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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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왔니?” “부모님은 무엇을 하시는 분이니?” “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니?” 등등. 우리는 특정 상대방에 대해서 이와 같은 질문들은 던진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질문들이 과연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코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줄까? 정답은 아니다가 될지 모르겠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배경에 관한 질문들은 결과론적으로 그 사람이 어떠한 personality를 갖고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주변 정보들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더 강화시켜 그 사람의 온전한 personality를 왜곡하고 이를 신뢰하지 않게 만들수도 있다(물론 그 반대일수도 있다. 좋은 학벌을 가졌다고 해서 혹은 좋은 집안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이 괜찮은 사람의 personality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배경을 통한 추측은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에, 배경을 통한 추측이런 유혹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출신>을 읽다가 나는 인터넷에 유고연방을 쳐 보았다. ‘ㅇ‧ㅠ‧ㄱ‧ㅗ라는 글을 치면서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또 검색을 통해 나온 콘텐츠를 보면서 또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그것은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에게서 들은 유고연방에 관한 것 이었다. 당시 사회 선생님은 과거 유고 연방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해주셨다. “지도는 바뀐다고 하면서, 이 세상의 나라들은 지금도 없어지고 생기기를 반복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 유고의 경우 지도의 모양이 바뀌는 과정에서 인종 청소라는 범죄가 저질러졌다고 했다. 유고연방의 해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나온 비극적인 장면들을 상상했다. 같은 민족들이 갑자기 적대하며 싸웠던 것을 재연한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유고연방에 속했던 사람들은 과거의 아픔 때문에 아직도 주변 사람들에게 적대적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유고연방을 검색한 뒤의 생각은 이랬다. “어떻게 이 다민족 국가가 하나의 통일된 국가일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이 이렇게 고유의 영토를 갖고 있고 민족과 종교 그리고 문화가 다 달랐는데 말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에서도 나온 그들의 지도자 티토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이 책 저자의 할머니인 크리스티나씨도 티토를 좋아했던 것처럼 나 또한 잠시나마 경외심이 들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티토가 유고연방을 이끌었을 당시의 지도자들은 이렇게 위대했을까?”라고 한번 생각을 해봤다.

결과론적으로 유고연방과 거기에 속해 있을 사람들에 대한 나의 생각은 분열적이었고 모순적이었다. 그러나 이것들은 옛 유고연방에 속했던 사람들을 만나면 이와 같은 편견이 강화돼 질문의 형태로 그들에게 던져질지 모르겠다.

 

기억을 찾아가는 사샤,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

 

어디서 왔니?” “부모님은 무엇을 하시는 분이니?” “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니?” 등은 대개 확증편향을 일으키는 선에서 그 의미를 다한다. 앞에서 내가 유고를 검색했을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출신을 묻는 것이 온전히 편견의 강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완벽한 정답은 아니다. 해당 질문을 시작으로 더 정확하게 그리고 입체적으로 정답을 찾고자 이것은 편견의 강화가 아니라, 그 사람을 알아가는데 있어서의 첫 번째 갈등이 될 수 있다. 출신을 물었을 때의 질문은 그 사람을 알고 이해하기 위한 과도기 중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 <출신>은 그 어떤 책보다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을 말하자면, 현재 내가 내어난 나라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나라가 존재할 때만 해도 나는 내가 유고슬라비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세르비아 출신인 아버지와 보스니아-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어머니처럼 말이다. 다민족구가에서 태어난 나는, 서로에게 사람을 느낀 부모님이 만들어 낸 결실이고 고백이었다. 서로 다른 출신과 종교의 억압으로부터 유고슬라비아의 용광로가 두 사람을 해방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꼭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아버지가 폴란드계이고 어머니가 마케도니아계인 사람도 유고슬라비아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타율과 혈통보다 자율과 혈액형을 더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말이다“ - 19 ~ 20pp

 

