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뮤지컬 코스모스
스테판 알렉산더 지음, 노태복 옮김 / 부키 / 2018년 11월
평점 :
모든 것의 시작은 숫자였을 것이다. 누가 그리고 왜 추상적인 개념인 수학을 만들어 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 그 숫자와 그것을 활용하는 학문인 수학은 인간 세계를 현재까지 발전시켜온 가장 확실한 학문중 하나다. 비록 다른 방향으로의 발전이 있긴 했지만 음악도 수학으로 해석이 가능하고, 수학이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된 물리학 또한 현재 인류가 지금까지 발전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직관적으로 보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음악이라는 것은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분야다. 반면 이론 물리학. 혹은 우주의 탐험은 그 시각적인 것은 가장 아름답긴 하나, 가장 감정과는 괴리된. 언제나 수학을 이용한 인간 이성의 최전선에 있는 분야다. 지구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분야와, 우주와의 연결을 만드는 고리. 그 중심에는 수학이 있다.
<뮤지컬 코스모스>라는 책을 본 후에, 가장 내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바로 수학이었다. 물리학은 수학으로 표현이 가능하고, 음악 또한 수학으로 표현이 가능한 분야다. 이 두 가지 다른 분야 사이에 수학이라는 거대한 가교가 놓여져 있다. 마치 오작교처럼 말이다.
<뮤지컬 코스모스>
솔직히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유려한 통찰력에 감통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통찰력이 어떻게 유려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저자처럼 수학을 통해서 음악을 해석하고, 자연을 해석하는 일을 과거에 짧은 시절동안 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둘을 연결시키는 과정은, 당신이 그 둘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지식을 갖고 해석하는 것만으로는 이 둘을 연결시킬 수 없다. 어느 한쪽의 방대한 지식을 갖고 다른 쪽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됐을 때, 비로소 그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다.
<뮤지컬 코스모스>의 저자 스테판 알렌산더는 이론 물리학자이다. 이론 물리학이 어떤 분야인가. 인류 이성의 최정점에 있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자연을 탐구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는 분야다.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의 내용을 회의적으로 읽으며 단순히 말장난일 수도 있다. 사회과학 책들을 보면 그런 경우들이 적지 않게 많다. 자신들이 몸을담고 있는 분야. 그 분야의 지식을 중심으로 사회의 한 부분을 해석하는 일들이 종종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들은 추상적인 부분. 뭔가 중심이 되는 개념이 없는 것을 탐구하는 사람들. 물리학의 원자의 개념과 같은 것 없이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다른 추상적인 무언가에서 글을 쓰는 작업이다. 하지만 과학자는 그러기 힘들다. 이 사람들은 이성으로 떠드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대개 유려한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자신의 분야 외에 다른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도 드물다.
그런데 이 책은 과학과 음아이라는 분야를 수학이라는 다리로 연결하는 작업에 성공했다. 그가 만든 다리 또한 어설프지도 않다. 정말 책을 읽는 내내 과거 내가 했던 수학 공부를 하나하나 떠올리게 했던 작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