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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훈이 명문가를 만든다
권태성 지음 / 다연 / 2018년 2월
평점 :
과연 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첫 장을 읽은 직후부터 들었다. 우리나라의 재벌 기업들은 모두가 알다시피 그렇게 깨끗한 사람들은 아니다. 작년 국정농단 사태 때 국회 청문회에 나온 기업인들의 면모를 보면 딱 그렇다. “모르겠습니다”라는 일관된 태도로 상징화할 수 있는 그들의 정의에 대한 무관심은 얼마나 우리나라 재벌이 사회의 가치와 멀리 떨어져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유명한 가문들은 우리나라와 전혀 다르다. 뭐 재벌 가문이 얼마나 다를 수 있겠냐고 말할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대부분의 재벌 가문들이 그렇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책에 나온 발렌베리 가문을 제외하고 과연 몇 가문이 정말 완벽하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모든 재벌이 우리나라의 재벌과 똑같이 더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록 그들이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더라도, 그들은 책임이라는 것을 질 줄 아는 존재들처럼 보였다. 즉, 애초에 법에 구속될 정의롭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선에서 사회적으로 해로운 일을 한다는 것 이었다. 이것은 한편으로 어쩔 수 없는 재벌의 모습이기도 하다. 거대한 기업은 거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자가 한편으로 우리나라 재벌들에게 기대를 거는 모습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저자의 기대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이다. 삼성이 잘못한 것이 과연 이번 국정농단 사태 때 최순실에게 몰래 돈을 준 것이 전부일까? 정답은 아니다. 삼성 백혈병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고, 삼성이 부여잡고 있는 갑질문제, 삼성의 로비문제 등. 삼성이 갖고 있는 문제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다. 삼성은 앞으로 깨끗한 경영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과거에 했던 이들에 대한 관리는 필요하다. 흔히 관리의 삼성이라고 하지 않은가. 자신들이 벌려놓은 더러운 일들에 대한 깨끗하지 못한 처리는 삼성을 절대 이 책에 나오는 명문가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