저자 사샤 스타시니치는 유고슬라비아 출신이다. 모든 사람들의 삶의 디폴트 값이 되는 나라가 그의 인생에서 사라졌다. 모든 사람들에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강력한 디폴드 값이 사라지면서 그와 그의 가족들은 외지에서 본토인(?)들은 격지 않을 장벽에 부딪히고 고충을 겪는다. 나라가 사라졌을 때, 해당 사회에서 엘리트층에 속한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을 살아야 한다. 정치학을 전공했던 사샤의 엄마는 세탁 공장에서 그리고 아버지는 공사장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어쩌면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혹은 그곳에서 그들의 출신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을 연이어 만났다면 그들의 삶은 더욱 위태로워 졌을지 모른다. 사샤가 출신이란 것에 대해서 단순히 신분을 물어보는 단순한 발화가 아닌 한번 입으면 영언히 입고 있어야 하는 옷’, ‘약간의 운이 들어 있는 능력, 재능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장점과 특권을 만들어 내는 능력과 같이 입체적으로 보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그의 인생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잠시 딴 이야기로 세어나가 보자. 나라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나는 잠시 고민해봤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오늘날을 세계화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권과 비자가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물리적으로 굳이 갈 필요도 없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어디든 우리는 간접적으로 그곳을 여행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여행이라는 여가를 즐길 때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직장에서 노동을 하며 파견근무를 할 때에도 지도에 있는 선명한 국경선의 존재를 의심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현재 나라가 없다는 것을 느낄 때는 바로 이러한 환경 덕분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샤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나라가 사라지면서 그 나라에 져야 할 의무도 사라졌지만, 최소한의 울타리 혹은 권리를 보장해 주던 존재의 부제를 뜻하기도 한다. 사샤와 그의 부모 그리고 주변인물들까지,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세기 말에, 최소한의 틀이 없어진 사건을 일상에서 겪게 된 것이다. 나라라는 개념이 사라진다는 것은 사샤와 그의 친인척들에겐 권리의 증가가 아닌 권리의 부제가 되는 것이다.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나는 늘 그렇듯 역시나 출신이군하고 생각하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복잡한 문제군요! 어디서 왔냐는 말이 암시하는 바가 뭔지 정확히 따져봐야 해요. 분만실이 위치한 언덕의 지리적인 위치를 암시하는지, 마지막 진통이 시작되는 순간에 머물고 있는 나라의 국경을 암시하는지?“” - 44pp

 

그들은 고향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혹 얘기를 하더라도 어떤 특정 장소를 언급하진 않는다.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방랑자 모든 사람들이 계획을 가장 적게 세우는 고양이지라고 말한다. 거기에 더해 고향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야기의 소재죠, 라고 나는 덧붙인다. 할머니, 우리 할머니 크리스티나가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할 때 나는 기억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 86pp

 

이 책 <출신>은 어쩌면 단순히 이민자 유입이 많은 독일 사회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보편적인 질문 하나를 던진다. 외지인에 대해 말이다. 지지난 해, 예멘의 난민들이 들어왔을 때, 몇몇 사람들은 광화문으로 나가 그들의 입국을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미디어에 자극적으로 비춰졌던 해당 사건만이 아니다. 농촌이나 한국인들이 많이 가지 않는 3D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떨까. 개도국에서 왔다고 하여 그들은 임금 착취부터 시작해서 노동에 대한 존중 심지어, 한국인 사용자들에게 체류를 문제로 협박을 받는 일까지 있다. 어쩌면 이 책 <출신>을 처음 받았을 때 내가 떠올렸던 것 또한 이와 비슷한 것들이었다. 사샤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독일 사회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자극적으로 보여주고 반대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된 일반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연대의 목소리를 낼 책이라 생각하고 이 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 책에서 사샤는 자신의 인생사를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인생사를 빈곤포르노로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신파극을 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뿌리를 덤덤히 찾아 올라가면서 그 과정에 얽힌 여러 추억들을 이야기한다. 외할머니가 콩으로 점을 쳐주는 이야기, 낚시를 좋아하는 외할아버지, 뭔가 걸크러쉬가 느껴지는 크리스티나 할머니 등. 우리나라 책 <토지>처럼 뭔가 일반인들을 통해서, 이 시대 출신이 갖고 있는 의미를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사샤의 과거. 크리스티나 할머이와의 과거 추억과 현재 치매로 인해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 등. 특별한 명확하고 가시적인 목적을 위해 글을 긴장감이 멈추지 않게 글을 끌고 나가기 보다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연결 짓는 방식으로 출신이 다름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야기 방식을 통해 단순히 사샤와 같이 유고 출신이 타지에서 격는 고충 및 정체성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떠오르게 한다. 그들과 내가 다른 형태로 똑같은 삶을 공유하고 있고, 결코 출신이 다르다고 해서 온전히 다른 삶을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개인적인 일 이지만 나 또한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를 둔 적이 있었고, 사샤만큼은 아니지만 외지에서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출신을 차근차근 어쩌면 다소 산만한 방식으로 사샤가 찾아가는 방식은 그래서 온전히 다른 경험과 배경에서 살아온 나에게도 부담 없이 공감을 하도록 만든다.

