠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모두가 지금 그만둘 생각이라면, 제가 던진 질문에 먼저 대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294, 295면)
16.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는 지도자들로부터 날마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찾고자 했던 사람들의 개인적인 관심사는 당장 코앞의 쟁점보다 훨씬 먼 곳으로까지 뻗어 있다는 사실, 사람들이 아무 일도 아닌 듯 슬쩍 내비치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알고 보면 그 사람을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 등을 배웠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공포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들은 지금까지도 악몽으로 혹은 눈부신 느낌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야말로 성스러운 이야기들이었다. (321면)
17. 내가 의심했던 것은, 자존심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흑인 정치에서 효과적이고 중심적인 매체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집중하면 할수록 결과는 그만큼 더 좋게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흑인에게 구체적인 기술과 일자리를 주어라, 더욱 안전하고 시설이 좋은 학교에서 흑인 어린이에게 읽기와 산수를 가르쳐라. 이처럼 기본적인 요소들이 갖춰지기만 하면 흑인들이 각자 자신의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328면)
18. 말콤 엑스의 자서전을 처음 손에 잡았을 때부터 나는 줄곧, 흑인 민족주의의 분명한 메시지는 백인의 너그러운 시혜에 의지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백인을 향한 증오에도 의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흑인 민족주의의 두 가닥 꼬인 줄을 풀려고 노력했었다. 이 나라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하며, 또 이 나라가 얼마든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믿음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나 자신과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말하곤 하였다. (333, 334면)
19. "버락, 인생은 길지 않아요. 제대로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국 잊어버리고 맙니다." (381면)
20. 이 투쟁을 통해서 나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 이유는 구체적인 환경, 예를 들면 재산이나 안정성, 명성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당장의 기쁨을 초월해서, 그리고 그 뒤에 어떤 실망스러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초월해서, 이전에 잠깐 가지고 있었던 것을 다시 손에 넣을 때 결국에는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나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투쟁은 나를 그렇게 계속 전진하게 만들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404면)
21. "우리가 교회 쉰 개만 묶을 수 있다면, 목사님께서 오늘 말씀하신 여러 가지 걱정스러운 상황들을 희망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겁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을 지도 모릅니다. 오바마씨. 당신은 아무 흥미로운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걸 아셔야 합니다. 여기 교회들은 자기들 나름의 생방식과 원칙을 가지고서 각자 따로 일하는 데 익숙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런 경향은 때로 목회자들보다 신자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454면)
22. 나는 '희망'이라는 한 단어에서 다른 소리들을 들었다. ... 생존과 자유와 희망에 대한 이 이야기들은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내 이야기가 되었다. 그들이 뿌렸던 피와 눈물은 우리의 피와 눈물이었다. (485면)
23. "담대하게 희망을 품으십시오! ..." (48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