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팍팍하던 그때 스승을 만나다
이상호 지음 / 토실이하늘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한 언론사 필기시험을 보러 간 일이 있었다. 당시 내가 받았던 논제는 대학에 지혜를 교류할 스승인 교수는 없어지고, 왜 취업 컨설턴트를 해주는 교수만 남았는가?”였다. 논제의 제목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위와 같은 뉘앙스였던 것은 분명하다. 학문의 장으로서 학생과 교수가 서로 상호작용을 했던 공간, 어떠한 위계관계도 없었던 공간으로서의 대학은 없어지고, 학생들의 취업률을 어떻게든 끌어올리려는 교수와, 어떻게든 대학과 교수를 통해 좋은 기업에 취직하려는 학생들만 남았으니 말이다. 논제를 받으며 나는 사회 구조적인 요인을 짚었다. 1997년 이래로 일관되게 진행되어온 경쟁시스템. 그런 구조적인 요인이 우리 사회에서 스승과 제자간 만남의 장이라 할 수 있는 대학을 변화시켜 버린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저자가 스승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다소 막연하게 들렸다. 이 사회에서 스승을 찾는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물론 100% 만나지 못할 것이란 장담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구조적으로 이런 스승을 만난다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고 생각했다. 또한, 저자는 일상생활에서의 깨달음과, 스승이라는 존재를 헷갈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책을 읽는 종종 하게 됐다. 책의 프롤로그에 나온 해골바가지와 원효대사 이야기는 그렇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특정한 깨달음을 주는 것은 영감이라는 구체적인 단어로 볼 수 있는 것이고, 이를 스승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책을 쓴 저자의 의견에 모두 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저자 또한 200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진행됐던 멘토 신드롬에 대해서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멘토 신드롬이라는 것은 어찌됐건 언론에 의해 만들어지고 부풀려진 것이 상당한 현상이었다. 스승이 사라진 대학, 취업이 어려워지는 사회 환경 그리고 더 이상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당시 20대들에게 김난도, 안철수, 박경철과 같은 멘토들은 이집트에서 탈출해 가나안땅으로 가야 하는 이스라엘 인들을 이끄는 모세와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세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득권이었고, 나름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며, 그저 좋은 것만 이야기하던 사람들 이었다. 나 또한 이러한 점에서 저자와 함께 멘토 신드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저자가 이런 사회 현상적인 부분에 대해 비판적인 모습을 갖고 있는지 한쪽으로는 의심이 들게 했다. 저자가 책에 써 놓은 책들은 우리 시대의 자기개발서 였다. ... . 이 책은 어떻게 보면 한 권의 자기개발서도 읽기 바쁜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저자의 맨 첫장 비판과는 다르게,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주류들이 쓴 책들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모아놓은 책이다. 자기개발서를 한 권으로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혹시나 모를 나같이 사회에 불많이 많은 종자들은 이 책 읽기를 권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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