 

““할머니 집이 어디예요?”

비세그라드에 있어. 내 작은 당나귀.”

할머니, 우린 비셰그라드에 있어요

여긴 비셰그라드가 아니다.”

정말이자 할머니가 옳다고 말하고 싶다. 내게도 이 비셰그라드는 나의 비셰그라드가 아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비유적인 의미로 그렇게 말한 게 아니다. 할머니 말은 날 데려다줄 수 있니? 내 사람과 내 물건을 옆에 두고 싶구나라는 의미다.” - 234pp

 

부모님은 전문 지식을 갖고 즐겁게 하던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들은 독일에서 몰락하지 않으려고 주어진 모든 일자리를 수용했다. 우리 유고슬라비아 친구들의 처지는 어디서나 마찬가지였다. 고용주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이 이득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임금은 낮고, 초과근무는 대개 강제적이고 수당도 지급되지 않았다. 차별 대우였을까? 그러나 부모님은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비참했을까? 당연히 그랬겠지.” - 247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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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옳다! -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 숨쉬는책공장 일과 삶 시리즈 2
이용덕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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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해당 사건을 통해 정말로 노동자들의 입이 막힌다는 것이 무엇인지 입체적으로 경험했던 사례이기도 하다.

도로공사의 요금 수납원들. ! 어쩌면 도로공사란 조사를 빼야 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해당 사건이 터졌을 당시에는, “왜 이게 문제인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이들이 계속해서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의문은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공사에서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정권이 교체되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것들이, 권력을 가진 선한 사람의 손가락 하나에 의해 모두 풀릴 줄 알았다. 마치 어벤져스에서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겨 유주 인구 반을 줄인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사인 혹은 한 마디 하면 깔끔하게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그러기도 쉽지 않음을 이 책 <우리가 옳다>는 이야기 하고 있다.

 

그들은 옳다!

 

! 솔직히 이것은 먼저 집고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이란 말은 과장이다. 아마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기에, 작은 것들을 과하게 포장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와 같은 수사를 이용하는 것 같은데,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투쟁 그리고 화려하기보다는 굴욕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처절하게 깨지는 사람들의 투쟁을 이러한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희망이 되는 말일지 모르겠으나, 아직도 그들이 옳은지 모르는 혹은 그들의 투쟁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심한 비약과 왜곡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다만 그 구호가 이렇든 저렇든, 이 책 <우리가 옳다>의 내용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이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투쟁은 현실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드러냈다.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들에게 자회사로 가면 임금을 30% 올려 주고 정년을 1년 연장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노동자들은 이것 때문에 흔들리진 않았다. 그런데 자회사를 거부하면 수납 업무를 주지 않겠다는 협박은 달랐다. 전혀 다른 일을 해야 한다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애인들의 고민은 더 컸다. 다른 업무를 하는 게 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이 직접고용 되면 기존에 일하던 영업소에서 멀리 떨어진 영업소로 배치하겠다고 했다

 

우리의 노동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단순하지 않다. 나는 그것을 드라마 <송곳>을 통해서 배웠다. “서 있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라는 드라마 속 명언(?) 중 명언(?)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리고 이 책 <우리가 옳다>, 근본적으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어떻게 했고, 그들이 어떠한 사건을 겪었는지를 다룬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정부와 노조가 정면으로 붙은 사건이라기보다, 공기업이라는 공공기관에서 노동자와 노동자가 갈등을 겪은 사건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 쪽에서 어떻게 투쟁을 했는지, 어떠한 삶을 영위했는지 등을 보여주는 단순한 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본질적으로는 풍경이 달라진 혹은 서 있는 곳이 달라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어떻게 배제와 차별을 하고, 이를 정당화 시키려는지를 역으로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국도로공사는 우리에게 더 큰 용역업체(자회사)로 가라 합니다. 그게 싫다 했더니 해고합니다. 우리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 2심에서 정규직 판결을 받고, 대법원 결정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도 우리가 정규직이라는데, 다시 용역업체 직원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직접고용을 당당히 외치면서 13년 수납원 생활동안 잃어버렸던 자존감을 찾았습니다. 비굴했던 지난날의 저는 죽었습니다. 직접고용 될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나의 선택은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바로 보나, 거꾸로 보나 옳기 때문입니다.”

