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손길이 닿기 전에
리사 윈게이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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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들의 노동. 불과 20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 아니다. 아동 노동은 아직도 지구상에 존재한다. 아동 노동이 불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말이다. 그 아이들은 소년병이 되어 자신의 친구와, 지산비도 커다란 체구의 사람들을 죽일 수도 있고, 다이아몬드를 주을수도 있으며, 어부가 되어 일하거나, 플렌테이션에서 일을 하거나, 쓰레기 더미에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갈 무언가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불안한 사회에서 아동은 언제나 그 어떤 사람보다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 이었다. 지킴을 받을 수 없다면 말이다.

<당신의 손길이 닿기 전에>를 읽으며 내가 생각했던 것은 노동하는 아이들 이었다. 산업화 시대에 아이들은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어른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탄광에 보내졌고, 어른들이 하지 못하는 섬세한 작업을 하도록 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도 이런 아동 노동이 이뤄지는 곳들이 많다. 물론 이 책에서 학대 받았던 아이들이 내가 이야기 한 노동하는 아이들과는 같지 않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노동하는 아이들은 어디에 있던지 어른의 논리에 이용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신의 손길이 닿기 전에>를 통해 나온 고아원의 아이들의 삶은 생각만 하는 것으로도 가슴에 불길을 당기는 것 이었다. 긴 말을 할 것 없이 상식적으로 누군가에게 보호되어야 하는 존재들을 저런 책에 나온 대로 마치 자신의 재산처럼 이용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것 이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이 비록 20세기 이지만 미국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정말 놀라운 것 이었다. (솔직히 이 일이 지금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린이를 학대하는 고아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린이들은 학대하기 쉽다. 그들은 사회와 거의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그들을 도와줄 만한 것을 찾기도 힘든 존재들이다. 누군가 이들을 발견해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오래전의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아동 혹은 아기들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감적이 있다면 저러한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됐다. 특히나 이 일이 실제로 벌어진 곳이 미국이라서 그 충격은 더욱 컸던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정말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로 저자가 이야기를 너무나도 절묘하게 잘 풀어내 재미있게 읽은 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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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안재성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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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페이지를 읽으며 돌진하라는 말에 들어있는 군인들의 노기를 느꼈다. 이 말은 내게 콘크리트에 어떻게든 머리를 박아서라도 그것을 박살내라!” 말처럼 들렸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더라도 그 콩트리트에 머리 박기를 멈추지 말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피가 더 많이 콘크리트에 묻을수록 돌진하라라는 명령을 내린 사람은 성질을 내며 계속해서 돌진하라라는 명령을 내렸다. 금도 가지 않은 콘크리트에 자신이 퍼부은 많은 피의 양을 생각하며, 그냥은 아까워서 안 되겠다는 심보로 계속해서 사람들을 돌격시키는 모양새였다. 그의 명령이 무엇이든, 그의 돌격하라라는 명령은 고스톱을 하는 사람들이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건 혹은 더 따기 위해서건 를 외치는 것과 하나 다를 것이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외의 방법은 없다는 생각. 그리고 그런 광기. 자신이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광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광기. 그래서 전장에 있는 높은 지휘관들은 사람을 도박장의 패 하나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전쟁은 이런 광기의 소굴이다. 특히나 피아식별히 힘들었던 동족간의 전쟁이었던 6.25는 더더욱 그러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상이 가장 거대하게 맞붙었던 땅. 생각의 차이만으로 서로를 죽여리고 했던 전쟁. 그것이 6.25전쟁이다. 같은 말, 같은 생각을 공유하면서도 자신들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하고, 그 끝이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을 환상이 이 싸움의 주된 이유였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의 주인공 정찬우라는 사람은 6.25전쟁 당시 인민군 교육위원이었다. 책의 내용을 보자니 꾀나 높은 직위에 있던 사람 같다. 정찬우라는 사람을 만난 어떠한 인민군도 모두 그를 환대했다. 그리고 책의 저자는 인민군이라는 신분으로 살아온 그를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을 보여주려 했다. 그가 한국땅을 떠나 만주에 정착하고, 북한에서 성실한 일꾼으로 살았으며, 전쟁 때는 교육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전쟁이 끝난 뒤 남한에서 생포되어 포로로 지내게 된다. 거두절미하게 이야기하면 6.25전쟁 이후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 비극의 역사를 다룬 전형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 주인공이 북한 사람이라는 것이 굉장히 독특할 뿐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솔직히 약간의 불온함을 느꼈다. “내가 왜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야 할까?”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들었다. 책의 초반부에는 한국 전쟁에서 인민군들이 겪었던 고뇌가 상당부분 들어가 있는데, 솔직히 이 부분들이 편하게 읽히진 않았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 책의 제목에도 약간의 반감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정찬우라는 사람을 알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줄곧 들었다. 작가가 정찬우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쓴 이유에는 그의 독특함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결과론적으로 주인공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했음이 아닐까 싶다. 내가 약간 감수성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별로 저자의 주장을 소설로 풀어낸 것. 즉 이야기 자체는 좋았으나, 솔직히 저자의 주장 자체에는 딱히 동의하고 싶은 마음은 책을 읽는 내내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책은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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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장인이다 - 행복하게 일할 것인가 불행하게 노동할 것인가
장원섭 지음 / 영인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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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근본적이 산물이다. 굳이 기계가 없을 때도 사람들 간의 분업은 특정 생산품의 양을 상당히 많이 올려주었다. 이것은 에덤 스미스의 국부론에도 나온 이야기다. 하지만 분업을 하며 사람들은 노동을며 생각할 수 있는 창의를 잃어갔다. 노동자는 하나의 물건을 만드는 동안 여러 생각을 하고, 작업의 프로세스를 생각하며 좀 더 나은 방법, 좀더 좋은 방법을 생각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분절화 되고, 한 사람이 하나의 일반 기계적으로 하는 일이 되면서, 노동 현장에서의 창의성은 없어졌다. 이 창의성이 사라진 노동현장의 모습은 21세기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됐다.

