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옳다! -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 숨쉬는책공장 일과 삶 시리즈 2
이용덕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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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해당 사건을 통해 정말로 노동자들의 입이 막힌다는 것이 무엇인지 입체적으로 경험했던 사례이기도 하다.

도로공사의 요금 수납원들. ! 어쩌면 도로공사란 조사를 빼야 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해당 사건이 터졌을 당시에는, “왜 이게 문제인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이들이 계속해서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의문은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공사에서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정권이 교체되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것들이, 권력을 가진 선한 사람의 손가락 하나에 의해 모두 풀릴 줄 알았다. 마치 어벤져스에서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겨 유주 인구 반을 줄인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사인 혹은 한 마디 하면 깔끔하게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그러기도 쉽지 않음을 이 책 <우리가 옳다>는 이야기 하고 있다.

 

그들은 옳다!

 

! 솔직히 이것은 먼저 집고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이란 말은 과장이다. 아마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기에, 작은 것들을 과하게 포장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와 같은 수사를 이용하는 것 같은데,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투쟁 그리고 화려하기보다는 굴욕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처절하게 깨지는 사람들의 투쟁을 이러한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희망이 되는 말일지 모르겠으나, 아직도 그들이 옳은지 모르는 혹은 그들의 투쟁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심한 비약과 왜곡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다만 그 구호가 이렇든 저렇든, 이 책 <우리가 옳다>의 내용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이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투쟁은 현실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드러냈다.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들에게 자회사로 가면 임금을 30% 올려 주고 정년을 1년 연장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노동자들은 이것 때문에 흔들리진 않았다. 그런데 자회사를 거부하면 수납 업무를 주지 않겠다는 협박은 달랐다. 전혀 다른 일을 해야 한다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애인들의 고민은 더 컸다. 다른 업무를 하는 게 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이 직접고용 되면 기존에 일하던 영업소에서 멀리 떨어진 영업소로 배치하겠다고 했다

 

우리의 노동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단순하지 않다. 나는 그것을 드라마 <송곳>을 통해서 배웠다. “서 있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라는 드라마 속 명언(?) 중 명언(?)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리고 이 책 <우리가 옳다>, 근본적으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어떻게 했고, 그들이 어떠한 사건을 겪었는지를 다룬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정부와 노조가 정면으로 붙은 사건이라기보다, 공기업이라는 공공기관에서 노동자와 노동자가 갈등을 겪은 사건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 쪽에서 어떻게 투쟁을 했는지, 어떠한 삶을 영위했는지 등을 보여주는 단순한 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본질적으로는 풍경이 달라진 혹은 서 있는 곳이 달라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어떻게 배제와 차별을 하고, 이를 정당화 시키려는지를 역으로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국도로공사는 우리에게 더 큰 용역업체(자회사)로 가라 합니다. 그게 싫다 했더니 해고합니다. 우리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 2심에서 정규직 판결을 받고, 대법원 결정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도 우리가 정규직이라는데, 다시 용역업체 직원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직접고용을 당당히 외치면서 13년 수납원 생활동안 잃어버렸던 자존감을 찾았습니다. 비굴했던 지난날의 저는 죽었습니다. 직접고용 될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나의 선택은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바로 보나, 거꾸로 보나 옳기 때문입니다.”

 

책이 보여주는 다른 곳에 서 있는 자들

 

이 책에서 다른 곳에 서 있는 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정치 권력을 잡은 자들. 또 다른 하나는 그동안 진영론적 사고 안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공기업 정규직들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함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노동자의 문제가 어떻게 변하지 않을 수 있는지, 그리고 기득권이 된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어떻게 배제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도로공사 사정은 과거 민주당의 원래대표였던 이강래란 자였다. 박근혜 정권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외쳤던 세력은 자신들이 세력을 잡은 뒤에, 노동자들을 메몰차게 핍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정치 권력과 힘을 합친 세력은 우리가 그동안 상위 1%에 대항하기 위해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노동자들의 투쟁을 신성시화하고 이성화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비정규직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코너의 코너에 몰리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어찌 보면 이 책을 가장 불편해할 사람들은 그동안 진영론적 사고에 매몰돼 세상을 바라봤던 사람일지 모르겠다. 정권이 바뀌면 그리고 현재 상태로 유지되면 만파식적이라고 누군가가 불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소외된 자들을 가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었을 뿐이다. 기득권이 된 자들은 노동개혁 문제가 붉어질 때마다 노동탄압을 이야기 하면서, 자신들 안에서의 연대 혹은 상생이 필요할 때는 이를 저버린다. 누가 그리고 어떻게 해당 문제를 풀 수 있을까. 하종강 선생님은 이 책을 가리켜 감동적이라고 표현하셨지만, 내가 보기에는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잔인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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