 

책이 보여주는 다른 곳에 서 있는 자들

 

이 책에서 다른 곳에 서 있는 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정치 권력을 잡은 자들. 또 다른 하나는 그동안 진영론적 사고 안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공기업 정규직들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함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노동자의 문제가 어떻게 변하지 않을 수 있는지, 그리고 기득권이 된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어떻게 배제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도로공사 사정은 과거 민주당의 원래대표였던 이강래란 자였다. 박근혜 정권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외쳤던 세력은 자신들이 세력을 잡은 뒤에, 노동자들을 메몰차게 핍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정치 권력과 힘을 합친 세력은 우리가 그동안 상위 1%에 대항하기 위해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노동자들의 투쟁을 신성시화하고 이성화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비정규직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코너의 코너에 몰리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어찌 보면 이 책을 가장 불편해할 사람들은 그동안 진영론적 사고에 매몰돼 세상을 바라봤던 사람일지 모르겠다. 정권이 바뀌면 그리고 현재 상태로 유지되면 만파식적이라고 누군가가 불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소외된 자들을 가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었을 뿐이다. 기득권이 된 자들은 노동개혁 문제가 붉어질 때마다 노동탄압을 이야기 하면서, 자신들 안에서의 연대 혹은 상생이 필요할 때는 이를 저버린다. 누가 그리고 어떻게 해당 문제를 풀 수 있을까. 하종강 선생님은 이 책을 가리켜 감동적이라고 표현하셨지만, 내가 보기에는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잔인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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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 세상을 바꾼 과학자들의 순수학문 예찬
에이브러햄 플렉스너.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 지음, 김아림 옮김 / 책세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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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그리고 현실

 

상상력이란 언덕 너머 미지의 뒤편까지 보는 힘이다그리고 호기심은 언덕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 올라가려는 인간의 타고난 충동이다수백만 년의 진화를 거치는 동안 우리는 두뇌를 그런 위험한 행동을 토해 보상받도록 형성되었다.” 47pp

 

책을 읽는 내내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문장을 꼽으라고 하면 이 문장을 꼽겠다사회과학 분야에는 68혁명 때 만들어진 상상력이 권력을...”이란 전설적인 슬로건이 있다면기초과학의 슬로건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앞의 문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재미있었던 점은단순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만이 아니다물론 이 점 또한 흔치 않은 기회일 수도 있으나더 좋았던 점은 좋은 선생이란 누구인가?” 혹은 좋은 가르침이란 무엇인가?”라는 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대학을 다닐 동안에 나 또한 교수라는 작자들을 만난 기억이 있다이 책의 저자들과는 완전히 다르다그들은 전기를 배우러 찾아온 나에게 경영학과 함께 공학을 공부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소리를 하는 둥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면 시건방진 놈이란 말을 하는 둥아무튼현실에서 기초과학을 지원하지 않는 여론과 관료들을 만나기 이전에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역설해야 하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적지 않은 배신감을 느끼는 대학 생활을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내가 만났던 교수들과는 많이 달랐다진정한 교수들이라고나 해야 할까어떻게 보면 저자들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라는 이공계 분야의 지식이 만드어지는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이와 같은 고민을 할 수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하지만 그 이전에 이 책의 글에서 나오는 저자들이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서의 고민은 그것 자체만으로 매력적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다룬 고려사항들을 종합해보면정신적이고 지적인 자유가 다른 무엇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할 수 있다내가 거론한 학문의 대상은 경험과학과 수학이다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음악과 미술을 비롯해 인간 정신을 제약 없이 표현하는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우리는 각 학문 분야가 개인 영혼의 정화와 고취를 통해 만족을 가져다주다는 사실만으로 그 분야를 충분히 정당화할 수 있다우리는 암묵적이든 실제적이든 쓸모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단과대학종합대학연구소를 정당화 해야 한다인간의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이 제도는 학교의 졸업생이 인류 지식에 유용한 공헌을 했는지와 관계없이 충분히 정당화 될 수 있다” 85pp