<다시, 장인이다>라는 책을 읽기 전, 송호근 교슈의 <가 보지 않은 길>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현대 자동차 공장에 대해 쓴 책이다. 작업을 모두 꿰고있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장인은 더 이상 공장에 존재하지 않고, 기계를 돌려 단순 작업을 하며 월급을 많이 타가는 노동자들밖에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였다. 물론 <다시, 장인이다>에서 이야기 하는 장인과 <가 보지 않은 길>에 나온 현대차를 이끌었던 장인은 약간 다른 맥락을 갖고 있다. 현대차 공장의 장인들은 어쨌든 노동자였다. 그들은 산업의 역꾼이었고, 봉급을 받는 사람들 이었으며, 어쨌든 회사에서 이들에게 주어진 업무라는 게 있었다. 반면, <다시, 장인이다>에 나오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약간 자영업자 비슷한, 독립적인 장인에 대해 더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물론, 두 책의 장인의 공통점 또한 있다. 무엇보다. 장인은 현장에서 그 일에 대해 가장 만히 고민하고, 솔류션을 찾는 사람 이라는 점이다. 어쨌든 오늘날의 관점에서, 장인이 사라진다는 것의 의미는, 우리가 얼마나 현장의 일을 도외시 하는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 <다시, 장인이다>에 대해 한 가지 더 짚고 나가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노동의 재미라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노동을 자신을 확인하는 활동으로 봤다. 틀린말이 아니다. 누군가의 일을 대리하는 일을 하는 노동자는 절대 장인이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사용자와 노동자는 돈과 노동력을 교류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빌려 주는 과정에서 단순히 기계적인 힘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며 주체적으로 받는 것 또한 있다. 그것이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일을 일로만 안다는 것. 그것이 오늘날 노동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저자는 우리 모두가 장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자신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참 좋은 말이다. 나도 빨리 한 분야의 장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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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몰래 널 사랑하고 있어
뤼후이 지음, 김소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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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국 작가가 이야기하는 사랑. 왠지 낯설다. 내가 만난 중국인들은 자국 뽕에 빠진 사람들이 많았다. 적어고 그거에 상당 부분 종속되어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중국인을 내가 기본적으로 싫어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그들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 자랑스러운 자기네들 나라에 대해 이야기 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큰 것. 엄청난 것. 대단한 것. 많은 것. 강력한 것. 오래된 것.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감성이리곤 이런 것 밖에 없는 게 중국이란 나라다. 나는 중국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은 정말 어마어마한 국가다. 하지만 그 나라에서는 적어도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진 아름다운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래서인지 이 책도 솔직히 처음 받았을 때 낯설었다. 중국에 있는 어떤 사람이 에세이를 쓴다는 것도 어색했고, 그 주제가 사랑이라는 것도 낯설었다. 그리고 책에 나온 저자의 글들은 더더욱 낯설었다.

