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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자본 -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법
제프리 힐 지음, 이동구 옮김 / 여문책 / 2018년 1월
평점 :
한 나라의 문제는 대게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에 의해 풀린다. 국가는 그 어떠한 분야에서도 자신의 힘을 제한해 발휘할 수 있으며, 해당 문제를 꾸준히 풀 수 있는 지속성까지 갖고 있다. 비록, 군주 시대를 지나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이 민의에 의해 선출된 사람으로 바뀌었어도, 국가의 이러한 힘과 기능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제한됐을 뿐이다.
국가가 자신의 힘을 동원해 국내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누구도 국가의 힘에 대해 반대를 하지 않는다면 국가는 그것에 대해 마음껏 지산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아무리 이기적으로 굴어도 다른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국가의 이기성을 반박할 수 없다. 이는 국가를 지탱해 주는 것이 국내 사람들이지 국외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매우 이기적인 행태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21세기 대부분의 국가가 국제 문제를 대할 때 취하는 태도다. 대부분의 국가가 민주주의라는 정당성을 활용해 타인들의 문제를 방관하기도 하고, 심지어 방해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 집단‘만’의 민주주의라는 것은 결코 선한 것만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한 집단 내에서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현재 민주주의의 범위는 국가로 제한되어 있을 뿐, 그 이상은 아니다.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국가가 타국에 대해 악한 일을 벌여도 이를 민주적으로 터치할 존재는 이 세상에 그 나라의 국민들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날 국가들의 이러한 모습은 고대나 중세에 중앙집권의 국가가 등장하기 전에 여러 개의 자그마한 세력들이 싸움을 하던 시기에 벌어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UN이모든 국가들을 터치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UN이라는 곳이 한 국가의 내정에 간섭할 힘을 갖고 있는 단체는 분명히 아니다.
이제까지 말한 국가의 이기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바로 환경이다. 후진 산업국들은 현재 지구환경 문제를 현재 선진 산업국 탓을 하고 있고, 선진 산업국 또한 내부의 정치 경제적 사저으로 인해 환경 문제를 푸는데 매우 회의적이다. ‘지구 제국’이라는 민주성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제국이 강제성을 발휘해 환경 문제를 지구 제국의 국내 문제로 보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매우 풀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이 책 <자연 자본>은 지구 제국이 없어도 국가들이 시장의 원리를 통해 관리가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
환경문제와 외부효과
언론고시를 준비하며 ‘외부효과’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현재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뇌에 선명하게 조각되진 못했어도, 한 때 당신의 뇌를 스쳤던 수많은 시사용어 가운데 하나임은 틀림없다. 외부효과는 ‘어떤 경제 활동과 관련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발생시키는 것을 말하며 외부성이라고도 한다. 외부효과는 외부불결경제와 외부경제로 구분되는데 이 중, 외부불경제는 어떤 행동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음의 외부성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이 외부불경제의 가장 상징적인 예가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문제다. <자연자본>이라는 책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환경파괴를 경제 용어인 외부효과를 통해 개념화 하면서, 자연을 보호하는 이유에 대해 경제적 접근을 시도했다.
우리는 그동안 환경보전을 매우 추상적으로 생각했고, 환경보전에 대한 구도를 도덕적인 구도로 생각했다. 이는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단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환경단체에서는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결과론적으로 같은 주장을 하는 이 책의 저자 제프리 힐 교수를 불온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막연하고. 그래서 별 호소성이 없으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환경문제를 저자는 ‘외부효과’를 통해 설명함으로서, 환경문제를 소홀히 할 경우 우리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청구될지 모를 손해를 우리에게 인식시키는데 성공했다(적어도 나한테는 말이다). 저자는 세계 여러 곳에서 벌어진 자연 파괴 현상에 대한 손익을 계산했다. 우리가 환경을 보존함으로서 얼마만큼의 손해를 줄일 수 있을지 계산한 것이다. 가령 기존에 있던 늪지대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무상으로 공급받을 수 없는 자연의 자정능력을 대체할 산업적 비용을 보여줌으로서 자연을 보존함으로서 얼마만큼의 비용을 아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예를 보도록 하자. 공기청정기와 같은 것들은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도구였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숲을 잘 관리하고, 공해를 줄였더라면 충분히 이러한 공기 청정을 위한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이 무너졌을 때의 비용은 우리 집에 공기 청정기를 사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의 고민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인류가 하는 산업 활동이라는 것은 계속해서 자원을 수익모델로 생각하고 이를 파괴하는 것이다. 나무와 광물 그리고 석유와 같은 수많은 자원을 인류가 원하는 방식대로 만드는 것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다. 현재까지 인류가 자연 자원을 얼마나 파괴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우리가 파괴한 자연이 우리에게 환경 부담금을 얼마나 지불하게 했는지는 우리의 5감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석탄과 석유를 사용했기 때문에 하늘에서는 산성비와 미세먼지가 땅 밑에서는 오존이 발생했고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이상한 기후를 만들어내고 있다. 뿐만인가. 숲을 없앰으로 인간의 산업화가 발생시킨 탄소를 포획할 장치까지 없앰으로서, 우리는 자연을 파괴한 만큼 동등한 피해를 입는 게 아니라, 몇 값 절의 피해를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피해는 단순히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라는 구호가 아니라, “자연 자본이 있었다면 이러한 비용이 들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잇다.
그런데 저자의 이러한 시도가 이론적으로만 끝난 것 같지는 않다. 2001년 미국의 부시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합의한 교토의정서를 탈퇴하고 이를 대체하고 강제할 국제 협약이 없었던 가운데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나타났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이전의 협약이나 조약과 다른 점은 특정 국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환경파괴를 없애기 위한 시장 매커니즘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파리기후협약의 핵심은 탄소 감축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고, 이는 경쟁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들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어떻게든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또한 2015년 만들어진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매커니즘을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처럼 보인다. 또한 거대한 페러다임의 전환은 지구 제국이라는 거대한 세계 정부가 없어도 경제주체들이 시장의 원리(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 및 자연을 파괴하지 않을 수 있는 방안들을 창안)를 통해 자연 파괴로 인한 외부효과를 줄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