 

저자들은 자신들이 몸을 담고 있는 분야가 이공계라고 하여이공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자유만을 언급하지 않는다자신들이 그곳에서 체화한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서학문이란 것에 대한 자신들만의 철학과 정의를 이야기하고이것이 인간 자체에게 주는 긍정적 영향에 저자는 초점을 맞추었다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때저자들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책임을 지고 지원을 해야 한다는... 어쩌면 정당한 요구라고도 할 수 있고이공계가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역차별을 받는 것 아니가 하는 생각할 수도 있는 지점인데이 책의 저자는 학문에 대한 정의를 인간의 영혼과 연결시켰다이 책의 독자가 단순히 이공계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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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 - 절대 외면할 수 없는 권리를 찾기 위한 안내서
김지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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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당시 그들이 느꼈을 박탈감에 대해서 나는 공감하지 못했다. 한국 유수의 대학을 다른 방법을 들어간 것에 대하여 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녀 또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똑같이 불안감을 느꼈을 텐데.. 왜 저들은...”과 같은 생각을 했다. ! 여기서 말하는 그들박탈감의 박탈감을 느꼈을 고졸 출신의 청년들이 아닌, 그녀와 같은 대학 혹은 같은 공기를 마셨을 SKY이 출신 사람들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최근 어떤 친구를 만나며 나는 그들이 느꼈을 박탈감을 약간 구체적으로 느끼는 경험을 했다.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 다닌다는 고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를 만났다. 처음에 그녀는 나에게 그냥 못 살지 않아!”정도로만 자신의 집안 형편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하지만 파면 팔수록, 그녀는 대한민국 5%에 속하는 계층에 위치한 게 아닐까 싶었다. 일단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는 미국에서 12등 하는 고등학교다. 또한 그녀는 학교 안에서 일명 엘리트 교육이라 할 수 있는 토론 수업을 받으며, 현재는 고등학교 안에서 대학교에 들어가도 인정받을 수 있는 학점을 따고 있다. 그녀는 조기졸업이 가능하며, 들어가고 싶은 곳은 미국의 유수한 의대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그녀가 속해있는 교육기관은 그녀가 어디든 갈 수 있는지 철저하게 지원해줄 수 있는 곳이다. 뿐만인가. 그녀의 집안 또한 한마디로 빵빵했다. 엄마는 교포이며 교수다. 그리고 그녀의 외가쪽은 모두 의대 쪽이다. 아빠는? 아빠는 구글에서 현재 일하고 있으며, 그녀는 할아버지가 평범한 샐러리맨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조금 더 캐물어보니 우리나라 유수의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이한 샐러리맨이었다.

! 이야기를 돌아가보자. SKY이 출신들은 이 친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고졸 출신의 아이들이 내가 만난 친구들을 만난다면 그들은 아마 박탈감의 박탈감의 박탈감을 느겼다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이것은 상대성의 문제다.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파편화 돼 있고, 양극화 돼 있기에, 모든 상대성에서 주류와 비주류가 나눠진다. 그리고 이러한 상대성이란 특징에 의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무언가가 만들어질 경우, 이는 주류로 편입되고, 반대급부는 비주류로 편입된다. 이 책 <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단어는 이 상대성이었다. 우리는 이 상대성을 차이가 아닌 다양성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사회경제적으로도 우리 사회가 민주화 됐다고 할 수 있다. 자 이제 이 책 <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의 저자 김지윤씨가 몸으로 체화한 주류비주류의 상대성 이야기애 대해 이야기 해보자.