나의 중국에 대한 이러한 편견은 저자가 쓴 아름다운 글, 통찰력에 의해 무자비하게 무너져 내렸다. 중국인도 사람이구나. 중국인도 눈물을 사랑으로 눈물을 흘리는구다. 중국인도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아름다움이란 것이 무엇인지 아는구느 등. 보통 중국하면 떠오르지 않았던 감정들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책의 내용들은 대부분 사랑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저자 주위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들을 통해 사랑에 접근을 했다. 낯설지 않았다. 굳이 중국이라는 틀에 박혀 이 에세이를 볼 게 아니라, 그냥 사랑에 관심이 많은, 사랑에 대해 꾸준히 생각한 사람이 쓴 글로 보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던 것 같다.

집에 갇혀 지낸지 3개월 째. 중국인을 만난적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를 만나지 못했지만 적어도 저자는 나 자신을 가두고 있던 중국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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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세상 - 출판 4.0
유병천 지음 / 예원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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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급의 미사일. 그래. 미사일로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한마디로 말해서 미사일 같다. 정해진 목표를 향해 미친 듯이 내 달리기만 한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누군가가 좌표를 찍고 가리킨 곳을 향해 날아가, 그 위치에서 자신의 피폐함을 목격하고 파괴되는 미사일과 현대인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사일이 안되면 뭐가 되냐고? 그건 불발탄이다. 터지지 않은. 많은 사람에게 제대로 성공해지 못했다는 손가락질을 받는 그런 불발탄 말이다.

책을 읽으며 무한경쟁이라는 수식어마저 식상해져버릴 정도로 무뎌진 나의 인생이 떠올랐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았을까를 되뇌게 하는 책 이었다. 저자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 내 인생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의 행복을 버리고, 난 미사일처럼 미친 듯이 날아가 버리기만 했다. 미사일이든 로켓이든 태어난 목적이 정해진 목적지까지 미친 듯이 달려야만 하는 것이기에, 나 또한 내 머릿속에 좌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하기만 했다. 잠시의 행복은 사치요, 오로지 본 목적을 성취한 다음에 나의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고 생각 했다.

저자가 쓴 글들은 매우 짧았다. 하지만 이 짧은 글들을 마치 한 자객이 던진 비수나, 몰래 숲속에 있던 닌자가 나타나 나에게 던지는 표창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저자가 나에게 더닌 비수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충분히 알고 있기에 그리고 앞으로 내가 알고도 무시하고 갈 것이기에 진정 비수 같은 것 이었다.

미사일은 정체할 수 없다. 나 또한 정체되어 있을 수 없다. 자객과 같은 저자는 비수를 던질 뿐이고, 미사일과 같은 나는 계속해서 정해진 곳으로 향해야 한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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