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부학 책 《그레이 아나토미》의 비밀
빌 헤이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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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렇게 나와는 다를 수 있는가. 그리고 내 친구들과 다를 수 있는가. 사람의 신체 깊숙한 곳을 보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우리가 볼 수 없는 공간이다. 일상에서는 말이다.

혐오라는 정동의 발현은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주로 발현한다.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부터 시작해서 사회에서 터부시 되는 것에서 우리는 배타적인 감정을 느낀다. 어쩌면 이는 자연적으로 길러지는 것이다. 집단에서 머무르기 위해선 집단이 터부시 하는 것을 따라야 한다.

인간의 몸에 대한 혐오 또한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인간 몸속을 들여다 보는 것. 그것은 그 자체로 혐오와 결부돼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언제 미디어에서 인간 몸속을 볼 수 있으랴. 볼 수 있는 것은 영화 그것도 좀비영화가 대부분이랴. 인간의 몸은 이러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타자화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인간의 몸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 인간의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어떤 느낌일까. 나는 솔직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과거 나는 학교에서 보건 시간에 성교육을 받다가 속이 매스꺼워져서 밖으로 나간 적이 있다(그때 이상하게 친구들은 그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아 주위를 둘러보면 나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의대 친구는 없지만 간호대를 다니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물론 실습은 아니지만, 교수님이 어딘가에서 구해준 해부 비디오를 보여주는데, 여학생들이 단체로 속이 매스꺼워서 교실을 뛰쳐나갔다고 한다. 인간의 몸속을 깊숙이 들여다 본다는 것은, 표면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어색하고 또 그것이 불러 일으키는 다양한 상상 때문에 혐오의 감정이 계속해서 부추겨 지는게 아닐까.

하지만 이 책 <해부학자>는 달랐다. 이 책은 해부라는 것을 글의 형태로 보여준다. 이 책이 해부학 교과서였다면, 어쩌면 나는 다시 화장실로 달려갔을지 모르겠다(물론, 해부학 교과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이 책을 읽고 싶기도 했다).

 

인간 몸 속의 아름다움.

 

과거에 물리학과 화학을 나는 좋아했다. 현재는 사회과학을 공부한다. 분야야 모두 다르지만 내가 학문을 사랑하는 이유는 언제나 부분을 통해 전체를 이해하는 과정에 있어서 지적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책 <해부학자> 또한 나에게 선사해 주는 감정은 이런 지적 희열과도 관련있다. 어쩌면 저자가 느끼는 희열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저자의 눈을 통해 인간의 몸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기계적인지를 느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관절에 동력을 공급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근육과 신경이다. 근육과 신경은 켈리의 몫인데, 그녀가 시신의 팔을 내전pronation시키자 우리 모두 어안이 벙벙해진다. 내전이란 아래팔을 회전시켜, 위를 바라보던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하는 운동을 말한다. 우리는 하루 종일 단 한 번도 의식하지 않고 내전 운동을 수도 없이 한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려고 손을 뒤집을 때를 생각해보라. 그러나 그런 단순한 운동의 내적 메커니즘을 살펴본다는 것은 매우 심오한 일이다. 켈리가 시신의 팔을 다시 내전시킨다. 한 번의 완벽한 운동에서 노뼈의 머리가 위팔뼈 위에서 회전하는 반면, 노뼈의 몸통은 자뼈 위에서 회전한다. 한편 켈리가 시신의 팔을 외전supination(내전의 정반대 운동)시키자, 노뼈와 자뼈의 상대적 위치가 우아하게 원상을 회복하며 손바닥이 다시 위를 향한다. 그런 삶의 모습이 시신에 잠시 머무는 장면을 보는 동안, ‘이 시신은 전혀 시체 같지 않다는 경이로움이 나를 사로잡는다.” - 146pp

같은 페이지를 읽으면서, 나는 내 몸을 조금씩 더듬었다. 물론, 속까지 더듬은 것은 아니나, 내 몸에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어떻게 유기적으로 또 한편으로는 기계처럼 움직이는지 심기하다고 느꼈다.

만약 뼈가 바위처럼 딱딱하고, 불활성이고, 원시인들이 사용하던 석기처럼 생겼다고 생각한다면, 단단히 실수한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몸속에 존재하는 진짜 뼈는 신경섬유와 혈관이 가득 찬 역동적 조직이다. 그러므로 손상되면 아프고, 부러지면 피를 흘리며, 지속적으로 파괴 되고 구축된다. 그리고 벽화의 색조로 인기를 끄는 본 화이트bone white라는 색깔이 있지만, 그건 살아 있는 뼈의 색깔이 아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창백한 장미pale rose를 연상하라.” - 184pp

또한, 내가 들여다보지 못하는 내 몸속의 은밀한 모습들을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보는 것 또한 이 책의 포인트다. 우리 몸에 대해서 철저히 아는 사람을 통해서 우리의 몸을 보는 게 아니다. 저자와 저자의 친구들이 해부를 통해서 우리 몸에 대해 느끼는 것을, 그대로 나 또한 느꼈던 것 같다. 마치, 장님이 돼 코끼리의 이곳저것을 만지며, 마지막 순간이 이것은 코끼리 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맞추는 것 같다고나 할까. 각각의 기관 그리고 그 기관들의 상호성을 이해하며 저자가 느꼈던 경이로움을 나 또한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내내, 어떻게 보면 이 책을 폈을 때 회상했던, 해부와 관련된 나의 괴로운 기억들은, 하나도 회상되지 않았던 것 같다. 천문학자가 블랙홀 주위를 돌아다니는 별을 통해 별들과의 관계를 파악하며 새로운 가설을 세우기 이를 입증하는 것처럼, 저자는 해부를 하면서 우리 몸의 상호성을 파악하고, 그것이 자기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경이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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