 

1차 노동시장에 속한 김지윤씨. 여성인 김지윤 씨. 그리고 사회

 

책의 저자 김지윤 씨를 처음 본 곳은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한 프로그램에서였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김 씨는 김지윤 씨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MIT에서 박사 학위를 딴 실력자라고 엄청나게 홍보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녀에 대한 나의 첫 이미지는 그랬다. 조국 사태를 통해서 박탈감의 박탈감을 느꼈던 것처럼, 나 또한 그녀의 스펙을 보고 나와 다른 세상에 살았던 사람이구나하고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녀에 대한 반감으로 향한 것은 아니었다. 이세계까지는 아니어도 이사회(異社會)에 사는 사람에게 반감이란 걸 느낄 이유조차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보는 조금 달랐다. 계속해서 해당 사회에서 머무르고, 온갖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하여 단순히 정파적으로만 보기 보다, 깊숙이 들어와서 보려는 노력을 했다. 1차 노동시장이 2차노동시장 혹은 자신 이외의 집단에 다가가려는 모습에서 적지 않은 어색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녀는 어쩌면 고고하게 1차노동시장 혹은 정계나 언론계에 머물면서 적당히 민주주의자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과는 달랐다. 시행착오는 있어도 계속해서 자기 밖에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또 이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 같았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은 아마 이 책 <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에서 잘 표현된 것이 아닐까. 여성으로서, 한국인으로서,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으로서 등등등. 그녀는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상대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하나의 실험체가 된 것마냥 자신이 사회에서 겪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좋은 스펙을 가졌지만,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한계는 무엇인지. 한국에서는 인정받았지만, 미국의 대학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생활하면서 얼마나 복잡한 자신의 사회적 모습을 마주했는지 등등.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여러 층위의 차별을 단순히 완벽한 주류가 된 이후에 자신의 성공 스토리의 일부로 편입시키지 않고, 이를 성찰하고 또 현재에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고민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이 책을 나에게 여러 고민들을 던져주었다.

 

김지윤의 직설?!

 

“<82년생 김지영>에서 언급한 유리 천장이나 임금 차별은, 여성을 고위직에 뽑지 않는다는 직접적인 원인보다 노동 시장의 구조적 임금 격차로 인하 것이 크다. 그리고 이것은 간접적이지만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 관리직과 낮은 직금의 사무직, 나아가 비정규직 간의 임금 차이는 남녀 간의 불균형한 직업군 분포도에서 출발해 남겨 임금의 격차로 귀결된다.” - 47pp

 

국가나 사회는 소수자의 권리를 나서서 먼저 보호해 주지 않는다.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다양성이란 골치 아프기만 한 것이다. 우생학이 저명한 정치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효율적으로 사회를 컨트롤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우수한 사람들이 생산적으로 알차고 똘똘하게 문제없이 살아가 주는 것만큼 국가에게 좋은 것이 없다. 평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챙겨 가며 나라를 운영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다.” - 99pp

 

내가 오랜 시간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얻은 것은, 우리로 묶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많은 경우 우리는 그들에 대한 차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인간은 우리라는 집단에 속해서 사는 것을 좋아한다. 소속감은 안정감의 또 다른 말이기도 하다.” - 124pp

 

솔직히 나 역시도 통일이 민족 과제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 할 자신이 없다. 통일 비용 걱정들을 많이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두려운 것은 돈만은 아닐 것이다. 남과 북이 헤어져 있던 시간은 75년에 달한다. 100년 혹은 1세기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함께 하나의 국가를 구성해서 살아야만 한다는 이 결연한 민족적 의지는, 아직까지도 우리의 뒷못을 잡고 있는 일제 강점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아닐까?” - 170pp

 

이들의 본질과 매력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옳은 말하고 진보적 가치를 좇아도 나처럼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 진보라 해서 꼭 노동자일 필요도 없고 작업복을 입을 필요도 없고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아도 된다. 부티나고 귀족적이며 잘생겨도, 진보적 가치를 주장할 수 있다는 쏘쿨함. 조국 장관이 유난히 국민을 분열시킬 정도로 논란이 되고 젊은이들이 배신감을 느꼇다고 하는 것 또한 아 지점이다. 그 쏘쿨했던 진보 학자는 결국 우리 사회의 흔한 기득권 클럽의 멤버였기 때문에 쏘쿨할 수 있었던 건인가?

