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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 사회심리학자의 눈으로 본 극단주의의 실체
김태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평점 :
“아저씨, 한남충이에요?” “아! 아니야! 나는”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10살짜리 꼬마 입에서 지금 한국의 남성들이 가장 싫어할 단어 하나를 뱉어 버리니 말이다. 그냥 ‘문재인’을 문제인이라고 써서 살짝 놀렸을 뿐인데,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웬만한 남성들이 듣는다면 ‘극대노’를 할 말이었다.
솔직히 그 때를 생각해보면 화가 나기보다, 당혹스러웠다. 어떻에 10살짜리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는 거지? 유튜브에서 봤나? 벌써 이 나이에 워마드에라도 들어가셨나? 여러 생각이 오갔지만 역시 아이에게 어떻게 그 말을 알았는지 물어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어떻게 알았냐? 누구한테서 배웠냐?”고 물어보니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언니들한테 배웠다는 것 이었다.” “언니가 몇 명 있는데?”라고 물어보니 대학생 언니까지 있고 자기가 막내라고 이야기를 했다. 인터넷에서 만들어진 혐오 표현이 대대손손(?) 내려와 10살짜리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속어가 됐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난리인 것인가? 그래서였을까. 을유문화사에서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라는 책에 대한 서평단을 뽑는다고 했을 때, 정말 반가웠다. 어떠한 통찰을 담고 있는 책일까, 어떤 부분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것일까? 대안은 무엇일까? 등. 여러 생각을 하며 이 책을 받게 됐다.
뜨끈 미지근한 학문으로 극단주의를 해석하다.
솔직히 이과인 내가 문과의 과목들을 공부했을 때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그 뜨끈 미지근 탐구 방법과 이로 인한 결과 때문이었다. 뭐 하나 확실한 것이 하나 없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것이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내 불만의 Top of top이 심리학이라는 과목이었다. 사람의 심리를 분석한다는 것, 사회의 심리를 분석한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차원의 일이그는 하지만, 언제나 저 사람이 분석한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게 하는 분야다. 수학에서의 ‘공리’라는 개념이나, 물리학에서의 ‘원자’ 혹은 ‘중력’이나 ‘빛의 속도’와 같이 변하지 않는 개념은 없고, 모든 것의 연결성만으로 이야기를 하니, 어떤 결론을 도출하더라도 그것이 나에게 주는 임팩트는 딱히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적어도 하나를 건진 것 같다. 그것은 ‘배타성’이라는 키워드다. 저자는 극단주의의 가장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를 배타성이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솔직히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지 않았나 싶다. 280장 분량의 책을 읽으면서 세 글자의 단어 하나를 건진 것인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적어도 내가 우리 사회를 해석하고 알아가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불만
솔직히 이 책은 탁상에서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크다. 요즘 내가 읽는 독림 연구자들의 책들은 대개 현장에서의 연구가 기본이 되어 있다. 기자들이 쓴 책 또한 대부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동들이 반영된 것들이다. 하지만 대개 이 책에서 쓰여진 책들은 여러 자료들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농후하게 들었다. 저자 자신이 심리확과에서 수학했기에 심리학적 지식 조금 우리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 조금 해서 만들어진 책이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가 아닐까 싶다. 그냥 인상비평이 아니다. 이 책에는 들어가지 말아야 할 부분 또한 상당히 많다. 주제에서 벗어난 미국 심리학에 대한 비판을 왜 이 책에서 하는지 솔직히 안타깝다.