그러면서 그 누구도 대변해 주지 않는 집단이 생겼다. 바로 전통적 진보 좌파가 대변해 왔던 농민, 노동자, 저소득층 비롯한 취약 계층이다. 좌파고 우파고 모두 천상계에서 노닐고 있고,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환경 이야기, 동성 결혼 합법화, 이주민 인권 이야기나 하고 있다. 우파아 원래 있는 사람들 핀이었다손 치더라도, 내 편에 서 있다고 하니 그동안 표를 줘 왔던 좌파 정당마저 그러한 것은 더더욱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갈 길을 잃은 표심을 잡은 사람의 대표주자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245pp

 

직설’, ‘직격탄혹은 돌직구와 같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나도 가슴에 와닿지 않고, 자기네들 지지층끼리만 좋아할 말들. 내겐 그냥 공허한 폭력적인 개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글들은 대개 나의 스크랩 목록에, 내가 칼럼을 꽂아넣는 책에 이와 같은 글들은 없다.

하지만 김지윤의 이야기는 다르다.

기본 권리를 알아서 보장해 주는 사회나 국가는 없다!”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으면서, 희생만 강요하는 권리에 대한 이야기” “더 이상 속지 않겠습니다! 착하지 않은 세상에서 희생하며 살 수 없다. 행동을 통해서라도 내 권리를 지켜야 한다!” 이 책의 표지에 있는 글들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정치에 동원되는 사람들로 향하는 게 아니라, 일반 시민들로 향한다. 그리고 이야기 하는 방식 또한 어설프거나 어색하지 않다. 현실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냉혹한지를 차가운 통계와,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경험들을 통해서 이야기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 한 것처럼 대부분의 사회과학 책은 이를 동시에 해내지 못한다.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언제나 자신은 그들과 연대 책임은 회피한다. 가령, 성수수자의 인권에 대해서 응원을 한다면서, 이들과 연대하는 것은 꺼리는 이중적인 면을 보인다. 이번 숙명여대 트렌스젠더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학교 밖에서 인권이 침해됐다고 비판을 엄청나게 했지만, 실질적으로 응원의 목소리만 낼 뿐, 이들이 어떻게 행동을 했어야 하는지, 전략적인 고민들은 하지 않는다.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만 젖어있고, 이것을 대상화 할 고민할 용기 그리고 그 집단 내부의 분위기로 인해, 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김지윤의 이 책은 다르다. 그녀는 차가운 현실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 현실 안에서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단순히 이를 비판적인 시선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객관화를 통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글을 읽는 내내,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의 모순에서 벗어나 사회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제 3의 눈이 길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수는 나쁘니 진보를 택해야 한다는 생각 혹은 그 반대의 생각 너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질서를 만들기 위해 시민으로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고,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김지윤 씨는 이야기 한다.

책을 읽으며 그녀가 확실히 내공을 갖고 있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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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부학 책 《그레이 아나토미》의 비밀
빌 헤이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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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렇게 나와는 다를 수 있는가. 그리고 내 친구들과 다를 수 있는가. 사람의 신체 깊숙한 곳을 보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우리가 볼 수 없는 공간이다. 일상에서는 말이다.

혐오라는 정동의 발현은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주로 발현한다.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부터 시작해서 사회에서 터부시 되는 것에서 우리는 배타적인 감정을 느낀다. 어쩌면 이는 자연적으로 길러지는 것이다. 집단에서 머무르기 위해선 집단이 터부시 하는 것을 따라야 한다.

인간의 몸에 대한 혐오 또한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인간 몸속을 들여다 보는 것. 그것은 그 자체로 혐오와 결부돼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언제 미디어에서 인간 몸속을 볼 수 있으랴. 볼 수 있는 것은 영화 그것도 좀비영화가 대부분이랴. 인간의 몸은 이러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타자화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인간의 몸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 인간의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어떤 느낌일까. 나는 솔직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과거 나는 학교에서 보건 시간에 성교육을 받다가 속이 매스꺼워져서 밖으로 나간 적이 있다(그때 이상하게 친구들은 그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아 주위를 둘러보면 나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의대 친구는 없지만 간호대를 다니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물론 실습은 아니지만, 교수님이 어딘가에서 구해준 해부 비디오를 보여주는데, 여학생들이 단체로 속이 매스꺼워서 교실을 뛰쳐나갔다고 한다. 인간의 몸속을 깊숙이 들여다 본다는 것은, 표면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어색하고 또 그것이 불러 일으키는 다양한 상상 때문에 혐오의 감정이 계속해서 부추겨 지는게 아닐까.

하지만 이 책 <해부학자>는 달랐다. 이 책은 해부라는 것을 글의 형태로 보여준다. 이 책이 해부학 교과서였다면, 어쩌면 나는 다시 화장실로 달려갔을지 모르겠다(물론, 해부학 교과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이 책을 읽고 싶기도 했다).

 

인간 몸 속의 아름다움.

 

과거에 물리학과 화학을 나는 좋아했다. 현재는 사회과학을 공부한다. 분야야 모두 다르지만 내가 학문을 사랑하는 이유는 언제나 부분을 통해 전체를 이해하는 과정에 있어서 지적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책 <해부학자> 또한 나에게 선사해 주는 감정은 이런 지적 희열과도 관련있다. 어쩌면 저자가 느끼는 희열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저자의 눈을 통해 인간의 몸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기계적인지를 느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관절에 동력을 공급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근육과 신경이다. 근육과 신경은 켈리의 몫인데, 그녀가 시신의 팔을 내전pronation시키자 우리 모두 어안이 벙벙해진다. 내전이란 아래팔을 회전시켜, 위를 바라보던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하는 운동을 말한다. 우리는 하루 종일 단 한 번도 의식하지 않고 내전 운동을 수도 없이 한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려고 손을 뒤집을 때를 생각해보라. 그러나 그런 단순한 운동의 내적 메커니즘을 살펴본다는 것은 매우 심오한 일이다. 켈리가 시신의 팔을 다시 내전시킨다. 한 번의 완벽한 운동에서 노뼈의 머리가 위팔뼈 위에서 회전하는 반면, 노뼈의 몸통은 자뼈 위에서 회전한다. 한편 켈리가 시신의 팔을 외전supination(내전의 정반대 운동)시키자, 노뼈와 자뼈의 상대적 위치가 우아하게 원상을 회복하며 손바닥이 다시 위를 향한다. 그런 삶의 모습이 시신에 잠시 머무는 장면을 보는 동안, ‘이 시신은 전혀 시체 같지 않다는 경이로움이 나를 사로잡는다.” - 146pp

같은 페이지를 읽으면서, 나는 내 몸을 조금씩 더듬었다. 물론, 속까지 더듬은 것은 아니나, 내 몸에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어떻게 유기적으로 또 한편으로는 기계처럼 움직이는지 심기하다고 느꼈다.

만약 뼈가 바위처럼 딱딱하고, 불활성이고, 원시인들이 사용하던 석기처럼 생겼다고 생각한다면, 단단히 실수한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몸속에 존재하는 진짜 뼈는 신경섬유와 혈관이 가득 찬 역동적 조직이다. 그러므로 손상되면 아프고, 부러지면 피를 흘리며, 지속적으로 파괴 되고 구축된다. 그리고 벽화의 색조로 인기를 끄는 본 화이트bone white라는 색깔이 있지만, 그건 살아 있는 뼈의 색깔이 아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창백한 장미pale rose를 연상하라.” - 184pp

또한, 내가 들여다보지 못하는 내 몸속의 은밀한 모습들을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보는 것 또한 이 책의 포인트다. 우리 몸에 대해서 철저히 아는 사람을 통해서 우리의 몸을 보는 게 아니다. 저자와 저자의 친구들이 해부를 통해서 우리 몸에 대해 느끼는 것을, 그대로 나 또한 느꼈던 것 같다. 마치, 장님이 돼 코끼리의 이곳저것을 만지며, 마지막 순간이 이것은 코끼리 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맞추는 것 같다고나 할까. 각각의 기관 그리고 그 기관들의 상호성을 이해하며 저자가 느꼈던 경이로움을 나 또한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내내, 어떻게 보면 이 책을 폈을 때 회상했던, 해부와 관련된 나의 괴로운 기억들은, 하나도 회상되지 않았던 것 같다. 천문학자가 블랙홀 주위를 돌아다니는 별을 통해 별들과의 관계를 파악하며 새로운 가설을 세우기 이를 입증하는 것처럼, 저자는 해부를 하면서 우리 몸의 상호성을 파악하고, 그것이 자기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경이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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